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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남편의 아내: Chapter 221 - Chapter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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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1화

심하온은 딱히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낯선 사람에게 털어놓기 힘든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니까.“그리고 그 마을이 정말 작았거든. 거주민도 많지 않고. 거기 사람들은 한식이 입에 안 맞는 것 같았어. 그 언니네 식당 장사도 아주 썰렁했는데 전혀 개의치 않고 딸이랑 계속 거기 살았대. 왜 딸을 데리고 큰 도시로 이사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이미 조용하게 사는 데 적응했다는 거야. 아니 막말로 조용히 살아서 돈이 생겨? 대체 무슨 수로 돈을 버는지 전혀 빠듯해 보이지도 않았어.”임아라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자, 심하온은 어느새 그 여자가 궁금해졌다.“그분 이름이 뭐야?”“이름은....”임아라가 채 말을 잇기도 전에, 갑자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왔나 보다. 잠깐만.”임아라가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심하온도 덩달아 일어나 인사할 채비를 했다.문이 열리자, 밖에는 두 모녀가 서 있었다.“왔어요, 언니?”임아라가 함박꽃 같은 미소를 지으며 어린 여자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는 맑고 고운 목소리로 ‘아라 이모!’라고 불렀다.“아이, 착해라.”“진짜 귀국하게요?”여자가 아쉬움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물었다.“다음 달에 우리 집으로 식사 초대도 하고 싶었는데, 아라 씨한테 선보이지 못한 요리가 몇 개 더 있거든요.”“집이 너무 그리워서 어쩔 수가 없네요.”임아라가 쓴웃음을 지었다.“여기는 아무래도 나랑은 좀 안 맞는 것 같아요.”그녀는 곧장 길을 내주었다.“어서 들어와요. 안에 친구가 한 명 더 와 있는데 소개해줄게요. 여긴 내 친구 심하온, 그리고 여긴 추설현 씨, 설현 언니야. 이 아이는 언니네 딸 루나고.”“반가워요.”추설현이 환하게 웃으며 심하온에게 인사를 건넸다.하지만 심하온은 이상하리만큼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사실 그녀는 추설현의 얼굴을 본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다.임아라가 ‘추설현’이라는 이름 석 자를 말했을 때, 심하온은 더 큰 충격에 빠졌다.추설현, 바로 그녀였다.2년 전, 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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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별일은 아니고요. 그냥 남편이랑 사이가 안 좋아서 이혼할 생각이에요.”임아라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그날 밤의 일은 여전히 그녀 마음속 깊은 상처로 남아서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임아라의 말을 들은 추설현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이혼까지 갈 정도라면 분명 심각한 일이 있었을 테고, 임아라가 말하지 않는데 더 캐묻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아라 이모, 진짜 국내로 돌아가는 거예요?”루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부럽다! 나도 가고 싶은데... 여긴 너무 싫어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아빠 보고 싶어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추설현이 대뜸 딸의 입을 막으며 나무랐다.“루나야, 말 함부로 하지 말랬지!”루나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글썽였다.이에 임아라가 황급히 분위기를 수습했다.“언니, 애가 아직 어리니까 아빠 보고 싶을 수도 있죠...”추설현은 어색하게 웃으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한편 옆에 앉은 심하온은 이 모든 광경을 묵묵히 지켜봤다.그녀는 추설현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이쯤 되면 추설현이 무언가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적어도 그해의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똑똑히 알고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서야 딸과 함께 해외로 도피하듯 숨어 살 이유도, 딸이 아빠를 언급할 때 저렇게 예민하게 반응할 이유도 없으니까.어쩐지 임아라가 말하길 그녀의 한식당이 장사가 시원찮음에도 돈이 부족해 보이지 않더라니.그해 강다인이 기사를 매수하면서 거금을 들였을 테고, 강선우가 뒷수습하는 데에도 돈이 꽤 들어갔을 것이다.어쩌면 지금 추설현이 쓰고 있는 돈은, 그때 심하온이 겪었던 끔찍한 상처와 맞바꾼 것일지도 모른다.“외국에서 재외 교포를 만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그것도 이렇게 외딴곳에서 말이에요.”임아라가 아쉬운 듯 말했다.