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저기 토끼 있어요.”고하슬이 잔디밭을 가리키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이한은 딸이 가리키는 방향을 살폈다. 정말 야생 토끼 한 마리가 풀을 뜯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딸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손짓한 뒤 살며시 안아 다가갔다.고하슬은 아빠 품에 안긴 채 조용히 토끼를 바라보다 토끼가 달아나자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빠, 다음에도 등산 오고 싶어요.”“그래, 시간 되면 아빠랑 또 오자.”고이한이 부드럽게 웃으며 약속했다.일행은 계속 정상을 향해 걸었다. 산길이 점점 가팔라지자 소예지는 딸을 따라가지 못해 김경환과 함께 뒤처졌고 고이한은 딸과 함께 앞서 걸었다.“하슬이 체력이 정말 좋네.”“그렇지, 원래 체력이 좋은 편이야.”소예지가 숨을 고르며 웃었다. 눈빛에는 흐뭇함이 담겼다.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소예지는 지친 몸을 바위에 기대며 앉았고 고하슬은 잔디밭에서 뛰며 놀기 시작하자 김경환이 옆에서 함께 아이를 챙겼다.고이한이 소예지 곁으로 다가와 낮게 물었다.“힘들어?”“괜찮아.”소예지는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운동 후 하얀 뺨에는 건강한 홍조가 올라와 있었고 이마에는 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고이한은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서 딸의 땀 수건을 꺼내 소예지 이마를 닦으려 했다. 하지만 이내 두 사람은 그 자리에 굳었다.소예지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이한을 올려다봤다. 눈빛에는 서로의 거리를 지켜야 한다는 신호가 담겨 있었다.“괜찮아. 고마워.”고이한이 손을 거두며 그녀의 눈빛이 보내는 메시지를 읽었다. 선을 넘지 말라는 신호였다.“미안해.”고이한이 낮게 말하며 손수건을 주머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나 김경환 쪽으로 걸어갔다. 김경환은 이미 야외 돗자리를 펼치고 가져온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고 고하슬은 신나서 돗자리 옆에서 돕고 있었다.소예지도 나가 배낭에서 준비해 둔 과일과 간식을 꺼내 나눴다. 야외 식사 중 고하슬은 자연스럽게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아이다운 솔직한 말들이 자꾸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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