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Chapter 1151 - Chapter 1154

1154 Chapters

제1151화

고이한이 휴대폰을 쥔 손가락에 살짝 힘을 줬다. 그는 시선을 한곳에 고정한 채 낮게 입을 열었다.“시간이랑 장소 알려주시죠.”“병원 병실에서 기다릴게요.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임현욱의 목소리에는 단호한 기색이 담겨 있었다.고이한은 차 문을 열고 올라타자 오후의 햇살이 차창 위로 쏟아졌다. 그는 잠시 눈을 감고 기대앉아 흐트러진 생각을 정리했다.이문혁이 도착했다는 말을 전하자 고이한은 짧은 시간 안에 정신을 가다듬었고 곧 차 문을 열어 입원 병동 쪽으로 걸어갔다.임현욱이 머무는 곳은 특급 VIP 병실이었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한 남자가 앞으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고 대표님. 임 대위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남자는 앞장서서 병실 앞까지 안내했다.병실 안에는 임현욱이 군복 차림으로 두 손을 뒤에 모은 채 창가에 서 있었다. 평소보다 훨씬 무거운 분위기였다.“고 대표님, 오셨군요.”임현욱은 고개를 들며 자리에 앉으라는 듯 손짓했다.고이한은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하실 말씀 있으시면 하세요.”“긴급 임무가 생겨서 바로 출국해야 해요. 한 시간 후면 A시를 떠납니다.”임현욱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고이한의 눈썹이 미세하게 올라갔다.“이제 막 서로 마음을 정했는데 바로 떠나는 겁니까?”“알고 있어요.”임현욱의 목소리는 낮고 잠겨 있었다.“그분한테 미안한 일을 하는 거죠.”그는 손을 뻗어 옆에 놓인 태블릿을 집어 들었고 곧 화면 속 사진을 고이한에게 보여줬다. 피로 물든 처참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전투복을 입은 군인 몇 명이 결박된 채 온몸에 끔찍한 상처를 입고 있었고 그중 한 사람은 팔까지 잃은 상태였다. 사진 구석에 찍힌 시각은 하루 전이었다.“한 시간 전에 최후통첩을 받았습니다.”임현욱의 손등 위로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48시간 안에 저들이 원하는 사람을 넘기지 않으면 인질들을 처형하겠다고 했어요.”고이한의 목젖이 천천히 움직였다. 사진 속 젊은 얼굴들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군인으로서의 의지를 끝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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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2화

10분 후 소예지는 컴퓨터 앞에 앉아 방안을 수정하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 알림음이 울렸다. 임현욱이었다.소예지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살짝 올라갔다. 내일 데이트 계획이라도 정하려는 걸까 싶어 메시지를 확인했지만 예상했던 내용은 아니었다.[예지 씨 긴급 통보를 받았어요. 당장 다국적 군사 훈련에 참가해야 해서 A시를 떠나게 됐어요. 언제 돌아올지 모르겠어요. 내일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요.]소예지는 잠시 멍하니 화면만 바라봤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소집되는 훈련이 있나 싶었다.‘아직 몸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는데.’[얼마나 가 있어요?]잠시 뒤 답장이 도착했다.[당분간은 확실하지 않아요. 예지 씨와 하슬이 잘 지내고 있어요. 소식 생기면 바로 알릴게요.]소예지는 임현욱의 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막 시작된 관계에서 이런 식의 갑작스러운 이별을 마주하자 마음 한편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군인이었고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과 사명을 짊어진 사람이었다. 결국 더 묻지 않은 채 짧게 답장을 남겼다.[알겠어요. 조심해서 다녀와요.]메시지를 내려놓은 소예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가슴 한켠을 서서히 조여왔다.‘몸에 아직 상처도 남아 있는데.’그 시각 저 멀리 하늘을 가르는 군용기 안에서 임현욱은 휴대폰 속 사진을 마지막으로 한 번 바라본 뒤 조용히 전원을 껐다. 그리고 생사조차 장담할 수 없는 전장으로 향했다.오후 네 시 반.소예지는 컴퓨터를 끄고 고하슬을 데리러 집을 나섰다. 어린이집 앞에 도착하자 검은 마이바흐 한 대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고이한 역시 그녀를 발견하고 차에서 내렸다. 짙은 회색 수트 위로 회백색 머리카락이 유난히 선명하게 드러났다.“왔어.”고이한이 소예지 곁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그의 시선이 잠시 소예지의 얼굴 위에 머물렀다. 어떤 진실은 차라리 모르는 편이 더 안전할 때도 있었다.“이번 주말에 하슬이 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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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3화

