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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남편의 아내: Chapter 181 - Chapter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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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화

잠깐 사이, 심하온은 문득 정윤재의 몸 어느 한 곳에 뚜렷한 변화가 일어났음을 감지했다.그녀는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이내 정윤재의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정윤재가 숨을 들이켰다.“진짜 못됐다.”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그러게 누가...”심하온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그의 허벅지를 꽉 꼬집었다.이에 정윤재는 한숨을 쉬었다.“하온아, 나도 남자야.”사실 심하온과 키스할 때마다 그도 반응했었다.다만 늘 제때 억눌렀을 뿐...그렇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통제력을 잃었다.심하온은 그런 그를 올려다보며 눈을 깜빡이더니 이내 그의 입술에 다시 입을 맞췄다.그녀의 갑작스러운 재공격에 정윤재는 겨우 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아버릴 것만 같았다. 이제 막 주도권을 잡고 더 깊은 키스로 나아가려던 찰나, 심하온이 갑자기 그를 밀어내고 무릎에서 뛰어내렸다.“이제 드레스 고르러 가야겠다, 헤헤.”그녀는 마치 장난질에 성공한 새끼 고양이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계단 쪽으로 달려갔다.정윤재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나빴어, 심하온. 일부러 날 애태우네?’그는 가슴 속에서 미친 듯이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억누르려 했지만, 오늘은 자제력이 완전히 사라진 듯했다. 이에 하는 수 없이 욕실로 들어가 샤워했다.샤워를 마치고 나온 정윤재는 홈웨어를 걸친 채, 2층 드레스룸 문 앞에 서서 노크했다.“들어와.”안에서 심하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정윤재가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그녀는 어느새 푸른색 그러데이션 드레스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마치 푸른 바다를 통째로 치마에 펼쳐 놓은 듯 은은한 광택이 감돌았다.“예쁘네.”정윤재는 감탄이 저절로 새어 나왔다.전신 거울 앞에 서 있던 그녀가 이 말을 듣고 활짝 웃었다.“방금 몇 벌 다 입어봤는데, 역시 이게 제일 마음에 들어.”“응. 너한테 정말 잘 어울려.”“이걸로 할게.”“그래.”정윤재는 고개를 끄덕였다.“잠깐만 기다려.”그는 자리를 떠났다가 금세 상자를 들고 돌아왔다.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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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그의 진지한 눈빛을 마주한 심하온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말랑해졌다.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그의 품에 안겨 이 온기와 또렷하게 들려오는 심장 소리를 느꼈다....한밤중, 멍투성이가 된 남자 몇 명이 호텔 뒷문으로 몰래 들어섰다. 엘리베이터도 안 타고 이를 악문 채 17층을 기어올라 어떤 방 앞에 도착했다.몇몇 시선이 허공에서 교차하더니, 그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들어와.”문을 열고 들어서자, 눈앞에는 화려한 장식이 펼쳐졌다.욕실 가운을 걸친 젊은 남자가 소파에 앉아 와인 잔을 살랑이고 있었고, 앞쪽 대형 화면에서는 녹화 영상이 재생되었다.그의 등 뒤로는 금발에 벽안, 글래머러스한 몸매의 미녀가 한창 어깨를 주무르고 있었다.“우 대표님.”남자들은 우물쭈물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순간 우지민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꺼져! 