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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521 - チャプター 530

642 チャプター

제521화

온채아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반사적으로 양손을 뻗어 성유준을 밀어내려 했다.“뭘 그렇게 부끄러워해.”성유준은 발개진 온채아의 귓가를 보며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혼자 청승맞게 있는 것보다 이렇게 여자 친구를 품에 안고 있는 걸 보시면 할머니도 얼마나 기뻐하시겠어. 안 그래요. 할머니?”성유준은 넌지시 이미숙에게 동의를 구하기까지 했다. 온채아는 자신의 낯가죽이 그의 절반도 따라가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저 정도면 방탄용으로 써도 될 법했다.이미숙은 손가락으로 허공을 휘저으며 성유준을 가리켰고 얼굴 가득 미소를 띠었다.“그래. 너희 젊은 애들이 그렇게 달콤하게 지내는 게 보기 좋구나. 난 그저 기쁠 따름이야.”이미숙은 진심으로 기뻤다. 그저 이 두 사람 사이에 다시는 어떤 풍파도 일지 않기를, 그저 지금처럼만 계속되기를 바랄 뿐이었다.온채아는 입술을 깨물며 쑥스러운 듯 미소 지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안정감이 더 강해졌다. 예전 익숙함이 주던 안도감이 아니라 진짜 가족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미숙이 자신을 정말 손주며느리로 대하고 있다는 게 온몸으로 느껴졌다. 따뜻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형용할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했다.다음 날, 온채아는 한의원 진료를 마치고 시간을 확인했다. 이미 오후 2시였다. 서둘러 짐을 챙겨 근처에서 대충 국수 한 그릇으로 끼니를 때운 그녀는 주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지금 가면 딱 적당했다. 최해경 여사가 낮잠에서 깨어났을 시간이고 진찰만 마치고 바로 자리를 뜨기에도 좋았다. 너무 늦게 가면 저녁 식사 시간과 겹쳐 민은하와 마주칠 수 있는데 온채아는 그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다.그럼에도 최해경은 온채아를 보자마자 반갑게 손을 맞잡으며 안으로 이끌었다. “도대체 얼마 만에 온 게야? 율천이랑 이혼했다고 할미까지 모른 척하는 게야? 이혼했다가도 다시 합치는 사람들도 많단다.”어떻게든 다시 손주며느리로 삼고 싶다는 뜻이었다.“할머니.”온채아는 최해경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주씨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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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주율천은 온채아의 성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부드럽고 고분고분하며 매사에 조심스러운 성격.주율천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온채아가 언제부터 이렇게 앞뒤 재지 않고 현재의 즐거움만 쫓는 성격이 되었단 말인가.지난번, 소원희와의 원한을 성유준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말한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지금은 아예 대놓고 관계를 인정해 버렸다.성유준이 그녀의 복수를 용납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은 걸까.아니면 생각은 했지만 상관없다는 뜻인가.성유준에 대한 감정이 대체 얼마나 깊기에 어차피 헤어질 사이임에도 이렇게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는 것인지.정작 주율천과 부부였을 때는...온채아는 단 한 번도 남들 앞에서 주율천을 남편이라 인정하거나 소개한 적이 없었다.주율천은 문득 의문이 생겼다. 온채아는 정말 그에게 단 한 줌의 감정도 없었던 걸까.그들의 결혼 생활은 그저 겉으로만 화려할 뿐 실제로는 성씨 가문의 추잡한 수작들로부터 온채아를 격리하는 방패막이 역할밖에 하지 않았던 것일까.주율천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하지만 온채아는 최해경의 맥을 짚고 처방전을 쓰는 데만 집중할 뿐 처음부터 끝까지 주율천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최해경은 주율천의 복잡한 마음을 어느 정도 눈치챘다.“율천아, 위층 수납 실에 가서 증조할머니가 남기신 옥팔찌 좀 찾아오너라.”“네.”주율천은 그 기회를 틈타 자리에서 일어났다.주율천 역시 자신이 더 이상 아래층에 머무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최해경도 눈치챈 이상 기류를 온채아라고 모를 리 없었다. 그렇게 되면 온채아와의 거리는 더 멀어질 뿐이었다.온채아의 온 신경은 처방전을 작성하는 데로 가 있었다. 최해경의 위장병은 고질병이라 더 방치했다간 건강을 완전히 해칠 수도 있었다.전에도 진찰을 해드리고 싶었지만 당시엔 아무도 온채아의 의술을 믿지 않았다. 설령 최해경이 원한다 해도 민은하와 심서정이 사사건건 방해를 놓았을 터였다.주율천 또한...그때 주율천의 마음은 온통 심서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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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최해경은 오해가 생겨 온채아에게 폐가 될까 봐 웃으며 서둘러 설명했다.