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설현은 휴지를 몇 장 뽑아 눈물을 닦았다. 보아하니 감정을 추스르는 듯했다.이에 심하온은 조급해하지 않고 그녀를 기다렸다.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추설현은 겨우 진정되었다.“제 남편 곽윤일은 삼 년 전부터 도박에 빠졌어요. 일 년도 안 돼서 가진 돈을 다 날리고, 빚더미에 앉게 됐죠. 그때 저는 매일같이 한숨만 쉬었어요. 죽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고요. 빚쟁이들이 끊임없이 집에 찾아왔고, 심지어 루나를 뺏어가려고까지 했어요...”“중점만 말해요.”정윤재가 차갑게 말을 끊었다.그는 추설현 가족의 ‘딱한 사정’에 별다른 흥미가 없었다.이에 그녀가 움찔하며 말을 이었다.“그러던 어느 날, 윤일 씨가 갑자기 제 앞에 나타나더니 통장 하나를 건네줬어요. 누군가에게 사주를 받았는데, 이게 선금이고 일이 끝나면 더 큰돈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되면 우리 가족 빚도 다 갚고 여길 떠나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그때 그 통장에는 2억이라는 돈이 들어 있었다.그녀는 경악하며 곽윤일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냐고 따져 물었지만, 남편이 끝까지 함구했다. 다만 이제 잘못을 뉘우치고 그녀와 루나에게 잘하겠다며, 반드시 좋은 삶을 살게 해주겠다고만 말했다.추설현은 그 돈의 액수를 보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많은 돈을 받을 정도라면, 곽윤일이 하려는 일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원래 반대하고 싶었으나 가족이 당장 먹고살 돈도 없었고, 매일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는 처지였다. 그들은 결코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었고, 설령 도망친다 해도 결국엔 붙잡힐 터였다.한순간의 망설임 끝에 그녀는 더 이상 남편을 막지 않았다.며칠 뒤, 곽윤일이 또다시 그녀 앞에 나타났다. 그는 사시나무 떨듯 온몸을 떨며 말했다.“내가 사람을 쳤어. 경찰이 곧 잡으러 올 거야. 걱정 마.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저 사고처럼 보일 뿐이고, 몇 년 감옥 살면 나올 수 있어. 내일 당신 통장으로 돈이 들어갈 거야. 나눠서 들어갈 텐데, 합쳐서 4억 정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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