새벽의 첫 빛이 창문을 통해 조용히 스며들며 실험실 안을 희미하게 밝히기 시작했다.소예지는 충혈된 눈을 손등으로 문지르며 모니터에 떠 있는 최신 데이터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밤새 이어진 긴 시간 동안 고수경의 수치는 큰 변동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었고 그 사실을 확인한 순간에야 겨우 숨을 조금 돌릴 수 있었다.스미스가 조용히 다가와 말을 건넸다.“소 박사, 잠깐이라도 쉬세요. 이 상태라면 몇 시간은 문제없습니다.”소예지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준비되어 있던 작은 휴게실 문을 열고 들어간 그녀는 소파에 몸을 기대자마자 밀려오던 피로에 저항할 틈도 없이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아침 여덟 시 무렵, 스미스는 고이한에게 현재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대표님, 1단계는 안정적으로 지나갔습니다.”전화기 너머로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여덟 시에 도착하겠습니다. 소예지는요?”“휴게실에서 자고 있습니다.”잠시 짧은 정적이 흐른 뒤, 고이한이 말했다.“수고 많았습니다.”스미스의 목소리에는 피로보다도 오히려 기대감이 더 짙게 묻어 있었다.“이 순간을 위해 10년을 기다렸습니다. 다만, 심유빈 씨는 언제 도착합니까?”“아홉 시 전에는 도착합니다.”“좋습니다. 오늘은 그녀에게 조금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준비되어 있을 겁니다.”고이한의 목소리에는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8시 50분, 심유빈의 전용 차량이 실험실 앞에 조용히 멈춰 섰다.매니저 유미나가 함께 내리려 하자 심유빈은 고개를 저으며 짧게 말했다.“돌아가.”유미나가 당황한 얼굴로 되물었다.“같이 안 가도 돼?”“고 대표가 있으니까 괜찮아.”차가 멀어지고 난 뒤, 심유빈은 실험실 로비를 올려다봤다.가방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심호흡을 한 번 하고 나서야 그녀는 천천히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심유빈 씨, 이쪽으로 오세요.”전담 간호사가 다가와 안내했다.엘리베이터를 타고 채혈실에 도착했을 때, 눈앞에 놓인 도구들이 시야에 들어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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