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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결혼한 지 6년이 지나서야 송서윤은 남편의 깊은 사랑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감쪽같은 연기로 사람 하나 바보로 만들었던 거잖아. 입만 열면 사랑한다고,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했었는데... 다 거짓말이었던 거야?’모든 게 허상이었음을 알게 된 순간, 송서윤은 미련 없이 돌아설 결심을 했다.“국장님, 저... 최대한 빨리 데미스로 복귀할 수 있도록 조치 부탁드립니다.”“서윤아, 네가 갑자기 사라지면 고영훈 그 자식은 아마 미쳐버릴지도 몰라.”데미스 국장 모건은 여느 때처럼 덤덤한 척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이번만큼은 놀라움이 배어 있었다.그는 두 사람이 6년 동안 부부로 지내며 아이까지 둔 사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겉보기엔 두 사람은 부족한 것 없는 행복하고 이상적인 가정을 이루고 있었다.고영훈이 아내를 목숨보다 더 아끼고 사랑한다는 건, 이미 모두가 인정하는 공공연한 사실이 된 지 오래였다.“이제 그 사람은 제 인생에 아무 의미 없어요.”송서윤은 핸드폰을 힘껏 쥐었다.“알겠어. 사실 널 잃은 건, 우리 조직이 지금까지 겪은 가장 큰 손실이었지. 한 달이면 충분할 거야. 그때가 되면, 송서윤은 완전히 사라지고...‘케이시’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테니까.”“고맙습니다, 국장님.”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내려놓은 송서윤은 컴퓨터 모니터 속, 한 쌍의 남녀가 별장 구석구석을 오가며 뜨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그 장면은 그녀에게 잊기 힘든 충격을 안겼다.십 년을 함께한 사람, 교복 입던 시절부터, 웨딩드레스를 입기까지... 그 긴 시간을 함께 걸어온 남자가 이런 식으로 자신을 배신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더 치욕스러운 건, 상대가 바로 아들의 과외 선생님이었다는 사실이었다.책상 아래에는 각양각색 포장지의 콘돔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그중 몇 개는 보험금 서류와 나란히 놓인 혼인신고서 위에 나뒹굴고 있었다.아들을 낳은 뒤 몸이 많이 상해 더는 둘째를 기대할 수 없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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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유치원을 나서자, 집사 김태원이 다급히 다가왔다.“사모님, 어디로 가시렵니까? 제가 모시겠습니다.”‘그러게? 어디로 가야 할까...’이젠 더는 기댈 사람도, 마음 붙일 곳도 남아 있지 않았다.떠오르는 건 단 한 군데뿐이었다.“괜찮아요. 혼자 갈게요.”김태원은 뭔가 이상하다는 듯, 멀어지는 송서윤의 뒷모습을 바라봤다.그때, 그의 핸드폰이 급하게 울렸다. 수화기 너머로 도우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큰일 났어요! 사모님께서 대표님 비밀을 알아버렸어요. 지금... 지금 난장판이에요, 그 여자 방이...”도우미는 서재에 흩어진 물건들을 보고 놀라 전화를 건 것이었다.김태원은 이 사실을 곧장 큰 사모님인 주희영에게 알렸다.송서윤은 파나메라를 타고 고속도로를 내달렸다. 도심의 소음도, 지난날의 미련도 점점 멀어졌다.온통 짙은 산길, 그녀는 천천히 자신을 어둠 속으로 밀어 넣었다.그 시각, 케이원 그룹 대표이사실 휴게 공간.허연수가 고영훈의 위에 올라타고 애교를 부리던 중, 침대맡에 둔 그의 휴대폰에서 알람 소리가 울려댔다.손을 뻗어 확인하자, 앱 화면에 빨간 점 하나가 지도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었다.“여보, 하준이 오늘 복싱 끝나면 뭐 먹고 싶어 할까요?”허연수가 그의 팔을 감아 안으며 물었다.그러자 고영훈은 그녀의 팔을 밀어내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방금까지 아무렇지 않게 들리던 ‘여보’라는 말이 지금은 귀에 거슬렸다.“다시는 여보라고 부르지 마.”‘서윤이 아니면 아무도 나를 여보라고 부를 자격 없어. 허연수는... 