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내 남편의 아내: Bab 211 - Bab 220

225 Bab

제211화

“강선우 너무 한가해 보이네? 일 좀 만들어 줘야겠다.”이 말을 할 때, 정윤재의 눈빛에는 끝없는 냉기가 서려 있었다.하지만 다시 심하온의 곁으로 왔을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자상하고 애정이 담긴 모습으로 돌아왔다.“준비하라고 했으니 곧 내올 거야.”“오케이.”정윤재와 함께 공포 영화를 볼 생각에 심하온의 마음은 묘하게 들떴다.물론 이전에도 둘이 함께 보았던 영화 중에 서스펜스나 스릴러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제대로 된 공포 영화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정윤재가 이런 종류의 영화를 본 적이 없다고 해서 심하온은 처음부터 다시 틀었다. 전에 봤던 내용이라도 다시 돌려보는 건 전혀 개의치 않았으니까.둘이 함께 보는 것과 혼자 보는 것은 분명 다른 느낌일 것이다.곧 가정부가 준비된 과일과 간식을 들고 왔고, 이내 조용히 물러났다.영화가 시작될 무렵에는 그리 무섭지 않았다. 일상적인 장면들이 주로 나왔기에 심하온은 간식을 먹으며 영화를 볼 수 있었다.하지만 곧바로 공포 장면으로 접어들었다.분명 전에 한 번 보았던 장면이었음에도 그녀의 심장은 자신도 모르게 조여왔고, 무의식적으로 정윤재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정윤재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심하온의 어깨를 감쌌지만, 이 여자가 영화에 온 정신을 쏟고 있어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저 조금씩 그의 품으로 파고들 뿐이었다.공포 장면이 지나가고 다시 조금 일상적인 장면이 나오자, 심하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이 풀렸더니 온몸이 한결 편안해졌다.정윤재는 딸기를 하나 집어 그녀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그렇게 무서우면서도 좋아?”심하온은 그의 손에 있는 딸기를 받아먹으며 말했다.“이런 긴장되고 짜릿한 느낌이 좋아서 보는 거지.”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화면에 갑자기 귀신 얼굴이 튀어나왔다. 심하온은 비명을 지르며 무의식적으로 정윤재의 품으로 파고들어 그를 꽉 끌어안았다.정윤재는 품에 안긴 그녀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며 공포 영화를 보는 것도 꽤 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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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그 순간, 세상의 다른 소리들은 모두 사라진 듯했다.심하온은 오직 정윤재의 입에서 흘러나온 ‘사랑해’ 세 글자만 귓가에 맴돌았다.그녀는 멍하니 정윤재를 바라보았다.남자의 눈빛은 뜨겁고 진지했으며, 장난기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애정이 담겨 있었다.심하온은 자신도 모르게 눈가가 뜨거워지고 심장이 마구 쿵쾅댔다.사실 방금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충동적으로 한 말인데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사랑해’라고 말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손을 들어 정윤재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나도 사랑해.”그녀의 말을 들은 정윤재는 마음속에 거대한 파도가 일렁였다. 이 남자도 심하온을 바라보는 눈가가 조금 붉어졌다.‘사랑해’라는 이 세 글자는 이미 수없이 그녀에게 했던 말이다. 단지 마음속으로 외쳤을 따름이지.그러다 오늘 드디어 정식으로 그녀에게 전할 수 있게 됐다.심하온은 불쑥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나직이 말했다.“아잉, 왠지 좀 닭살 돋네...”이 또한 그녀의 진심이었다.“뭐가?”정윤재는 그녀를 더욱 꽉 안았다.“난 너무 좋은데? 앞으로 자주 말해줘.”심하온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다가 잠시 생각하더니 또다시 입을 열었다.