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Capítulo 971 - Capítulo 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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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1화

[네, 그래요. 그럼 기다릴게요.]심유빈은 그렇게 짧게 답장을 보냈다.회의를 마친 뒤, 하종호는 곧장 오후 약속을 준비하기 위해 움직였다. 점심조차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 사무실에서 간단히 해결한 것도 미리 업무를 정리해 여유를 확보하려는 이유에서였다.오늘은 심유빈과 영화를 보기로 한 날이었다.이전에 함께 영화를 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만큼은 의미가 달랐다. 이번 약속은 심유빈이 먼저 제안한 자리였고 그래서인지 그는 단 한 순간도 늦고 싶지 않았다.하종호는 내선을 들어 비서를 불렀다.“장미꽃 한 다발 준비해. 제일 좋은 걸로.”시계를 확인하니 오후 1시 45분이었다. 그는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으며 조금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심유빈과 함께하는 이 시간을 쫓기듯 보내고 싶지 않아서였다.차에 올라 도로로 나선 하종호는 음악을 틀어놓고 한결 가벼운 기분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그러나 그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는 거대한 정체 구간에 들어섰고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이게 뭐야...”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다시 시간을 확인했다. 이대로라면 약속 시간에 늦을지도 몰랐다.창문을 내리자 앞쪽에서 교통경찰의 오토바이가 차량 사이를 비집고 지나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하종호는 곧바로 그를 불러 세우며 물었다.“앞에 무슨 일 있습니까?”교통경찰은 질서를 유지하며 빠르게 답했다.“앞에서 추돌 사고가 났습니다. 부상자가 있어서 구급차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당분간 통행이 어렵습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하종호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시계를 다시 보니 어느새 1시 50분이었다. 이 정체가 언제 풀릴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다행히 교통경찰이 차량 흐름을 조금씩 정리하고 있었고 차들은 아주 느리게나마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그때였다. 한 차량이 억지로 차선을 비집고 들어오려 들자 하종호는 망설임 없이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 그 앞을 가로막았다. 이미 신경이 바짝 곤두선 채로 운전대를 쥐고 있던 그는 지금 이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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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2화

하종호는 차량 화면에 떠오른 이름을 바라보며 잠시 멍하니 굳어 있었다. 그러다 무의식적으로 옆자리에 앉은 엄가온을 힐끗 바라보았다.그 시선을 느낀 엄가온은 눈치를 챈 듯 곧장 고개를 돌려 창밖으로 시선을 피했다.그 순간 다시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녀의 이마였다. 찢어진 상처에서 흘러내린 붉은 피가 하얀 뺨을 따라 번지고 있었고 일부는 옷깃과 가슴께까지 떨어져 있었다. 그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만큼 처연하게 느껴졌다.하종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망설임 끝에 손을 뻗어 전화를 끊어버렸다. 하지만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발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고 속도 또한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그 시각, 별장 거실에 있던 심유빈은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하종호가 자신의 전화를 끊었다는 사실이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두 사람이 알고 지낸 이후로 이런 일은 단 한 번도 없던 탓이었다.‘설마... 운전 중이라서 그런 건가?’그녀는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키려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하종호가 아무 말도 없이 전화를 끊었을 리 없었다.하지만 결국, 그녀는 메시지를 보냈다.[지금 어디쯤이에요? 영화는 세 시 반 시작이에요.]부드러운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 은근한 재촉이 담겨 있었다.그때, 하종호의 차는 이미 병원 앞에 도착해 있었다.그는 급히 조수석 문을 열며 다급하게 말했다.“내려. 빨리 내려서 치료부터 받아.”엄가온은 문을 붙잡은 채 겨우 차에서 내렸다. 그러나 출혈과 머리를 부딪친 충격 때문인지 발을 딛는 순간 몸이 크게 흔들렸다. 중심을 잃은 그녀의 몸이 앞으로 쏠렸고 그대로 하종호의 품 안으로 쓰러졌다.그리고 그 상태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하종호는 반사적으로 그녀를 붙잡았다. 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가온아, 왜 그래? 정신 차려. 나 놀라게 하지 마.”그는 급히 차 문을 닫고 망설임 없이 그녀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 병원 안으로 뛰어 들어가며 크게 외쳤다.“의사 선생님! 여기 사람 쓰러졌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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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3화

