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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남편의 아내: Chapter 641 - Chapter 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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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1화

‘정씨 가문의 먼 친척 주제에, 정씨 가문 덕에 풍족한 삶을 살면서 이제는 내 약혼자에게까지 그런 말을 하다니.’설령 심하온이 화를 내지 않는다고 해도 그는 절대 참을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분노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손을 들어 심하온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응. 그럼 우리도 앞으로는 그 사람이랑 거리를 두자.”“하온아, 윤재야, 정말 미안해.”권영현은 손을 비비며 난처하고 또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다 같이 밥 먹기로 했는데 주서경 때문에 완전히 망쳐 버렸네. 진작에 걔 왔을 때 딱 잘라 내보냈어야 했는데.”‘주서경의 생각이 이렇게까지 망가졌을 줄 누가 알았겠어. 하아...’오늘은 정윤재가 처음으로 심하온을 집에 데려온 날이었다.원래라면 화기애애했어야 할 첫 만남이, 주서경 때문에 완전히 엉망이 되어 버렸다.권영현은 생각할수록 속이 답답했다.“외숙모,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심하온이 급히 말했다.“외숙모 잘못이 아니에요.”권영현은 애써 기운을 내 웃었다.“에휴, 됐어. 이런 얘기는 그만하자! 어차피 앞으로 볼 날이 많잖아. 시간 날 때 자주 와. 내가 맛있는 거 많이 해줄게.”주서경 때문에 심하온 마음을 상하게 한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미안한데 심하온에게 위로까지 받게 할 수는 없었다.어쨌든 주서경이라는 친구는 더는 둘 수 없었다.“그럼 저 앞으로 자주 올게요.”심하온도 웃으며 말했다.“외숙모 음식 정말 너무 맛있어요. 외삼촌, 외숙모, 저 귀찮아하지 마세요.”“무슨 소리야. 귀찮기는... 오라고 사정해야지.”“아, 맞다 외숙모. 오늘 하신 닭볶음은 어떻게 만드신 거예요? 제가 전에 먹어본 거랑 맛이 좀 다르더라고요.”“간단해! 자, 내가 알려줄게... 아니지, 윤재한테 알려줘야겠다.”권영현은 고개를 돌려 정윤재를 보며 말했다.“우리 하온이 손은 요리하라고 있는 게 아니야. 앞으로 하온이가 먹고 싶다 하면 네가 만들어 줘.”정윤재는 웃음을 터뜨렸다.“외숙모, 벌써 하온이 편드시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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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2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동수가 고함쳤다.“도대체 당신 무슨 짓을 한 거야!”주서경은 그 소리에 멍해졌다.“제가... 제가 뭘 했다고 그래요? 왜 그래요? 깜짝 놀랐잖아요!”“너 오늘 누구 건드린 거 아니야? 어디 갔고, 뭘 했는지 지금 당장 말해!”정동수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는데, 이를 악문 모습은 당장이라도 그녀를 찢어버릴 것 같았다.주서경은 움츠러들었다.“저, 저 그냥 권영현 집에 잠깐 갔을 뿐이에요... 대체 무슨 일이예요? 먼저 말해 줘요. 무슨 일 생겼어요?”“끝장이야. 회사가 끝장났어!”정동수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 쥐고 통곡했다.주서경이 계속 다그치자 정동수는 그제야 겨우 상황을 설명했다.최근 그의 회사는 두 곳의 협력사와 계약을 거의 확정 지었는데 오늘 저녁에 계약서에 서명할 예정이었다.그런데 오늘 오후, 그 두 곳이 갑자기 마음을 바꿔 계약을 거절했다.정동수는 이유를 묻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한 곳은 비웃기만 하고 전화를 끊었고, 다른 한 곳은 조롱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원래 우리는 당신들 회사를 좋게 보지도 않았어요. 정진 그룹 체면 봐서 계약하려던 거지. 그런데 이제 당신들이 정씨 가문까지 건드렸다면서요? 그런데 왜 당신들이랑 협력하겠어요? 다시는 연락하지 마세요.”그 말을 듣는 순간, 정동수의 머릿속이 웅웅 울렸다.‘내가 언제 정씨 가문을 건드렸단 말이지? 얼마 전 정씨 가문 연회에 갔을 때도 아무 문제 없었는데!’최근에 그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그런데 한 타격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 하나의 타격이 날아왔다.정진 그룹이 그의 회사에 대한 모든 투자와 지원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한 것이다.사실 그는 경영 수완이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정씨 가문과 정진 그룹 덕이 아니었다면 지금 같은 생활을 누릴 수 있었을 리 없었다.정씨 가문에 가서 따져 묻고 싶었지만 누구에게 묻는단 말인가?감히 그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었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문제의 원인은 분명 주서경이었다.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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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3화

