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온 씨, 나 이제 떠나.”심하온은 별로 놀라지 않는 기색이었다. 그녀는 구태여 이유를 묻지도 않은 채 차분한 어조로 대꾸했다.“그럼 잘 가. 조심히 가고.”“조심히 가라고? 하하, 그건 좀 힘들 것 같은데.”공재범이 자조적으로 웃었다.“지금 공민서가 또 날 처리하려고 하거든. 난 걔랑 싸울 힘이 전혀 없잖아. 그냥 구차하게 도망치는 거야. 걔 발길이 안 닿는 아주 먼 곳으로.”심하온이 팩트를 짚었다.“능력만 놓고 보면 공민서가 재범 씨보다 훨씬 강한 건 사실이지.”공재범은 멈칫하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상황이 이런데, 따뜻한 위로 한마디도 안 해 줄 거야?”“지금 내 위로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당연히 있지. 하온 씨, 내가 언제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우리가 앞으로... 다시 만날 수나 있을지 모르겠어.”공재범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요즘 들어 생각이 많아지더라.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삶의 의미라는 걸 단 한 번이라도 찾아본 적이 있었나 싶어서. 그래도 다행히 형 보석 돕고 아버지 돌봐줄 믿을 만한 사람은 미리 구해뒀어. 공민서는 그 존재를 전혀 몰라.”“공민규 쪽 사람이야?”공재범이 멈칫했다.“어떻게 알았어?”사실 그 연락처는 공민규가 건네주며 찾아가 보라고 일러둔 조력자였다.심하온은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네가 그렇게 치밀하게 앞날을 준비할 위인이었다면, 공민서에게 이 꼴로 당하고 있지는 않았을 테니까.'“하긴, 하온 씨도 내가 그런 능력이 없는 걸 알고 있으니 당연히 우리 형 쪽 사람일 거라 짐작했겠지.”공재범이 씁쓸하게 웃으며 덧붙였다.“어쨌든 우리 형이 풀려나기만 하면 이제 공씨 가문 일은 신경 안 써도 돼. 난 떠나서 가보고 싶던 곳들을 많이 다녀볼 생각이야. 풍경도 감상하고, 힘닿는 대로 남들도 도우면서 옛날에 저지른 잘못들을 속죄해야지.”심하온이 대꾸했다.“좋은 생각이네. 꼭 그렇게 살 수 있길 바랄게.”“응, 꼭 그럴 거야.”공재범은 엷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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