의사는 검사 의뢰서를 작성해 건넸고 하종호는 곧장 수납 창구로 향해 비용을 결제한 뒤 다시 돌아왔다.돌아와 보니 엄가온은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의지할 곳을 찾은 어린아이처럼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오직 그만을 바라보고 있었다.“상처 아직 아파?”하종호가 조심스럽게 묻자 엄가온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꽤 아파요... 일곱 바늘이나 꿰맸대요.”피가 흐를 때까지만 해도 통증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막상 봉합을 마치고 나니 오히려 아픔이 더욱 또렷하게 밀려오는 듯했다.“가자. 머리 CT 찍어보자. 혹시 뇌 쪽에 이상 없는지 확인해야 하니까.”그의 말에 엄가온은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여전히 어지럼증이 남아 있는지 몸이 비틀거렸다. 그 모습을 본 하종호는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아 그녀가 자신의 몸에 기대어 걸을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이끌었다.그런 그의 행동에 엄가온은 고마움을 담은 눈빛을 보냈고 창백하던 얼굴 위로 옅은 붉은 기색이 스며들었다.CT실 앞에 도착해 접수표를 제출하고 대기 순서를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간호사가 두 사람을 한 번 훑어본 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혹시 이분 임신 가능성 있으신가요? 임신 중이면 CT 촬영은 권장되지 않습니다.”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하종호의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린 듯 멍해졌다. 그는 자연스럽게 지난번 일을 떠올렸고 곧장 고개를 돌려 엄가온을 바라보았다.그러나 엄가온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간호사를 향해 말했다.“없습니다.”그 말을 듣자마자 하종호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조용히 옆으로 끌어당겼다.“확실해? 이런 건 절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야.”엄가온은 또렷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답했다.“그날 이후로 약 먹었어요.”그 말에 하종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모든 것은 자신의 실수였다.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결국 그런 선택까지 하게 만든 것도 모두 자신에게 있었다.만약 같은 일이 자신의 입장이었다면 그는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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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4화

그날 밤, 그는 분명 술에 취해 있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모습이 형편없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날 그는 엄가온을 심유빈으로 착각하고 있었기에 무의식 속에서라도 스스로를 흐트러뜨릴 수 없었다.바로 그때였다.복도 끝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울려 퍼졌고 두 사람이 허둥지둥 달려왔다.“가온아! 가온아!”엄가온은 곧바로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외쳤다.“아빠, 엄마! 여기예요!”중년의 여인은 숨을 헐떡이며 달려와 딸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엄마가 좀 보자... 어디 좀 보자... 이게 무슨 일이야, 이렇게 다쳤어...”말을 잇는 사이 그녀의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 딸의 모습이 너무도 안쓰러웠기 때문이다.엄성호 역시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깊이 걱정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내 시선을 돌려 하종호를 바라보았다.“종호야, 정말 고맙다. 네가 지나다가 발견해 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하종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담담하게 말했다.“저도 우연히 본 겁니다. 다행히 외상만 있다고 하고, 지금 CT 결과를 기다리는 중입니다.”“정말 고맙다. 정말 고마워.”엄성호는 거듭 감사를 표했다.최미경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보탰다.“네가 아니었으면 우리 가온이가 얼마나 더 고생했겠니...”엄가온은 조용히 하종호를 바라보았다.“종호 오빠... 부모님 오셨으니까 이제 가보세요.”그 말을 들은 최미경이 급히 물었다.“혹시 급한 일이라도 있는 거니?”“아... 급한 일은 아닙니다.”하종호는 잠시 머뭇거리다 차분히 말을 이었다.“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가온이는 잘 부탁드립니다.”“다음에 꼭 집에 와서 밥 먹고 가.”최미경은 끝까지 정을 담아 말했다.하종호는 돌아보며 짧게 답했다.“네, 그러겠습니다.”그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엄가온의 눈빛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녀의 마음 또한 함께 조용히 내려앉았다.엄가온은 하종호에게 자신이 그저 친구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자신이 그 이상을 기대해서는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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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5화

