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약혼녀의 화려한 재출발: Chapter 51 - Chapter 60

100 Chapters

제51화

주금자의 얼굴이 순간 하얗게 질렸다.“스님, 제발 우리 아가 배 속의 아이를 살려주세요!”옆에 있던 심주영은 속으로 눈을 굴렸다.심주영은 철저한 무종교인이었지만, 시어머니가 이런 근거 없는 미신을 맹신하는 걸 알기에 굳이 맞서서 피곤해지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권아의 뱃속 아이도 자신의 손주이니,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스님이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댁에 혹시 성이 ‘이’ 씨인 여인이 있습니까? 그 여인은 어릴 적부터 고아였을 것이고, 복은커녕 온몸에 한이 서려 있습니다.”“어릴 적 버려져 천운을 타지 못했을 터인데, 강 씨 집안은 대대로 기운이 깊으니... 그 복이 지금 조금씩 그 여인에게 빨려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여인을 집안에 두면, 반드시 큰 화를 불러올 것이오.”그 말이 주금자의 심장을 정통으로 때렸다.‘역시... 이하니 그 재수 없는 계집애 짓이었어!’‘이하니가 우리 집안에 발을 들인 뒤로 집안에 크고 작은 불운이 끊이지 않았어!’주금자는 속으로 당장이라도 하니를 내쫓고 싶었는데, 스님의 말이 절호의 명분이 되어 주었다.“이하니, 너 스스로 나갈래? 아니면 내가 사람 불러 끌어낼까?”주금자의 목소리엔 노골적인 적의가 서려 있었다.“역시 너였구나, 우리 집안을 해치는 원흉이! 당장 꺼져! 나는 너 같은 애는 쳐다보기도 싫다! 승오랑 당장 파혼하고, 오늘 안에 B시에서 사라져!”하니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이 할머니, 성질이 이렇게 급해서야... 이틀만 더 참지 못하나?’사실, 떠날 마음은 이미 굳혔고, 곧 떠날 생각이었다. 하니가 가만히 서 있는 게 못마땅했던 주금자는 성급하게 다가와 지팡이로 하니를 툭툭 찌르며 몰아세웠다.“아직도 안 나가? 이 집에 얹혀살 생각이냐? 우리 집안은 너 같은 고아를 절대 며느리로 받아들일 수 없어! 애도 못 낳고 아무 쓸모도 없으면서, 괜히 붙어 있어 시간만 잡아먹고...”“내 손자 인생까지 망치고 있잖아! 너만 아니었으면 벌써 증손자가 태어났을 거야!”주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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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하니가 나가려 하자, 승오가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오늘 집안 식사 있다고 하지 않았어? 왜 갑자기 가려고 해?”“승오야, 이 재수 없는 사람 당장 내쫓아! 우리 집은 이런 여자를 맞이하지 않아!”주금자의 목소리는 매서웠다.“아까 스님이 그러셨어. 이런 여자는 흉물, 집안에 두면 기운이 다 빠져나간다고! 당장 파혼해!”“할머님, 이런 말을 믿으세요?”승오가 비웃듯 말했다.“저는 그런 허무맹랑한 얘기는 안 믿어요. 스님 한마디를 뭐 얼마나 믿을 수 있다고요.”그 순간, 주금자의 눈앞이 갑자기 캄캄해졌다.“아이고...”그녀는 그대로 쓰러졌다.“사모님, 어떻게 이럴 수가 있으세요!”권아가 재빨리 주금자를 부축하며 목소리를 높였다.“할머님이 사모님 때문에 기절하셨어요. 본가 오자마자 이렇게 소란을 피우는 건, 우리 모두를 곤란하게 하려는 거죠?”“어서 의사 불러!”승오가 지시했다. 그러곤 고개를 돌려 하니를 향해 낮게 말했다.“할머님 깨어나기 전엔, 절대 못 나가.”곧 의사가 도착했다.“어르신은 심하게 흥분하셔서 일시적으로 기절하신 겁니다. 앞으로는 절대 자극받지 않게 하셔야 합니다.”“저는 사모님이 이렇게까지 몰지 몰랐어요.”권아가 작게 흐느끼며 말했다.“할머님이 그냥 몇 마디 하셨을 뿐인데, 사모님이 이렇게 하시다니... 결국 할머님을 기절시킨 건 사모님이잖아요.”하니는 손끝을 세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승오를 바라봤다.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보고 싶었다.