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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os capítulos de 가장 가까운 배신: Capítulo 491 - Capítulo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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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1화

만약 동건우가 당시 방화복을 입고 있었다면 화재 속에서도 무사히 살아남았을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왜 입원한 거예요?” 송서윤은 대답 대신 물었다.“아, 어제 여진이랑 샤부샤부 먹으러 갔는데 종업원이 실수하는 바람에... 물을 갈다가 데었어요.” 동건우는 덤덤하게 설명했다. “형수님은... 절 보러 오신 건가요?”동건우는 휴대폰을 꺼내 샤부샤부 가게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그러다 실수인 듯 목에 화상을 입었을 당시의 사진까지 넘겨 보였다.“어젯밤에 내가 당신 뒤를 쫓았어요. 분명 백화점에 갔었잖아요.”“절 왜 따라오신 거죠?”“당신이 바로 해커 제로지!” 고영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쏘아붙였다.“내가 제로라고요?” 동건우가 비웃었다. “만약 내가 제로였다면 고 대표님의 운항 과학기술 회사를 마비시켜 버렸을 겁니다. 고 대표님이 한가하게 우리 형수님이나 괴롭히지 못하게 말이죠.”“형수님의 관심을 끌려고 정말 별짓을 다 하시는군요. 못 믿겠으면 여진이한테 물어보든가요.”고영훈은 이미 휴대폰을 꺼내 심여진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전화를 받은 심여진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하지만 목소리를 내기도 전에 고영훈의 질문이 날아들었다.“어제 동건우랑 같이 샤부샤부 먹었어?”“응. 그랬지.”“몇 시에?”“일곱 시 반쯤이었나?”“오빠, 왜 물어?”고영훈은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저녁 일곱 시 반은 백화점 폭발 사고가 일어난 시간과 정확히 일치했다.하지만 동건우에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 동건우는 고영훈 앞으로 다가와 비꼬기 시작했다.“반박 못 하겠으니 이제 함정을 파고 누명까지 씌우는 겁니까?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제로는 이미 잡혔다고 하지 않았나요? 잡힌 것뿐만 아니라 죽었다고 하던데.”설마 송서윤도 이혜정과 똑같이 동건에게 잔인하게 굴 줄이야. 한 명은 무려 30년 동안이나 돌아오겠다는 말로 그를 속였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은...안경 너머 동건우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으며 송서윤을 응시했다.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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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화

송서윤이 의아한 듯 바라보자 동건우는 사과와 과일칼을 들고 그녀의 곁에 앉았다. 동건우는 진지한 태도로 사과 껍질을 깎기 시작했다.송서윤이 먼저 입을 뗐다. “우리 어머니를 아시나요? 어머니와 친하셨어요?”동건우는 빛나는 칼날을 응시하며 평온한 목소리로 답했다. “네.”“궁금한 게 있다면 뭐든 물어보세요.”사실 동건우 역시 알고 싶은 것이 많았다. 이혜정은 송서윤에게 동건우의 존재를 단 한 번이라도 언급한 적이 있었을까?“이민호와도 잘 아는 사이 같은데 이윤영에 대해서도 알고 있죠?”“네.”“이윤영 말로는 저희 어머니가 이씨 가문에서 도망쳤다고 하더라고요.” 송서윤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혜정은 어린 시절 도대체 어떤 일을 겪었기에 친정 가족으로부터 탈출까지 해야 했을까.“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시나요?”동건우는 이혜정과 꼭 닮은 송서윤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슬프지만 맑은 눈이었다. 송서윤은 이혜정의 과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혜정이 송서윤을 완벽하게 보호했기 때문이다.동건우는 단 한 번도 보호받지 못했는데... 