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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내 남편의 아내: Kabanata 171 - Kabanata 180

225 Kabanata

제171화

공재범은 일말의 죄책감이 남아 있어 또다시 메시지를 보냈다.[됐다. 원하는 거 뭐야? 다 보상해줄게.]이번엔 강다인도 바로 답장했다.[그건 아직 생각해보지 못했어. 생각나는 대로 다시 말할게. 그래도 되지?]“쯧쯧.”공재범은 아니꼬운 표정으로 메시지를 작성했다.[그래, 그럼 천천히 생각해.]그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회장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이제 곧 세미나가 시작되려나 보다.지금 저 안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 대표, 재계 거물, 유명 인사들이 모여있다...그리고 그의 형 공민규도 그중에 있었다.공재범도 아버지에게 윤조 그룹 대표로서 이번 세미나에 참석해도 되느냐고 시험 삼아 물어본 적이 있었다.하지만 아버지는 차갑게 웃으며 경멸이 섞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역시 아버지한테는 공재범이 영원히 형님, 누나보다 못한 존재였다....이번 대규모 비즈니스 세미나는 총 사흘간 진행될 예정이다.첫날은 오후 4시에 순조롭게 끝났다. 몇몇 외국 기업가들이 정윤재에게 다가와 이야기를 나누자, 심하온은 무료해서 먼저 회장을 빠져나왔다.그녀는 강선우의 시선이 자신을 그림자처럼 쫓아오고 있음을 느꼈지만, 지금 그는 협력 가능성이 있는 외국 기업 대표와 대화 중이었기에 여기까지 따라오지는 못했다.회장 문 앞에 도착한 심하온은 앞에 서서 통화를 하는 훤칠한 체구의 젊은 남자를 보았다.그녀는 처음에 신경 쓰지 않고 흘긋 보았지만, 바로 그때 남자가 통화를 마치고 돌아섰고,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심하온은 즉시 그를 알아보았다.그는 바로 윤조 그룹의 큰 도련님 공민규였다.아까 비즈니스 세미나에서 공민규의 자리는 그녀와 아주 가까웠고, 자리에 앉을 때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인사도 했다.“심 대표님.”공민규가 먼저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네, 공 대표님, 오늘 연설 정말 인상 깊었어요.”심하온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주최 측은 공민규에게 연설을 요청했다.그의 몇몇 관점과 철학은 정말 훌륭했고, 심하온조차 감탄을 금치 못했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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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하필 이때, 공민규의 휴대폰이 진동했다.그는 심하온에게 고개를 끄덕여 양해를 구하고는 몇 걸음 옆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심하온은 공재범과 단둘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돌아가려 했지만, 공재범이 덥석 앞을 막아섰다.“하온 씨, 방금 우리 형이랑 신나게 얘기하더니 나랑은 말도 섞고 싶지 않나 봐요?”공재범은 그녀의 예쁘장한 얼굴을 바라보며 눈가에 은근한 탐욕이 번졌다.아무리 봐도 그녀는 정말 예뻤다.“네. 딱히 할 말 없어요.”심하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러니 비켜주시죠, 공재범 씨.”한편 공재범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에 심하온의 안색이 확 굳어졌다.“알다시피 여긴 재범 씨가 멋대로 소란 피우는 장소가 아니에요.”“못할 것도 없죠.”공재범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었다.“난 어차피 악명 높은 망나니라 공식 석상에서 소란 좀 피워도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아요. 게다가 지금은 딱히 문제를 일으킬 생각도 없고요... 우리 저번에 만났을 때 썩 안 좋게 끝난 것 같아서 얘기 좀 나누고 싶은데, 안될까요?”그 말을 듣자 심하온도 웃기 시작했다.