승오는 잠시 숨을 삼키듯 하니 앞에 섰다. 표정은 꾹 눌러 참는 기색이었다.“할머님은 원래 몸이 안 좋아. 내가 전에 말했잖아. 할머님은 내가 존경하는 분이라고.”“그러니 나를 위해서라도 네 성질 좀 죽일 수 없어? 네가 이렇게 하면... 내가 어떻게 하라고.”결국 승오는 하니를 믿지 않았다.하니의 입꼬리가 서늘하게 올라갔다.‘내가 뭘 하든, 강승오는 결국 자기 가족 편이구나.’그는 하니와 결혼하기 위해 자기 집안이 ‘많이 양보’했다고 여겼다.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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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모두가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승오를 바라봤다.지난 6년 동안, 승오는 하니를 애지중지하며 마치 손에 올려놓고 기를 듯 사랑해 왔다.강씨 집안 어른들이 여러 차례 결혼을 반대했음에도, 승오는 혼자서 그 모든 반대를 막아냈다.결국 어른들도 조금씩 물러섰고, 이제는 결혼 준비까지 마친 상태였다.그런데 지금, 모두가 보는 앞에서 승오가 하니의 뺨을 때렸다.하니는 얼굴을 감싸 쥔 채, 온몸의 피가 멎어버린 듯 굳어졌다.‘이게... 현실이야?’통증은 피부가 아니라 심장 깊숙한 곳에서 번져 나왔다.하니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승오를 올려다봤다.“좋아. 원하는 대로 해.”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결심이 담겨 있었다.“우리, 파혼하자.”이제 이 상황에서 모든 걸 끝내는 방법은 그것뿐이었다.가슴 한쪽이 서서히 무너져 내렸지만, 하니는 뒤돌아 걸음을 옮겼다.그 순간, 승오가 하니의 팔을 붙잡았다. 눈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여보... 나,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바로 그 찰나, 승오는 후회했다.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뿌리째 뽑혀 나가는 듯한 공허함이 몰려왔다.하니를 잃는 고통은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다.“승오야, 이 계집애가 파혼하겠다잖아. 뭘 붙잡고 있어!”주금자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내려앉았다.“어서 이 재수 없는 사람을 내 눈앞에서 치워!”“승오야, 할머님 좀 생각해라.”심주영도 덤덤히 한마디 얹었다.“할머님 몸도 안 좋으신데, 괜히 더 힘들게 하지 마.”“대표님.”권아 역시 애써 걱정스러운 얼굴을 지었다.“이하니 씨가 가겠다는데, 굳이 잡으실 필요 있나요?”“닥쳐!”승오의 눈이 붉게 충혈됐다.“6년을 함께했어. 난 하니랑 결혼할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단호한 목소리와 함께, 승오는 하니의 뺨에 손을 대려 했다.하지만 하니는 그대로 몸을 피하며 말했다.“그렇게 해도... 아무 의미 없어.”냉담한 목소리를 남긴 채, 하니는 승오의 손을 강하게 뿌리치고,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이 집안, 이 자리...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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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오빠, 오빠는 나랑... 그리고 우리 아기랑 평생 같이 있는 거 맞지?”승오의 시선이 서늘하게 권아를 스쳤다. 목소리엔 이미 불쾌함이 묻어 있었다.“내가 언제 하니랑 파혼하겠다고 했어?”권아는 순간 얼어붙었다.그는 지금까지 승오가 파혼 문제로 마음이 상해 있는 줄만 알았다.‘그런데...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꾼 거지?’“오빠, 나는 정말 오빠가 안쓰러워. 오빠는 이하니 위해서 이렇게 많은 걸 감당했는데, 그 여자는 오빠 마음 조금도 헤아리지 않잖아.”“게다가 집안 어른들 앞에서까지 그런 말을 하다니... 