심지어 이혜정은 동건우를 데려가려 하지도 않았다!“네.”동건우가 최대한 감정을 감추고 있었기에, 송서윤은 티끌만큼의 위기감도 느끼지 못했다. “유영미 여사님이 형수님 어머니를 원치 않는 사람에게 시집보내려 했고 형수님 어머니는 파혼하고 도망치셨죠.”“도망을요?”송서윤의 목소리에는 놀라움과 다행스러움이 섞여 있었다.“성공적으로 도망치신 건가요?”“네.”성공적이었다. 호랑이 굴에서 도망쳐 늑대 소굴로 기어들어 간 셈이었지만.이혜정은 18살 때 혜성처럼 나타난 천재 소녀로 호평을 받았다. 천재 소녀의 가치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았다. 당시 이씨 가문은 망할 위기에 처해 있었는데, 유영미는 가문을 도와줄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했고 상대는 그 조건으로 이혜정을 지목했다.이혜정은 도망쳤다. 그것이 늑대 소굴로 들어가는 길인지도 모르고 말이다.무척 다행스러워하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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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화

듣고 있던 동건우는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서늘한 기운을 감추지 못한 채 그는 무너져 내렸다.송서윤이 갓난아기였을 때부터 이혜정이 곁에 끼고 키웠다고? 단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고?반면 이혜정은 단 한 번도 동건우를 제대로 바라봐 준 적이 없었다. 안아준 적 또한 없었다. 언제나 차가운 얼굴로 동건우를 혐오하며 밀어내기만 했을 뿐이었다.송서윤은 동건우의 심경을 알아채지 못한 채 말을 이어갔다.“그런데 쉴드 체인 테크의 기술진 수준이 형편없어요. 업무 능력도 엉망이고 회사는 계속 적자예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부터가 아니라 설립 당시부터 줄곧 적자였어요.”“제 기억 속의 어머니는 잘 나가는 IT 기업을 여러 개 운영하셨고 늘 바쁘셨어요.”“그런데 유독 쉴드 체인 테크만큼은... 처음부터 운영할 생각이 없으셨던 것 같아요.”“계속 적자가 나도록 방치하셨어요. 어쩌면 다시 돌아올 여지를 남겨두고 싶으셨는지도 몰라요.” 송서윤은 이혜정을 도왔던 동건우가 너무 슬퍼하지 않기를 바랐다. “건우 씨를 보러 돌아오고 싶으셨을 수도 있죠. 다만 몸 상태가 허락하지 않았을 뿐이에요.”송서윤이 손을 거두었다.몸 상태라니...동건우는 가슴을 움켜쥐었다.송서윤은 그 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설마 심장에 문제라도 있는 걸까?'하지마 겉보기엔 아주 건강해 보였다. ‘내가 예민하게 반응한 거겠지.'동건우가 갑자기 감회에 젖은 듯 말했다.“제로가 죽었다니 정말 안타깝네요. 꽤 재능 있는 사람이었는데. 해킹 죄가 죽을 정도까지는 아닐 텐데...”고작해야 감옥에 가는 정도였을 것이다.그들 사이의 교류라곤 겨우 두 번의 대결뿐이었다.그런데 송서윤은 제로의 목숨을 빼앗았다.대체 왜?송서윤의 눈빛이 눈에 띄게 차가워졌다.“죄질이 아주 나빠요.”송서윤은 수많은 돌발 사고의 배후에 제로의 코드가 남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제로 시스템은 다른 시스템을 마비시킬 때마다 그의 코드를 남겨두곤 했다.송서윤은 말을 내뱉다 말고 문득 깨달았다.“심 국장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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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4화

“더 이상 나를 여보라고 부르지 마.” 송서윤은 고영훈을 마주 보며 덧붙였다. “난 심건모 씨의 아내지 네 아내가 아니야.”송서윤은 아주 평온한 태도로 고영훈을 바라보았다. “네가 허연수와 외도했던 일들 이제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상처를 걷어내고 나니 깨달았어. 난 더 이상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정말 사랑하지 않아.”고영훈은 송서윤의 담담한 시선과 마주했다. 거대한 무력감이 상처투성이인 그의 마음을 옥죄었다.“아니! 그럴 리 없어! 너는 나를 많이 사랑했었잖아.”“나를 위해서 학업까지 포기했으면서. 나를 위해서 아이까지 낳아줬으면서.”“나를 위해서...”“여보,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장장 10년이야. 어떻게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어?”