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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os capítulos de 가장 가까운 배신: Capítulo 481 - Capítulo 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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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1화

심건모는 송서윤의 긴 머리카락을 살며시 넘겼다. 손끝이 눈가에 닿으며 맺혀 있던 눈물을 닦아냈다.“배상하라고 안 해.” 심건모가 말했다.그는 그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는 남자였다.송서윤의 긴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속삭였다.“다행이다. 알아봤더니 건설 비용만 200억 달러라더라고요. 내 재산을 다 털어도 못 갚을 뻔했어요.”아직 쉴드 체인 테크 수익도 나지 않은 상태였기에 송서윤은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어둠 속이라 잘 보이지 않았지만 심건모는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미소일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제훈이 생활 비서일까지 겸하고 있어.” 심건모가 다시 입을 열었다.송서윤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더 환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침대 위에서 무릎을 굽히고 앉아 심건모의 목을 감싸안았다. 앉아 있는 그보다 조금 더 높은 위치에서 그를 내려다보며 속삭였다.“국장님이 취임하는 모습 빨리 보고 싶어 못 참겠어요.”“많이 바빠질 거야.” 심건모가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너와 아이 곁에 있어 줄 시간이 부족할지도 몰라.”송서윤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다시 미소를 띠었다. “그럼 내일부터라도 하준이랑 나랑 좀 더 많이 같이 있어 줄래요?”과거의 기억들이 사라지고 있다면 새로운 기억을 만들면 된다. 그와 함께하는 기억을.송서윤은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고개를 숙여 심건모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녀는 그에게 숨기는 것이 있을 때마다 유독 더 다정하고 고분고분해지곤 했다. 송서윤이 먼저 다가오는 것이 기뻐야 마땅했지만 어째서인지 심건모의 가슴 한구석은 시큰하고 아릿한 통증으로 차올랐다.심건모는 송서윤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심건모의 살결에 닿은 송서윤의 긴 머리카락이 심장 위를 간지럽히듯 스쳤다. 그는 그녀를 품에 안고 입을 맞추었다. 가벼운 입맞춤으로 시작된 열기는 이내 폭풍우처럼 거세게 몰아치며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깊어졌다. 그녀는 그의 입맞춤에 정신이 흐릿해졌다.송서윤을 잠재운 뒤 심건모는 안방을 나와 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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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제훈은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가 팀원들과 다시 상의해야 했다. 그는 심건모가 송서윤을 부르는 호칭이 바뀌었음을 깨달았다. 예전에는 그들에게 서윤이라 불렀지만 이제는 내 아내였다.송서윤은 주방 아일랜드 식탁에 앉아 새우 내장을 고르며 웅얼거리고 있었다. “새우 똥이에요. 세균이 많아서 많이 먹으면 배탈 나요.”그녀는 이쑤시개를 들고 내장을 찌르고 있었지만 내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의 손등에 자국만 남았다. 게다가 새우들은 제멋대로 펄떡거리며 그녀의 손을 찔러댔다.심건모는 새우와 씨름하는 송서윤을 바라보다가 아예 접시째 빼앗아 유 집사에게 넘겨버렸다. 그리고 송서윤을 욕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심건모는 그녀의 손을 잡아 수돗물 아래 대고 핸드워시를 두어 방울 짠 뒤 부드럽게 문질러 닦아주었다.“너의 모습 그대로가 내 아내의 모습이야.”“남들 따라 할 필요 없어.”심건모의 시선은 줄곧 송서윤의 손에 머물러 있었다.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깊은 확신이 담겨 있었다.송서윤은 거울 속의 심건모를 바라보며 그의 팔에 뺨을 비비며 기댔다. “네.”송서윤은 순종적이었다. 심건모는 거울을 통해 그녀를 응시했다. 남들은 나쁜 짓을 하고 나서 착한 척을 하지만 그녀는 나쁜 짓을 저지르기 전 준비 단계로 착한 척을 하곤 했다.집을 나설 때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송서윤은 심건모와 헤어지고 이리안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준 뒤 고하준의 학교에 결석 신청서를 내고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아빠, 좀 어때요?”고하준은 고모인 고영은의 전화를 받고 이곳에 왔다. 고영훈을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어 어쩔 수가 없었다. 고영훈은 고하준을 끌어안으며 나지막이 답했다. “괜찮아.”송서윤은 고영훈을 향해 걸어갔다. 