시야 가렸잖아.”“죄송합니다.”남자들은 서둘러 옆으로 비켜섰다.화면에는 한 여인이 해변을 거닐고 있었고,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지민아, 난 너랑 함께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해.”우지민은 곧장 도취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다인아...”남자들은 감히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조용히 옆에 서 있었다.영상이 끝나자, 우지민은 마침내 와인 잔을 내려놓고 소파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두어 번 두드렸다.“말해봐.”“대표님께서 예상하신 대로 정윤재와 심하온 뒤에는 항상 경호원이 몰래 따라다녔습니다.”한 남자가 말했다.“또한 저희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이번에 저희를 제압했던 경호원들은 그 일부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우지민은 냉소를 터트렸다.“외국 한번 나오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다닌다고? 귀찮지도 않나 봐들?”말은 그렇게 해도 속으로 이미 알고 있었다.그 두 사람은 정씨 가문 후계자에 심씨 가문 후계자인데 주변에 경호원들이 안 따를 수 있을까?사랑하는 다인이가 정말 난제를 안겨준 듯싶었다.그에게 마사지를 해주던 금발 미녀는 남자의 기분이 언짢아진 걸 알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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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그렇게 쉽게 놓아줬다고?”우지민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뭔가 좀 이상한데...”그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졌다.“방금 너희가 올 때, 뭔가 이상한 점은 없었어?”남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고개를 저었다.“네, 없었어요. 여기 올 때도 각별히 조심했는데 미행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저희는 호텔 뒷문으로 들어왔어요.”“어쩌면 저들이 단지 우리를 호객꾼으로 생각하고 한바탕 혼내주고는 보내준 걸지도 몰라요.”그럼에도 우지민은 찝찝함을 떨쳐내지 못했다. 머리로는 더 이상 파고들지 말라고 하는데 강다인만 생각하면 멈출 수가 없었다. 그가 만약 이번 일을 성사시키면 강다인은 분명 기뻐할 테고 따라서 우지민도 기운을 차리게 될 것이다.“내일 밤은 세미나 주최 측에서 연회를 연대.”우지민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방법 좀 생각해봐. 그 만찬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말이야.”“알겠습니다, 대표님.”남자들이 떠난 후, 또 다른 미녀가 조심스럽게 들어왔다.“지민 씨, 제가 옆에 있어 드릴까요?”“필요 없으니까 꺼져!”미녀는 서둘러 떠났다.우지민은 휴대폰을 집어 들고 전에 강다인이 보내준 사진을 찾았다. 다른 손은 천천히 욕실 가운 속으로 집어넣었다.“다인아, 우리 애기...”...다음 날 저녁, 정윤재와 심하온이 나란히 연회에 참석했다.송서준은 이미 와 있었고, 샴페인을 들고 심하온에게 다가가 뭐라고 수군거렸다.“방금 공민규 봤는데 이상하네? 난 그래도 공민서 씨를 여자친구 삼아 함께 데려올 줄 알았거든.”어차피 공민서도 이 도시에 있었고, 이런 비즈니스 만찬에 여동생을 데려오는 게 더 좋지 않을까?정윤재는 손을 들어 송서준과 심하온을 분리시켰다.“하온이 곁에 얼쩡거리면서 이상한 말 하지 마.”그의 매정한 태도에 송서준이 억울해하며 되물었다.“내가 언제?”하지만 정윤재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이었다.“사랑 때문에 친구 버리는 거야?”송서준이 작게 투덜거렸다.그때, 심하온은 뒤에서 들리는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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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뭐?”