이건 대놓고 오빠 무시하는 거 아닌가?”권아의 목소리가 낮게 흘렀다.“솔직히 말해서, 이하니는 이미 오래전부터 떠날 생각이었을지도 몰라. 오빠랑 쌓아온 관계 따위, 벌써 버릴 준비가 돼 있었을지도.”“그럴 리 없어.”승오의 목소리가 단호하게 떨어졌다.“우린 6년을 같이 있었어. 하니가 무슨 권리로 날 떠나? 하니의 모든 건 내 거야. 하니는 내 여자고... 강승오의 아내 자리는, 하니 말고 누구도 앉을 수 없어.”권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오빠, 그 말... 진심이야?”손끝이 힘없이 오므라들었고, 눈빛 속에 짙은 상실감이 번졌다.“그럼 오빠는 나랑 아기는 생각도 안 해? 우리 미래는? 평생 숨어 사는 애인이 되라는 거야?”“내 아기는 그냥 사생아로 살라는 거고? 나도 오빠 아내가 돼서, 평생 오빠 곁을 지킬 수 있잖아...”순간, 승오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그는 손을 뻗어 권아의 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너... 내가 널 왜 좋아하는지 알아?”목소리가 낮고 차갑게 파고들었다.“난 네가 얌전하고, 눈치 빠르고, 말수가 적어서 좋아했어. 하지만 네가 욕심을 부리면... 그땐 가만 안 둬.”그 경고가 담긴 시선에, 권아의 어깨가 떨렸다.“오빠... 내 뱃속엔 오빠 아이 있어...”“하니가 아이 낳는 게 힘들지 않았다면, 네가 무슨 짓을 하든 내 아이를 품을 기회는 없었을 거야.”승오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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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그동안 승오는 온전히 권아에게만 신경을 쏟았다.하니의 마음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셈이었다.그러다 문득 생각해 보니, 중간에 이상한 기류가 여러 번 스쳤다.예전의 하니는 늘 그를 달래고, 그의 기분을 맞추는 사람이었다. 파혼 같은 말은커녕 날 선 한마디조차 꺼낸 적 없었다.그런데 지금의 하니는 툭하면 ‘파혼’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다.마치 이번엔 정말로 떠날 결심이라도 한 것처럼.딩동-승오의 핸드폰의 알림이 울렸다.그는 무심히 시선을 내렸다가, 화면 속 문자를 보고 눈동자가 순간 수축됐다.[3일 뒤, 이하니 씨 출국 항공권 예약 완료했습니다.]남자의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하니는 따로 직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생활비 전부를 자신에게 의지하고 있었다.게다가 지난 몇 년 동안, 승오의 비서가 하니의 일정까지 세세하게 보고해 왔는데, 어째서 이번엔 아무 말도 없이 비행기표를 끊은 걸까?‘우연일 리가 없어.’승오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며칠 동안은 사람 붙여서 널 챙기라고 할 거야.”남자의 표정이 불길하게 굳은 걸 보고, 권아는 더는 기분을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알겠어, 오빠.”...사흘 뒤, 하니는 캐리어를 끌고 공항에 도착했다.마지막으로 B시 전경을 눈에 담고, 곧장 출국장으로 향하려던 순간, 검은 양복 차림의 남자들이 순식간에 주위를 에워쌌다.하니는 순간 굳어 버렸고, 고개를 들자마자 승오의 매서운 시선과 마주했다.“여보, 어디 가는 길이야?”그의 입꼬리가 의미심장하게 올라갔다.하니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어떻게 알았지? 역시 감시를...’그 외엔 설명할 길이 없었다.하니의 눈빛이 차갑게 식어갔다.그리고 두 걸음 물러서며, 또박또박 말했다.“뺨을 때렸잖아. 난 기분 전환하러 여행으로 가는 거야.”그 말에 승오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더니, 하니를 끌어안으려 다가왔다.하니는 곧바로 몸을 비켜냈다.“이제 내 신체의 자유까지 제한하려는 거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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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여보, 그럼...”