머릿속에서는 세 식구가 행복했던 시간들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고영훈은 송서윤의 아름다운 눈과 마주쳤다. 송서윤이 평온한 얼굴로 다가오는 것을 보자 그의 심장은 억누를 수 없을 만큼 요동치기 시작했다.송서윤이 고하준을 데리고 그를 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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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기자들과 수행원들은 복도 끝에서 제훈에게 가로막혀 있었다. 하지만 꼭 말 안 듣는 기자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들은 복도 반대편을 향해 연신 카메라를 눌러댔다.송서윤은 두 손으로 심건모의 가슴팍을 밀어내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어쩐 일이에요?”“너는?”심건모는 송서윤의 흐트러진 긴 머리를 다정하게 쓸어 넘겼다. 송서윤은 급히 그의 손을 붙잡았다가 긴장한 듯 이내 다시 놓았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곧바로 심건모의 손아귀에 꽉 붙잡혔다. 저편에서 기자들이 계속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다. 그야말로 대중의 눈길이 일제히 쏠린 장소였다.“하준이가 아빠 보러 오겠다고 해서 같이 따라온 거예요.”심건모는 송서윤을 깊게 응시했다. 그녀에게선 티끌만큼의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심건모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송서윤은 손을 빼내어 등 뒤로 감췄다. “나중에 보안 센터에 가야 해요. 거기 있는 방대한 슈퍼컴퓨터를 빌려서 내 지뢰 찾기 시스템을 복구해야 하거든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심건모는 송서윤을 껴안으며 등 뒤로 숨긴 그녀의 손을 단단히 잡았다. 송서윤은 기자들 쪽을 바라보다가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에 당황했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음을 직감한 그녀는 아예 얼굴을 심건모의 품에 묻어버렸다.“난 환자들을 위문하러 온 거야.” 심건모는 송서윤의 샴푸 향기를 맡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일 봐요. 난 금방 갈 거니까.”심건모가 미동도 하지 않자 송서윤은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몸을 굽혀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송서윤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안 돼요! 국장님, 안 된다고요.”“이미지 관리해야죠!”화가 난 송서윤의 얼굴은 생기가 넘치다 못해 매혹적이었다. 심건모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더니 그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그때 제훈이 다가왔다. “기자 여러분, 심 국장님과 사모님 기념사진 한 장 찍어주시죠.”심건모는 한 걸음 물러나 제훈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그는 고영훈의 곁으로 다가가 멈춰 섰다. 그리고 고영훈의 도발적인 눈빛을 정면으로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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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심건모가 보안 센터에 나타났을 때 그곳 사람들은 모두 송서윤이 심거모의 아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함께 학교에 갔고 심건모는 송서윤의 회사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지금 그는 그녀에게 요구하고 있었다. 그의 아내로서 대중 앞에 서달라고.심건모는 한 걸음씩 송서윤의 삶으로 파고들어 오는 것만 같았다. 송서윤의 결심이 심건모에 의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심건모가 그녀를 무너뜨리는 걸까? 아니, 이혼 합의서는 이미 제훈에 의해 찢겨 나갔다. 심건모는 송서윤이 선거 기간이 끝나면 떠나려 한다는 사실을 알 리가 없다. 그는 그녀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연스럽게 그녀와 함께 살아가고 싶을 뿐이었다.정말 마음 편히 심건모의 곁에 서 있어도 되는 걸까. 송서윤은 이정희와 했던 약속을 잊지 않았다. 그녀는 결국 심건모를 떠나야만 한다. 14일 뒤에는...송서윤이 심건모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기대로 가득 찬 고하준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제훈이 송서윤의 시선을 따라가며 넌지시 말했다.“하준이랑 사진 찍은 지 얼마나 됐죠? 하준이가 벌써 사모님 키만큼 컸네요.”그러고 보니 예전 핸드폰은 차 바퀴에 깔려 박살이 났었다. 지금 그녀의 핸드폰에는 고하준의 사진은 없고 이리안의 사진뿐이었다.“엄마?” 고하준이 송서윤을 불렀다.송서윤은 문득 고하준이 처음 엄마라고 불렀던 순간을 떠올렸다. 고하준은 순수하고 여렸으며 그녀를 필요로 했다. 송서윤이 고영훈과 결혼했을 때 그녀는 혼자였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이 오직 가슴속 가득한 사랑 하나로 용감하게 결혼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였었다. 