고영훈은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송서윤의 손을 붙잡았다. 하지만 마주한 것은 그녀의 차분한 눈빛뿐이었다.슬픔도, 동요도 없었다.마치 낯선 사람을 보듯 무미건조한 눈빛.고영훈은 힘없이 뒤로 물러나며 잡았던 손을 놓아버렸다. 그리고 송서윤의 냉정한 한마디를 들었다.“고영훈, 여기까지야.”고영훈은 바닥에 처참하게 주저앉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 송서윤은 이미 사라진 뒤였고 엘리베이터 표시창의 숫자만이 끊임없이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고영훈은 몸을 돌려 비상문을 열고 계단을 질주했다.병원 밖으로 뛰쳐나간 그는 벤츠 차 앞을 가로막아 섰다.고영훈은 장대비가 쏟아지는 한가운데 서 있었다.송서윤은 가차 없이 경적을 울렸다.차 문이 벌컥 열렸다.세찬 빗줄기가 차 안으로 들이닥쳤고 송서윤은 빗속에 선 고영훈을 경악하며 바라보았다.깊게 패인 고영훈의 검은 눈동자엔 실핏줄이 터져 있었고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가 가득 차 있었다.고영훈은 송서윤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비굴한 모습으로 자신을 낯선 사람 보듯 하는 송서윤의 시선을 마주했다.정말 송서윤은 고영훈을 지워가고 있는 걸까.심장이 찢겨 나가는 것 같은 고통에 그는 슬프게 울부짖었다. “여보, 나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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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5화

식당은 고즈넉하고 우아한 분위기였다.송서윤은 창가 쪽 소파에 앉아 연신 시계를 확인했다. 그때 훤칠한 실루엣 하나가 그녀 앞에 나타났다.송서윤은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들어 직원을 불렀다. “계산할게요.”이민호가 계산서를 잡았다. “앞으로 송서윤 씨가 드시는 식사는 무료입니다.”송서윤은 이민호와 엮이고 싶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하지만 유영미가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았다.그녀는 여전히 거만한 태도였고 눈 속의 혐오감을 숨기려 하지도 않았다.“따라 들어와.”명령조의 말투였다.유영미가 앞장서서 방으로 들어갔고 송서윤도 망설임 없이 발을 옮겼다.이민호가 마지막으로 들어오며 문을 닫았다.“윤영이는 어릴 때부터 착했어. 나쁜 짓을 할 애가 아니야.”“그런데 경찰이 윤영이를 감금하더니 최근의 해커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하더구나. 면회도 안 시켜주고 말이야. 네가 한 짓이지?”“제 어머니께도 이렇게 잔혹하게 하셨어요?” 송서윤은 몰상식한 유영미의 모습에 참지 못하고 반문했다.유영미는 몇 초간 멍해지더니 대꾸했다. “그 불효막심한 년 이야기는 꺼내서 뭘 하려고?”“어머니가 왜 불효 자식이죠?”“그렇게 좋은 혼처를 마련해 줬더니 말 한마디 없이 도망쳐버렸잖니. 덕분에 우리 이씨 가문이 빈털터리가 될 뻔했어.” 유영미의 목소리에는 증오가 역력했다.동건우의 말이 사실이었다.당시 이혜정은 정말로 정략결혼을 피해 도망쳤던 것이다.“어머니는 정략결혼 상대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무슨 권리로 강요한 거죠?” 송서윤은 목소리를 높였다.“혼사란 자고로 부모의 뜻에 따르는 법이지 좋아하고 말고 할 게 어디 있어?” 유영미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지위 높고 권력 있는 남자가 뭐가 나쁘다는 거야? 너도 전남편을 버리고 심건모를 선택하지 않았니?”“어머니가 싫다면 나쁜 거예요.” 송서윤이 꾸짖듯 말했다.“난 35년 전 죽은 사람의 옛날이야기를 늘어놓을 시간 없어!” 유영미가 냉정하게 말을 끊었다. “말해. 어떻게 해야 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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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6화