“음... 사랑해.”정윤재는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응, 나도 사랑해.”그때, 익숙한 노랫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영화가 엔딩 크레딧을 올리고 있었다.“어머... 결말을 못 봤어.”심하온은 아쉬운 듯 이마를 톡톡 쳤다.“다시 돌려서 볼까?”“그래도 좋지, 하지만 해피엔딩은 아닐 거야.”정윤재가 말했다.“왜?”“영화 속 남녀 주인공은 늘 위험한 곳으로 기어들어 가니까.”그는 거침없이 영화를 혹평했다.심하온의 입꼬리가 실룩거렸다.그의 말은 팩트였으니까.사실 영화 속 남녀 주인공들은 모두 좋은 사람이지만, 공포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특성상 ‘자해’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었다.위험한 곳이라면 기어코 들어가고, 하지 말라는 짓은 꼭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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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전화를 받아보니 부하가 이렇게 말했다.“꽃을 내려놓고 바로 나왔습니다. 근처에서 계속 지켜봤는데... 곧 경비원이 나와서 꽃을 밖으로 던져버리더군요.”부하는 최대한 조심스러운 말투로 덧붙였다.“혹시... 경비원이 멋대로 치운 걸 수도 있으니 크게 신경 쓰지 마세요.”그것참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심하온의 허락 없이 일개 경비원이 감히 그녀에게 배달된 꽃을 함부로 버릴 수 있을까?아마도 그녀가 꽃다발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경비원더러 던져버리라고 한 거겠지.심하온은 장미꽃을 제일 좋아한다.예전에 강선우가 장미꽃을 건네면 세상 다 가진 듯 행복해했다.그런 그녀가 이제 왜 거부하는 걸까?문득 걸려온 전화가 화면 속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을 가렸다.강선우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발신자 표시창에는 [다인]이라고 떠 있었다.그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 본능적으로 통화를 거부하려 했다. 하지만 곧장 강다인이 잃었던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결국 강선우는 전화를 받고, 목소리를 최대한 부드럽게 다듬었다.“그래, 다인아.”“선우 오빠, 언제 돌아와?”강다인이 잔뜩 애교를 부리며 물었다.“나 여기서 혼자 너무 심심하단 말이야.”“아직 며칠 더 걸릴 것 같아. 심심하면 내가 사람 몇 명 보내줄까?”강선우는 그녀를 안심시키려 애썼다.“나 여기 아는 사람도 없는데, 누가 온다고 소용 있겠어?”강다인은 불만을 토로했다.“게다가... 세미나 어제 끝났잖아. 왜 아직도 안 돌아오는 거야?”‘심하온이 아직 안 돌아갔거든.’강선우는 속으로만 되뇌었다. 강다인에게 이실직고할 순 없으니까.“여기서 좀 더 마무리 지어야 할 협상이 몇 개 있어.”그가 얼버무렸다.“다인이 착하지. 여기 일만 마무리하고 금방 갈게. 우리 다인이한테 바로 달려가야지.”“여기 일?”강다인의 목소리에 노골적인 야유가 섞였다.그녀는 강선우의 뻔한 거짓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분명 아직도 심하온 때문에 이러는 거겠지!강선우는 그녀 목소리의 미묘한 변화를 모른 척, 몇 마디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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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심하온 생각? 걔가 가당키나 할까?”공재범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강다인은 잠시 멈칫했다.이전에도 비슷한 푸념을 늘어놓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 공재범은 그저 시시껄렁한 농담처럼 듣고 흘려버렸는데 지금은 왜 이토록 낯선 태도를 보이는 걸까?아마 그도 이제 심하온의 진짜 신분을 알게 된 모양이다.지난번 민동준의 생신 연회에 심하온이 모습을 드러낸 이후, 심씨 가문의 딸이라는 정체가 밝혀졌고, 게다가 서강 그룹을 대표해 비즈니스 세미나에 참석하기도 했으니 공재범의 태도가 바뀔 만도 했다.