그런 그녀에게 고하준의 탄생은 유일한 위안이었다. 이혜정이 그녀를 사랑했던 것처럼 그녀 역시 고하준을 그토록 사랑했었다.송서윤은 고하준에게 다가가 고영훈의 손을 내리눌렀다.“놔. 하준이 괴롭히지 말고.”송서윤은 고하준을 보호해야 했다. 그를 버려두어서는 안 됐다.고영훈은 놀란 눈으로 송서윤을 바라보았다. 송서윤의 눈엔 사랑도 증오도 그 무엇도 남아 있지 않았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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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고영훈 씨, 정말 송서윤 씨를 사랑한다면 붙잡을 게 아니라 보내줘야죠. 송서윤 씨가 심 국장님과 있을 때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정말 느껴지지 않는 겁니까?”고영훈의 시선은 송서윤의 가녀린 뒷모습과 이따금 심건모를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에 고정되었다. 송서윤은 긴장하고 있었지만 웃고 있었다. 심건모를 바라볼 때 미세하게 떨리는 그녀의 눈동자, 그것은 그녀가 설렐 때만 짓는 표정이었다.고영훈은 송서윤을 너무나 잘 알았다. 송서윤은 정말 심건모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자 고영훈의 심장은 갈기갈기 찢기는 듯 아팠다.‘아니야, 서윤이는 곧 심건모를 잊을 거야. 내 곁으로 돌아와야만 안전하고 평온해질 수 있어.’제훈은 한숨을 내쉬었다. “심 국장님이 지금까지 고영훈 씨를 제대로 상대하지 않은 건 순전히 송서윤 씨의 마음을 배려해서였어요. 하지만 언젠가 국장님께 마음의 변화가 생기는 날이 오면...”고영훈은 지금 자신이 무엇을 마주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제훈을 비롯한 이들은 심건모를 위해 일하는 동시에 그의 철저한 보호를 받는다. 심건모는 결코 자기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하게 내버려두는 인물이 아니었다. 부하 직원들에게도 이런데 송서윤은 오죽할까.고영훈이 송서윤에게 준 상처가 깊기에 심건모가 그를 그냥 내버려둘 리 없었다. 제훈은 심건모가 고영훈 따위에게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제훈이 발걸음을 옮겼을 때 고영훈은 그 자리에 완전히 굳어버린 채 서 있었다. 사실 이미 알고 있었다. 그저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심건모는 송서윤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 마음은 고영훈이 눈치채기도 전부터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고영훈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다 돌연 그의 어두운 눈동자에서 생기가 빠져나갔다. 그는 버티지 못하고 벽에 몸을 기댔다.해맑게 웃는 아이의 얼굴이 보였다. 고하준이 이리안을 안아 심건모에게 건네주고 있었다. 조금 전 자신이 했던 말들이 부메랑이 되어 뺨을 거세게 내리치는 기분이었다.아내와 자식들을 대신 보살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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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두 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심건모는 고하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하준아, 내 사무실 구경하러 갈래?”고하준이 송서윤의 눈치를 살폈다. “엄마, 저 정부 청사 한 번도 안 가봤어요. 반차 냈으니까 시간도 좀 남고요.”심건모가 송서윤을 빤히 쳐다보며 거들었다. “아이랑 시간을 좀 더 보내라면서?”이리안은 고하준의 다리에 매달려 훼방을 놓았다. “재미없어요! 오빠, 아빠 사무실엔 아무것도 없단 말이에요! 난 유치원 갈래요!”이리안의 작은 입은 제훈이 건넨 막대사탕으로 막혔고 그대로 제훈의 품에 안겨 멀어졌다.“엄마?” 고하준이 나지막이 불렀다.송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아빠한테 말씀드리고 금방 올게요.” 고하준이 뒤를 돌아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고하준이 병실 안으로 들어선 찰나, 고영훈이 고하준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너는 내 아들이야! 네 성은 고 씨라고!”고하준은 얼얼한 뺨을 감싸 쥔 채 눈물을 쏟았다. 고하준은 단 한 번도 고영훈에게 반항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고영훈은 결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산이었고 무엇보다 유능하고 모두가 두려워하는 존재였기에 어릴 적부터 그를 숭배해 왔다.하지만 이제 고하준은 오직 송서윤을 지키고 싶을 뿐이었다.고하준은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진지하게 말했다.“아빠, 부탁이에요. 제발 엄마를 더는 아프게 하지 마세요.”“왜 엄마 기억을 잃게 만든 거예요? 엄마가 얼마나 슬퍼했는지 아세요? 엄마는 소영 이모를 붙잡고 두 시간이나 울었어요. 눈물이 다 말라버릴 정도로요.”“엄마는 아빠랑 연수 이모 일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아빠 곁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아요. 엄마는 아빠를 사랑하지 않아요. 이제 아빠가 필요 없대요.”“엄마가 소영 이모한테 아빠에 대한 기억을 없애달라고 했어요. 아빠를 잊어버리겠대요.”