승오가 말을 멈추더니 잠시 숨을 고르고 말했다.“우리 결혼하고 나서 신혼여행 가자. 딱 우리 둘만. 그리고 그때 네가 아이 하나 가져주면, 우리 집안 사람들도 널 받아들일 거야.” 하니는 두 걸음 물러섰다.“앞으로 3년은 아이 가질 생각 없어.”“그래, 네가 원하지 않으면... 내가 아이 입양해서 키우면 되잖아. 평생 아이 안 가져도 좋아. 널 위해서라면 뭐든 할게.”겉으로 들으면 감동을 주는 말.하지만 하니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난 3년만 미루겠다 했는데...’ ‘얘는 벌써 입양 얘기하고 평생 아이 없이 살자고 하네. 그게 뭘 뜻하는 건데...’그건 결국, 권아의 아이를 하니한테 맡겨서 키우게 하겠다는 소리 아닌가?백권아? 그 여자의 성질과 욕심은 누구보다 하니가 잘 알았다.자기 오빠를 시켜서 하니를 차로 들이받게 만든 사람이다.죽여서라도 강씨 집안 안주인 자리를 빼앗으려 할 텐데, 제 손으로 아이를 맡길 리가 있나?“이 얘긴 그만하자.”하니가 단호하게 잘랐다.“네가 진짜 날 못 가게 막겠다면, 그냥 집으로 돌아갈게.”하니는 속으로 계산했다.‘이 사람, 분명 내 위치를 추적하고 있어.’ ‘아니면 이렇게 금방 나타날 리가 없지...’‘아니, 아마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을 거야.’“여보, 아직도 화났으면 내 뺨을 두 대 때려. 그걸로 네 화가 풀린다면 뭐든 하겠다니까?”지금의 승오는 한없이 고분고분해 보였다.하니는 입술을 꼭 다물었다.“너한테 화낸 적 없어.”“그럼 왜...”“네가 나한테 한 약속, 기억나?”하니가 눈썹을 살짝 올렸다.“결혼할 때 직접 디자인한 주얼리 세트를 만들어서 내 목에 걸어주겠다고 했잖아.”하니의 목소리는 서늘하게 가라앉았다.“그 주얼리 세트는, 지금 어디 있지?”승오는 순간 멈칫했다.그러다 마치 잊고 있던 기억이 불쑥 떠오른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니는 승오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승오는 디자인, 특히 주얼리 디자인에 있어선 거의 천재에 가까운 재능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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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소파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외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승오의 발걸음이 순간 멈췄다. 그는 하니의 손을 뿌리치고, 외투 앞으로 다가가 집어 들었다.하니의 눈이 커졌다. 그것은 부건빈이 두고 간 외투였다. 아직 돌려줄 기회도 없었는데, 승오가 보게 될 줄은 몰랐다.승오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차가운 눈빛을 가늘게 뜨며 하니를 돌아봤다.“여보, 우리 집에... 다른 남자가 하룻밤을 묵은 거야?”“내가 아니라고 하면... 믿을 거야?”“믿지. 왜 못 믿어? 넌 내 여보잖아.”승오는 못마땅하다는 듯 외투를 옆으로 던지고, 곧 하니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몸을 숙이며 입술을 가까이했다.“자기야, 오늘은 거절할 이유 없지? 난 자기를 가지지 못한 지 오래됐어. 내 아이를 가지면 얌전히 있을 거야?”“우리 애나 몇 더 낳자, 응? 난 불안한 사람이야, 여보. 자기를 붙잡아 두고 싶어.” 이렇게 집착하는 승오를... 하니는 연애 초반에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설마 아직도 이럴 줄은...’왠지 더 버거워졌다.“나 쉬고 싶어.”하니는 시선을 피했다.승오의 눈동자에서 온기가 사라졌다. 그는 하니의 턱을 거칠게 들어 올렸다.“그래서 나랑은 하기 싫다는 거야? 이렇게 쉬운 것도 거절하고... 진짜 딴 남자 생긴 거지? 맞지?”“다른 남자? 그런 사람 없어.”하니의 눈가에 노기가 스쳤다. ‘이 사람, 대체 상상 속 적을 몇이나 만들 셈이지?’ 