강다인은 공재범이 지금 강선우를 비꼬는 것이라 지레짐작했다.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건 공재범이다. 생각을 마친 강다인은 어떻게든 환심을 사려 애쓰며 맞장구를 쳤다.“그러게 말이야. 강선우 그 인간은 제 주제를 모르는 게 흠이라니까.”“됐어. 용건이 뭔데?”공재범의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났다.“그게.. 다름이 아니라 저번에 나한테 했던 말 기억하지?”“무슨 말?”이 남자가 이미 까맣게 잊은 모양이었다.강다인은 속으로 그를 몇 번이나 저주했지만, 이내 억울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원하는 거 있으면 뭐든 말하라면서. 우리 아이 잃은 거 벌써 다 까먹은 건 아니지?”“아, 그거 말이야.”공재범은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태도가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아이의 진짜 아빠가 누구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가 전송한 사진 때문에 강다인이 놀라서 유산했으니 내내 마음 한구석에 죄책감이 남아있었다.“기억하고 있었나 보네?”“그래서 원하는 게 뭐야?”“음...”그녀가 말했다.“그게 말이지... 심하온이 다시는 선우 오빠 앞에 나타나지 말았으면 좋겠어. 영원히!”전화기 너머로 공재범이 갑자기 침묵했다.그 길고 긴 침묵은 강다인의 마음속에 불안감을 증폭시켰다.“재범아, 왜 말이 없어?”“그래서... 지금 나보고 심하온 죽여달라는 거야?”공재범의 목소리는 아주 차분했지만, 그녀는 이 고요함 속에 은근한 괴이함이 서려 있는 걸 몸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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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강다인은 속에서 천불이 났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말을 이어갔다.“그냥 부탁 하나 하려던 것뿐인데 뭘 또 이렇게까지 말해?”“나한테 이런 부탁 할 시간에 차라리 강선우 그 개자식 묶어두는 방법이나 찾아봐. 종일 심하온한테 질척거리지 못하게.”강다인은 분노에 몸을 떨었다.“내가 그럴 능력이 어디 있어? 심하온처럼 팔자가 좋은 것도 아니잖아.”“방금 뭐라고 했어? 심하온이 팔자가 좋아?”공재범이 그녀의 말을 뚝 잘랐다.“쓰레기 같은 남자한테 5년이나 속고, 그놈 회사 살리느라 몸 상해가며 고생했는데, 정작 그 인간쓰레기는 하온이 몰래 딴 여자랑 집적대다가 갈 데까지 다 갔잖아! 이게 끝이야? 하온이는 교통사고 당해서 한쪽 다리까지 못 쓰게 됐어. 넌 이런 걸 두고 팔자 좋다고 하니? 그럼 그 팔자 너 가져!”강다인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방금 뭐라고? 너 심하온 교통사고 난 건 어떻게 알아?”“사람 시켜서 과거 좀 알아봤다, 왜? 넌 또 뭘 이렇게 긴장하는 거야?”공재범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설마 그때 그 사고... 너랑도 연관 있는 거야?”“말 함부로 하지 마!”강다인은 기겁하며 소리쳤다.“걔 교통사고가 나랑 무슨 연관이 있다고 그래? 그건 단지 사고였어!”전화기 너머로 공재범은 그녀의 얼굴이 얼마나 창백하게 질렸는지 알 수 없었다.“그러길 바라.”“재범아, 너 대체 왜 이래?”강다인은 초조함에 안절부절못했다.“왜 갑자기 심하온 편 드는 거야? 두 사람 딱히 친분도 없잖아...”“그건 네가 알 바 아니야. 잘 들어, 강다인, 네가 원하는 게 돈이나 지위, 인맥, 자원이라면 어떻게든 들어줄 수 있지만, 감히 한 번만 더 심하온 일에 손댄다면 그땐 나도 가만있지 않아.”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쪽에서 누군가 공재범에게 약을 갈아줘야 한다는 말소리가 들렸다.강다인이 뭐라 말할 틈도 없이, 공재범은 매정하게 전화를 끊었다.병실 안의 온도는 그리 낮은 편이 아니지만, 강다인은 온몸에 한기를 느꼈다.우지민은 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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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그가 이렇게 말하자 심하은은 ‘더 심술궂게’ 어린아이를 대하듯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웃음을 지었다.