갑자기 닿은 체온에 하종호는 숨이 한 번 턱 막혔다이상한 일이었다. 심유빈은 늘 고이한을 향해 있던 사람이었고 그에게는 언제나 예의를 지키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온 채 친구로서의 선을 넘지 않는 태도를 고수해 왔다. 그런 그녀가 먼저 이렇게 가까이 다가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사실을 떠올리는 순간, 하종호는 무심코 침을 삼켰다.오랫동안 바라왔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음에도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감정은 기쁨이 아니라 설명하기 어려운 당혹감이었다.“유빈 씨... 손 잡고 갈게요.”그는 팔을 빼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때 심유빈이 뒤쪽을 바라보며 말했다.“마지막 줄 비었네요. 저기서 볼까요?”그녀는 자연스럽게 그의 손을 이끌었고 하종호는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따라 마지막 줄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자리에 앉은 심유빈이 길게 늘어진 머리칼을 한쪽으로 넘기자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빛이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안았다. 하종호는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떨구었고 그 순간 두 사람의 눈이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쳤다.심유빈이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얼굴과 은은하게 번지는 분위기, 그리고 보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까지. 원래라면 이 모든 것이 기쁨으로 다가왔어야 했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온 사람이 바로 옆에 있었으니 말이다.그러나 이상하게도 하종호의 마음은 조금도 편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이 떠나지 않고 맴돌고 있었다. 심유빈은 고이한의 사람이었고 그녀의 모든 온기와 시선 역시 본래는 그를 향해 있어야 했다.그 사실을 떠올리는 순간, 이 자리는 어딘가 잘못된 것처럼 느껴졌고 지금 이 두근거림을 즐기는 일조차 스스로를 속이는 것처럼 여겨졌다. 결국 하종호는 시선을 피했다. 심장은 여전히 불안하게 박자를 놓치고 있었다. 그것은 설렘이 아니라 마치 친구의 여자를 몰래 훔쳐보는 듯한 찝찝한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왜요? 이제 나 못 보겠어요?”심유빈이 몸을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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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6화

심유빈은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얼굴 위에 떠 있던 부드러운 기색은 어느새 희미하게 사라져 있었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잠시 후, 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떨어졌다. 하종호의 옆에 놓인 음료가 눈에 들어왔다.자신이 한 모금 마신 이후로 그는 그 음료에 다시 손을 대지 않고 있었다.혹시 자신이 마신 것이 싫었던 걸까라는 그 생각이 스치는 순간, 심유빈의 시선이 미묘하게 흔들렸다.한편, 하종호는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휴대폰을 꺼내 곧장 엄가온의 연락처를 찾아 메시지를 보냈다.[검사 결과 나왔어? 상태는 어때?]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도착했다.[나왔어요. 괜찮아요.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그 정중하면서도 어딘가 거리를 두는 듯한 말투를 보는 순간, 하종호의 마음 한편이 이유 없이 조용히 가라앉았다.이상하게도, 약간의 서운함이 스며들었다.영화는 어느새 끝이 나 있었다.주변의 관객들은 하나같이 재밌었다는 반응을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지만 하종호는 마치 아무것도 보지 못한 사람처럼 멍한 기분에 잠겨 있었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가요. 집까지 모셔다드릴게요.”심유빈도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다 끝내 한 번도 입에 대지 않은 그 음료를 잠시 바라보았다. 영화관을 나서는 동안에도 심유빈은 끝내 아무 말이 없었고 그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무언가를 곱씹는 듯 생각에 잠긴 모습으로 그저 묵묵히 걸었다.평소 같았으면 이런 분위기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말을 꺼냈을 사람은 하종호였지만 지금의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누군가와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다.여전히 엄가온이었다.병원비를 송금하겠다는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고 하종호는 괜찮다며 계속해서 거절하고 있었다. 하지만 엄가온은 결국 백만 원을 송금해 버렸고 하종호는 한숨을 내쉬며 그것을 받지 않은 채 다시 필요 없다고 답했다.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해 있었다.“유빈 씨, 타세요.”하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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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7화

