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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1화

송서윤은 심건모의 품에 안긴 채 그의 뜨거운 열기를 느꼈다.송서윤이 거부하며 뒤로 물러나자 심건모도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녀가 당황하여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심건모는 이미 소파까지 물러나 자리에 앉아 있었다.‘왜?’‘분명히...’송서윤은 시선이 심건모의 바지에 머물렀다가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며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실크 롱 드레스를 입고 서 있는 그녀의 하얀 쇄골과 어깨, 종아리와 가느다란 팔 위로 분홍빛 홍조가 번졌다. 작은 얼굴의 양 볼은 노을처럼 붉게 물들었다.송서윤이 얼굴이 붉어져 그의 시선을 피하자 심건모가 입을 열었다.“이쪽으로 와.”심건모의 목소리는 아주 낮고 부드러웠다. 마치 겁먹은 새가 날아가 버릴까 봐 조심스러워하는 듯했다. 송서윤은 고개를 들어 심건모를 바라보았다. 심건모는 아이를 멀리 보내고 별장을 비웠다. 송서윤을 원하는 의도가 명확했다. 하지만 그는 기다리고 있었다. 송서윤이 마음을 정하기를, 송서윤 역시 그를 원하기를.송서윤은 심건모의 무심한 눈동자를 바라보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찬물을 끼얹은 듯 심장이 시려왔고 사방에서 바람이 새어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심건모는 송서윤이 아무리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는 바람 그 자체였다.송서윤이 뒷걸음질 치는 것을 보자 심건모의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평소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던 그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어두운 슬픔이 서려 있었다. 그 상처 입은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송서윤은 마음이 무거워졌다.심건모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일찍 쉬어.”심건모는 문밖을 향해 걸어가 문고리를 잡았다. 송서윤은 그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며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이내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결국 그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송서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심건모는 몸을 돌려 그녀에게 다가왔다. 심건모는 허리를 숙여 그녀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침대 위에 눕혔다. 그리고 눈가에 맺힌 눈물을 입술로 닦아내며 낮은 목소리로 달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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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심건모는 송서윤의 귓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말 잘 들어야 해.”“비 맞지 말고.”“나한테 숨기는 일도 없어야 하고.”송서윤은 작은 손으로 심건모의 셔츠 깃을 꽉 움켜쥐었다. 송서윤은 눈물을 머금은 채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심건모의 무심했던 눈동자에 묘한 감정의 파동이 일렁였다.‘거짓말쟁이.'‘온갖 공을 다 들여야 하는군.'갑자기 송서윤이 먼저 입을 맞춰오자 심건모는 더 이상 자신을 억제할 수 없었다....얼마나 지났을까.심건모는 송서윤을 다시 씻긴 뒤 품에 안았다. 커다란 손이 그녀의 허리 뒤쪽부터 아랫배, 그리고 허벅지까지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송서윤은 심건모의 품 안에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는 그녀를 꼭 껴안은 채 머리카락 위로 입을 맞추며 귓가에 나직이 읊조렸다.“여보, 이제 다시는 도망치지 마.”“또 도망치면 내 마음이 정말 무너질 것 같아.”심건모는 송서윤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앵두 같은 입술에 뽀뽀를 한 뒤 나직이 탄식했다.“네가 연약한 건 알았지만 어쩜 이렇게까지 연약할까.”심건모의 열정은 이제 막 시작되려는데 송서윤은 벌써 끝내고 싶어 했다. 심건모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음에도 송서윤은 지쳐서 잠이 들어버렸다. 그때, 심건모의 귀에 별장 밖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아쉽지만 이제는 놓아주어야 할 시간이었다. 심건모는 송서윤을 잘 눕혀준 뒤 방을 나섰다.별장 입구로 나간 심건모는 송서윤의 아이들이자 자신의 아이들을 맞이했다.“재미있었어?”심건모는 이리안을 번쩍 안아 올리고 고하준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아이들은 방금 보고 온 영화 이야기를 생생하게 늘어놓았다....송서윤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이미 다음 날이었다. 