“응, 그래서 싫어?”“아니, 좋아.”정윤재는 속절없이 미소를 지었다.그녀가 어르고 달래주는 데 싫을 리가 있을까?어린애 취급하면 하라지 뭐.식사를 마친 후, 정윤재가 물었다.“어젯밤에 마일로가 전화 와서 오늘 놀러 오라고 초대하던데, 네가 이미 잠들어서 답장을 못 했어. 같이 갈래?”“좋지.”심하온이 대답했다.“그 가든하우스가 꽤 마음에 들었거든.”정윤재는 잠깐 진지한 생각에 잠겼다.“그 하우스, 내가 사줄 수도 있는데.”“아, 아니야!”심하온이 황급히 만류했다.“마음에 드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남의 집을 살 필요까진 없지. 게다가 나 여기 자주 올 것도 아닌데 사봤자 텅 비어 있어서 진짜 필요 없어.”가든하우스를 살 돈이 부족한 게 아니라 전에 마일로 부인과 대화를 나눌 때, 그들 부부가 이 하우스에 대해 얼마나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다.심하온의 대답을 들은 정윤재는 곧바로 마음을 접었다.‘괜찮아. 귀국해서 하온이 위해 한 채 지어주면 되지.’“그럼 나 올라가서 옷 갈아입고 출발할까?”“좋아.”심하온은 위층의 드레스룸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때마침 심씨 가문의 경호원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전에 임아라가 귀국하고 싶다고 했는데 항공권을 예약하려 할 때, 갑자기 국내 가족들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떵떵거리면서 잘 살겠다고 했던 남편이 어떤 인간이었는지 차마 입밖에 떨어지지 않아 가슴이 막막해졌다.며칠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지만, 에릭과 함께 살던 ‘집’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어서 요 며칠 줄곧 호텔에 묵었다.심하온이 그녀에게 경호원 몇 명을 붙여주었는데 그들도 임아라와 같은 호텔에 투숙하고 있었다.에릭이 분명 임아라를 찾아갈 테니 미리 경호원을 붙여준 것이다.역시 그녀의 예상대로 경호원이 말하길 에릭은 임아라를 만나고 싶어 줄곧 소란을 피우고 있다고 보고했다. 임아라가 만남을 거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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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정말?”심하온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옷차림을 내려다보았다.오늘은 단순한 사적인 모임이라 격식 있는 자리가 아니었기에, 그녀는 평범한 원피스로 정하고 화장도 연하게 했다.“당연하지.”정윤재의 시선이 그녀에게 고정됐다.“넌 어떻게 해도 다 아름다워.”심하온은 그가 능글맞게 빈말을 한다고 투덜대려 했지만, 이 남자의 눈빛과 말투에 절절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도저히 그 말을 뱉을 수가 없었고, 귓불만이 서서히 뜨거워졌다.“됐네요.”그녀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가자 이제.”정윤재는 그녀의 귓불이 빨개진 걸 보더니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오케이.”한편 호텔 로비에서, 에릭은 경호원이 찾아준 뉴스를 보며 등골이 오싹해지고 온 신경이 곤두섰다.호색한의 회사는 에릭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실력 또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그런데도 이리 쉽게 무너져 내리다니.그렇다면 에릭은?정윤재와 심하온이 마음만 먹으면 에릭 같은 건 개미 새끼 짓밟아 죽이는 것에 불과하다.그날 밤, 심하온이 두 번 다시 임아라를 찾아오지 말라고 했던 말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했다.하지만 며칠이 지났으니 그들도 화가 풀렸을 거로 생각했다.임아라는 언제나 남편을 사랑해서 데리러 오기만 하면 금방 함께 집으로 돌아갈 줄 알았다.에릭은 절대 임아라를 놓칠 수 없다. 그녀는 무려 심하온의 친구이니까!다만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임아라가 만남을 거부하고 이 몇몇 경호원들이 줄곧 그를 막아섰다.