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한이 휴대폰을 쥔 손가락에 살짝 힘을 줬다. 그는 시선을 한곳에 고정한 채 낮게 입을 열었다.“시간이랑 장소 알려주시죠.”“병원 병실에서 기다릴게요.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임현욱의 목소리에는 단호한 기색이 담겨 있었다.고이한은 차 문을 열고 올라타자 오후의 햇살이 차창 위로 쏟아졌다. 그는 잠시 눈을 감고 기대앉아 흐트러진 생각을 정리했다.이문혁이 도착했다는 말을 전하자 고이한은 짧은 시간 안에 정신을 가다듬었고 곧 차 문을 열어 입원 병동 쪽으로 걸어갔다.임현욱이 머무는 곳은 특급 VIP 병실이었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한 남자가 앞으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고 대표님. 임 대위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남자는 앞장서서 병실 앞까지 안내했다.병실 안에는 임현욱이 군복 차림으로 두 손을 뒤에 모은 채 창가에 서 있었다. 평소보다 훨씬 무거운 분위기였다.“고 대표님, 오셨군요.”임현욱은 고개를 들며 자리에 앉으라는 듯 손짓했다.고이한은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하실 말씀 있으시면 하세요.”“긴급 임무가 생겨서 바로 출국해야 해요. 한 시간 후면 A시를 떠납니다.”임현욱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고이한의 눈썹이 미세하게 올라갔다.“이제 막 서로 마음을 정했는데 바로 떠나는 겁니까?”“알고 있어요.”임현욱의 목소리는 낮고 잠겨 있었다.“그분한테 미안한 일을 하는 거죠.”그는 손을 뻗어 옆에 놓인 태블릿을 집어 들었고 곧 화면 속 사진을 고이한에게 보여줬다. 피로 물든 처참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전투복을 입은 군인 몇 명이 결박된 채 온몸에 끔찍한 상처를 입고 있었고 그중 한 사람은 팔까지 잃은 상태였다. 사진 구석에 찍힌 시각은 하루 전이었다.“한 시간 전에 최후통첩을 받았습니다.”임현욱의 손등 위로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48시간 안에 저들이 원하는 사람을 넘기지 않으면 인질들을 처형하겠다고 했어요.”고이한의 목젖이 천천히 움직였다. 사진 속 젊은 얼굴들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군인으로서의 의지를 끝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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