그녀는 침대에서 내려왔지만 예상했던 근육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욕실로 걸어 들어갔을 때 쓰레기통 안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어젯밤 몸소 느꼈던 그의 뜨거움이 아니었다면 모든 것이 꿈이었다고 의심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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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심건모는 송서윤을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세면대 위에 꽃을 내려놓은 그는 한쪽 팔로 송서윤의 허리를 감싸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머리를 감싸며 그녀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팍에 묻었다. 심건모는 이 순간을 수만 번도 더 상상해 왔다는 듯 송서윤의 귓가에 끊임없이 속삭였다.심건모는 아이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정말로 좋아하는 건 오직 송서윤뿐이었다.심건모는 고개를 숙여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어젯밤에 어디 다치지는 않았고?”송서윤은 심건모의 다정함을 견뎌낼 재간이 없었다. 마음이 무너져 내릴 것 같으면서도 차마 그러지 못했다. 그녀는 작은 손으로 그의 셔츠 깃을 움켜쥐었다. 심건모가 그녀의 얼굴을 받쳐 들자 송서윤은 긴장한 그의 눈동자와 마주했다.심건모는 적절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송서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했다. 바로 지금처럼.“어디 다쳤어?”심건모가 초조한 얼굴로 묻자 송서윤은 그저 고개를 가로저었다. 심건모는 송서윤이 자신에게 이토록 한없이 약해진다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했다.“너무 많이 울면 몸 상해.”심건모는 송서윤의 눈가에 입을 맞추며 맺힌 눈물방울을 닦아내었다.그때 송서윤이 갑자기 까치발을 들고 심건모의 입술에 먼저 입을 맞췄다. 심건모는 표정이 굳어지며 담담했던 눈동자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지만 그저 그녀에게 짧은 입맞춤만 전했다.심건모는 속으로 못된 장난을 꾸미듯 중얼거렸다.‘여보... 이번에는 또 어디로 도망치려나.'...하은은 밤새 공포에 떨며 시간을 보냈다. 동건우가 총구를 겨누었던 기억이 생생했고 경찰이 자신을 추적할까 봐 전전긍긍했다. 밖이 잠잠해진 것을 확인하고서야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그리고 돌아오자마자 이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복도 끝에 서 있던 하은은 욕실 문 앞에서 송서윤에게 입을 맞추고 있는 심건모를 보았다. 심건모는 인기척을 느끼자마자 송서윤을 품에 안고 몸을 틀어 그녀를 가린 채 열린 문쪽을 보았다. 하은과 시선이 마주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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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하은은 휴대폰을 집어넣으며 다가오는 송서윤을 정면으로 응시했다.“하은 씨, 몸은 좀 괜찮아요?”하은은 자신이 내세웠던 휴가 핑계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모님.”‘사모님?'송서윤은 의아했다. 왜 갑자기 다들 사모님이라 부르는 걸까? 제훈도 그랬다. 심건모와 혼인 신고를 한 뒤에도 쭉 송서윤 씨라고 불렀는데 이제 와서 사모님이라니.“하은 씨, 별일 없다니 다행이에요. 그런데 어젯밤에 나 보자고 한 건 무슨 할 말이 있어서였어요?”송서윤이 물었다.하은은 송서윤의 순수한 눈동자를 바라보며 자신의 발치에 쓰러졌던 동건우를 떠올렸다. 왜 모두가 송서윤에게만 잘해주는 걸까? 동건우는 심지어 송서윤을 위해 목숨까지 버렸다. 그런데 송서윤은 아무것도 모른다. 하은은 그 일 때문에 밤새 악몽에 시달리며 잠 한숨 못 잤는데.송서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이렇게 평온하게 심건모의 보호와 사랑을 받아서는 안 된다. 송서윤이 지옥으로 떨어져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하은은 송서윤에게 다가가 그녀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며 입을 열었다.“심 국장님께 아주 가까운 여사친이 한 분 계세요.”“여사친이요?”송서윤의 평온하던 눈동자가 미세하게 아래로 떨어졌다. 두 손을 초조하게 맞잡아 비틀고는 아주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알고 지낸 지 오래된 분인가요?”“네. 한 5, 6년 됐을 거예요. 국장님이 매년 보러 가시거든요.”하은은 송서윤의 얼굴에 슬픔이 서리는 것을 보고는 휴대폰 잠금을 해제해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사진 속 사람이에요.”송서윤의 시선이 사진 속 심건모 곁에 서 있는 여인에게 닿았다. 화사하고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에 큰 키를 가진 그녀는 애정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심건모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진 속 심건모 역시 그녀와 시선을 맞추며 미소를 머금고 있었고 그의 손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팔 위에 놓여 있었다.“그저 과거에 불과한 일이에요. 어쨌든 국장님이 마지막으로 선택해 결혼한 사람은 사모님이니까요.” 