잠시 착각이었을 뿐이야.’고영훈은 벌떡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입고 뒤돌아보지 않고 대표이사실 휴게실을 나섰다.고영훈이 떠나자, 허연수의 환한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그녀는 씩 웃으며 이를 악문 채, 침대 머리맡에 놓인 고영훈과 송서윤의 부부 사진을 집어 들고는 단번에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나는 송서윤보다 젊은 데다가 얼굴도, 몸매도 내가 훨씬 예뻐! 그리고... 침대 위에서도 내가 더 사랑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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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갑자기 허연수가 그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서윤 언니, 제발 큰 사모님한테 저 좀 내쫓지 말라고 해주세요...”뒤편에서 뒷좌석 창문이 내려가더니, 고하준이 얼굴을 내밀고 송서윤을 향해 소리쳤다.“엄마, 왜 할머니 앞에서 연수 이모 흉을 봐요? 왜 이모를 나쁜 사람으로 오해하게 했냐고요!”송서윤은 무릎이 흙투성이가 된 채 억울한 얼굴로 울먹이는 허연수를 바라봤다.‘하준이까지 일부러 데리고 온 건가... 나와 내 아들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속셈이었어?’“하준아, 엄마가 누구 욕하는 거 본 적 있니? 엄마는 그런 사람 아니야.”고영훈이 옆에서 송서윤을 두둔하는 척 나섰다.평소 같았으면 그런 남편의 눈빛에 마음이 흔들렸겠지만, 이젠 모든 게 우스워 보일 뿐이었다.“엄마가 그런 게 아니라면 할머니가 왜 갑자기 연수 이모를 내보내려고 하겠어요! 분명 엄마 때문일 거예요!”고하준은 단단히 오해한 얼굴로 차에서 내리더니, 허연수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이모, 얼른 일어나요. 바지까지 다 젖었잖아요.”고하준은 허연수만 걱정했다. 비에 젖어 손끝까지 시린 송서윤을 돌아봐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허연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또다시 불여우 연기를 시작했다.“하준아, 이모는 괜찮아. 엄마가 이모를 쫓아내지만 않으면, 이모는 무릎이 닳아 없어져도 좋아.”송서윤은 꾹 참고 아들에게 차분히 말했다.“하준아, 엄마가 어떻게 가르쳤었지? 증거도 없이 남을 함부로 탓하면 안 된다고 안 했어?”고하준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할머니한테 연수 이모 내쫓지 말라고 해줘요. 그럼 믿을게요.”‘연수 이모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 아빠도 연수 이모를 좋아하잖아. 우리 집에서 엄마 말고 누가 연수 이모를 미워하겠어?’아들이 조건을 내거는 모습을 보며 송서윤은 순간 그동안 하준이를 얼마나 버릇없이 키웠는지 깨달았다.‘너무 오냐오냐, 사랑만 주다 보니, 뭐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했구나...’“할머니가 내린 결정은 아무도 바꿀 수 없어. 그리고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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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여보, 무슨 일이야?”고영훈은 의아해하면서도 송서윤의 말이라면 일단 따랐다.“파나메라에 두고 온 게 있어.”송서윤은 차가운 눈빛을 순식간에 감췄다.“그래.”고영훈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대답했다.내연녀 허연수를 내쫓을 때는 세상 누구보다 차가운 얼굴로 외면하더니, 송서윤 앞에만 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다정한 남편 행세를 했다.그의 표정에서는 조금의 흔들림도 찾아볼 수 없었다.송서윤은 이 남자가 점점 낯설게만 느껴졌다.차는 금세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여보, 내가 다녀올게.”고영훈이 먼저 차 문을 열었다.“응. 짙은 그레이색 머리핀, 꼭 찾아줘.”송서윤이 덤덤히 말했다.