임아라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그녀는 그동안 이곳에서 지내느라 국내 사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따라서 심하온과 강선우가 이미 헤어졌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두 사람은 그 당시 사이가 매우 좋았고, 졸업 직후 심하온은 강선우의 회사에 들어갈 거라고 했었다.그때 그녀는 이들이 곧 결혼할 거라고 굳게 믿었는데 이제 와서 심하온한테 헤어졌다는 소식을 듣게 될 줄이야.“아참, 소개가 늦었지. 이쪽은 내 약혼자 정윤재 씨야.”심하온이 당당하게 정윤재의 팔짱을 끼며 소개했다.“여긴 내 대학교 룸메이자 둘도 없는 절친 임아라야.”“안녕하세요.”정윤재는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임아라는 심하온과 강선우의 이별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또다시 충격을 받았다.정윤재?강운시 정씨 가문의 황태자?그녀는 당연히 정윤재를 알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이 며칠 내내 이번 세미나에서 드디어 정 대표님을 만날 수 있다며, 대표님과 협력할 기회를 잡는다면 그건 오롯이 하늘이 돕는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으니까.한때 같은 기숙사에서 잤던 룸메가, 학생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던 룸메가 이제 와서 정윤재랑 결혼할 예정이라니!옛날 심하온이 강선우와 사귈 때도 그녀는 몰래 부러워했었다.어쨌거나 강선우는 대원 그룹의 후계자였으니까.하지만 지금 정윤재와 비하면 강선우는 새 발의 피였다!한참 시간이 흐른 뒤, 심하온이 손목을 살짝 토닥이고 나서야 임아라도 정신을 번쩍 차렸다.“정, 정 대표님, 안녕하세요.”그녀는 더듬거리며 말했다.“죄송해요. 제가 방금...”“괜찮습니다.”정윤재는 예의 바르게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녀들이 오랜만에 재회해서 할 이야기가 많다는 걸 알고 정윤재가 한마디 덧붙였다.“그럼 두 분 이야기 나누세요.”말을 마치고 그는 송서준과 함께 몇 걸음 옆으로 물러섰다.“야.”송서준이 그를 쿡 찔렀다.“왜 전혀 질투 안 해?”이에 정윤재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럴 필요 없잖아.”임아라의 말을 듣고 마음이 조금 불편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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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심하온이 뒤돌아보자, 멀지 않은 곳에서 또다시 애절한 연인의 모습으로 연기하고 있는 강선우가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마치 더러운 것을 본 듯한 표정으로 혐오감을 드러내며 고개를 돌렸다.다행히 정윤재가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어서 강선우는 감히 함부로 다가와 그녀를 귀찮게 하거나 불쾌하게 만들지는 못할 터였다.임아라는 그녀의 표정을 보며 억지로 질문을 꾹 참았지만, 호기심 때문에 거의 폭발할 지경이었고 입술까지 떨렸다.심하온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속절없이 웃었다.“묻고 싶으면 물어. 나 괜찮으니까.”“하온아! 너랑 강선우 왜 헤어진 거야?”임아라가 다급하게 물었다.“보니까 두 사람... 좋게 헤어진 것 같지는 않은데.”“맞아. 좋게 헤어졌다고 하긴 어렵지.”심하온이 말했다.“강선우 저 인간 겉으로 다정해 보여도 실상은 거짓말, 배신, 외도까지 저지르는 인간이야.”그녀가 한 말은 전부 팩트였고 또한 임아라 앞에서 굳이 강선우의 체면을 세워줄 필요도 없었다.“그런 사람인 줄 진짜 몰랐어.”임아라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대학 때 너를 얼마나 진심으로 쫓아다녔는데... 너 좋다는 그 많은 남자들 중에 내가 가장 좋게 본 사람이 바로 강선우였잖아. 게다가 너희 둘 사귈 때도 관계가 아주 좋아서... 솔직히 그때 너희 관계가 부러웠어.”“어디 너뿐만이겠니? 나조차도 감쪽같이 속았어.”심하온이 쓴웃음을 지었다.충격에서 벗어난 임아라는 다시 격분했다.심하온처럼 괜찮은 여자를 강선우는 왜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얻어놓고는 소중히 여기지 않았던 걸까? 게다가 바람까지 피우다니!‘강선우, 너 딱 기다려. 내가 연락할 수 있는 모든 대학 동기들에게 네 본모습을 낱낱이 폭로할 거야.’