정동수는 달려들어 주서경의 뺨을 때리려 했지만 주서경이 재빨리 피했다.때리지 못하자 그는 자기 머리를 움켜쥐고 마구 쥐어뜯으며 소리쳤다.“미쳤어? 심하온이 정윤재의 약혼자인 거 몰라? 게다가 심씨 집안 아가씨야! 지난번 가문 연회도 그 애 때문에 어르신께서 주최한 거잖아! 그 애가 어떤 위치인지 아직도 몰라? 누구한테 무례하든 상관없어. 그런데 왜 하필 그 애야!”정동수는 차라리 주서경이 정윤재에게 무례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그러면 정윤재가 귀찮아서라도 신경 안 썼을지도 모른다.하지만 하필 심하온이였다.정윤재가 심하온을 얼마나 아끼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니 말이다.그가 이걸 참을 리 없었다.“저, 저도 그냥 순간 화가 나서... 이렇게까지 큰일 날 줄은 몰랐어요!”주서경은 억울하게 울부짖었다.“당신 정씨 가문 친척이잖아요! 그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냉정하게 나올 줄은 정말 몰랐어요!”주서경은 오늘 권영현의 집에서 정하영 때문에 정말로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화가 났다.거기에다 ‘정윤재의 장모가 되는 일’도 여전히 아무 진전이 없자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어 심하온을 적으로 돌리는 것조차 아랑곳하지 않게 된 것이었다.집에 돌아온 뒤에는 사실 마음이 조금 불안하기도 했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쨌든 정동수는 정씨 가문의 친척이었고, 그동안 정씨 가문에서도 그들을 꽤 잘 대해 줘 왔으니 이 정도 일로 무슨 큰일이 나겠느냐고 자신을 안심시켰다.그런데 정말로 화를 불러오고 말았다!“네가 뭘 생각할 수 있겠어? 허황한 꿈이나 꾸면서 정윤재 장모가 되겠다는 소리나 하고! 네가 그 자리에 어울리기나 해?”정동수에게 호되게 꾸지람을 듣자, 주서경은 억울함에 죽을 지경이었다.정동수도 그녀를 응원하며 하영이와 함께 잘해 보라고까지 했었다.그런데 인제 와서 태도를 바꾸다니.그래도 오늘은 확실히 자신이 사고를 친 게 맞았기에 더는 변명하지 못했다.정동수는 여전히 제정신이 아니었다.“정씨 가문의 지원이 끊기면 나 혼자 힘으로는 회사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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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4화

