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을 나서자, 집사 김태원이 다급히 다가왔다.“사모님, 어디로 가시렵니까? 제가 모시겠습니다.”‘그러게? 어디로 가야 할까...’이젠 더는 기댈 사람도, 마음 붙일 곳도 남아 있지 않았다.떠오르는 건 단 한 군데뿐이었다.“괜찮아요. 혼자 갈게요.”김태원은 뭔가 이상하다는 듯, 멀어지는 송서윤의 뒷모습을 바라봤다.그때, 그의 핸드폰이 급하게 울렸다. 수화기 너머로 도우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큰일 났어요! 사모님께서 대표님 비밀을 알아버렸어요. 지금... 지금 난장판이에요, 그 여자 방이...”도우미는 서재에 흩어진 물건들을 보고 놀라 전화를 건 것이었다.김태원은 이 사실을 곧장 큰 사모님인 주희영에게 알렸다.송서윤은 파나메라를 타고 고속도로를 내달렸다. 도심의 소음도, 지난날의 미련도 점점 멀어졌다.온통 짙은 산길, 그녀는 천천히 자신을 어둠 속으로 밀어 넣었다.그 시각, 케이원 그룹 대표이사실 휴게 공간.허연수가 고영훈의 위에 올라타고 애교를 부리던 중, 침대맡에 둔 그의 휴대폰에서 알람 소리가 울려댔다.손을 뻗어 확인하자, 앱 화면에 빨간 점 하나가 지도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었다.“여보, 하준이 오늘 복싱 끝나면 뭐 먹고 싶어 할까요?”허연수가 그의 팔을 감아 안으며 물었다.그러자 고영훈은 그녀의 팔을 밀어내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방금까지 아무렇지 않게 들리던 ‘여보’라는 말이 지금은 귀에 거슬렸다.“다시는 여보라고 부르지 마.”‘서윤이 아니면 아무도 나를 여보라고 부를 자격 없어. 허연수는... 잠시 착각이었을 뿐이야.’고영훈은 벌떡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입고 뒤돌아보지 않고 대표이사실 휴게실을 나섰다.고영훈이 떠나자, 허연수의 환한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그녀는 씩 웃으며 이를 악문 채, 침대 머리맡에 놓인 고영훈과 송서윤의 부부 사진을 집어 들고는 단번에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나는 송서윤보다 젊은 데다가 얼굴도, 몸매도 내가 훨씬 예뻐! 그리고... 침대 위에서도 내가 더 사랑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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