“공재범 씨, 방금 저랑 공 대표님은 사업에 관한 얘기를 나눴어요. 본인도 말하다시피 망나니라고 하는데 우리가 무슨 할 얘기가 있겠어요? 재범 씨가 어떻게 한량처럼 지내는지 공유해주게요? 죄송하지만 저는 딱히 관심 없어요.”공재범은 그녀의 말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이 여자가 대놓고 깔볼 줄이야. 공민규보다 못하다고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아버리는 그녀였다.“그러니 이만 비켜주시죠. 곧 있으면 윤재 씨도 올 거예요. 우리 함께 저녁 식사하기로 했거든요.”공재범은 쓴웃음을 지었다.“정윤재요? 미리 경고하는데 강선우라는 불지옥에서 겨우 빠져나왔으면 몸 사려요. 또 다른 불지옥으로 뛰어들지 말고요.”심하온은 냉랭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정윤재 약혼녀가 되는 게 뭐 그리 좋은 일 같아요?”공재범이 악의적으로 말을 이어갔다.“그 남자한테 들이대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알아요?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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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그는 통화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공재범이 또 소란을 피우는 걸 보았다.하는 수 없이 쓸모없는 동생을 대신해 심하온에게 사과하는 공민규, 다만 의도적인 건지 아닌지 정윤재를 줄곧 무시했다.“괜찮습니다.”심하온은 공민규에게 조금이라도 체면을 세워줄 필요가 있었다.그녀는 정윤재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가자 이만.”정윤재 역시 공민규를 통째로 무시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와 함께 떠났다.“형이 왜 사과해?”공재범이 마침내 폭발하며 공민규에게 소리쳤다.“뭐야, 형도 정윤재가 무서워? 아빠한테 형 이런 비겁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건데!”“다 말했어?”공민규의 말투는 침착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마치 날뛰는 원숭이를 쳐다보는 듯한 눈빛으로 공재범을 바라보았다.“내가 시끄러워? 형이 정윤재가 보는 앞에서 사과하는 걸 아빠가 보셨다면 쥐어패버렸을 거야.”공재범은 전에 문제를 일으킬 때, 아빠한테 피 터지도록 얻어맞았다.오늘 공민규의 행위는 그가 볼 때 자신이 전에 일으킨 문제들보다 훨씬 심각했다.“난 심 대표한테 사과했어.”공민규가 입을 열었다.“정윤재랑 뭔 상관인데?”“심하온한테도 꼭 사과할 필요가 있었어?”공재범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그리고 형이 뭔데 나 대신 사과해? 형 뭐 돼?”“말 그대로 네 형이야.”공민규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널 대신해서 사과할 뿐만 아니라, 너를 포용하면서 살아. 몰래 내 연설문을 바꿔치기해도 탓하지 않지.”“뭐?”공재범은 시선을 회피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공민규는 더 이상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아 자신의 차 쪽으로 걸어갔다.한편 공재범은 그의 뒷모습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그는 정말로 공민규의 연설문을 몰래 바꿔치기했다.이런 중요한 자리에서 공민규가 망신당하기를 원했으니까.물론 이런 짓이 공씨 가문의 체면을 떨어뜨릴지라도... 아버지와 공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이 공민규에게 실망할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 만족이었다.하지만 공민규의 침착한 모습과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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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이번 비즈니스 세미나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이 정윤재와 심하온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 했지만, 두 사람은 누구에게도 응하지 않았다.