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준이 저렇게 불길하게 웃는 것을 보니 하지훈은 성유준이 이미 함정을 파놓고 그가 뛰어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알면서도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하지훈은 경계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조건이 뭔데? 너 설마 악덕 집주인처럼 굴면서 월세를 수백, 수천 배로 뻥튀기하려는 건 아니지?”“그럴 리가. 우린 친구잖아.”성유준은 아주 성실하게 웃으며 말했다. “얼마나 된다고 굳이 그럴 것까지야.”역시 성씨 가문의 실세답다.수백, 수천만 원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뜻이다.그런데 그 말이 성유준의 입에서 나오니 전혀 허세처럼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당연하게 들렸다.하지훈은 내심 그 여유를 배우면서도 물었다. “그럼 원하는 게 뭔데?”그는 성유준이 절대 좋은 의도를 품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성유준 역시 그 신뢰를 저버리지 않고 입을 열었다.“너, 우리 할머니 기분 맞춰드리는 거 꽤 잘하잖아? 방법을 좀 짜내서 할머니더러 아픈 척 좀 해달라고 해.”하지훈은 그가 지금 말하는 할머니가 이미숙이라는 걸 알고는 의아해했다. “아픈 척?”성유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픈 척.”하지훈은 성유준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마주하는 순간 곧바로 알아차렸다. “너 진짜... 온채아를 월강 레지던스로 꼬셔가려는 거지?”이미숙은 며칠 전 혼자 집에 있다가 계단에서 굴러 큰일이 날 뻔했다. 성유준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이미숙을 월강 레지던스로 모셔다 살게 했다. 적어도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즉시 병원으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성유준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무심하게 하지훈을 쳐다보았다. “그래서 집 빌릴 거야 말 거야?”“...”하지훈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불쌍한 우리 온채아, 어쩌다 저런 늑대 눈에 들어가지고.’‘이렇게 속이고 달래는데 어린애가 어떻게 버티겠냐고!’만약 온채아가 하지훈의 여동생이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대했을 거다. 자신의 사적인 연애질을 위해 여동생을 늑대 굴로 밀어 넣는 짓 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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