안달이 나고 울화가 치밀어서 아예 소란을 피우고 말았다.하지만 지금 호색한의 기사를 보자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다음 순서는 설마 나야?’에릭은 식겁하여 줄행랑을 쳤다.더는 소란을 피울 엄두가 안 났다. 심하온이 마음만 먹으면 자신을 처리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정윤재에게 있어 심하온을 불쾌하게 만든 자들은 누구도 도망칠 수가 없다. 단지 그 대가를 치르는 시간이 서로 다를 뿐이다....정윤재와 심하온이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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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정윤재는 순간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하지만 심하온이 그의 손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우선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어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일로에게 웃으며 말했다.“마일로, 나도 한번 해보고 싶네요.”“얼마든지요. 하온 씨 편하신 대로 다 하세요.”마일로는 대답하는 동시에 옆에 있는 그 두 손님에게 곁눈질로 너무 선 넘지 말라고 신호를 보냈다.하지만 이미 기분이 잔뜩 오른 두 사람은 마일로의 눈짓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그중 한 명이 웃으며 다시 물었다.“심 대표님은 여자인데도 총을 다룰 줄 아세요?”심하온이 태연하게 대답했다.“조금요.”정윤재가 싸늘한 눈길로 그들을 흘끗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사격대 앞으로 걸어가서 총을 집어 들었다. 그는 심하온을 위해 직접 탄창을 채워주었다.탄창을 다 채운 후, 그녀에게 총을 건네며 몇 걸음 옆으로 물러섰다.심하온이 사격대에 서서 총을 겨누었다.빵! 빵! 빵!세 발의 총성이 연이어 울리고 마일로는 감탄을 연발했다.“십 점! 세 발 모두 십 점이에요.”심하온이 방금 연속 세 발을 쏘았는데 번마다 과녁의 정중앙을 명중시켰다.“정말 대단하세요, 심 대표님!”마일로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 이번에는 영혼 없는 칭찬이 아니라 진심 어린 감탄이었다.방금 사격을 했던 두 사람은 어느덧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그들이 하고 있던 사격은 평범한 수준이 아니고 난도가 꽤 높은 편이었다.운이 좋아서 가끔 십 점을 맞추는 경우야 있겠지만, 심하온처럼 연속 세 발을 쏘아 모두 십 점을 맞추는 것은 순전히 운이라고 볼 수 없었다. 그것은 영락없는 실력이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심하온에게 여자가 사격 같은 것을 할 수 있겠느냐며, 무리라고 비웃었는데...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은 결국 그들 몫이었다. 두 남자는 머쓱해서 손에 든 술잔을 내려놓고, 심하온을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 박수는 더더욱 어색할 터였다.이때 심하온이 총을 들고 두 사람을 돌아보며 말했다.“무엇보다 실력으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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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심 대표님, 벌써 돌아가시게요?”마일로는 거의 울먹이는 조로 물었다.“점심이라도 드시고 가세요.”“아니요. 조금 피곤하네요.”심하온이 웃으며 말했다.“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 마일로. 우리는 언제나 친구잖아요.”사실 그녀는 확실히 그 두 사람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하지만 마일로가 그렇게 말한 것도 아니니 이 일로 그에게 화를 낼 정도는 아니었다.그제야 마일로도 안심했다. 심하온이 이곳에 더 머물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린 그는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했다.