한편, 심유빈의 빌라.심유빈은 보석함 앞에 서서 팔짱을 낀 채 이번 경주 연주회에서 착용할 장신구를 고르고 있었다. 원래부터 유난히 까다로운 습관이 있었다. 한 번 외출에 착용했던 보석은 절대 두 번 다시 사용하지 않았다. 특별함이 사라지는 것도 싫었고 언론에서 구식 보석을 또 착용했다며 떠드는 기사 역시 보기 싫었다.그녀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들어 거울 앞에 대보며 어울리는지 가늠했다. 그 순간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경주 연주회 주최 측 번호였다.심유빈은 곧 표정을 정리한 뒤 우아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방 감독님. 공연 순서 확인하시려고 전화하셨어요?”“심유빈 씨...”전화기 너머 방근수의 목소리는 어딘가 망설이는 듯했다.“죄송하지만 조직위원회에서 재심사를 진행한 결과 이번 공연 자격을 취소하기로 결정했습니다.”순간 심유빈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다.“뭐라고요?”“조직위 전체 결정입니다.”방근수는 최대한 감정을 배제한 공적인 어조로 말을 이었다.“계약에 명시된 위약금 천만 원은 지급해 드리겠습니다.”심유빈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이유가 뭔데요?”그녀의 목소리 역시 서늘하게 식어 있었다.“취소하려면 납득할 만한 이유 정도는 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전화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심유빈 씨에 대한 몇 가지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모두 실명 제보였고요.”“실명이요?”심유빈이 이를 악물었다.“누군데요? 이름이 뭐예요?”“죄송합니다. 그건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방근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심유빈은 휴대폰을 움켜쥔 채 그대로 굳어 있었다. 하지만 방근수가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누가 한 짓인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고수경.그 이름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간 심유빈은 휴대폰을 소파 위로 거칠게 던져버렸다. 몇 년 동안 공들여 쌓아 올린 ‘피아노 여신’이라는 이미지와 가치가 고수경 하나 때문에 무너지고 있었다.심유빈은 곧장 서랍을 열어 다른 휴대폰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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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4화

그때 아래층에서 유미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빈아. 짐 다 챙겼어. 이제 출발해야 해.”곧 유미나가 위층으로 올라왔고 소파에 팔짱을 낀 채 어두운 얼굴로 앉아 있는 심유빈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유빈아. 왜 그래?”심유빈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공연 자격 취소됐어.”“뭐?”유미나가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왜?”“고수경이 실명 제보했대. 내가 다시는 무대에 못 올라가게 만들겠다는 거야.”심유빈은 분노를 억누르듯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그럼 당장 고 대표한테 연락해야 하는 거 아니야? 너는 피아노로 먹고사는 사람인데 자기 동생이 밥줄 끊는 걸 가만히 두면 안 되잖아.”유미나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심유빈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고이한한테 연락하자고?”그녀가 비웃듯 입꼬리를 비틀었다.“그 남자 눈에는 지금 소예지 그 여자밖에 안 보여.”“그래도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 고수경 성격이면 진짜 끝까지 갈 텐데.”유미나 역시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결국 자신 역시 심유빈에게 기대 살아가는 처지였으니까.심유빈은 잠시 눈을 감은 채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예전 같았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하종호였다. 무슨 일이 생기든 그는 언제나 가장 먼저 달려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주곤 했다.하지만 지금 하종호의 곁에는 엄가온이 있었다.유미나 역시 한참 생각하다 문득 하종호를 떠올린 듯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유빈아. 하종호 씨한테 한번 전화해 보는 건 어때? 고수경한테 이번 한 번만 넘어가달라고 부탁이라도 해보게.”심유빈은 천천히 입술을 깨물었다.머릿속으로는 하종호가 자신을 바라보던 다정한 눈빛과 늘 무너지듯 약해지던 모습들이 떠올랐다.‘정말 완전히 끝난 건가? 적어도 마지막 부탁 하나쯤은 들어주지 않을까...’한참 생각하던 그녀가 낮게 말했다.“예쁜 드레스 꺼내 줘. 직접 가서 이야기해야겠어.”직접 만나야만 했다. 그래야 하종호의 마음속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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