대신 레스토랑을 예약한 후 송서준을 데려갔다.송서준은 정윤재가 자신을 태워주지 않은 ‘원한’을 잊은 듯, 두 사람을 보자마자 싱글벙글 웃으며 심하온에게 열정적으로 인사까지 했다.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송서준은 입이 근질근질했다. 심하온과 온갖 수다를 떨고 나서 다시 정윤재에게 시선을 돌렸다.“오늘 공민규 연설 들었어? 진짜 잘하더라!”정윤재도 자리에 있었으니 당연히 들었을 것이다.“응.”“주최 측에서 너한테도 연설을 요청했다는데, 왜 거절했어? 그 녀석한테 공을 다 넘겨주는 꼴이잖아.”“귀찮아서.”정윤재는 간결하게 답했다.이 대답은 뜬금없이 심하온의 개그 코드를 건드렸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두 사람이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어깨가 계속 들썩거렸다.송서준은 단번에 알아채고는 짓궂게 물었다.“얘 이렇게 귀찮아하는 모습 꽤 웃기죠?”“네?”심하온은 고개를 들더니 정색하며 대답했다.“아니요. 귀찮아서 좋아요.”송서준은 말을 잇지 못했다.빌어먹을 커플 같으니라고!정윤재는 웃음을 머금고 심하온을 바라보았다. 마침 그녀도 고개를 들어 애틋하게 눈빛을 주고받았다.송서준은 헛기침을 두어 번 했다.“콜록, 콜록. 이봐요들, 나 아직 여기 있다고요.”둘은 그제야 시선을 거두었다. 심하온은 앞에 놓인 과일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는 계속 송서준의 말을 경청했다.“지금쯤 공씨 가문은 꽤 초조하겠죠?”말을 엄청 아꼈음에도 심하온은 그 의미를 바로 알아챘다.심씨 가문과 정씨 가문에서 곧 정략결혼 할 예정이고, 송씨 가문의 송서준 또한 정윤재와 사이가 좋으니 4대 명문가 중, 유독 공씨 가문만이 소외된 듯했다.“꼭 그렇지만은 않을 거야.”정윤재가 말했다.“공 회장님은 주도면밀하고 안목이 넓어서 이런 상황이 된 것도 이미 예상하고 계셨을지 몰라. 게다가 공민규라는 상속자를 아주 성공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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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그는 심하온 앞이라고 일부러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 정말 공민서와 친분이 없었다.연회에서 몇 번 우연히 만나 인사를 나눈 게 전부였다.공민서가 그를 좋아한다는 말도 있었고, 그녀가 확실히 호감을 보인 적도 있었겠지만, 정윤재는 언제나 예를 갖추면서도 단호하게 거절하고 거리를 두었다.이때 웨이터가 노크하고 들어와 음식을 올렸다.그들도 공씨 가문에 관한 이야기를 이쯤에서 끝냈다.그러나 식사를 마치고 이제 막 룸 문을 나서는데 공민규와 정면으로 마주쳤다.동행한 젊고 아름다운 여자는 공민규와 약간 닮아 있었다.이 여자가 바로 공민규의 동생 공민서라는 걸 한눈에 알아보게 됐다.“어머?”송서준이 먼저 말을 건넸다.“민규 씨랑 민서 씨도 여기서 식사하시나 봐요?”“네, 서준 씨.”공민규는 그에게 인사하며 시선이 또다시 심하온에게 머물렀다.이제 막 뭐라 말하려 할 때 공민서가 먼저 입을 열었다.“우연치고 정말 반갑네요. 저도 지금 막 프로젝트 끝내고 왔거든요. 다들 여기 세미나 참석하러 왔다는 소식을 듣고 언제쯤 자리를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었는데 오늘 이렇게 마주쳤네요.”말을 마친 그녀가 정윤재를 바라보았다.한편 정윤재는 한창 옆에 있는 심하온을 바라보느라 그녀에게 시선조차 안 줬다.공민서는 눈썹이 미세하게 찡그려졌지만, 이내 다시 미소를 지었다.“정 대표님도 계시고, 그리고 이분은... 하온 씨 맞으시죠?”“안녕하세요, 공민서 씨.”심하온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안녕하세요.”공민서는 부드러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눈가에 은근히 날 선 기운이 스쳤다.송서준은 사뭇 괴이해진 분위기에 소름이 끼칠 지경이라 손목을 쓱쓱 문질렀다.그는 서둘러 분위기를 전환하려 애썼다.“두 분 아직 식사 안 하셨죠? 저희는 그럼 시간 안 뺏을게요. 방금 다 먹고 나가려던 참이었거든요.”“그래요? 정말 아쉽네요. 함께 식사하고 싶었는데.”공민서가 말했다.“다음 기회에 꼭 함께해요.”