정윤재와 심하온을 배웅하고 나서야, 그는 참지 못하고 방금 두 남자에게 분노를 터뜨렸다.“다들 제정신이에요? 대체 성차별적 발언은 왜 하는 건데요? 무슨 우월감으로 그런 말을 하냐고요?”마일로가 분통을 터뜨렸다.“오늘 다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려고 모셔왔더니 두 분 때문에 제대로 술도 마셔보기 전에 난장판이 됐잖아요! 덕분에 심 대표님 심기나 건드리고, 참 잘하시네요들!”평소 같으면 마일로는 이 두 사람에게 제법 예를 갖추겠지만 오늘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두 사람 역시 자신들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마일로와 다투지 않았다.가장 무서웠던 것은 정윤재가 떠나기 전 그들에게 보낸 눈빛이었다.차갑고 음침한 그 남자의 눈빛...“심 대표님은 강운시 심씨 가문의 유일한 상속녀이자, 심 회장님의 귀한 딸이에요.”마일로가 냉소적으로 말했다.“대체 무슨 배짱으로 심 대표님 앞에서 그렇게 함부로 굴었던 겁니까? 게다가... 정 대표님이 하온 씨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알아요? 앞으로 두 분 회사에 무슨 일 생겨도 나한테는 손 내밀지 말아요.”말을 마친 마일로는 그대로 돌아섰다.한편 방금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본 다른 손님들도 마찬가지로 이 두 남자를 역병 걸린 사람처럼 허겁지겁 피했다....차 안에서 심하온은 창문을 내리고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순간 정윤재의 눈가에 놀라움이 스쳐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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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심하온이 안에 들어서자, 방구석에 술병들이 널브러져 있었다.그녀의 시선을 느낀 임아라는 멋쩍게 웃었다.“요 며칠 기분도 별로이고 생각이 좀 많아서 술을 마셔야 잠들 수 있거든.”“아라 너 괜찮은 거 맞지?”심하온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이제 괜찮아졌어.”임아라가 홀가분한 투로 말했는데 진심인지, 애써 태연한 척하는 건지 가늠하기 어려웠다.“사실 나 요 며칠 마음 정리 다 했어. 고작 남자 한 명으로 뭐가 대수겠니? 아니다 싶으면 갈아치우거나 이혼하면 되지. 오히려 잘 됐어. 이혼하면 더 이상 이 타국 땅에 머물 필요가 없잖아. 귀국해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얼마나 좋아.”그녀는 창가로 걸어가 반쯤 열려 있던 커튼을 완전히 젖혔다.“겨우 3년뿐인데 뭘!”하지만 이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눈시울이 빨개졌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심하온을 바라보며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하온아, 난 겨우 3년을 함께하다가 그 남자의 참모습을 알게 된 것도 이렇게 힘든데 넌... 강선우랑 5년이나 만나고 바람피운 걸 알았을 때, 대체 어떻게 버틴 거니?”임아라는 본인 일도 속상하지만 심하온이 너무 안쓰러웠다.이에 그녀가 웃으며 답했다.“진실을 다 알게 되니 그딴 녀석 때문에 슬퍼하는 자체가 전혀 가치 없는 일이란 걸 깨달았거든.”말이야 홀가분하게 내뱉어도 사실 진실을 알게 된 순간, 뼛속까지 파고드는 고통은 오직 본인만이 기억하고 있다.하지만 다행히도 심하온은 빠르게 정신을 차렸고, 임아라 역시 하루빨리 그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랐다.“그래, 네 말이 맞아.”임아라가 축축해진 눈가를 닦으며 말했다.“쓰레기 같은 놈 때문에 왜 우리가 힘들어해야 해? 결국 우리 몸만 상하잖아.”심호흡한 그녀는 더 이상 에릭에 관한 일을 언급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이따가 아는 언니가 보러 오기로 했는데, 아참, 그 언니도 재외 교포야. 두 달 전에 알게 된 사이거든.”두 달 전, 그녀는 에릭과 크게 다툰 후 기분이 잡쳐서 혼자 드라이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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