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심건모는 고하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하준아, 내 사무실 구경하러 갈래?”고하준이 송서윤의 눈치를 살폈다. “엄마, 저 정부 청사 한 번도 안 가봤어요. 반차 냈으니까 시간도 좀 남고요.”심건모가 송서윤을 빤히 쳐다보며 거들었다. “아이랑 시간을 좀 더 보내라면서?”이리안은 고하준의 다리에 매달려 훼방을 놓았다. “재미없어요! 오빠, 아빠 사무실엔 아무것도 없단 말이에요! 난 유치원 갈래요!”이리안의 작은 입은 제훈이 건넨 막대사탕으로 막혔고 그대로 제훈의 품에 안겨 멀어졌다.“엄마?” 고하준이 나지막이 불렀다.송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아빠한테 말씀드리고 금방 올게요.” 고하준이 뒤를 돌아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고하준이 병실 안으로 들어선 찰나, 고영훈이 고하준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너는 내 아들이야! 네 성은 고 씨라고!”고하준은 얼얼한 뺨을 감싸 쥔 채 눈물을 쏟았다. 고하준은 단 한 번도 고영훈에게 반항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고영훈은 결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산이었고 무엇보다 유능하고 모두가 두려워하는 존재였기에 어릴 적부터 그를 숭배해 왔다.하지만 이제 고하준은 오직 송서윤을 지키고 싶을 뿐이었다.고하준은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진지하게 말했다.“아빠, 부탁이에요. 제발 엄마를 더는 아프게 하지 마세요.”“왜 엄마 기억을 잃게 만든 거예요? 엄마가 얼마나 슬퍼했는지 아세요? 엄마는 소영 이모를 붙잡고 두 시간이나 울었어요. 눈물이 다 말라버릴 정도로요.”“엄마는 아빠랑 연수 이모 일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아빠 곁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아요. 엄마는 아빠를 사랑하지 않아요. 이제 아빠가 필요 없대요.”“엄마가 소영 이모한테 아빠에 대한 기억을 없애달라고 했어요. 아빠를 잊어버리겠대요.”“아빠, 제발 더는 잘못된 길로 가지 마세요. 만약 아빠가 또 엄마를 다치게 한다면 저도 아빠로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고하준은 고영훈의 마음이 흔들리기를, 자신을 소중히 여겨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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