“아빠, 제발 더는 잘못된 길로 가지 마세요. 만약 아빠가 또 엄마를 다치게 한다면 저도 아빠로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고하준은 고영훈의 마음이 흔들리기를, 자신을 소중히 여겨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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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하지만 심건모는 알지 못했다.만약 그때, 이혜정이 심건모 때문에 고영훈과의 혼사를 반대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그가 어찌 송서윤을 보내주었겠는가.심건모는 송서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당혹감을 억눌렀다. 그의 목소리는 안개처럼 공허하게 흩어졌다. 머릿속에서는 당시의 기억들이 거세게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무언가 단서를 잡으려 애썼지만 아무것도 없었다.이혜정은 심건모에게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았으니까.“당시 두 분이 특별히 나누신 말씀이라도 있었나요?” 송서윤은 심건모를 바라보며 물었다.심건모가 기억을 더듬었다. “어머니께서 네가 아주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니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고 하셨어. 그러니 반드시 돌아와서 너를 데려가 달라고 하셨지.”“아, 그런 거였구나. 난 또...”송서윤이 말을 멈췄다.“또 뭐?” 심건모가 되물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송서윤은 심건모의 품에 살며시 기대었다.그녀는 심건모 역시 이혜정이 선택한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혜정은 그저 송서윤이 강해지길 바라셨던 것이다. 심건모라면 그녀를 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으니까.심건모를 사위로서 마음에 두신 건 아니었나 보다.이혜정은 심건모를 딱 한 번 봤을 뿐이다. 반면 고영훈은 아주 오랫동안 지켜보았다.그렇다면 심건모는...심건모가 당시 송서윤을 좋아했을 리가 있을까?그때 송서윤은 고작 열여섯 살이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였다. 심건모는 나이가 많지 않았음에도 이미 모두의 존경을 받고 수많은 수행원을 거느린 국장님이었다. 그 시절 두 사람은 고작 세 번 만났을 뿐이다.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마저도 무척이나 서둘렀던 만남이었다. 심건모는 차 안에 앉아 있었고 송서윤은 차창 밖에 서 있었다. 그는 그녀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때 송서윤은 이혜정이 거절하는 바람에 심건모가 화가 난 줄로만 알았다. 그 일로 송서윤은 이혜정과 꽤 오랫동안 냉전을 벌였다.그 후 이혜정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었다. 송서윤은 그제야 이혜정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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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하지만 송서윤은 고영훈도 사랑했었다.훗날, 고영훈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라이브 방송으로 송서윤에게 청혼했을 때 그녀는 기쁨에 젖어 하루라도 빨리 고영훈에게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돌아가 그와 결혼했다.하지만 다행히도 그때 이혜정의 말을 듣고 심건모를 따라 2년 동안 떠나있었던 덕분에 심건모가 나중에 송서윤을 다시 데리러 올 수 있었다.송서윤은 심건모를 바라보았다. “국장님도 우리 엄마가 데려다준 사람이나 다름없네요.”“만약 그때 엄마가 국장님을 따라가라고 고집부리지 않으셨다면 난 아마 지금까지도 고영훈이 만든 감옥에 갇혀 있었을지 몰라요.”“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여보.”송서윤은 심건모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녀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가장 걱정하던 일이 결국 일어나고야 말았다. 그녀는 점점 심건모를 떠나보내기 싫어졌다. 하지만 심건모의 빛나는 인생이 그녀 때문에 일그러져서는 안 된다. 심건모는 자신의 아이도 아닌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도 되는 사람이 아니다.송서윤은 심건모를 밀어내고 떠나야만 했다.심건모는 송서윤을 꽉 끌어안았다. 가슴속에 일어난 파동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모두가 잠든 깊은 밤, 심건모는 컴퓨터 부서의 CCTV 화면을 지켜보곤 했다. 노트북 앞에서 밤을 꼬박 새우며 때로는 흥분하여 벌떡 일어나 나직이 소리를 지르고 때로는 미간을 찌푸리며 깊은 생각에 빠져 있던 송서윤. 그때 그녀는 스무 살도 채 되지 않은 아이였다.심건모는 송서윤을 지켜보며 그녀에게 빠져들었고 미치도록 탐냈으나 감히 움직이지는 못했다.첫 만남 당시, 심건모는 이혜정이 곧 세상을 떠날 줄도, 그녀를 열여덟에 시집보내려 한다는 사실도 몰랐다. 그는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이혜정은 죽기 직전, 하나 밖에 없는 딸아이를 단 한 번 본 적 있는 심건모에게 직접 맡겼던 것이다. 