“마을 사람들도 다 좋은 분들인데 어쨌거나 우리랑은 다르잖아요.”“그런데 언니는 왜 루나 데리고 국내로 돌아가지 않아요?”임아라가 그녀를 타일렀다.“언제까지 계속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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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심씨 가문의 경호원과 정윤재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어느덧 답장이 속속들이 도착했다.문자 내용을 대충 훑어본 그녀는 고개를 들어 추설현을 똑바로 바라보았다.“다만 식사 전에 추설현 씨한테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추설현은 약간 의외라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웃으며 말했다.“네, 편하신대로 물어보세요.”“남편분 성함이 곽윤일 씨 맞으시죠?”곽윤일! 바로 2년 전, 그 끔찍한 교통사고를 낸 기사의 이름이었다.남편의 이름 석 자를 듣는 순간, 추설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그녀는 사색이 된 채 눈가에 공포가 어렸다.“당, 당신 누구야? 어떻게...?”심하온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그저 묵묵히 추설현을 바라보았다.곧이어 추설현이 다급하게 딸을 안아 들고 문 쪽으로 달려갔다.“어머, 왜 그래요 언니?”임아라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추설현은 어느새 문 앞까지 달려갔다. 극심한 공포에 질려 한 손으로 딸을 안고 다른 한 손으로 방문을 열어젖혔다.하지만 문을 연 순간, 제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문 앞에는 이미 경호원들이 떡하니 서서 싸늘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추설현은 딸을 꽉 끌어안은 채, 심하온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가에 금세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당신, 도대체 누구야?”“그러게요? 제가 누굴까요?”심하온도 서서히 눈시울이 빨개졌다. 그녀는 자신의 오른쪽 다리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추설현 씨, 이 다리가 바로 그해 당신 남편 때문에 망가진 다리에요.”게다가 하마터면 그 사고로 죽을 뻔했다.의사 말로는 심하온이 목숨을 건진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고 했다.하지만 양쪽 다리가 완전히 망가질 뻔했고, 엄청난 노력 끝에 왼쪽 다리를 겨우 살릴 수 있었다. 오른쪽 다리 역시 어마어마한 고통과 재활을 거쳐서 겨우 걸을 수 있게 되었지만, 춤을 추는 것은 이제 영원히 불가능해졌다.그토록 열정을 불태웠던 무용인데!그녀의 말을 들은 추설현은 비명을 지르더니 굵은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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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추설현은 고통스러운 듯 눈을 감았다.그랬다. 루나에게 아빠에 대한 진실을 알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도박꾼에,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고의로 차를 몰아 사람을 쳤다는 사실을 절대 말할 수 없었다.다시 눈을 뜬 그녀는 마침내 루나를 임아라에게 맡겼다.“부탁이에요... 제발 우리 루나 잘 좀 부탁드려요.”“걱정 말아요.”임아라가 단호하게 말했다.“목숨 걸고 맹세할게요. 루나 절대 다치는 일 없어요.”그녀가 이렇게 확신하는 것은 심하온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심하온이 루나를 해치지 않겠다고 했으니, 분명 그럴 것이다.“고마워요, 아라 씨.”임아라는 루나를 안고 방을 나섰다.루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 채, 잔뜩 겁먹은 표정이었다. 임아라는 그런 루나를 안고 달래며 맛있는 거 사 먹으러 가자고 했다.“그럼 엄마는요? 엄마는 왜 우리랑 같이 안 가요?”루나가 훌쩍거리며 물었다.“엄마는 저 이모랑 잠깐 할 얘기가 있대. 금방 우리한테 올 거야. 착하지, 루나.”그들이 떠난 후, 정윤재가 방으로 들어와 심하온 곁에 앉았다.추설현이라는 여자가 갑자기 발광하여 심하온을 해칠지도 모르니 그는 당연히 옆에서 지켜줘야만 했다. 그래야 마음이 놓일 테니까.또한 심하온이 그해 교통사고 이야기를 꺼내면서 감정이 불안정해질까 봐 곁에서 그녀를 지켜주고 싶었다.추설현은 정윤재가 누구인지 묻지 않았다. 그저 심하온 앞으로 다가가 앉아서 두 손을 벌벌 떨며 그녀를 바라봤다.“하온 씨가 바로 그해 사고의 피해자였군요. 이번 생에... 우리가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추설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가 잘못했어요. 죽을죄를 지었습니다.”“그러니까 그해 교통사고의 진실을 알고 있다는 거죠?”심하온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사실 심하온은 조금 전에도 감정 조절에 실패할 뻔했다.2년 전의 교통사고, 그로 인해 망가져 버린 다리는 그녀에게 영원한 아픔으로 남았다.하지만 금세 다시 침착함을 되찾았다.그 사고의 원흉은 강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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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추설현은 휴지를 몇 장 뽑아 눈물을 닦았다. 보아하니 감정을 추스르는 듯했다.