하종호는 무심코 뒤통수를 한 번 더 긁적이며 자신이 또 무슨 말을 잘못했는지 곱씹어 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짐작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그때, 심유빈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잠잠하던 시선이 곧장 그를 향해 날카롭게 꽂혔다.“종호 씨.”평소보다 한층 낮아진 목소리였고 그 안에는 묘하게 날 선 기운이 배어 있었다.“혹시... 종호 씨도 나랑 이한 오빠 결혼식 기대하고 있어요?”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하종호는 순간 말을 잃은 채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분위기를 가볍게 넘기려는 듯 짧게 웃음을 흘렸다.“고 대표가 프로포즈라도 했어요? 언제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 녀석, 우리한테는 한마디도 안 했네.”가볍게 던진 농담이었지만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심유빈의 표정은 눈에 띄게 굳어졌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그녀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심유빈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려버렸다.“나... 이제 종호 씨랑 말 안 할래요.”짧게 내뱉은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눌러 담아왔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가방을 움켜쥔 채 빠른 걸음으로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나아갔다.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하종호는 그 자리에 잠시 서 있었다.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멍하니 서 있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그녀가 혼자라는 사실이 떠오르는 순간, 그는 본능처럼 발걸음을 옮겼다.“유빈 씨!”하지만 이미 늦어 있었다.퇴근 시간대의 쇼핑몰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고 비슷한 옷차림의 사람들 사이에서 그녀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하종호는 사람들 사이를 몇 번이나 헤치며 뒤쫓았지만 끝내 그녀를 찾지 못했다.그제야 마음이 급해진 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연결음이 몇 번 울렸지만 끝내 받지 않았다.잠시 화면을 바라보던 그는 곧바로 메시지를 보냈다.[유빈 씨, 이제 그만 화 풀어요. 제가 집까지 모셔다드릴게요.]그러나 답장은 오지 않았다.그는 잠시 제자리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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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8화

하종호는 순간 멈칫했다가 이내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내리치며 입을 열었다.“그 말은... 이한이 지금 소예지를 다시 붙잡으려 한다는 거야? 다시 결혼까지 생각하고?”윤하준은 눈을 감았다. 미간에는 씁쓸한 기색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오히려 더 분명한 대답처럼 느껴졌다.하종호의 손이 천천히 주먹으로 말려 들어갔다.“그럼... 유빈 씨는 어떻게 되는 거야.”그 말을 꺼내는 순간, 오늘 하루 동안 마주했던 심유빈의 모습이 연이어 떠올랐다. 어딘가 무너져 내린 듯한 눈빛, 괜히 예민해진 말투 그리고 결국 등을 돌리며 떠나던 모습까지.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고이한이 소예지와 다시 시작하려 한다는 걸 눈치챘고 그래서 기댈 곳을 찾으려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자신은 오히려 그녀를 더 밀어내는 말을 해버렸다.“내가 말을 잘못했네.”하종호는 낮게 중얼거렸다.곧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얼굴에는 불쾌한 기색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었다.“그럴 거면 처음부터 확실히 말했어야지. 이렇게 되면 너도 발 묶이고 유빈 씨도 계속 기다리게 되는 거잖아. 이건 누구한테도 공평한 상황이 아니야.”말투는 점점 거칠어지고 있었다.윤하준은 고개를 숙인 채 잔을 천천히 굴리다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너... 심유빈 씨 좋아하잖아.”짧은 한마디였다.그러나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지금이 기회야. 잡을 수 있잖아.”하종호의 손이 멈췄다. 술잔을 입에 가져가려던 동작이 그대로 굳었다.그는 천천히 잔을 내려놓고 윤하준을 바라보았다.“고이한이 그걸 가만히 둘 것 같아?”짧게 웃으며 말했지만 눈빛에는 전혀 웃음기가 없었다.“지금 소예지 씨한테 다시 가려는 건 맞을지 몰라도 그렇다고 해서 유빈 씨를 완전히 놓은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어? 10년이야. 10년 동안 아무 이름도 없이 옆에 두고 있었는데... 그럼 적어도 결론은 내줘야 하는 거 아니야?”그의 말에는 친구를 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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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9화