송서준은 억지 미소를 지었다.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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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공민규는 정색하며 말했다.“이제 막 대형 프로젝트들도 완성했겠다, 얼른 돌아가서 푹 쉬어. 이런 일에 신경 쓰지 말고.”공민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정윤재와 심하온도 결코 쉬운 사람들이 아니었다.그녀가 한사코 둘 사에 끼어들려고 한다면, 그것은 영락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한편 공민규는 여동생을 너무 잘 안다. 겉으로는 온화하고 정직해 보여도 속으로는 누구보다 편협하고 광적이다.“쉴 필요 없어.”공민서가 차갑게 말했다.“지금 상황에 쉴 시간이 어디 있다고 그래?”“대체 왜 이러는 거야?”공민규는 한숨을 쉬었다.“다른 걸 다 떠나서 아버지부터 통과 못 할 거야. 너랑 정윤재를 허락하실 것 같아?”“아빠가?”공민서는 콧방귀를 뀌며 귀밑머리를 정리하고 비웃음 섞인 말투로 말했다.“아빠는 오직 우리 집안의 이익만 신경 쓰시는데 내가 정윤재를 우리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과연 반대하실까?”공민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공민서는 그를 힐끗 보더니 갑자기 웃었다.“그리고 전에 우리 집안에서도 심씨 가문과 정략결혼 할 의향이 있었잖아. 그때 아빠가 하신 말씀 난 아직도 기억해. 만약 심씨 가문에서 정략결혼을 승낙한다면 오빠가 심하온 씨랑 결혼해야 한다고 하셨잖아.”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공민규를 바라보았다.“그때 만약 심씨 가문에서 정말 승낙했다면 아빠는 분명 오빠랑 심하온 결혼을 부추길 텐데, 오빠는 과연 동의했을까?”“만약이라는 건 없어.”공민규가 말했다.“심씨 가문에서 승낙하지 않았으니 이제 와서 이런 걸 생각하는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야.”“그냥 궁금해서 그러는 거지.”공민서가 더 활짝 웃었다.“그때 오빠가 동의하지 않았다면 공재범한테 넘어갔을걸? 생각만 해도 짜릿한데? 그렇게 귀하게 자라온 심하온 씨를 정말 공재범 그 망나니한테 넘겨주고 싶어?”“그만해!”공민규의 안색이 확 일그러졌다.“이 얘긴 더 이상 꺼내지 마.”그가 이럴수록 공민서는 더욱 흥미진진해졌다.그도 그럴 것이 공민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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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뭐야, 정윤재랑 심하온의 정략결혼이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야? 오빠도 속으론 잘 알잖아. 이익이란 건 언제나 유동적이라고. 오늘 저들이 이익 때문에 뭉쳤다고 해도 내일은 더 큰 이익 때문에 헤어질 수 있어.”여기까지 말한 공민서는 갑자기 정윤재와 심하온이 깍지 겼던 장면이 떠올랐다.그녀는 마음속의 불편함을 억누르고 말을 이었다.“정윤재랑 심하온 겉보기에는 사이 좋아 보여도 누가 알아? 정략결혼 때문에 연기하는 것인지. 아직 정략결혼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어. 만약 오빠가 심 회장님 찾아뵙고 얘기 잘해서 우리 집안의 가치를 보여드린다면 회장님도 정윤재 대신 오빠로 결혼 상대를 바꿀지 몰라.”공민규도 물론 잘 안다. 지금 공민서가 하는 말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하지만 재벌가 사이에서 이익 때문에 결혼 상대를 바꾸는 건 전혀 없는 일도 아니다.그의 일관된 원칙 때문에 이런 짓을 할 수 없을 뿐이다.“심하온과 정략결혼 하는 게 우리 집안에 얼마나 큰 이익이 되는지는 오빠도 잘 알잖아. 그렇지 않고서야 아빠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먼저 결혼을 제안하셨겠어?”공민규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이에 공민서가 잠깐 고민하더니 한결 부드러운 말투로 애교를 부렸다.“오빠, 난 오빠의 유일한 여동생이야. 우리 집안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날 위해 한 번만 고려해주면 안 돼? 