“내가 그런 복이 어디 있겠나. 내 몸이 안 좋다는 소식을 듣고 정성스럽게 살피러 와준 거라네.”그제야 거실 쪽을 바라본 민은하는 온채아를 발견하자마자 가시 돋친 목소리로 자랑질을 시작했다.“큰 오해를 하셨네요. 우리 주씨 가문이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인 줄 아세요? 제 미래의 며느릿감은 이미 정해진 사람이 따로 있답니다!”사실 예전만 해도 민은하는 심서정의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 심서정이 개천에서 용이 되어 신분이 상승했으니 이 기회에 주씨 가문과 하씨 가문이 사돈을 맺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게다가 심서정의 배 속에는 주율천의 아이까지 있으니 도망갈 길도 없었다. 주씨 가문에서 허락만 하면 이건 이미 따 놓은 당상이나 다름없었다.민은하는 이 기쁜 소식을 모두에게 알리는 데 거침이 없었다. 겸사겸사 온채아 그 가당치도 않은 계집애의 미련을 완전히 꺾어놓을 생각이었다.‘별것도 아닌 게.’입으로는 주율천과 상관없는 사이라고 떠들면서 틈만 나면 주씨 가문에 발을 들이미는 꼴이라니!그 말에 사모님들뿐만 아니라 최해경조차 황당하다는 듯 민은하를 쳐다보았다. 도대체 또 무슨 엉뚱한 짓을 꾸미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한 사모님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맞장구를 쳤다.“어느 집 귀한 따님인가요?”“하씨 가문이에요.”민은하는 온채아를 경멸 어린 눈빛으로 쓱 훑더니 혹시나 모를까 봐 턱끝을 치켜세우며 덧붙였다. “해성 하씨 가문이요.”그 말에 모든 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제야 온채아의 눈가에도 미세한 감정의 변화가 일었다. 민은하는 자신이 온채아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하며 더욱 의기양양해졌다.하지만 온채아는 괴로운 게 아니라 헛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참고 있는 중이었다. 민은하가 심서정의 아이를 주율천의 아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게 분명했다. 거기다 심서정이 하씨 가문의 핏줄로 밝혀지니... 이참에 주율천을 남의 자식이나 키우는 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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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안경숙은 순식간에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그녀는 눈치가 빨랐기에 민은하가 온채아를 얼마나 혐오하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온채아 역시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하물며 온채아는 성씨 가문과도 깊은 인연이 있지 않은가. 여기서 말 한마디 잘못했다간 나중에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지 알 수 없었다.다행히 안경숙이 양쪽 모두를 거스르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머리를 짜내던 그때, 현관 쪽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뜻 웃음기가 섞인 듯했으나 지독히도 차가운 말투였다.“사모님 같은 위인도 주씨 가문 문턱을 넘었는데 모든 면에서 출중한 채아가 성씨 가문 문턱 하나 못 넘겠습니까?”컥!여기 모인 사모님들은 이해관계로 얽힌 사이가 많았다. 때문에 속으로는 민은하의 오만한 태도에 불만이 쌓여 있었지만 그녀의 아들이 유능해 은성 그룹을 나날이 번창시키고 있으니 참아온 것뿐이었다.참았던 불만이 터져 나오려던 찰나 이런 사이다 발언이 들려오자 몇몇은 하마터면 대놓고 고소하다는 듯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대체 누구야? 저렇게 속 시원한 소리를 대놓고 하는 사람이.'온채아가 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니 멀지 않은 곳에 남색 슈트를 입은 성유준이 서 있었다. 불쾌함이 역력한 눈매로 온채아에게 손짓하던 성유준의 목소리에 그제야 온기가 실렸다.“가자. 집에 가야지. 주씨 가문 문턱이 너무 높아서 다음부턴 오면 안 되겠다.”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리 없었다. 앞으로 성씨 가문은 주씨 가문과 상종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였다!민은하는 얼굴이 뜨거워졌다. 사모님들 앞에서 이런 수치를 당하니 당혹감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 순간 그녀는 양가의 오랜 친분도, 진행 중인 협력 사업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다급하게 쏘아붙였다.“아무리 그래도 내가 어른인데. 네가 이제 좀 잘나간다고 나한테 이따위로 말하면 안 되지!”“그리고 내가 틀린 말 했니? 소원희 여사가 온채아랑 결혼하는 걸 허락할 리가 없잖아. 