그날, 하니는 부건빈과도 몇 번 마주친 게 전부였다. 깊은 관계는커녕 대화도 거의 없었다.승오의 이런 말은 하니를 더 불편하게 만들 뿐이었다.승오는 한 번도 하니를, 하니의 마음을 믿지 않는 듯했으니까. “네가 말 안 해도 알아. 누군지...”승오가 의미심장하게 눈썹을 올리더니, 하니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았다. 그대로 번쩍 안아 올려 침대로 향했다.하니의 온몸이 떨렸다. ‘이런 건... 원하지 않아.’하지만 승오는 오늘 하니를 절대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남자의 손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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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자기야, 지금 날 믿지 않는 거야?”하니가 순진한 눈빛을 깜박였다.‘강승오 앞에서까지 가면을 쓰게 될 줄 몰랐네.’연하는 속이 뒤집혔다. 하니가 이렇게까지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심지어 승오 앞에서까지 연기를 하다니.“승오, 넌 내 동생이고, 이하니는 남이야. 쟤는 늘 이런 식이었어. 지난번엔 할머니 쓰러지게 한 거, 기억 안 나?”“그 일만으로도 당장 파혼해야지. 차라리 너한테 딱 맞는 아내를 다시 고르는 게 나아. 이런 보육원 출신이랑 결혼하는 것보단 백배 낫지.”“전생에 무슨 천벌 받을 짓을 했는지, 부모도 없이 태어나서 고아로 자란 데다, 사람들한테 미움까지 사는 애잖아!”연하는 결국 속마음을 꺼냈다.하니는 눈앞의 연하가 낯설기만 했다.‘역시... 그동안 강연하의 모습은 전부 가짜였어.’지금이야말로 연하의 진심이었다. 연하는 처음부터 하니를 깔봤다.그동안의 웃음과 친절은 모두 거짓이었다.그리고 승오.‘세상에서 제일 위선적인 건 강승오야.’‘애인도 원하고, 나도 원하고... 두 배로 더럽지.’“언니 눈엔 제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요? 전 언니한테 단 한 번도 해를 끼친 적 없어요.”“그동안, 언니가 원하면 어떻게든 구해다 줬고, 언니가 웃으면 그걸로 됐어요. 근데... 고아라는 이유로 저를 싫어한다면, 할 말 없네요.”승오가 눈살을 찌푸렸다.“누나, 그 말은 너무 심하잖아.”“네가 뭐라도 된 줄 알아? 우리 동생 없으면 넌 아무것도 아니야. 감히 나무 꼭대기에 올라앉은 새라도 되는 줄 알았니? 웃기고 있네.”“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후회할 짓 좀 하지마. 내 동생이랑 결혼한다고 강씨 집안 사모님 자리를 안정적으로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아?”“그 자리 탐내는 여자들 줄 섰어. 그리고 내 동생 마음속 ‘유일한 여자’는 네가 아니라고!”그 말이 끝나자, 승오가 울분을 터뜨렸다.“누나! 대체 뭐 하자는 거야? 나랑 하니는 결혼할 사이라고! 그런데 이런 말을 하다니!”연하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허, 바보 같은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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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승오의 풋풋했던 모습이, 하니의 기억 속엔 아직 선명했다.그때의 승오는 갓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였고, 명문가 집안 도련님이면서도 잘난 체는커녕 어수룩해 보였다.사람 대하는 태도도 늘 부드럽고 예의 바르던 아이.‘그땐... 정말 순수했었는데...’하니는 애초에 승오를 높이 올라가야 할 대상으로 본 적이 없었다.미술을 전공하며 교수들의 눈에 들어 총애받던 그녀에게, 승오는 그저 우연히 시야 속에 들어온 사람일 뿐이었다.처음엔 아무런 교류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좋은 남자에겐 장사 없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하니는 어느 순간부터 세심하게 챙겨주는 승오에게 마음이 흔들렸고, 온몸으로 막아주던 남자의 진심에 감동했다.