하은이 담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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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심건모는 그저 책임감 때문에 잘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내가 누가 되었든 그는 똑같이 대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마음은 어쩌면 이미 오래전에 다른 여자에게 주었을지도 모른다.송서윤은 미소 띤 얼굴로 이리안과 고하준을 학교에 들여보낸 뒤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핸들에 엎드려 억지로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이제 12일 남았다. 하지만 그녀는 벌써 버티기가 힘겨워지고 있었다....오전 회의를 마친 심건모에게 고하준의 전화가 걸려 왔다. “오늘 아침에 엄마가 울었다고? 아마 외할머니가 많이 보고 싶으셔서 그럴 거야. 곧 기일이 다가오거든.”“그럼 착하게 굴면서 엄마 화나게 하지 말아야겠네요?” 심건모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하준아, 그냥 평소처럼 해. 네가 너무 착하게 굴면 엄마가 오히려 더 긴장하실지도 몰라.”“네. 제가 잘 챙겨드릴게요.”심건모는 통화를 마쳤다. 눈가에 머물던 미소는 채 입가에 닿기도 전에 사라졌다. 그는 제훈을 바라보며 물었다.“감식반에서 결과가 나왔어?”“사진 속 어린 소년은 동건우가 맞습니다.” 제훈이 보고했다. “하지만 30년 전 건물이라 대규모 재개발이 진행되어 정확히 어디서 찍은 사진인지 찾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계속 분석 중입니다. 동건우의 행방도 여전히 추적 중이고요.”“수고했어.”심건모는 덤덤하게 제훈이 내민 서류를 받아 들었다. 제훈은 내심 기뻐하며 다음 주제를 시작했다.오늘은 새로운 시작의 날이었다. 심건모는 아직 정식 취임 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고위 간부진의 대열에 합류하여 귀빈을 맞이하고 협력 포럼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는 눈부시게 빛났고 그 자리에 원래 있었던 사람처럼 여유롭고 담담했다. 제훈은 벅찬 감동을 느꼈다. 제훈은 그 누구도, 설령 하은이라 할지라도 심건모의 앞길을 가로막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생각이었다....송서윤은 학교를 떠나 동사무소에 들러 고하준과 이리안의 여권을 신청했다. 그러고 나서 회사로 돌아왔다. 회사 맞은편에 새로 문을 연 악기점에서 세련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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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송서윤은 나중에야 깨달았다.고영훈 역시 한때 상처투성이였다는 것을. 당시의 송서윤과 다를 바 없었다.하지만 고영훈은 자라나면서 결국 그의 아버지인 고훈을 닮아가고 말았다.송서윤은 고하준만큼은 그들처럼 변하게 두지 않을 것이다.고하준은...송서윤의 머릿속에 심건모의 잘생긴 얼굴이 스쳤다. 고하준은 심건모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송서윤이 몸을 돌리는 찰나, 고영훈의 시선이 그쪽을 향했다.고영훈의 귓가에는 심여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내가 어떻게든 오빠를 도와줄게. 그러니까 조금만 더 나랑 있어 주면 안 돼?” 심여진은 남을 협박하는 수단 따위는 없었다. 그저 고영훈이 자신을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봐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심여진의 두 손이 흑백 건반 위에 내려앉으며 우아한 선율이 흘러나왔다. 남들에겐 피아노가 단순한 특기일지 모르나 심씨 가문에서 이것은 엘리트 교육 중 하나였다.고영훈은 고개를 돌렸다. 그의 손은 더 이상 건반에 닿지 않았다. 그는 심여진의 연주를 들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열여섯 살 송서윤의 장난스러운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익숙한 장면으로 끊임없이 자극해서 기억을 되살려야 해. 그래야 잊지 않아.'주미정의 말이 귓가에 생생했다. 송서윤이 기억을 잃어버리고 자신에게 낯선 사람 보듯 차가운 눈길을 보낼 것을 생각하니 고영훈의 눈동자는 빛을 잃었고 가슴 속은 쓰라림으로 가득 찼다.‘무슨 짓을 해도 돌아오지 않는 걸까?'‘죽어도 나를 봐주지 않는 걸까?'고영훈은 잊지 못한다. 송서윤을 찾기 위해 밑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돌아와 그녀를 대면했을 때 그녀가 공포로 인해 심장 발작을 일으켰던 일을. 송서윤은 결코 고영훈이 죽기를 바라지 않았다. 고영훈의 눈동자에 어두운 집념의 불꽃이 피어올랐다....송서윤은 회사로 돌아와 직원들에게 선언했다.“내가 없더라도 여러분 스스로 새 백신 프로그램을 유지 보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오늘부터 교육을 시작하겠습니다. 누구도 게을리해서는 안 돼요!”여석진이 서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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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송서윤은 의아한 듯 고개를 돌렸다가 소주원의 따뜻한 시선과 마주쳤다.“선배, 요 며칠 뭐 하느라 그렇게 바빴어?”