내가 여태껏 정윤재 말고 딴 남자한테 호감 가져본 적 있어? 없잖아.”“민서야.”공민규는 그녀를 진정시키려 했다.“그 두 집안에서 이익 때문에 정략결혼 하는 건 맞지만 정윤재랑 심하온... 내가 볼 때 단순한 연기가 아니야. 억지로 다른 사람 감정에 끼어드는 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어.”공민서는 마치 엄청난 농담을 들은 것만 같았다.“오빠 언제부터 이렇게 겁이 많아졌어? 옛날에 광산 프로젝트 하나를 따내기 위해, 현지 세력과 정면으로 부딪칠 땐 언제고, 왜 감정 문제에 와서는 이렇게 주춤하는 거냐고?”“둘이 무슨 비밀 얘기를 하는 거지?”별안간 룸 문이 열렸다.공민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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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공민서는 순간 울화가 치밀었다.“그게 무슨 헛소리야?”“내 말 틀려? 방금 나눈 대화 나 다 들었어. 넌 지금 정윤재랑 심하온 사이에 끼어들어 내연녀나 하고 싶은 거 아니야?”공재범은 광기 어린 미소를 날렸다.“안됐다 참. 네 엄마는 그래도 있는 집에서 귀하게 자란 분이었겠는데 어떻게 너 같은 딸을 낳았을까?”“그만해!”공민규의 얼굴에도 분노가 차올랐다.“오늘 식사는 관둬야겠다.”그는 애초에 이 둘의 관계가 완화될 거란 기대를 품지 말았어야 했다.“그러게 형은 왜 하필 나를 불러내고 그래? 나처럼 비천한 사생아는 두 사람 식사에 분위기만 망칠 뿐이야.”말을 마친 공재범은 느긋하면서도 비꼬는 듯한 태도로 두 사람에게 인사하고는 망설임 없이 돌아서 떠났다.룸 안에는 공민규와 공민서, 둘만 남았다.“오빠, 더는 힘 빼지 마. 나랑 저 망나니 자식은 절대 한 가족이 될 수 없어.”공민서는 분노에 손이 다 떨렸다.“그때 그 여자가 우리 엄마 앞에서 어떻게 떵떵거렸는지 다 잊었어? 그런 여자의 자식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동생인 건데?”공민규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됐다. 앞으로 더는 이런 헛된 짓 안 할게.”“부디 그렇게 해줘.”공민서 역시 밥맛이 뚝 떨어져서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룸 입구에 이르러서 대뜸 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목소리를 한없이 내리깔았다.“오빠, 내가 한 말 잘 생각해봐. 인생은 한 번뿐이야. 자신이 원하는 것도 못 얻으면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말을 마친 그녀는 하이힐 소리를 내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공민규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홀로 남겨진 그는 얼굴에 보기 드물게 무력감이 스쳐 지나갔다.‘그래, 인생은 단 한 번뿐이야. 나도 이제 쟁취해봐야 하는 거 아닐까?’룸 밖을 나선 공민서는 다시 뒤돌아보았다.오빠가 자신이 말한 대로 할지 확신이 안 섰다.다만 어찌 됐든 그녀는 절대 정윤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이번 일은 서두르면 안 된다. 한 걸음씩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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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나중에 송서준은 둘이 우정을 쌓은 것은 모두 자신의 노력 덕분이라고 종종 말했었다.“그랬구나.”심하온은 바텐더가 가져다준 주스를 한 모금 마셨다.“아쉽다. 우린 어릴 때 서로 몰랐잖아.”그 말을 들은 정윤재는 입꼬리를 살짝 올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밤이 깊어지자 바에는 사람들이 점점 더 붐볐다. 심하온은 시끄럽고 졸려서 정윤재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돌아가서 자고 싶어.”“그래.”정윤재는 즉시 대답했다.“가자, 이만.”두 사람은 바 카운터에서 일어나 플로어로 가서 송서준에게 돌아갈지 물어보려던 참이었다. 그때, 몇 명의 건장한 백인 남성들이 그들에게 다가왔다.모두 팔에 문신이 있고 기세등등했다. 