이에 심하온은 조급해하지 않고 그녀를 기다렸다.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추설현은 겨우 진정되었다.“제 남편 곽윤일은 삼 년 전부터 도박에 빠졌어요. 일 년도 안 돼서 가진 돈을 다 날리고, 빚더미에 앉게 됐죠. 그때 저는 매일같이 한숨만 쉬었어요. 죽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고요. 빚쟁이들이 끊임없이 집에 찾아왔고, 심지어 루나를 뺏어가려고까지 했어요...”“중점만 말해요.”정윤재가 차갑게 말을 끊었다.그는 추설현 가족의 ‘딱한 사정’에 별다른 흥미가 없었다.이에 그녀가 움찔하며 말을 이었다.“그러던 어느 날, 윤일 씨가 갑자기 제 앞에 나타나더니 통장 하나를 건네줬어요. 누군가에게 사주를 받았는데, 이게 선금이고 일이 끝나면 더 큰돈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되면 우리 가족 빚도 다 갚고 여길 떠나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그때 그 통장에는 2억이라는 돈이 들어 있었다.그녀는 경악하며 곽윤일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냐고 따져 물었지만, 남편이 끝까지 함구했다. 다만 이제 잘못을 뉘우치고 그녀와 루나에게 잘하겠다며, 반드시 좋은 삶을 살게 해주겠다고만 말했다.추설현은 그 돈의 액수를 보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많은 돈을 받을 정도라면, 곽윤일이 하려는 일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원래 반대하고 싶었으나 가족이 당장 먹고살 돈도 없었고, 매일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는 처지였다. 그들은 결코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었고, 설령 도망친다 해도 결국엔 붙잡힐 터였다.한순간의 망설임 끝에 그녀는 더 이상 남편을 막지 않았다.며칠 뒤, 곽윤일이 또다시 그녀 앞에 나타났다. 그는 사시나무 떨듯 온몸을 떨며 말했다.“내가 사람을 쳤어. 경찰이 곧 잡으러 올 거야. 걱정 마.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저 사고처럼 보일 뿐이고, 몇 년 감옥 살면 나올 수 있어. 내일 당신 통장으로 돈이 들어갈 거야. 나눠서 들어갈 텐데, 합쳐서 4억 정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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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그 사람은 추설현에게 10억을 더 줄 테니 대신 이번 일에 대해 비밀을 지킬 것, 그리고 루나를 데리고 해외에서 지내며 절대 돌아오지 말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또한 곽윤일이 출소한 후에는, 세 식구가 해외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라고 한마디 덧붙였다.10억이라는 거액은 추설현에게 매우 솔깃했다. 게다가 그녀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찾아와 그 사고가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었다.결국 추설현은 10억을 받고 루나와 함께 출국했다.처음에는 여기가 아닌 다른 나라에 머물렀지만,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어 불안했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어느 날 밤, 그녀는 루나를 데리고 몰래 도망쳐 불법 선박을 타고 이곳까지 오게 되었고 외딴 시골 마을에 자리를 잡았다.그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큰돈을 들여 암시장에서 위조 신분증을 만들었다. 평소에는 누가 물어보면 가짜 이름을 대고 다녔지만, 임아라라는 재외 교포를 만나고는 무척 반가운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진짜 이름을 말해버렸다.말을 하고 나서 후회했지만, 임아라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다시 안심하고 그녀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설마 그런 우연이 있겠어?’이런 생각으로 안주하고 있다가 오늘 드디어 그 우연을 현실로 맞닥뜨렸다.임아라를 만나러 왔는데 사고 피해자와 마주쳐버리다니.그들 가족이 가장 큰 잘못을 저지른 심하온과 말이다.“여기까지가 제가 알고 있는 전부예요.”추설현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차마 심하온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하온 씨, 정말 죄송해요... 이 말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잘 알지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네요.”지난 2년간, 그녀는 밤마다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고 끊임없이 양심의 가책에 시달렸다.돈을 쓸 때마다, 이 돈이 어떻게 마련된 것인지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추설현도 귀국해서 사고의 진실을 밝히려 고민했었다.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그녀는 곧바로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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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지금 생각해보니... 