그 자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심건모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이제 송서윤은 심건모의 품에 안겨 고맙다고 말하고 있다.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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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엄마는 오빠 데리고 가요. 오빠는 아빠가 필요 없다고 하지만 난 우리 아빠가 필요하단 말이에요.”“오빠는 엄마를 선택했으니까 난 아빠를 선택할래요.”송서윤은 당혹스러운 눈으로 이리안을 바라보았다. 심건모가 이리안에게 무슨 말이라도 한 걸까? 이리안은 송서윤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는 다시 목을 끌어안으며 어리광을 부렸다.“엄마, 나 보러 와야 해요. 알았죠?”이리안의 목소리는 달콤하고 애틋했다. “엄마 보고 싶어서 잠도 안 올 거예요.”이리안은 작은 얼굴을 송서윤의 목덜미에 비비며 속삭였다. “엄마, 아빠 버리지 마요. 네? 나도 오빠처럼 아빠 없는 아이가 되기 싫단 말이에요.”송서윤에게선 부드럽고 향기로운 냄새가 풍겨나왔다. 송서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이리안의 귓가에 대고 달래듯 읊조렸다.“미안해. 정말 미안해. 리안아, 이후에 크면 이해하게 될 거야.”송서윤은 이리안을 심건모 곁에 남겨둘 수 없었다. 그것만큼은 허락되지 않는 일이었다. 송서윤은 이리안을 안고 심건모의 휴게실로 돌아갔다. 그곳에선 심건모와 고하준이 장기를 두고 있었다. 심건모는 정말 못 하는 게 없는 남자였다.“사진 뽑아 왔습니다.” 하은이 들어오다 그 광경을 목격했다.송서윤은 심건모의 뒤에 서 있었고 그의 어깨에 얹은 그녀의 손은 심건모의 커다란 손에 붙잡혀 있었다. 심건모는 틈틈이 고개를 돌려 그녀와 대화를 나누었다. 송서윤이 몸을 굽혀 그를 바라보자 그는 그녀의 흩어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마주 보는 두 사람의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고 송서윤의 두 뺨에는 옅은 홍조가 감돌았다.“하은 이모.”이리안의 목소리에 하은은 정신을 차렸다. 하은은 이리안에게 사진을 건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리안은 사진을 보더니 심건모와 송서윤을 돌아보며 투덜거렸다.“나 너무 못생겼어요. 난 왜 아빠를 안 닮았어요?”순식간에 정적이 흘렀다. 이리안을 제외하고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리안이 심건모의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고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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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병원 침실, 동건우는 침대에 앉아 사과를 깎고 있었다.“정말이야?”“내가 원하는 건 송서윤의 얼굴을 망가뜨리는 정도가 아니야. 목숨까지 거두고 싶어.” 전화기 너머 하은이 잠시 침묵했다.“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거야?” 동건우가 다시 물었다.“도련님이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목숨을 뺏든 뭐든 마음대로 해요!”“내 소식 기다려!”안경 너머 동건우의 검은 눈동자가 차갑게 식었다. 과일칼에 힘이 실리며 사과가 단번에 잘려 나갔고 사과는 두 조각으로 갈라져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모녀가 어찌 이리 안목이 형편없단 말인가. 고영훈은 최악이었고 심건모는 그나마 좀 나을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었다.그때 동봉우가 아내와 함께 들어왔다.“누가 우리 아들을 이렇게 화나게 했을까?” 김미령은 바닥에 떨어진 사과 조각을 주워 쓰레기통에 던졌다.“아무것도 아니에요.”동건우는 부드럽게 말했다. “어머니, 아버지랑은 어쩐 일로 오셨어요?”“네가 목에 화상을 입었는데 내가 어떻게 마음이 놓이겠니.” 김미령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일이든 네가 직접 나서지 마라. 내가 너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알잖니.”햇빛에 비친 동건우의 안경 렌즈가 번뜩였다. “알고 있어요. 걱정 끼쳐 드려 죄송해요.”“심씨 가문의 여진이랑은 어떻게 돼가니?”“잘 지내고 있어요.” 동건우가 답했다.“그래야지. 심건모가 곧 취임하니 기회를 잡아야 해.” 김미령은 다시 긴 한숨을 내쉬었다. “네 형 두 놈은 도통 미덥지 못하니 아버지랑 내 노후는 오직 너한테 걸 수밖에 없어. 아버지의 모든 것도 네 것이 될 거야. 알겠니? 아들아.”동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짧은 대화를 나눈 뒤 그들을 배웅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자신이 다섯 살이 되기 전 김미령의 모습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그녀는 쉼 없이 채찍을 휘둘러 이혜정을 체벌하던 여자였다. 그 이후로 김미령이 베푼 모든 호의는 동건우에게 그저 위선에 불과했다.동건우는 이혜정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30년을 죽은 듯 참아왔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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