기억 속의 소주원은 늘 송서윤과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연락이 없었던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소주원은 손에 들고 있던 야광봉을 이리안에게 건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야광봉을 받아 든 이리안의 까만 눈동자에는 반가움 대신 불만이 가득했다.“도윤이도 공연해? 프로그램 표에는 없던데. 도윤이를 못 봐서.” 송서윤은 무심하게 물었다.“도윤이 다리가 부러졌어.” “다쳤다고? 심각해?”송서윤은 깜짝 놀랐다. 다쳤다면 집에서 아이를 돌봐야지 소주원은 왜 음악회에 나타난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회복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거야.”소주원은 심건모의 관계도 신경을 써야 했고, 연구소에도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했다. 때문에 이치대로라면 송서윤에게 더 이상 다가가지 말아야 했다. 하지만 여수진에게서 고영훈이 계속 송서윤 곁을 맴돌며 화나게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여수진은 송서윤이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며 나쁜 여자라고 비난했다.‘왜 서윤이는 나와는 함께 하지 않는 걸까?'‘내가 심 국장님만큼 강하지 않아서인가?'‘아니면 고영훈처럼 끈질기게 매달리지 못해서?'소주원은 그들에게 없는 것을 가지고 있었다. 송서윤은 그의 직속 후배였다. 소주원은 기지에서 반년 동안 머물며 송서윤에게 그의 연구 성과를 끊임없이 들려주었고 그의 스승에게 그녀를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스승은 기뻐하며 아마추어였던 송서윤을 제자로 받아주었다. 소주원 씨에서 선배로 불리기까지 그 역시 피나는 노력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그런데 왜 그들은 되고 소주원은 그저 지켜만 봐야 한단 말인가.“도윤이가 널 많이 보고 싶어 해.”소주원은 송서윤의 팔을 붙잡았다. 피부가 부드럽고 차가웠다. “시간 되면 도윤이 보러 와 줄 수 있어?”“당연하지. 하준이 공연 끝나면 바로 도윤이 보러 갈게. 며칠 못 봤더니 나도 도윤이가 보고 싶네.”송서윤은 미소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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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소주원은 당황한 기색으로 고개를 돌리고 송서윤을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의 손은 다가온 남자의 차가운 시선과 마주치자마자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다.송서윤은 소스라치게 놀라 비명을 지를 뻔했으나 심건모의 무심한 눈동자를 확인하고는 입술을 깨물며 감정을 억눌렀다.“나보고 어디 앉으라고?” 이리안은 철이 없다 쳐도 송서윤은 철이 든 줄 알았는데... 심건모는 낮게 물으며 어두운 기색이 역력한 소주원의 얼굴을 지나 송서윤을 빤히 바라보았다. 주변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고개를 돌려 그들을 쳐다보기 시작했다.이런 공공장소에서 심건모에게 안겨 있고 싶지 않았던 송서윤은 허리를 감싼 그의 손을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심건모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엄마 봐요. 아빠는 약속한 건 다 지킨다니까요!” 이리안은 자부심 섞인 표정으로 당당하게 말했다. 심건모는 대견하다는 듯 이리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소주원은 가슴 한구석이 쓰려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러자 송서윤이 다급하게 말했다.“선배, 안 일어나도 돼. 국장님은 내 자리에 앉으면 되니까.” 송서윤은 심건모의 손을 애써 떼어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 “나 뒤에 가서 하준이 좀 보고 올게요.”그제야 심건모는 송서윤의 허리를 놓아주었다. 그녀가 막 가려고 하는 순간 심건모는 갑자기 허리를 숙여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렸다. 송서윤은 깜짝 놀라 떨어지지 않으려 본능적으로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심건모는 송서윤이 저항할 틈도 주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가 원래 그녀가 앉아 있던 자리에 앉았다. 그는 그녀를 자신의 한쪽 허벅지 위에 앉혔는데 소주원이 있는 방향을 등지게 하는 자세였다. 심건모는 송서윤의 스커트 자락을 끌어당겨 펴주며 어젯밤 자신이 남긴 흔적들이 남아 있을 하얗고 가느다란 다리를 덮어주었다.두 사람의 얼굴은 아주 가까웠다. 시선이 얽히고 따스한 숨결이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뒤섞였다. 어젯밤의 장면들이 뇌리에 선명하게 되살아났다.송서윤은 부끄러움에 심건모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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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화