비록 대머리 남자의 오른쪽 귀 뒤에 흉터가 있는지 똑똑히 보지 못했지만, 추설현을 찾아왔던 그 남자일 가능성이 매우 컸다.“그 10억도 추설현 씨 계좌로 입금됐어요?”정윤재가 물었다.“아니요. 그건 대머리 남자가 마련한 새 계좌였어요. 가짜 신분으로 만든 계좌인지는 모르겠으나 계좌번호랑 비밀번호를 알려주더군요. 그리고 한 번에 큰돈을 인출하지 말라고 했어요. 나중에 해외에 가서도 돈을 조금씩 나누어서 이 나랏돈으로 환전했고요. 그 계좌는 일 년 가까이 사용하지 않았어요.”추설현이 하나도 빠짐없이 설명했다.“그럼 그 계좌 정보는 기억하고 있나요?”추설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대부분 기억해요.”그 계좌에는 10억이나 되는 돈이 있었고, 그 돈은 다른 사람의 피로 얼룩진 돈이었기에, 계좌 정보가 추설현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사용한 지 오래되었음에도 여전히 떠올릴 수 있을 만큼...“적어보세요.”방 안에는 종이와 펜이 있었고 추설현도 매우 협조적으로 기억나는 계좌 정보를 전부 적어 정윤재에게 건넸다.정윤재는 종이를 받아 훑어본 후, 조용히 안주머니에 넣었다.심하온은 줄곧 아무 말 없이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었다.이에 추설현은 안절부절못하며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제가 아는 건 전부 말씀드렸어요. 혹시 더 해야 할 일 있을까요?”“법정에 나와서 증언해요!”심하온이 간결하게 말했다.순간 추설현의 얼굴에 공포가 스쳤다.“제가... 제가 법정에 증언해야 한다고요? 하지만 저는...”“추설현 씨는 곽윤일 씨 아내고, 그해 곽윤일 씨는 누군가에게 사주받고 고의로 차를 몰아 사고를 냈다고 분명히 말했어요. 추설현 씨의 증언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을 겁니다.”심하온이 설명했다.추설현도 이 점을 잘 알지만 내내 마음이 심란했다.만약 정말 법정에 나가서 증언한다면, 그것은 곽윤일이 고의로 사고를 냈다고 제 입으로 인정하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어떻게 제 남편을...하지만 이 또한 자신의 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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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프지만, 곽윤일이 도박에 빠져 빚더미에 앉았고, 돈 때문에 사람을 쳤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설령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해도, 모든 건 그가 자초한 일이었다.감정과 이성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미친 듯이 갈등을 일으켰다.“아직 모르시나 보네요.”심하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곽윤일 씨는 이미 죽었습니다.”순간 추설현은 머리가 띵해졌다. 그녀는 고개를 번쩍 들고 못 믿겠다는 눈길로 심하온을 쳐다봤다.“뭐라고요? 죽었다니, 언제 어떻게 죽었는데요?”“1년 전에 감옥에서 자살했어요.”“말도 안 돼!”추설현이 벌떡 일어나 외쳤다.정윤재는 인상을 구기면서 심하온을 보호하듯 손을 감쌌다.한편 추설현은 심하온을 해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그저 남편의 사망 소식에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을 뿐이다.“그럴 리가 없어요! 출소하는 대로 저랑 루나한테 찾아오겠다고 했는데, 그동안 비워둔 빈자리를 채워주겠다고 했는데 자살이라니요? 이건 도저히 말이 안 되잖아요.”사실 심하온도 의문점을 품고 있었다.처음 곽윤일이 감옥에서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추설현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뭔가 석연치 않았다.곽윤일은 분명 아내와 딸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출소 후 꼭 찾아오겠다고 말했었다.그런 사람이 과연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문득 심하온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입막음.’“우리 남편 진짜 죽었어요?”추설현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루나한테 뭐라고 설명하죠? 아빠가 돌아오지 못한다고, 이미 죽었다고 해야 하나요...”심하온과 정윤재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정윤재가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더니 곧장 그의 심복인 허도영이 태블릿을 들고 들어왔다.“대표님, 하온 씨, 여기 곽윤일 씨의 수감 기록입니다.”허도영은 태블릿을 건네며 말했다.“곽윤일 씨는 수감 후 모범적인 행동을 보였고, 두 차례 감형 신청을 했지만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감형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어요. 수감 동기들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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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사실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추설현에 대한 원망이 조금이나마 남아있었다.