고영훈이 자리를 비우자, 송서윤은 눈물에 젖어 잠든 고하준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차에서 내렸다.정원 쪽 문 앞, 커튼 뒤에 숨어서 거실을 바라봤다.커튼 사이로 비치는 거실, 허연수가 주희영의 어깨를 다정하게 주무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정말 친 모녀처럼 다정해 보였다.그 모습을 지켜보며 송서윤의 머릿속에는 여러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주희영이 아픈 어머니 곁을 밤새워 지키던 모습이 떠올랐다.그녀는 혼자 남게 될 송서윤을 위해 세상의 모든 시련을 대신 짊어지겠다고 약속했었다.송서윤에게 주희영은 지금까지 엄마와 다름없는 존재였다.그랬기에 주희영이 이렇게 등을 돌릴 리 없다고, 분명 어떤 사정이 있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하지만 송서윤은 손에 쥔 커튼이 떨릴 만큼, 마음 깊은 곳에서 참을 수 없는 서러움이 차올랐다.그때 허연수의 손이 잠시 멈췄다. 커튼 뒤에 누군가 있다는 걸 눈치챈 듯, 그녀는 보란 듯이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큰 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큰 사모님 말씀이라면 뭐든 들을게요. 영훈 오빠를 닮은 토끼 같은 자식도 더 많이 낳을게요.”“그래, 애는 많이 낳을수록 좋지. 우리 고씨 가문이 너한테 손해 보게 할 일은 없을 거야.”“서윤 언니는 정말 안됐죠. 둘째 갖겠다고 한약에 침까지 맞고 하느라 몸만 더 망가졌으니... 큰 사모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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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갑자기, 룸 안의 소란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모두가 송서윤을 바라보았고 그 순간 두려움이 그들의 얼굴에 드리워졌다.고영훈이 허연수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채더니, 그대로 바닥에 밀쳐버렸다.“네가 애원해도 소용없어. 큰 사모님께서 정한 일은 아무도 바꿀 수 없어. 게다가 네가 하준이를 잘못 이끌고 서윤이 마음을 다치게 했으니, 내가 이 정도로 끝낸 것만 해도 너그러운 거야.”차가운 목소리에 단호함까지 서려 있었다.바닥에 내동댕이쳐진 허연수는 아픈 듯 얼굴을 찡그리며, 송서윤을 향해 원망스러운 눈빛을 보냈다.“그래, 네가 하준이를 잘못된 길로 이끌고 형수님 마음을 아프게 했으니, 형님이 이 정도로 넘어간 것도 고마워해야 해.”조금 전까지 웃고 떠들던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한숨을 내쉬며 송서윤을 감쌌다.“하준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건 정말 실망이야. 형수님 속을 썩이다니....”“형수님,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세요.”“형님이 형수님을 얼마나 아끼는데, 누가 감히 형수님을 무시하겠어요.”정지욱은 허연수를 밀치며 말했다.“형수님, 지금 바로 연수 씨를 내보내겠습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고영훈 옆에 있던 허연수는 한순간에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져 모두의 손가락질을 받았다.그녀는 격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송서윤은 이 위선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역겨움을 느꼈다. 그녀는 냉정하게 말을 끊었다.“연수 씨, 조금 전에 하준이 아빠한테 들러붙은 거 해명해 봐! 정말 부탁하려고 그런 거였어?”그 순간, 모든 분노가 허연수에게 쏠렸다. 아무도 송서윤의 심기를 건드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허연수의 얼굴은 파랗게 질렸다가 금세 창백해졌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송서윤을 노려보았다.‘당연히 아니지! 네 남자랑 잤으니까, 네 남자의 애인이니까 그렇게 가까이 붙어있었던 거지. 바보 같긴!’하지만 고영훈 앞에, 감히 모든 걸 드러낼 수 없었다.그때, 고영훈이 정지욱을 흘긋 쳐다봤다. 