밤 9시가 되자 두 사람은 각자 기사를 불러 집으로 향했다.윤하준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몸이 휘청거렸고 기다리고 있던 비서가 곧장 달려와 그의 팔을 붙잡았다.“대표님, 제가 모셔다드리겠습니다.”그러나 윤하준은 차 문을 짚은 채 고개를 저었다. 한눈에 봐도 취기가 짙게 올라와 있었다.“괜찮아... 들어가.”“대표님, 정말 혼자 괜찮으시겠습니까?”비서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괜찮다니까.”결국 비서는 더 말리지 못한 채 자리를 떴다.하지만 윤하준은 곧장 집으로 들어가지 않았다.그는 잠시 걷고 싶었다. 머리를 식히고 싶었고 몸을 짓누르고 있는 술기운을 조금이라도 털어내고 싶었다.그렇게 느릿하게 발걸음을 옮기던 그는 어느새 익숙한 길 위에 멈춰 서 있었다. 고개를 들자 소예지가 사는 건물이 그대로 시야에 들어왔고 창가 너머로 불빛이 환하게 번져 있었다. 그 불이 켜진 창을 잠시 바라보던 윤하준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고 몸을 돌려 돌아서려던 바로 그때였다.골목 모퉁이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낯설지 않은 실루엣, 소예지였다. 그녀는 오늘도 고이한의 비서가 차로 데려다준 듯했고 얼굴에는 하루 종일 쌓인 피곤함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소예지...”윤하준이 낮게 중얼거렸다. 술기운 탓인지 눈앞의 현실감이 순간 흐릿하게 일그러지며 마치 착각을 보는 듯 느껴졌다. 소예지도 그를 발견하고는 다가왔다.“하준 씨? 여기서 뭐 해요?”그 순간, 공기 속에 짙은 술 냄새가 퍼졌다.소예지가 눈살을 찌푸렸다.“술 마셨어요?”윤하준은 아무 말 없이 소예지를 바라봤다. 정말이었다. 꿈이 아니었다.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그가 가장 보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술은 그의 사고를 흐릿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평소 애써 붙잡고 있던 이성과 절제를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었다.“소예지 씨... 진짜네.”그는 낮게 웃었다. 기쁜 듯하면서도 어딘가 풀어진 웃음이었다.몸이 살짝 흔들렸다.“이런 데서 보네요...”소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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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0화

소예지는 조용히 말했다.“저 안 갈게요.”그 말이 끝나자마자 윤하준이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술기운에 중심을 잃고 크게 흔들렸고 소예지는 놀라서 급히 그의 허리를 붙잡았다.윤하준은 눈을 감은 채 이마를 그녀의 어깨에 기대며 낮게 중얼거렸다.“미안해요. 미안해요, 예지 씨.”연달아 두 번이나 이어진 사과였다.소예지는 그를 밀어내려다 말았다.왜 이렇게까지 사과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그 순간 윤하준의 갈라진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파고들었다.“저는 회사를 선택했으니까... 당신을 선택할 수 없었어요. 제가 너무 바보 같죠...”소예지는 그대로 굳어버렸다.그 말이 무슨 뜻인지, 단번에 이해되지 않았다.회사를 선택했기 때문에 자신을 선택할 수 없었다는 말이 자꾸 목에 걸렸다. 그 한마디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도무지 짚이지 않았다.바로 그때였다.현관을 막 나서던 고이한이 그 장면을 그대로 보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좁힌 채 두 사람을 똑바로 바라봤고 이내 망설임 없이 성큼 걸음을 옮겼다.마침 소예지가 윤하준의 무게를 버티지 못해 살짝 뒤로 휘청이던 순간이었다. 그 틈으로 강한 힘이 끼어들었다. 고이한의 손이 윤하준의 팔을 단단히 붙잡아 잡아끌더니 그대로 자신의 어깨 위로 얹어 지탱했다.순간 균형이 잡혔다.소예지는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여기까지 어떻게 왔어?”윤하준도 그 기척을 느꼈다.흐릿한 눈으로 고이한을 바라보며 한숨 섞인 목소리를 흘렸다.“이한... 너도 있었네.”고이한은 술에 완전히 취해 있는 윤하준을 한 번 훑어본 뒤, 짧게 말했다.“내가 데려갈게. 당신은 올라가서 아이부터 봐.”그때, 타이밍 좋게 김경환이 다가와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건넸다.“차에 두고 내리셨습니다.”소예지는 잠시 멈칫하다가 조심스레 가방을 받아 들었다. 그제야 상황이 또렷하게 이해됐다. 고이한이 왜 내려왔는지, 왜 하필 지금 이 타이밍이었는지.소예지는 다시 윤하준을 바라봤다.“집에 가서 푹 쉬세요.”윤하준은 조금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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