하지만 가장 증오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감옥에 가야 마땅한 사람이 누구인지 누구보다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추설현이 어떤 이유로 법정 증언을 결심했든, 그녀가 그렇게 한다면 속죄의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추설현은 배후의 인물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곽윤일이 돈을 받고 고의로 차를 몰았다는 사실을 증명해 줄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중요했다.정윤재는 심하온과 함께 방을 나서기 직전,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추설현을 차갑게 돌아보았다.“추설현 씨, 이미 약속한 이상 절대 번복하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한창 비통함에 잠겨 있던 추설현은 그의 말에 놀라서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절대 번복 안 해요.”그녀에게는 아직 딸이 있으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딸을 위해 고려해야 한다.정윤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방을 나서자마자 심하온이 말했다.“우리가 추설현 찾은 일은 반드시 비밀로 해야 해.”“내가 알아 할 테니 넌 걱정 마.”정윤재가 그녀를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하온아, 괜찮아?”심하온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한참 후, 그녀는 정윤재의 어깨에 기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중요한 증인을 찾았다는 기쁨도 있겠지만, 동시에 2년 전 사고의 고통이 되살아났고, 다시는 춤을 출 수 없다는 현실을 상기했다.그녀는 지금 이 속마음을 털어놓을 데가 간절히 필요했다.정윤재가 손을 들어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마음껏 울도록 내버려 두었다.심하온은 눈물로 감정을 표출하는 시간이 필요하니까.다른 사람들은 모두 알아서 다른 곳을 보거나, 그들을 피해주었다.한편 심하온은 그리 오래 울지도 않았다. 몇 분 뒤, 그녀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이때 눈치 빠른 경호원 한 명이 재빨리 티슈를 건넸다.정윤재는 티슈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괜찮아, 하온아.”그가 나직이 속삭였다.“내가 항상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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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심하온이 사탕을 받아들자 루나의 얼굴에 달콤한 미소가 번졌다.아이는 심하온에게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했지만, 그녀 옆에 서 있는 정윤재를 보더니 살짝 겁을 먹었다.정윤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루나를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이 삼촌에게서 풍기는 위압감이 무서웠다.하여 루나는 더 이상 심하온에게 말을 걸지 않고, 방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임아라는 아이를 따라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심하온을 바라보며 말을 머뭇거렸다.마침 그때 정윤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그냥 꺼버리려고 했으나 심하온이 괜찮다며 받아보라고 했다.정윤재는 그제야 옆으로 피하며 전화를 받았다.임아라는 심하온 앞으로 다가와 조심스러우면서도 안쓰러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온아, 난 전혀 몰랐어...”심하온이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를 다쳤다는 사실을 임아라는 아예 처음 듣는 소리였다.걸음걸이가 얼핏 보기에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임아라는 그녀가 무용을 아주 좋아했고, 실력 또한 대단하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대학 1학년 때, 학생회에서 주최한 축제에서 심하온의 안무 영상을 본 선배가 그녀에게 춤을 부탁하러 숙소까지 찾아왔을 정도였다.그때 심하온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의 춤은 객석의 수많은 사람들을 감탄케 했다.당시 임아라는 무대 아래에서 흥분을 금치 못하고 심하온을 열렬히 응원했었다.그런데 지금은...심하온이 다리를 다쳤다면, 이제 더는 춤을 출 수 없다는 말인가?그렇게 생각하니 임아라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아이고, 됐네요. 나도 안 우는데 네가 또 왜 울어?”심하온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네가 너무 안쓰러워서 그러지.”임아라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멀쩡한 애가 왜 그런 사고를 당했어? 혹시 설현 언니 남편이랑 관련 있는 거야? 언니 남편이 널 쳤어?”“응.”“사고야? 고의야?”임아라가 씩씩거렸다.이에 심하온은 모든 것을 다 털어놓지는 않았다.“이 일은... 당분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 우리가 추설현 씨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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