그러자 정지욱은 곧바로 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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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고하준의 말은 보이지 않는 칼날처럼 송서윤의 가슴을 깊게 베었다.사랑하는 아들이 남편을 유혹해 가정을 파탄 낸 여자를 위해 무릎까지 꿇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송서윤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하준아, 방금 뭐라고 했니?”고하준은 고개를 빳빳이 들고 투정 부리듯 말했다.“엄마, 엄마는 예쁜 반지도 많잖아요. 그중에 하나쯤 연수 이모한테 준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거예요? 엄마도 항상 연수 이모가 저를 잘 돌봐줬다고 고마워했잖아요. 그래서 제가 엄마 대신 이모한테 선물한 거예요.”고하준의 말에서 죄책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오히려 당당했다.‘그날 학교 끝나고 집에 오니까, 연수 이모가 현관에서 반지를 보고 너무 좋아하는 거야. 이모는 평생 이런 반지 못 사본다면서 엄청나게 부러워했어. 그 모습이… 그냥 너무 안쓰러웠단 말이야. 엄마도 맨날 주변 사람들한테 인심 쓰라고 했잖아! 근데 왜 지금 와서 나만 뭐라고 해!’송서윤은 세면대 가장자리를 꽉 잡고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그녀는 아이를 내려다보며 물었다.“이모한테 선물하기 전에 반지의 주인인 엄마한테 먼저 물어봤어야지. 엄마가 항상 말했잖아. 남의 물건을 허락 없이 가져가는 건 도둑질이라고.”그러자 고하준은 삐죽거리며 대답했다.“엄마가 돌아가시면, 엄마 물건은 다 제 거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가져간 것도 결국 제 물건을 미리 선물한 것뿐이에요. 그게 왜 도둑질이죠?”송서윤의 심장이 서늘하게 식어갔다.“누가 그래? 내 물건이 네 거라는 말, 누가 했니?”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엄마가 항상 말했잖아. 사람은 결국 자기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고.”고하준은 여전히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몰랐고 뻔뻔하리만치 당연한 표정이었다.송서윤은 가슴 한쪽에서 말로 다 못 할 서러움이 북받쳤다.적어도 자신이 갑자기 떠나면 아들이 조금은 슬퍼하고 그리워할 줄 알았다.하지만 고하준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을뿐더러, 이미 엄마가 죽은 뒤 물려받을 것들만 생각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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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허연수에게... 딸이 있다고요?”송서윤은 안마의자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이원주는 송서윤이 관심을 보이자, 조각난 사진들을 차분히 테이블 위에 맞춰가며 말했다.“오늘 허연수 씨 짐을 정리하는데, 사진첩 하나가 있더라고요. 어린 여자아이 사진이었어요. 단발머리였는데, 처음엔 하준이인 줄 알았다니까요.”이원주는 멋쩍은 듯 허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그 모습이 오히려 송서윤의 얼굴을 더 창백하게 만들었다.송서윤은 이원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그 사진첩, 나한테 좀 가져다줘요.”그때, 방문 밖에서 고영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 뭐 찾고 있어?”송서윤이 천천히 몸을 돌려 문 쪽을 바라보았다.따스한 노란 조명 아래, 실크 파자마를 입은 고영훈의 차가운 인상도 한결 부드러워 보였다.며칠 전, 그가 클럽에서 입었던 정장은 그녀 앞에서 직접 도우미들에게 버리라고 지시했고, 지금쯤이면 쓰레기 더미 속에 처박혀 있을 터였다.송서윤은 여전히 그에게 단 한 마디도 건네고 싶지 않았다.“아무것도 아니야.”그녀는 테이블 위에 흩어진 사진 조각들을 쓸어내리며, 아래층으로 내려가 직접 사진첩을 확인하려 했다.그러자 고영훈이 어디선가 사진첩을 들고 와 그녀 앞에 내밀었다.“이거 찾는 거야?”그는 사진첩을 천천히 한 장씩 넘겼다. 