나를 깎아내릴 시간에 집에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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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성유준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소원희와의 관계를 세상에 알릴 줄은 몰랐기에 온채아는 멍해졌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온채아는 성유준의 품에 안긴 채 주씨 가문 본가를 빠져나왔다.집안은 이 소식을 들은 충격으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람들은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무슨 소리예요? 성유준 대표의 아버지가 성씨 가문의 장남인 걸로 아는데 소원희 어르신과 혈연관계가 아니라니... 설마 어르신이 첩으로 들어와 안방을 차지한 건가요?”인과관계는 명확했다. 안경숙은 말을 내뱉으면서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장례를 치러주는 것만으로도 정말 예의를 다하는 셈이었다.민은하는 여전히 머릿속이 윙윙거렸다. 그녀는 안경숙의 말을 듣자마자 즉각 반박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 누가 알아요! 성유준 입에서 나오는 소리 중에 제정신인 게 어디 있다고!”그러자 다른 사모님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그런 일을 누가 함부로 지어내겠어요. 성 대표가 권력을 잡은 지 벌써 몇 년째인데 지금까지 소원희랑 판을 엎지 않고 지낸 걸 보면 소문만큼 냉혹한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안경숙도 맞장구를 쳤다.“정말 그래요. 아까 온채아 씨를 감싸고도는 것 좀 봐요. 그런 남자라면 믿을 만하죠!”강한 자가 살아남는 상류층에서 수년간 구르면서도 저토록 아내가 될 사람을 보호하다니 참으로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민은하는 친구들이 하나둘 성유준을 칭찬하기 시작하자 화가 치밀어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감이 더 크게 자리 잡았다.‘온채아가 정말 성씨 가문으로 시집을 갈 수 있다고?'온채아에게 그토록 모질게 굴었는데 그녀가 정말 성유준과 결혼이라도 하면 민은하에게 좋은 꼴을 보일 리 없었다. 지금 곁에 있는 사모님들도 그때가 되면 어떻게든 온채아의 주변을 맴돌려 애쓸 게 뻔했다.주율천의 혼란은 민은하보다 훨씬 깊었다. 계단 난간을 붙잡은 그의 손가락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그제야 이해가 갔다. 왜 온채아가 그렇게 당당하게 남자 친구가 생겼다고 말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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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주씨 가문 본가를 나설 무렵에는 이미 황혼이 짙게 깔려 있었다. 깃털처럼 파고드는 밤바람에 온채아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한기를 느꼈다. 성유준이 차 문을 열어주자 그녀는 몸을 굽혀 안으로 쏙 들어갔다. 차에 타기 전, 차 열쇠를 성일에게 건네며 월강 레지던스로 대리운전을 부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차 안에서 곁에 앉은 성유준을 바라보며 온채아가 물었다. 아까부터 묻고 싶었던 말이었다.“왜 갑자기 소원희 여사와의 관계를 공개한 거야?”성유준과 소원희의 냉전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하필 이 시점에 성씨 가문의 치부를 들춰낸 이유가 궁금했다. 성유준은 온채아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의미심장한 눈길을 던졌다.“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데?”‘나 때문인가?'온채아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스친 답이었다. 성유준은 성씨 가문의 권력을 잡은 지도 꽤 되었으니 정말 판을 엎으려 했다면 진작 그러고도 남았을 터였다. 그래서 온채아는 생각나는 대로 되물었다.“나 때문이야?”“응?”성유준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더니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할머니가 갖고 있던 한빛 그룹 지분이 요 이틀 사이에 내 명의로 완전히 넘어왔거든.”이제 더 이상 비위를 맞출 필요가 없어져서 가면을 벗었다는 뜻이었다.“아...”온채아는 엉겁결에 손을 확 빼내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다시는 혼자 김칫국을 마시지 말아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하면서. 성유준은 장난에 토라진 온채아를 보더니 그녀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기며 목소리를 높였다.“화났어?”“아니거든.”화가 났다기보다 민망했다. 아니, 좀 창피했다. 혼자만 엄청나게 의미 부여를 한 꼴이 되었으니까. 성유준은 뒤도 돌아보지 않는 온채아를 보며 헛웃음을 짓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나직이 속삭였다.“너 때문인 거 맞으니까 화 풀어. 응?”정말 온채아 때문이었다. 소원희를 압박해 지분 양도 합의서에 사인하게 만든 것도 결국 소원희와 온채아 중 한 명을 택해야 한다면 망설임 없이 온채아를 택할 것임을 스스로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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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이 질문을 내뱉기 전까지 온채아는 몹시 긴장했다. 