“케이시를 노리고 온 거 아니었어요? 케이시가 바로 송서윤이라고요.”“송서윤이 도련님을 죽이려 하잖아요!”그때 송서윤이 식당에서 걸어 나왔다.“송서윤의 서류 가방 보여요? 가방 안에 노트북이 있어요. 시스템은 분명 노트북 안에 있을 거예요.”하지만 동건우는 차가운 총구를 하은의 이마에 더 바짝 밀어붙이며 물었다. “왜 내가 송서윤을 죽여야 하지? 둘 사이에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거야?”하은은 동건우의 의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겁에 질려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심건모를 뺏어갔으니까요!”“심건모는 원래 내 사람이었어요! 송서윤이 나타나서 모든 걸 망쳐버렸다고요!”“미워 죽겠어요! 됐어요? 우리 목표는 같잖아요!”동건우가 권총의 안전장치를 풀자 하은이 비명을 질렀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그 순간, 동건우가 다른 한 손으로 하은의 입을 틀어막았다.동건우는 하은의 얼굴 옆에 바짝 다가갔다. 총을 쥔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하은은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두 사람은 우산을 쓰고 식당에서 나오는 송서윤을 지켜보았다.동건우는 송서윤이 눈앞에서 점차 사라지는 것을 보며 하은의 귓가에 차갑게 말했다.“송서윤을 죽이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았어야지.”“고작 남자 하나 때문에?” 동건우는 비웃으며 조롱했다. “겨우 그런 이유로 송서윤의 목숨을 희생시키겠다고? 어쩜 이렇게 천박할까.”“남의 남편을 탐내서 아내를 죽이려 하다니. 천박할 뿐만 아니라 악독하기까지 하네.”하은은 입이 막힌 채 단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송서윤이 누군지 알아?”“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세상에 남긴 유일한 혈육이야.”동건우가 방아쇠를 당기려는 찰나, 그의 뒤통수에 차가운 총구가 와 닿았다.“수영, 서지원한테 겁을 주더니 이제는 아예 하은 씨를 죽이려까지 하는구나.”“건우야, 넌 처음부터 송서윤을 상대할 생각이 없었어. 네가 상대하고 싶었던 건 처음부터 나였지!” 동봉우의 중후한 목소리가 동건우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동건우의 움직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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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7화

동건우는 그 세 사람의 학대 속에서 자라났다.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쓰러졌다.깨어났을 때 동건우의 몸 안에는 그의 것이 아닌 심장 하나가 자라고 있었다.너무나 소름아 끼치고 역겨웠다.동건우는 가끔 생각했다. 그에게 제 것이 아닌 심장이 생겨버렸기 때문에 이혜정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라고.이곳에 자신을 죽음의 문턱에서 구해줄 방법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결코 돌아오지 않았다. 어린 딸 송서윤이 의지할 곳 없이 홀로 남겨져 외로이 살아갈 지라도 말이다.이혜정은 동봉우를 미친듯이 증오했다.천지를 뒤흔드는 총성이 울려 퍼졌다.송서윤은 깜짝 놀라 몸을 파르르 떨었고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손에서 우산이 툭 하고 떨어졌다.송서윤은 비바람을 뚫고 총성이 들린 곳을 바라보았다. 총소리를 따라 걷다가 곧이어달리기 시작했다.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반드시 가봐야 한다는 직감이 들었다.골목 어귀에 도착했을 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오직 빗물에 씻겨 내려가는 한 무더기의 핏자국만이 남았을 뿐이었다.마치 이곳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과 같은 평온한 광경이었다.경찰차와 구급차가 연이어 도착했다.송서윤은 차 안에서 진술서를 작성하던 중 문득 싸늘한 시선 하나와 마주쳤다.심건모가 우산을 쓴 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서 있었다.“심 국장님, 사모님은 이제 가셔도 됩니다.” 심건모가 송서윤 앞으로 다가왔다.송서윤은 이런 큰일을 겪고 살인 사건을 목격하기까지 했으면서도 심건모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다.심건모가 손을 뻗어 송서윤의 손을 잡으려 했으나 송서윤은 그 손을 피했다.송서윤은 심건모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전 괜찮아요.”