눈짓을 보고 이원주는 빠르게 조각난 사진을 치우고 조용히 방을 빠져나갔다.사진 속, 한 여자아이가 갓 태어났을 때부터 자라온 모습이 차례차례 펼쳐졌다.“보육원 원장님이 소개해 준 아이야. 며칠 전에 보내온 사진첩이거든. 하준이랑 많이 닮지 않았어?”고영훈의 눈가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그 눈빛에는 자상한 아버지의 기운이 어렸다.“아까 하준이가 친구를 사귀었다고 했는데, 바로 이 아이래. 지난번에 보육원 아이들도 킹더랜드에 같이 갔었잖아.”사진첩을 받아 든 송서윤의 마음은 한결 누그러졌다.허연수는 몸도 워낙 연약해서, 아이를 낳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메시지 내역 어디에도 아이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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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고하준이 2층에서 뛰어 내려와 송서윤을 노려봤다.“엄마, 이러면 안 돼요! 아빠가 직접 설계한 집이잖아요. 내 장난감, 미끄럼틀, 수영장, 그리고 정원에 연수 이모가 만들어준 그네까지... 저한테는 추억이 깃든 집이라고요! 엄마 마음대로 망가뜨리면 어떡해요!”송서윤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하준을 바라봤다.그 싸늘한 눈빛이 무서웠는지, 고하준은 저도 모르게 고영훈의 뒤로 몸을 숨겼다.‘엄마 눈빛이 저렇게 차가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혹시 학교 끝나고 연수 이모 만났던 걸 들킨 건 아니겠지?’“아빠, 엄마 좀 말려줘요...”고하준이 목소리를 한껏 낮췄다.고영훈은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아들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엄마가 네 생일 준비한다고 일부러 리모델링하려는 거야. 곧 우리 집에 새로운 가족도 생기니까, 이제 집 구조도 좀 바꿀 때가 됐지. 맞아? 여보?”송서윤은 별다른 표정 없이,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고하준은 믿기지 않는 듯한 얼굴로 송서윤에게 다가와 목에 팔을 감고 볼에 쪽 소리를 내며 입을 맞췄다.“엄마, 제가 오해했네요. 역시 세상에서 저를 제일 사랑하는 건 엄마인가 봐요!”어젯밤, 고영훈은 아들에게 말했다."엄마와 아빠의 결혼반지를 다른 사람에게 주는 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거야. 엄마와 아빠의 사랑이 담긴 정말 소중한 반지니까..."고하준은 그 말을 듣고 엄마가 자신과 함께 자지 않겠다고 한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아침이 되면 사과할 생각이었지만, 지금 보니 괜한 걱정이었나 싶었다.‘엄마는 나만 사랑해. 내가 무슨 잘못을 해도 결국 다 용서해 줄 거야. 잠깐만 화내고 금방 풀리니까, 굳이 먼저 사과할 필요도 없어.’송서윤은 아들의 천진한 얼굴을 바라보다가, 결국 손을 뻗어 안아주었다.하지만 고하준은 금세 송서윤의 품에서 빠져나가 식탁 반대편으로 달려가 아침을 먹을 준비를 했다.송서윤의 손이 공중에 멈춰 섰다.“근데, 여보. 왜 그렇게 아끼던 차까지 폐차했어?”고영훈이 송서윤 앞에 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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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고영훈을 마주한 순간, 송서윤의 표정이 굳어졌다. 무의식중에 손에 힘이 들어갔다.‘혹시... 방금 그 말을 고영훈이 들었을까?’하지만 고영훈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그제야 송서윤은 이 사무실이 고영훈이 직접 설계한 공간임을 떠올렸다. 대표이사실과 같은 자재로 마감된 이곳은 방음이 완벽했다.평소에도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안에서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그제야 그녀는 조금 안심이 됐다.그런데 갑자기 서지원이 날카롭게 물었다.“고영훈, 너랑 허연수 도대체 무슨 사이야?”송서윤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나랑... 허연수?”