“그래도 괜찮아. 이제 너한테 더 훌륭한 약혼자가 생겼잖아.”임아라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강선우는 평생 후회하라고 해!”그의 꼴을 보아 정말 후회하는 것 같았다.‘칫, 이런 게 바로 자업자득이라는 거야, 선우야.’“하온아, 너랑 정 대표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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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아라야?”심하온은 그녀가 기분이 안 좋은 걸 바로 알아채고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괜찮아?”임아라는 정신을 차리고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응, 괜찮아.”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나서 억눌렀던 서러움을 다 털어놓고 싶었지만, 그런 자질구레한 일들은 말해봤자 자신조차 귀찮게 느껴질 텐데, 남이야 오죽할까?“괜찮아. 하고 싶은 말은 뭐든 다 해.”심하온이 웃으며 말했다.“다만 지금은 타이밍이 애매하네? 며칠 뒤에 우리 시간 내서 함께 데이트하는 게 어때?”임아라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 그녀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좋지.”심하온은 여전히 그녀의 기억 속 모습 그대로 예쁘고 다정했다.강선우가 지금쯤 얼마나 후회하고 있을지 도무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한편 강선우는 지나가던 웨이터의 쟁반에서 샴페인 잔을 집어 들었다.그는 한 모금 마시고는 시선을 심하온에게 고정했다.그녀와 대화하는 여자가 대학 룸메 임아라임을 바로 알아차렸다.옛날 그가 심하온을 쫓아다닐 때, 임아라에게 도움을 받기도 했다.그때 임아라는 이렇게 말했다.“하온이한테 대시하는 남자들 엄청 많은데 나 누구도 안 도와줬어. 선우 너는 가장 진심인 것 같으니 특별히 한 번만 도와줄게.”그 시절 강선우는 확실히 진심이었다.하지만 그 ‘진심’이 너무 저렴하고 쉽게 부서졌다.강선우는 거의 집착에 가까운 얼굴로 심하온을 바라보았다.오늘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다. 심지어 그와 사귈 때보다 몇 배는 더 매력적이었다.마음 같아선 당장 다가가서 그녀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차가운 시선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것을 느끼고, 강선우는 시선을 돌렸다. 샴페인 잔을 든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정윤재가 바로 저기에 서서 절대 심하온에게 가까이하지 말라고 눈빛으로 경고하고 있었다.요 이틀 열리는 비즈니스 세미나에서 그는 각국의 상업계 거물들을 만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며, 어떻게든 그들과 협력할 기회를 잡으려 머리를 쥐어짜고 있었다.이미 몇몇 인사들이 대원 그룹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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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말을 마친 송서준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했다.“아 맞다, 오늘 줄곧 너한테 말하고 싶었는데.”그는 심하온 쪽을 흘긋 보며 목소리를 낮췄다.“전에 네가 부탁해서 연락했던 주얼리 디자이너 말이야. 동생한테 연락해 보라고 했더니 그 사람이 단번에 거절했대. 아무리 부탁해도 절대 안 된다는 거야.”그 말을 들은 정윤재는 딱히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그럼... 네 프러포즈 반지는 어떻게 할 거야?”송서준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물었다.“다른 디자이너를 다시 섭외하는 건 어때? 어차피 세상에 유명한 주얼리 디자이너가 한 명뿐인 건 아니잖아.”“괜찮아, 내가 알아서 할게.”이때, 회장의 조명이 조금 어두워졌다.