억지로 지어 보이는 웃음이 너무나도 안쓰러웠다.심건모는 송서윤의 창백한 얼굴을 보더니 우산을 그녀의 손에 쥐여주고는 앞장서 걸어갔다.심건모가 뒷좌석 문을 열고 뒤를 돌아보았을 때 등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멀리 바라보니 송서윤은 그녀의 벤츠 차에 오르고 있었다.송서윤은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아 시야에서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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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8화

송서윤은 심건모를 멍하니 바라보며 감히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발갛게 부어오른 눈가에서는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고 창백해진 얼굴로 몸을 떨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가련해 보였다.심건모는 마음이 약해졌다. 송서윤의 얼굴을 붙잡았던 손을 풀고 옷을 벗겨주려 손을 뻗었다. 무심한 눈빛과 덤덤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비 맞았잖아. 감기 걸려.”그는 걱정스레 말했다.남들이라면 감기로 끝날 일이 그녀에게는 고열로 이어질 터였다.송서윤은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억지로 진정하려 애썼다. 그리고 그녀의 셔츠 단추를 풀려는 심건모의 손을 붙잡았다. 파르르 떨리는 예쁜 눈동자로 애원하듯 그를 바라보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할게요.”심건모는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살며시 닦아주었다. 자신이 너무 사납게 굴었다는 것을 깨달은 그가 목소리를 낮췄다.“이렇게 떨고 있는데 어떻게 혼자 벗어.”송서윤이 다른 사람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다른 사람 때문에 비를 맞았다는 사실에 심건모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심건모는 그녀를 바라보며 손을 놓지 않고 말했다.“난 네 남편이야.”“안고 입 맞추고 옷 갈아입혀 준 적도 있어. 볼 건 이미 다 봤다는 뜻이야.”송서윤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고개를 숙인 채 심건모를 쳐다보지도 못하던 송서윤은 그의 커다란 손을 꼭 쥐며 작은 목소리로 부탁했다.“유 집사님 불러주세요.”“안 돼.”심건모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송서윤의 손을 떼어냈고 힘이 빠진 그녀의 두 손은 허공으로 늘어졌다.심건모는 셔츠 단추를 풀다가 그녀의 차가운 피부에 손이 닿자 눈썹을 움찔거렸다. 그는 곧바로 송서윤의 셔츠와 치마를 벗겨냈고 이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이 드러났다.심건모는 욕조에 따뜻한 물을 채웠다. 젖어 있는 송서윤의 검은 머리카락에 거품을 내어 머리를 감겨주기 시작했다. 욕조 위로 하얀 거품이 서서히 차오르며 그녀의 고운 몸매를 가려주었다.백옥 같던 송서윤의 피부가 점차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뜨거워진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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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9화

“젖은 머리로 계시면 어떡해요. 제가 말려 드릴게요.”심건모는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15분 후, 그는 서재에 단정한 차림으로 흐트러짐 없이 앉아 있었다.“심 국장님, 송서윤 씨가...”제훈은 심건모의 차가운 시선이 닿자 말을 잠시 멈췄다가 이내 다시 이었다. “사모님께서 오늘 정부 청사를 떠나 병원에 가셔서 고영훈 씨를 만나셨고 후에는 동건우 씨를 보러 가셨습니다.”“아까 서두르셨던 것도 동건우 씨를 보러 가기 위해서였습니다.”“하지만 동건우 씨는 갑작스럽게 임무를 맡게 되어 동봉우 씨의 지시로 출국한 상태입니다.”심건모는 미간을 찌푸리며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책상 위에 가만히 내려놓았다. 그 서류는 감시 대상자들의 오늘 행적 보고서였다. 특수경찰들이 번번이 동건우를 놓치고 있었다.