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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

제551화

송서윤이 떠난 뒤 심건모는 사람을 시켜 CCTV를 확인했었다. 그녀가 문 앞에 서 있을 때 그는 노정안과 통화 중이었다. 그녀는 무엇을 들었을까?“바빠 보여서 방해될까 봐요.”송서윤은 심건모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그의 힘찬 심장 박동 소리를 들었다. 심건모는 송서윤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너라면 난 언제든 시간 있어.”다행히 심장 실험실에 관한 이야기는 듣지 못한 모양이다. 송서윤은 마음에 담아둔 것을 잘 숨기지 못하는 성격이다. 심건모는 송서윤이 그 사실을 알길 원치 않았다. 3D 프린팅 심장은 아직 성과가 없었기에 섣부른 희망을 주었다가 실망만 안겨줄까 두려웠다. 그는 그저 그녀가 아무 걱정 없이 지내길 바랐다.“며칠 병원에 입원해야 해.”“그동안 혁진이가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질 거야.”“내 전우니까 나를 믿는 것처럼 믿어도 돼.”심건모는 송서윤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그녀의 어두운 표정을 본 그는 달래듯 말했다. “걱정하지 마. 곧 끝날 일이니까.”송서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심건모를 껴안았다. “오늘 고영훈과 만난 건 협력 프로젝트 때문이었어요.”심건모의 마음 한구석에 따스한 온기가 퍼졌다. “응.”송서윤이 병실을 나오자 제훈과 조민이 서류 더미를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구혁진은 무슨 말을 하는지 심여진을 크게 웃게 만들었다. 심여진에겐 조금 전 서글펐던 기색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송서윤을 발견하자 심여진은 웃느라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언니, 카페 가서 좀 앉을까요?”송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심여진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전과 확실히 달라졌음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병원 1층 카페.두 사람이 마주 보고 앉았을 때,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송서윤 곁에 드리워졌다. 커다란 손이 송서윤 앞의 커피잔을 만져보더니 사진까지 한 장 찍었다. 두 사람이 옆을 쳐다보자 구혁진은 그들의 시선 따위 상관없다는 듯 휴대폰에 대고 말했다.[네 와이프 커피 취향이 너랑 똑같네.][시럽 안 넣은 블랙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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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2화

“리안이한테도 불공평해요!” “어젯밤에 제가 영훈 오빠 데리고 빌라로 아이들 보러 갔었거든요. 그런데 리안이가 자기 아빠를 때리더라고요. 세숫대야를 머리에 씌우고 두드리는 것도 모자라 물총으로 영훈 오빠 눈을 쐈어요.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아세요?”송서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 동의도 없이 고영훈을 우리 집에 데려갔단 말이에요?”“아가씨 정말 너무하네요.”심여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이 잘못했다는 건 알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아빠와 딸을 못 만나게 하는 언니가 더 너무하죠.”“고영훈은 리안이 아빠가 아니에요.” 송서윤은 잠시 말을 멈췄다.“언니, 제발 자기 합리화 좀 그만하세요!” 심여진은 목소리를 높였다.“저 이미 부모님께 확인했어요. 리안이는 우리 오빠 아이가 아니라 영훈 오빠 아이라는 거요.”“고영훈도 그렇게 확신한대요?”“네.”“고영훈이 내 딸한테 무슨 말을 했어요?” 송서윤의 머릿속에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쉴 새 없이 밀려왔다. 그녀는 억지로 감정을 누르며 치맛자락을 움켜쥐었다.“영훈 오빠는 그저 리안이랑 하준이를 보고 싶어 했을 뿐이에요.”“오빠는 아무 잘못도 안 했다고요.”“그런데 오빠랑 하준이한테 쫓겨나다시피 빌라에서 나왔어요.”“리안이는 아예 알아보지도 못하고요.”“오빠가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아세요?”“빌라에서 나와서 길가에 쓰러지기까지 했다고요.” 심여진은 고영훈의 고통을 대변했다.송서윤은 그 누구에게도 이 상처를 드러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가해자는 피해자로 둔갑해 동정을 받고 있었다. 그렇다면 진짜 피해자는 누구란 말인가?송서윤의 눈에서 차가운 눈물이 굴러떨어졌다.심여진은 멍해졌다.“고통스러운 기억을 다 잊었다고 생각했어요. 오늘 아침 이산 그룹에서 고영훈을 만났을 때, 심지어 아무런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상처라는 건 결코 쉽게 잊히는 게 아니었네요.”“아가씨, 고영훈은 살인자예요.”“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내가 리안이를 가졌을 때,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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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3화

하지만 고영훈의 순애보가 마냥 가짜인 것은 아니었다.그는 송서윤을 찾기 위해 온갖 고초를 겪었고 타지에서 객사할 뻔한 위기까지 넘겼다. 그 후 그 어떤 여자도 고영훈의 마음속에 들어오지 못했다. 송서윤이 그의 마음속에 단단히 자리잡고 있어 조금의 틈도 생기지 않았으니 말이다.방탕한 생활을 청산하고 돌아온 고영훈은 일편단심 한 여자만 바라보는 멋진 남자가 되어 있었다. 심여진은 그런 그가 이전보다 훨씬 더 나은 사람으로 변했다고 생각했다.이 남자는 매력적인 외모와 성격은 물론이고 사랑을 위해서라면 자존심도 생명도 그 무엇이든 버리는 순애보까지 갖고 있었다.사랑 앞에 무릎 꿇고 진흙탕 속까지 뒹굴 정도로 비굴해질 줄 아는 남자.심여진의 마음속에서 고영훈의 엇나간 행동들은 그저 송서윤을 향한 지극한 사랑일 뿐이었다.그런데 그 뒤에 이런 진실이 숨겨져 있을 줄이야.심여진은 이제 고영훈이 어떤 희생을 치르든, 얼마나 큰 벌을 받든 전부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속에서 곱게 그려 놓았던 고영훈의 형상은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다.송서윤이 카페를 나섰을 때 밖에는 보슬보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문득 그녀의 머릿속에 심건모가 떠올랐다.“비 맞지 마.”송서윤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담담한 눈매의 심건모가 서 있었다.검은색 비옷을 입은 그는 손에 검은 우산을 쥐고 있었다.송서윤은 망설임 없이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어떻게 나왔어요? 중독된 척 연기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녀는 심건모를 꽉 껴안으며 얼굴을 비볐다. 목소리에는 여전히 울먹거림이 남아 있었다.심건모는 한 손으로 송서윤을 받쳐 안으며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리안이는 내 딸이야.”“누구도 뺏어갈 수 없어.”심건모의 시선이 멀리서 휴대폰을 흔들고 있는 구혁진과 마주쳤다.구혁진은 계속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입 모양으로 외치고 있었다.“선비인 척할 필요 없어! 빈틈을 타서 몰아붙이라고!”심건모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송서윤을 번쩍 들어 올렸다. 우산이 바닥으로 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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