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의 반대도 무릅쓰고 멀리 해외로 시집가길 택한 이 남자가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말인가?결국 그에겐 고가에 팔 수 있는 물건이 아내보다 더 중요했다.심하온은 속상해하는 그녀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분노 어린 눈빛으로 에릭을 힐끗 보았다.제 아내도 지켜주지 못하는 인간이 남자라고 불릴 수나 있을까?한편 에릭은 뼈저리게 후회했다. 아내에게 이렇게나 유능한 대학 룸메이트가 있었는데 뭣 하러 그 호색한에게 굽신거렸을까?에릭은 운정에서 유학할 때, 그녀들과 같은 학교가 아니었다. 임아라와는 학교 밖의 활동에서 만나게 되었다.임아라는 그와 사귀고 나서 심하온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지만, 그때 마침 졸업이 임박해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고 끝내 만남을 성사하지 못했다. 하여 에릭은 그 당시 심하온을 본 적이 없었고, 세미나에서 심 대표를 만났을 때도 그녀가 와이프의 대학 룸메이트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에릭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대표님께서 우리 아라랑 아는 사이셨군요.”심하온은 그를 상대하고 싶지도 않았다. 임아라가 점점 힘들어하고 감정이 무너지는 걸 보더니 얼른 그녀에게 말했다.“일단 휴식실 가서 좀 쉬자.”“응.”두 여자가 떠나자 에릭은 뒤쫓아가고 싶었지만, 갑자기 정윤재가 냉랭한 어투로 물었다.“뭐 하려는 거지?”“저, 정 대표님...”에릭은 몸을 움츠렸다.“쯧, 방금 자기 와이프 하나 지켜주지 못하더니 이제 와서 무슨 면목으로 쫓아가려고?”송서준이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으로 야유를 날렸다.에릭도 자신이 잘못한 걸 알고 있고, 또한 이 두 거물을 건드릴 엄두가 안 났다. 그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고 발에 대못 박힌 듯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정윤재와 송서준의 압박에 숨 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한편, 강선우는 이쪽을 기웃거리다가 방금 일어난 광경을 낱낱이 지켜보았다.그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하온아, 너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구나.”강선우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대학교 2학년 때,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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