제훈은 가슴을 졸이며 보고를 이어갔다. “동건우 씨는 저녁 무렵 병원을 떠난 이후로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실내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심건모가 다른 보고서를 집어 들자 제훈은 안도하며 덧붙였다.“반경 2km 이내에서 권총은 발견되지 않았고 시신도 없습니다.”“실종 신고나 병원에 접수된 총상 환자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인근 CCTV는 사전에 차단되어 가용한 영상이 없으며 목격자도 없습니다.”“사모님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은 총소리만 들었을 뿐 아무도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하지만 분명 사상자는 있었을 겁니다. 현장에 혈흔이 가득했습니다.”“계속 조사해.” 심건모가 서류를 내려놓았다. “경찰을 보내 서윤이를 보호하도록 해.”제훈은 즉각 알아차리고 대답했다. “이번 사건에서 사모님은 목격자이시니 24시간 보호가 필요하겠네요.”하지만 송서윤의 성격상 심건모가 사람을 붙여 감시한다는 걸 알게 되면 또 한바탕 소란이 일 것이다. 그때 문밖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심건모는 서류를 내려놓고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이씨 가문에 대한 조사는 다른 사람 손을 거치지 않게 해.”“네가 직접 맡아.”제훈은 책상 위의 서류를 정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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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0화

고하준은 원래 참가할 계획이 없었다. 갑작스럽게 반 친구 하나가 다리가 부러지는 바람에 대신 나가게 된 것이었다. 송서윤은 고하준이 피아노 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고하준은 송서윤에게 자신이 무대 위에서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심건모에게도 자신이 자랑스러운 아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아빠...고하준은 분노로 가득 찬 고영훈의 얼굴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기대 섞인 눈빛으로 제훈을 바라보았다. 제훈이 난처한 듯 미간을 찌푸리자 심건모가 먼저 입을 열었다.“엄마가 먼저 가서 내 자리 잡아줄 거야. 난 조금 늦게 갈게.”심건모는 덤덤하게 말하며 송서윤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큰 손을 목덜미로 옮겨 부드러운 살결을 가볍게 매만졌다. 체온을 확인해보니 열은 없었다. 하지만 심건모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전류가 흐르는 듯했다. 송서윤은 입안에 머금고 있던 죽을 하마터면 뿜을 뻔했다. 그녀는 간신히 죽을 삼키고는 뒤를 돌아 심건모를 노려보았다.심건모는 손을 거두며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송서윤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에는 묘한 빛이 감돌았다. 그는 정말로 그녀를 몰아붙일 작정이었다. ‘13일, 13일이라 했던가? '‘13일만 지나면 그의 손아귀에서 도망칠 수 있는 건가?'심건모는 고하준에게 말을 건네면서도 시선은 줄곧 송서윤에게 고정했다. “하준아, 엄마는 가기 싫은 모양인데?”송서윤이 깜짝 놀라 고하준을 바라보았다. 고하준의 얼굴에는 걱정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 찰나에 심건모는 송서윤의 손을 덥석 잡았다.‘정말 너무하잖아!’“여보, 아들 연주회에 가기 싫은 거야?”송서윤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긴 속눈썹이 주체할 수 없이 떨렸고 심장이 아리고 저릿했다. 심건모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왜 갑자기 여보라고 부르고 고하준을 아들이라고 부르는 걸까?심건모는 송서윤의 손을 더 꽉 맞잡았다. 그는 고하준을 돌아보며 송서윤에게는 조각 같은 옆모습만 보여주었다. 살짝 엿보이는 그의 눈가에는 미소가 어려 있었고 눈동자는 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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