선두에 선 남자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심하온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거들먹거리면서 휘파람을 불고는 외국어로 비꼬듯이 말했다.“어이, 동양 미녀네? 꽤 마음에 드는데 함께 술 한잔할까?”희롱하는 뜻이 너무나 명백했고, 심지어 집적대려고까지 했다.순간 정윤재가 안색이 일그러지며 심하온 앞에 막아섰다.이 남자들 앞에서 정윤재는 외모나 기세 어느 면에서도 밀리지 않았고, 오히려 더 우세했다.“꺼져.”그 역시 외국어로 말했고 주변 분위기가 분노로 들끓었다.몇몇 남자들은 잠시 멈칫했지만, 갑자기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일부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곧 싸울 기세였다.바로 이때 어디선가 경호원 무리가 튀어나와 눈 깜짝할 사이에 남자들을 모두 땅바닥에 쓰러뜨렸다.주변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고 음악까지 멈췄다. 모두 이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윤재야, 왜 그래?”송서준이 달려왔다.“별일 아니야. 잡것들 좀 상대하느라고.”정윤재가 선두 경호원을 힐긋 바라보자 그 경호원은 즉시 그의 의도를 알아채고 일행과 함께 문제를 일으킨 남자들을 끌고 나갔다.한편 정윤재는 심하온을 돌아보던 순간, 표정이 다시 부드러워졌다.“놀랐지?”“아니.”심하온은 고개를 저었다.방금 정윤재는 당장에서 그녀 앞을 막아서며 튼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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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별장에 돌아온 후, 정윤재는 심하온에게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데워주고는 거실 창가에 서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심하온은 우유 잔을 들고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이 남자는 그야말로 타고난 옷걸이라 몸매가 환상적이었다. 셔츠에 정장 바지를 입고 저기 서서 통화하는 것만으로도 은근히 슈퍼모델 같은 느낌을 선사했다.문득 유명한 남자 모델이 떠올랐는데 정윤재에 비하면 되레 그 남자 모델이 뒤처지는 기분이었다.통화를 마친 정윤재가 뒤돌아봤더니 그녀가 우유를 마시는 것도 다 잊고 이 남자만 뚫어지라 쳐다봤다.“무슨 생각해?”정윤재는 가까이 다가오며 미소 지었다.“왜 날 멍하니 보고 있어?”“응?”심하온은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고개를 숙여 우유를 마시며 당황스러움을 감췄다.우유를 몇 모금 마신 후에야 그녀가 대답했다.“별거 아니고 그냥 오늘 밤 그 남자들이 왠지 좀 수상해서...”“괜한 생각 마.”정윤재는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내가 잘 처리해놓을게.”비록 그녀가 일을 당해도 충분히 침착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정윤재는 여전히 이런 일로 그녀가 마음고생 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심하온의 능력은 더 크고 넓은 곳에서 발휘되어야지, 이런 시궁창의 쥐들을 상대하는 데 쓰여서는 안 되니까.“내일 저녁 만찬, 어떤 드레스를 입을 거야? 액세서리 몇 가지 준비해 뒀는데 일단 드레스부터 고를까?”내일 저녁은 주최 측에서 연회를 연다. 심하온은 드레스를 여러 벌 가져왔지만, 아직 어떤 것을 입을지 정하지 못했다.정윤재가 말할 때, 그녀는 오직 이 남자의 입술만 빤히 쳐다봤다.그녀가 또다시 멍 때리자 정윤재가 참지 못하고 눈썹을 치켜올렸다.“하온아?”“응?”심하온은 침을 꿀꺽 삼켰다.정윤재의 미소가 깊어지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방금 뭘 했는지를 깨달았다.이 남자를 바라보며 침을 삼키게 될 줄이야!그녀는 스스로 너무 한심했다.“윤재 씨... 웃지 마.”심하온은 씩씩거리면서 그를 노려봤다.“알았어. 안 웃을게.”정윤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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