심장 박동 소리가 고막을 때릴 정도로 크게 들릴 정도였다. 하지만 말이 떨어지는 순간, 온채아의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이미 마음의 준비를 마친 그녀는 정적 속에서 서강진의 대답을 기다렸다.서강진은 찻잔 하나를 그녀 앞에 내려놓으며 입을 뗐다.“하씨 가문의 올해 자선 만찬이 이곳 경성에서 열릴 예정인데 온 선생님도 그때 참석할 시간이 되시나요?”“서 회장님, 저는...”온채아는 서강진이 화제를 돌린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말을 멈추고 깨달았다.“제 친부모님이 만찬에 참석하신다는 말씀인가요?”“온 선생님, 역시 예리하군요.”서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온채아는 온몸이 홀가분해지는 기분이었다. 적어도 그들이 마약 사범은 아니라는 뜻이었으니까. 온채아는 마약 사범의 후손이 아니었다. 이제 성유준에게 짐이 될 일도 없었다. 성유준과 다시는 헤어질 일이 없으리라. 하늘이 정말 그녀의 기도를 들어주셨고 다시 한번 그녀를 보살펴 주셨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오랫동안 팽팽하게 조여있던 온채아의 신경이 마침내 느슨해졌다. 마치 인생의 모든 쓴맛이 이 순간 끝난 것만 같았다. 이제부터는 진짜 새로운 삶이었다. 온채아는 영원히 성유준과 함께할 것이고 아이를 무사히 낳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세 식구가 될 것이다.온채아는 길게 숨을 내뱉었다.“서 회장님, 부모님은 제가 살아있다는 걸 알고 계신가요?”안도감이 지나가자 이번에는 불안함이 밀려왔다. 부모님이 여전히 그녀를 딸로서 그리워하고 있을지 아니면 그녀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그들의 현재 삶을 방해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앞섰다. 만약 환영받지 못한다면 지금 이대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삶만으로도 온채아는 충분히 만족했으니까.“걱정하지 말아요.”서강진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온 선생님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어요. 다만, 지금 당장 찾아가기에는 적절한 시기가 아니에요.”온채아는 서강진이 그녀가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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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하희민은 평온한 온채아의 얼굴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오빠라도 된 것처럼 진심 어린 걱정을 내비쳤다.“정말 다 내려놓은 건가요?”하희민은 온채아가 억지로 웃는 것을 원치 않았다. 만약 그녀가 조금이라도 불편해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결혼을 막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온채아는 하희민의 배려를 느끼며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다 내려놓았어요.”온채아는 지금 무척 잘 지내고 있었다. 너무나도 행복했기에 다른 사람의 선택에 일일이 마음을 쓸 여유조차 없었다. 일이 잘 풀리면 주율천과 친구로 남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상관없었다. 그저 좋게 헤어지는 것으로 충분했다.물론 주율천이 심서정과 결혼하는데도 친구 관계를 유지할 만큼 그녀가 대인배인 것은 아니었다. 그 두 사람은 이미 온채아의 마음을 여러 번 상하게 했고 특히 심서정은 사사건건 그녀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으려 하지 않았던가.온채아의 단호한 태도를 확인한 뒤에야 하희민은 마음을 놓고 케이크를 권했다.“입에 맞아요?”온채아는 예의상 좋다고 말하려다 정확한 답을 기다리는 듯한 하희민의 눈빛에 장난스레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솔직하게 말할까요?”생기 넘치는 온채아의 표정을 보자 하희민은 왠지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솔직하게요.”마침 결재 서류를 들고 들어오던 비서는 늘 신사적이기만 할 뿐 따뜻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하희민의 눈빛이 한없이 부드러워진 것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세상에!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비서가 나가고 나서야 온채아는 케이크를 한입 먹으며 웃으며 말했다.“과일로 먹을 땐 망고를 정말 좋아하는데 다른 음식으로 변하면 그렇게 좋아하진 않거든요.”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온채아는 숟가락을 멈추지 않고 케이크를 깨끗이 비웠다.한동안 대답이 없기에 온채아가 고개를 들어보니 하희민은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었다.“무슨 일 있어요?”“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하희민은 급히 정신을 차렸다. 