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 씨, 전화 받아 봐.”심하온이 벨벳 이불을 걷어냈다.침대 모서리에 스친 손가락 끝으로 차가운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어젯밤 정윤재가 굳게 쳐놓은 두꺼운 커튼이 아침 햇살을 모조리 차단한 탓에, 침실 안은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탁 막혀 있었다.협탁 위에서 요란하게 진동하는 휴대폰 화면의 검붉은 불빛이 어둠 속에서 마치 붉은 장기가 펄떡이는 것처럼 불길하게 빛났다.정윤재가 팔을 뻗어 그녀의 어깨너머로 휴대폰을 가져갔다. “나야.”잠에서 막 깨어 잠긴 목소리였지만, 수화기 너머 첫 마디를 전해 들은 순간 그의 등줄기가 단숨에 뻣뻣하게 굳어졌다.심하온은 그의 뒷덜미를 가만히 응시했다.그곳에는 어젯밤, 그녀가 불안에 떨며 남긴 작은 긁힌 자국이 선명했다. 희미한 어둠 속에서 그 상처 주변의 피부가 팽팽하게 당겨진 차가운 백색을 띠고 있었다.“3공구에 문제가 생겼다고?”정윤재가 낮게 되물었다. 한 자 한 자가 마치 이빨 사이에서 짓이겨져 나오는 얼음 파편 같았다.심하온은 몸을 움직였다.위장에서 시큼한 위산이 울컥 역류했다. 다년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온몸이 남긴 훈장 같은 증상이었다. 그녀는 맨발로 양모 카펫 위를 밟으며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전화기 속 이야기는 듣는 둥 마는 둥, 곧장 욕실로 향했다.차가운 물을 얼굴에 세차게 끼얹자 뼛속까지 시려 오는 한기가 모공을 타고 스며들었지만, 가슴속에 끈적하게 달라붙은 불쾌한 메스꺼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그때 휴대폰 화면이 밝아졌다.익명의 주소로 도착한 메일로 발신인란에는 단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니나]심하온이 첨부파일을 열었다.그것은 동영상이었다. 음침하고 탁한 조명이 감도는 어느 지하실을 배경으로, 강선우가 그녀의 사진을 손에 쥔 채 서 있었다. 붉게 충혈된 눈과 바르르 떨리는 손가락 끝으로 액자를 쓸어내리며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모습은, 광기에 물들어 일그러진 애틋함을 자아내고 있었다.하지만 곧바로 화면이 전환되었다.여전히 강선우의 모습이었으나, 어둠 속에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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