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나를 여보라고 부르지 마.” 송서윤은 고영훈을 마주 보며 덧붙였다. “난 심건모 씨의 아내지 네 아내가 아니야.”송서윤은 아주 평온한 태도로 고영훈을 바라보았다. “네가 허연수와 외도했던 일들 이제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상처를 걷어내고 나니 깨달았어. 난 더 이상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정말 사랑하지 않아.”고영훈은 송서윤의 담담한 시선과 마주했다. 거대한 무력감이 상처투성이인 그의 마음을 옥죄었다.“아니! 그럴 리 없어! 너는 나를 많이 사랑했었잖아.”“나를 위해서 학업까지 포기했으면서. 나를 위해서 아이까지 낳아줬으면서.”“나를 위해서...”“여보,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장장 10년이야. 어떻게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어?”고영훈은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송서윤의 손을 붙잡았다. 하지만 마주한 것은 그녀의 차분한 눈빛뿐이었다.슬픔도, 동요도 없었다.마치 낯선 사람을 보듯 무미건조한 눈빛.고영훈은 힘없이 뒤로 물러나며 잡았던 손을 놓아버렸다. 그리고 송서윤의 냉정한 한마디를 들었다.“고영훈, 여기까지야.”고영훈은 바닥에 처참하게 주저앉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 송서윤은 이미 사라진 뒤였고 엘리베이터 표시창의 숫자만이 끊임없이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고영훈은 몸을 돌려 비상문을 열고 계단을 질주했다.병원 밖으로 뛰쳐나간 그는 벤츠 차 앞을 가로막아 섰다.고영훈은 장대비가 쏟아지는 한가운데 서 있었다.송서윤은 가차 없이 경적을 울렸다.차 문이 벌컥 열렸다.세찬 빗줄기가 차 안으로 들이닥쳤고 송서윤은 빗속에 선 고영훈을 경악하며 바라보았다.깊게 패인 고영훈의 검은 눈동자엔 실핏줄이 터져 있었고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가 가득 차 있었다.고영훈은 송서윤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비굴한 모습으로 자신을 낯선 사람 보듯 하는 송서윤의 시선을 마주했다.정말 송서윤은 고영훈을 지워가고 있는 걸까.심장이 찢겨 나가는 것 같은 고통에 그는 슬프게 울부짖었다. “여보, 나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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