온채아를 보면 볼수록 왜인지 과거의 하아린과 겹쳐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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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이 문제는 하도연도 진작부터 고민해 왔던 일이었고 구정훈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던 부분이었다.당시 설명은 감정 결과에 오차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하지만 이 표본 자체가 진짜일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었다.즉, 심서정과 하예원이 일찍이 진짜 하아린이 누구인지 알고서 미리 표본을 준비해 두었고 감정 기관 사람을 매수해 바꿔치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구정훈이 직접 기관에 보낸 표본에 손을 댈 수 있는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하도연은 그와 비서 사이의 관계를 굳이 들추고 싶지도 않았고 이제 곧 이혼 도장을 찍을 남편과 고작 비서의 됨됨이 따위로 말다툼을 벌이고 싶지도 않았다.지금 하도연은 회의 준비로 바빠 하희민에게 일일이 설명해 줄 겨를이 없었다. “네가 알아서 생각해 봐.”말을 마친 하도연은 비서의 재촉에 전화를 끊고 서둘러 회의실로 향했다.회의실에 발을 들이기 직전, 하도연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다시 전화를 걸었다.“고 집사님, 지금 본가에 계시죠? 시간 되실 때 어르신 생신 잔치 날 밤의 CCTV 기록 좀 확인해 주세요.”“네. 구정훈이 채취하러 온 시간대부터 해서 1층 각도별로 전부 복사해서 제 메일로 보내주세요.”그랬다.샘플 바꿔치기가 꼭 기관에서 일어났다는 법은 없었다.어쩌면 등잔 밑이 어두웠던 것일지도 모른다.온채아는 차를 몰아 월강 레지던스로 향했다. 퇴근길 정체로 차가 꼼짝달싹 못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녀의 즐거운 기분을 망치지는 못했다.다행이다.성유준의 발목을 잡지 않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다.신호 대기 중, 온채아는 서서히 불러오는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아기야, 오늘 밤 아빠한테 네 존재를 알려주자.’‘아빠가 정말 기뻐하실 거야.’성유준이 지금 당장 아이를 원할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아이를 밀어낼 사람도 아니었다.월강 레지던스 단지 안으로 들어와 별장 앞에 차를 세우자마자 옆에 두었던 휴대폰이 울렸다.발신인은 ‘오빠’였다.전화를 받았지만 수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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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오히려 반대로 자신을 걱정하며 잔소리를 하는 온채아를 보며 이미숙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보면 볼수록 마음에 쏙 드는 아이였다. “많이 좋아졌어. 이틀 정도 지나면 너랑 같이 쇼핑도 갈 수 있을 정도인데 믿어지니?”“오늘 밤 주무시기 전에 제가 다시 한번 봐드릴게요.”이미숙과 온채아는 그렇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온채아는 이미숙의 접시에 반찬을 놓아드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유경애는 멀지 않은 곳에 정숙하게 앉아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없는지 살폈다.그녀는 한때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이 집이 조금씩 따뜻한 정으로 채워지고 있음을 확실히 느꼈다.만약 계속 이렇게만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이미숙은 성유준이 출국했다는 사실을 아직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 그녀가 유경애에게 일렀다. “시간 맞춰서 야식을 좀 준비해 두게. 밤늦게 배고픈 채로 돌아오는 놈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성유준과 성일 일행을 말하는 것이었다.월강 레지던스에는 본채와 별채, 두 동의 건물이 있었다. 성일과 성이는 낮에는 주로 본채에 머물다가 밤이 되어서야 별채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그래서 삼시 세끼와 야식 모두 성유준과 함께 본채에서 해결하곤 했다.온채아는 냅킨으로 입가를 닦으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성일 씨와 다른 분들 것만 준비해 주세요. 유준 오빠는 출장 갔거든요.”“네. 알겠습니다.”유경애가 대답했다.“출장을 갔다고?”이미숙이 가벼운 헛웃음을 터뜨리며 짐짓 서운한 척 말했다. “고얀 놈, 전에는 출장 갈 때 나한테 말이라도 하더니 이제는 너한테만 말하고 가는구나.”온채아는 냅킨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더 화가 난 척 연기했다. “말도 마세요. 비행기 타고 떠날 때까지 저한테도 한 마디 없었어요. 성일 씨가 저 걱정할까 봐 방금 전화해 줘서 알았는걸요.”“뭐라고?”이미숙이 이번에는 정말로 화가 났다. “기다려라. 비행기 내리자마자 내가 당장 전화해서 한바탕 꾸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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