이번 세미나의 주최자가 맨 앞의 연단에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는 헛기침하더니 세련된 발음이 마이크를 통해 회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바쁘신 와중에도 이번 비즈니스 세미나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그는 공식적인 연설을 이어갔고 심하온과 임아라도 잠시 대화를 멈추었다.정윤재는 옆으로 몇 걸음 걸어서 심하온 곁에 도착했다.갑자기 따뜻한 손이 자신의 손을 감싸자 심하온은 표정 변화가 없었지만, 입가에 어느새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이런 상황에서도 ‘몰래’ 손을 잡다니, 그녀는 정윤재가 때때로 아주 유치하다고 생각했다.갑자기 지나가던 웨이터가 그녀에게 부딪혔고, 들고 있던 샴페인을 조금 쏟았다.“정말 죄송합니다!”웨이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필사적으로 사과했다.“조명이 너무 어두워서 앞이 잘 안 보였어요. 죄송합니다. 드레스에 얼룩이 졌네요.”심하온의 드레스 한 곳에 샴페인 얼룩이 묻었다.그녀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지만, 웨이터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얼른 가서 일 보세요.”“드레스를 이대로 두면 곤란하실 텐데 제가 함께 화장실 가서 닦아드릴게요.”웨이터는 여자라 심하온의 팔을 잡고 화장실로 데려가려 했다.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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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공민서는 제자리에 얼어붙어 표정이 순간적으로 일그러졌다.심하온은 단순히 드레스를 갈아입는 것뿐인데, 정윤재가 굳이 따라갈 필요가 있을까?그녀는 두 사람이 함께 떠나가는 뒷모습을 지켜보며 정교한 화장으로도 분노를 커버할 수 없었다.어느새 공민규가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이제 그만 봐.”그가 나지막이 말했다.“넌 오늘 여기 오지 말았어야 했어.”공민서는 냉소했다.“오빠, 나한테 이래라저래라하지 말아 줄래?”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이에 공민규가 급히 손목을 잡았다.“어디 가려고?”“놔 이거.”공민서가 눈살을 찌푸렸다.“오빠, 이런 장소에서 남들한테 우리 남매 싸우는 걸 보여줄 셈이야?”공민규의 이마에 실핏줄이 튀어 올랐다.그의 손에 힘이 살짝 풀린 틈을 타, 공민서는 재빨리 뿌리치고 앞으로 나아갔다.공민규는 그녀가 가는 방향을 지켜보았다.저건 분명 정윤재를 찾아가는 기세였다.공민서는 미쳐도 제대로 미쳐버렸다.공민규는 동생 민서가 흠잡을 데 없는 재벌가의 딸이라고 여겨왔는데 왜 정윤재 앞에만 서면 자꾸 이성을 놓아버리는 걸까?...심하온의 휴식실은 3층에 있었다.두 명의 여성 경호원이 그녀를 따라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갔고, 정윤재는 문 앞에서 기다렸다.공민서는 재빨리 다가와 휴식실 문 앞에 서 있는 정윤재를 한눈에 발견했다.그는 공민서에게 등을 돌린 채, 꼿꼿한 자세로 서 있었다.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공민서는 별안간 눈가가 시큰거렸다.3년 전 어느 겨울, 눈이 펑펑 내리던 날, 공민서는 우연히 그와 마주쳤다.당시 그녀는 차 안에 앉아서 정윤재가 손을 들어 떨어지는 눈꽃을 잡는 것을 보았다.평소 냉담하기만 했던 그의 눈가에 희미한 온기가 어려 있었다.그 순간의 정윤재는 그녀가 알던 정윤재 같지 않았다.바로 그때부터 정윤재라는 남자가 그녀의 마음속으로 소리 없이 파고들었다.정말 뜬금없지만, 이 또한 팩트였다.지난 3년간 그녀는 정윤재에게 호감을 표시하려 노력했지만, 이 남자는 줄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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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이는 거의 3년 만에 정윤재가 공민서에게 했던 가장 긴 말이었다.하지만 입만 열면 ‘하온’뿐이었다.공민서를 위로하려는 기미는 전혀 없었다.그녀는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자신이 정윤재의 마음속에 아무런 비중도 못 차지한다는 걸 알지만 이렇게까지 매정하게 대할 줄이야.일이 이 지경이 됐으니 감성팔이는 더 이상 아무 소용 없었다.그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만 했다.심호흡한 공민서는 다시 기운을 차리고 웃으며 말했다.