그러나 승오가 집안 회사를 물려받고, 상류 사회의 술자리와 인맥으로 들어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그의 곁에는 점점 더 많은, 그와 같은 부잣집 자제들이 모였다.승오의 세상에, 하니만 존재하던 시절은 끝났다.그래도 하니는 승오를 원망하지 않았다.그저 화려한 재벌 2세의 세상 속에서 스스로를 잃어버린 그가 안타까울 뿐이었다. “누나가 했던 말... 내가 대신 사과할게.”승오가 다급히 말했다. 하니가 오해할까 봐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하지만 하니의 머릿속에는 강연하와 처음 마주쳤던 순간들이 떠올랐다.그땐 하니가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지금 생각하면 많은 단서가 있었다.연하는 매번 보석과 명품으로 치장해, 일부러 하니를 초라하게 보이게 만들었다.그 눈빛 속에는 늘 묻어나는 오만함이 있었다.연하는 처음부터 하니를 깔봤다. 승오와 연하는 사촌지간이었다.‘피는 못 속인다더니, 결국 닮을 수밖에 없나 봐.’하니는 속으로 너무나 서운했지만, 여전히 온화하게 말했다. 눈빛마저 담담했다.“난... 연하 언니 안 미워해.”그 순간, 승오의 마음속에 알 수 없는 짜증이 일었다.그는 예전의 생기 넘치고 빛나던 하니를 더 좋아했다.지금의 하니는 무기력하고, 흥미를 느낄 수 없었다.‘이대로라면 나도 숨 막혀 죽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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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하니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을 이었다.“강승오는 분명 지금도 사람 붙여 날 감시하고 있을 거야.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절대 날 못 나가게 하겠지.”라연의 손끝이 바짝 힘을 줬다.[강승오 그 인간, 정말 비열하고 추잡하네. 뭐가 재밌다고 널 이렇게 붙잡아 두는 거야? 밖에선 딴 여자 만나고, 집엔 널 가둬놓고!][그냥 고소해. 강제로 붙잡고 감금했다고. 그게 아니라도, 바로 헤어져 버려.]“강승오 어머니가... 알아서 다 준비해 줄 거야.”하니가 낮게 말했다.“나도 강승오를 잘 알아. 그 사람이 놓지 않으면... 아무도 못 막아.”하니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이젠... 다시 계획 세워야 해.’라연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하니 진짜 억울하겠다. 어떻게 그런 쓰레기한테 속을 수가 있어? 처음엔 좋은 날만 올 줄 알았는데... 전부 거짓이었네.][아, 다 거짓은 아니지. 반은 거짓이고... 반은 진심이었을 거야. 강승오가 너를 사랑하지 않으면 결혼까지는 안 했겠지.]그 말에 하니는 웃음이 나왔다.‘남자는 집에 하나, 밖에 하나.’‘여자는 그냥 참아야 해? 세상에 그렇게 싼 거래가 어딨어?’...다음 날 아침, 웨딩드레스가 집으로 배달됐다.하니는 하얀 드레스를 한 번 쓱 바라보더니, 입꼬리를 비웃듯 올렸다.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고, 권아에게 전송했다.[웨딩드레스 어때?]승오의 품에서 눈을 뜬 권아는 사진을 보자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웨딩드레스?’그녀는 옆에 누워 있는 승오를 노려봤다.‘애까지 가졌는데... 결혼식 하나 안 해 주겠다고?’ ‘이건 일부러 날 우습게 보는 거잖아.’승오가 눈을 뜨자, 옆에서 한참이나 중얼거리던 권아가 보였다.“왜 그래, 자기?”권아가 입술을 삐죽였다.“우리 부모님이 전화했어. 내가 임신한 거 아시고... 결혼식 언제 하냐고 물으셨어.”그러다 권아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울음을 터뜨렸다.“난 집안의 외동딸이야. 결혼식도 없이 산다고 생각하면... 부모님이 속 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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