그들은 빈틈없이 밀착된 채 서로를 감싸안고 있었다.벌써 이렇게까지 가까워진 것일까?마치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연인 같았다. 심건모의 손은 송서윤의 허리를 감싸고 다른 한 손은 그녀의 손을 잡아 온전히 품 안에 가두고 있었다. 이제 소주원이 비집고 들어갈 틈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소주원의 눈빛이 흐려졌다.고하준의 공연은 순식간에 끝났고 현장에는 천둥 같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와 그 여운이 한참 동안 가시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이 누구 집 아이인데 저렇게 대단하냐며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송서윤은 뿌듯한 마음에 고개를 돌리다 심건모의 무심한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녀는 서둘러 시선을 피했다.사람들이 하나둘 공연장을 빠져나갔고 그들도 그 무리에 섞였다. 소주원은 고하준을 한껏 칭찬한 뒤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서윤아, 도윤이가 네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뻐하고 있어.”“엄마, 아저씨가 제 축하 파티를 해주시기로 했어요!”“아저씨가 제가 제일 가고 싶어 했던 어린이 식당 예약해 두셨대요.”고하준이 들뜬 목소리로 재촉했다. 고하준은 소도윤을 몹시 싫어했다. 소도윤이 나타난 뒤로 송서윤의 관심이 자신에게서 멀어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감정은 여전했다.송서윤이 당황하며 멈춰 서자 심건모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도윤이 병문안은 내일 서윤이랑 같이 가도록 하죠.”“오늘은 이만합시다.”송서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고하준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소주원의 제안을 거절하고 내일 아침 일찍 가서 소도윤의 서운함을 달래주려 했다. 하지만 심건모가 그녀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송서윤은 심건모의 손에서 손을 빼내며 그의 담담한 눈빛과 마주했다.“도윤이한테 한 약속을 어기고 싶지 않아요. 금방 다녀올 테니 먼저 가서 축하해 줘요.”송서윤은 도망치고 싶었다. 자신을 떠나지 못하게 옭아매는 이 친밀함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결국엔 심건모를 떠나야만 하니까. 심건모의 무심한 눈동자가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는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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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송서윤은 심건모의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당황했다. 그의 키스는 애틋하고도 집요했으며 그 속에는 억눌러온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송서윤은 약 2초간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심건모의 가슴팍을 밀어내려 애썼다. 심건모가 숨을 고르는 틈을 타 송서윤은 낮은 비명을 지르듯 내뱉었다.“이혼... 읍!”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다시 입술이 막혔다. “조용히 해.”송서윤의 얼굴을 감싸고 있던 심건모의 손은 허리 뒤로 미끄러져 내려갔고 다른 한 손은 머리를 단단히 고정했다. 심건모는 주변의 시선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그녀에게 몰두했다. 그녀를 품 안에 강하게 가둔 그의 팔 근육은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다. 송서윤에게는 반항할 여지조차 없었다.주변에서는 사람들의 놀라움 섞인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지금 이 순간 얼마나 많은 휴대폰이 자신들을 향하고 있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심건모의 입맞춤에 송서윤의 눈동자는 초점을 잃고 흐릿해졌으며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그때, 군중 속에서 누군가 외쳤다.“실검에 뜬 심 국장님 아니야?”“옆에 있는 분이 부인인가 봐!”이곳은 유성, 최고의 사립학교였다. 심건모가 전에 지도 방문을 했던 곳이라 명예의 전당에는 교장과 함께 찍은 그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는 것은 당연했다. 곧이어 수군거리는 소리가 밀려왔다.심건모는 송서윤을 놓아주며 입맞춤에 몽롱해진 그녀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팍에 깊숙이 묻어 숨겼다. 송서윤은 심건모의 품에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고 심건모의 심장 역시 격렬하게 뛰고 있었다. 그는 주변의 휴대폰 불빛이 만들어낸 소란스러운 풍경을 차갑게 훑었다.드디어 모든 세상이 알게 되었다. 송서윤이 심건모의 아내라는 사실을.검은색 승용차가 옆에 멈춰 섰고 심건모는 송서윤을 안아 뒷좌석에 태웠다. 아이들은 이미 2분 전에 제훈에 의해 다른 곳으로 옮겨진 상태였다.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던 송서윤은 심건모의 품에서 겨우 숨을 고르다 경악하며 외쳤다.“우리 이혼 합의서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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