“실은 최근에 봐둔 사업이 하나 있는데 줄곧 협력 파트너를 찾고 있거든요. 정 대표님, 혹시 저랑 이야기 나눠보실 생각은 없으신가요?”“네, 필요 없어요.”정윤재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다.“우리 두 집안이 오래도록 사이가 안 좋고 협력한 적도 없다는 거 알아요.”공민서가 말했다.“하지만 아빠는 아빠고 저는 저예요. 우리 모두 사업가인데 이윤이 남는 장사를 왜 하지 않겠어요?”“저는 필요 없습니다.”정윤재의 말투에는 일말의 여지도 없었다. 꼭 마치 한 글자라도 더 내뱉는 건 낭비라고 느껴질 정도였다.그는 공민서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고, 줄곧 휴식실의 닫힌 문에 고정되었다. 그 눈빛 속의 집중력은 가느다란 바늘처럼 공민서의 심장을 깊숙이 찔렀다.그녀의 이성이 서서히 무너져내리고 있었다.“정 대표님은 제가 썩 반갑지 않은가 보네요?”공민서가 쓴웃음을 지었다.이 남자가 심하온에게는 얼마나 다정하고 자상한데...3년간의 인내, 기대, 자기기만이 이 순간 산산조각이 났다.공민서는 갑자기 자신이 어릿광대처럼 느껴졌다. 온갖 재주를 부리며 그의 앞에서 생쇼를 해도 돌아오는 건 무관심뿐이었다.그녀는 분명 고귀한 공씨 가문의 따님인데 왜 정윤재 앞에서는 이렇게 비굴해야 하는 걸까?“그렇다면 더는 정 대표님 귀찮게 안 할게요.”공민서는 다시 얼굴에 예를 갖춘 미소를 띠었지만, 그 미소는 단연코 가슴에 와닿지 않았다.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머릿속이 대혼란이라 거의 본능에 의지해 앞으로 걸어갔다.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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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심하온은 다시 하늘색 드레스로 갈아입고 나왔다.이 드레스가 이전 드레스만큼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돌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아까 누구랑 말하는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그녀가 불쑥 물었다.“응, 공민서 씨야.”정윤재는 솔직하게 대답했다.그 말을 들은 심하온은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별말 안 했어.”정윤재의 목소리가 갑자기 약간 다급해졌다.“궁금하면 방금 대화 내용을 모조리 전해줄 수 있는데 한 글자도 빠짐없이 기억하는 건 좀 어려울 것 같아.”그는 기억력이 좋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에 굳이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다.심하온은 원래 정색하며 그를 놀리려 했지만, 이 말을 듣고 있자니 웃음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윤재 씨 바보.”그녀는 손을 들어 정윤재의 이마를 쿡 찔렀다.그녀를 따라 나온 두 경호원은 원래 냉철한 표정이었지만, 지금 무심코 몸을 움찔거렸다.정씨 가문 황태자의 머리를 대체 누가 감이 이런 식으로 찌른단 말인가?그런데 황태자가 오히려 애틋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정윤재는 심하온의 손을 꼭 잡았다.“난 널 속상하게 만들고 싶지 않거든.”“안 속상해.”심하온이 말했다.“윤재 씨 믿으니까.”정윤재의 눈빛이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 그는 심하온을 바라보며 목울대가 살짝 굴렀다.두 경호원은 재빨리 눈치채고 약속이나 한 듯이 시선을 피하려고 몸을 돌렸다.하지만 정윤재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심하온이 입을 열었다.“자, 빨리 회장으로 돌아가자. 꽤 오래 자릴 비웠잖아.”비록 아무도 그들에게 뭐라 말하지는 않았지만, 연회에 참석한 이상 줄곧 자리를 비울 수는 없었다.정윤재는 묵묵히 한숨을 내쉬곤 그녀에게 말했다.“그래.”두 사람이 회장으로 돌아왔을 때, 주최자의 연설은 이미 끝났고, 조명이 전부 다시 켜졌다.“두 사람 어디 갔다 왔어?”송서준이 다가와 물었다.“방금 불이 켜지자마자 너희 둘 사라진 거 알았잖아. 하온이 넌 드레스가...”“응, 괜찮아. 아까 실수로 얼룩져서 갈아입었어.”심하온이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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