고영훈이 미묘하게 눈썹을 찌푸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송서윤은 순간적으로 서지원의 손을 꽉 잡으며 먼저 말을 끊었다.“지... 지욱 씨랑 그 여자, 소문 난 거 지원이도 이미 다 알고 있어. 당신 허연수의 먼 친척 오빠라면서? 어떻게 지욱 씨가 그 여자랑 놀아날 때까지 모른 척했을 수 있어?”서지원은 잠깐 당황한 듯했지만, 곧 송서윤의 떨리는 입술과 긴장한 눈빛을 보고 눈치를 챘다.‘아, 고영훈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그래? 일부러 덮으려는 거구나? 그렇다면 친구로서 나도 같이 맞장구쳐 줘야지.’“야, 우리 어릴 때부터 똑같은 바지 돌려 입고 자란 사이 아니냐? 넌 대체 누구 편이야?”서지원은 일부러 삐친 척하며 고영훈을 쏘아보았다. 그러면서 송서윤에게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주었다.송서윤은 겨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고영훈이 송서윤을 꼭 껴안고 귀에 바짝 대고 부드럽게 속삭였다.“여보, 난 누구 편도 아닌 당신 편이야. 지욱이 그 녀석도 어떻게 하든 당신들이 알아서 해. 난 신경 쓰지 않을게. 뭐든 원하는 대로 해도 좋아. 여보, 제발... 이제 그만 화 풀어줘. 응?”고영훈은 그녀를 품에 꼭 안으며 끝없는 애정을 쏟아냈다.그의 삶에서 송서윤은 언제나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다.시간이 흐르고 해가 바뀌어도,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는 한결같이 그녀 곁을 지켰다.하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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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고영훈이 당황한 얼굴로 송서윤을 바라봤다.“여보, 왜 그래?”평소라면 자연스레 키스를 나누던 두 사람이었지만 오늘은 차 안에서 입맞춤이 불편해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을 뿐이었다.“아니, 그냥... 불편하잖아.”송서윤은 조용히 휴지로 이마의 자국을 지웠다.“화장이 번졌어.”고영훈은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허리를 숙여 조심스럽게 말했다.“여보, 운전 조심하고 회사 도착하면 꼭 연락해. 난 잠깐 결재해야 할 건들이 있어서 올라가 볼게. 퇴근하고 같이 하준이 데리러 본가에 갈 거야. 우리가 다시 집에 들어간다고 하니까 엄마도 너무 좋아하시더라. 오늘 네가 좋아하는 반찬도 잔뜩 준비하셨대.”송서윤은 룸미러에 비친, 길가에 서 있는 정지욱을 바라봤다. 그리고 고영훈에게 짧게 대답했다.“응, 알겠어.”고영훈은 그녀가 차를 타고 멀어지는 뒷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봤다. 그리고 SUV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지욱도 뒤따라 차에 올랐다.SUV는 북쪽 별장 단지로 곧장 향했다.별장 입구에서는 허연수가 환한 미소로 고영훈을 반겼다. 품에 안기듯 달려와 그를 맞아주는 모습이었다.그 뒤에는, 레스토랑에서 먼저 나온 서지원이 서 있었다. 세 사람은 마치 오랜 친구처럼 웃으며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송서윤은 조용히 그 뒤를 따라 별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직접, 그 장면을 목격했다.도무지 현실이라고 믿기지 않았다.운전대를 잡은 손이 저릿하게 아릴 만큼 힘이 들어가 있었다.‘지원이가... 왜 저기 있어?’머릿속에는 수많은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고 조금 전까지 허연수를 욕하던 서지원이 왜 저기 있는 거지? 허연수가 다시 눈에 띄면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했던 지원이가 왜... 내가 가장 믿는 사람이었는데... 왜 내 가정을 망가뜨린 여자와 저렇게 잘 지내고 있는 거지?’송서윤은 갑자기 눈이 시리게 아파왔다. 이미 울다 지친 눈인데, 또다시 뺨이 축축해졌다.모든 걸 부정하고 싶었다.차에서 내리다 온몸에 힘이 풀려 아스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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