그때 정동수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리더니 문자 메시지 한 통 도착했다.내용을 확인한 순간, 그는 눈을 크게 뜨며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끝이야... 다 끝났어...”그는 중얼거렸다.주서경은 다급히 물었다.“왜 그래요? 또 무슨 일인데요?”정동수가 대답하지 않자, 그녀가 직접 다가가 휴대전화를 들여다봤다.정윤재의 부하가 보낸 경고 메시지였다.심하온을 절대 찾아가거나 방해하지 말라는 것, 회사 문제는 심하온과 아무 상관이 없으며, 만약 계속해서 심하온에게 매달리거나 괴롭힌다면 그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내용이었다.“이게 무슨 일이야...”주서경은 두피가 서늘해졌다.이건 분명 심하온의 앞에 나타나지도 말고, 그녀를 원망하지도 말라는 뜻이었다.“마지막 길마저 막혀 버렸어! 다 네 탓이야! 이 재수 없는 인간아! 진작에 너랑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고, 네가 데리고 온 그 짐 덩이도 키우지 말았어야 했어!”정동수가 악다구니를 썼다.“지금 와서 그런 말을 해? 처음에 날 유혹해서 불륜하게 만든 게 누군데? 매달려서 이혼하라고 하고 너랑 결혼하자고 한 게 누구야? 하영이랑 잘해 보라고 부추긴 것도 너잖아! 일 터지니까 인제 와서 결혼을 후회해? 네가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내가 탓하고 싶을 뿐이야!”주서경도 지지 않고 소리쳤다.“너... 나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도 나한테 욕을 해? 때려죽일 거야!”“네가 날 때려? 나도 너 때려죽일 거야!”정동수는 다시 주서경에게 손을 대려 했고 주서경도 물러서지 않았다.두 사람은 그대로 몸싸움을 벌였다....심하온은 그들의 사정을 알지 못했다.다음 날 아침 정하영이 그녀에게 연락해 왔다.정하영은 전날 밤 호텔에서 묵었고, 오늘은 집을 보러 갈 예정이라고 했다.당분간은 집에 돌아가지 않고 밖에서 따로 집을 구해 살 생각이라고 말이다.어머니가 또다시 소란을 피울까 봐서였다.또 남자친구가 계속 곁에서 함께해 주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도 했는데 말투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 담겨 있었다.“앞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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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5화

정윤재가 그녀를 놓아주자 심하온은 드레스룸으로 가서 차분한 색의 옷 한 벌을 골랐다.병문안이니만큼 이런 옷이 더 적절했다.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정윤재는 소파에 앉아 테이블을 바라보며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었다.눈빛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고 손등에는 핏줄이 도드라져 있었다.심하온은 속으로 가볍게 한숨을 쉬고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정윤재는 아직 정신이 다른 데 가 있었지만 본능적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그녀의 손을 꽉 붙잡은 상태였다.그는 민망해하지도 않고 오히려 가볍게 끌어당겨 그녀를 품에 안고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그의 마음이 복잡하다는 걸 알고 있는 심하온은 괜히 말을 보태지 않았다.대신 그의 등을 천천히 부드럽게 다독여 주었다.“하온아.”그가 조용히 그녀를 불렀다.“응, 나 여기 있어.”그는 한 번 부르고는 말을 잇지 않았다.심하온도 재촉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렸다.잠시 후,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앞으로도 계속 내 곁에 있어 줄 거지?”그가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심하온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당연하지.”정윤재는 팔에 조금 더 힘을 주어 그녀를 끌어안았다.심하온도 그를 꼭 안으며 웃었다.“답이 뻔한 걸 왜 갑자기 물어?”“나도 모르겠어.”정윤재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눈빛은 깊고 뜨거워, 마치 그녀를 빨아들일 듯했다.“그냥 갑자기 묻고 싶었어.”마음이 너무 어지러워서였을지도 모른다.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무언가를 붙잡고 싶었던 것이다.심하온은 그와 눈을 마주치며 가슴이 말랑해지는 걸 느꼈다.그녀는 갑자기 고개를 숙여 그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응, 묻고 싶으면 언제든 물어.”그녀는 미소 지었다.“윤재 씨가 묻기만 하면 나는 바로 대답할 거야. 난 항상 윤재 씨 곁에 있을게.”그 말 한마디에 정윤재의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던 마음은 조용히 가라앉았다.“응.”그도 그녀에게 살짝 입을 맞췄다.“알겠어.”...병원.연재덕은 아침 약을 막 다 먹은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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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6화

연재덕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고맙구나.”그리고 물을 받아 몇 모금 마셨다.따뜻한 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그는 그제야 조금 편안해진 느낌이 들었다.“이미 이렇게까지 위중하신데요.”정윤재는 그를 바라보며 깊이 얼굴을 찌푸렸다.아까 병실에 들어왔을 때, 연재덕을 보고 그와 심하온 모두 놀랐다.연재덕이 나이가 든 건 사실이지만, 예전에는 늘 정정했고 말투나 걸음걸이에도 힘이 있었다.하지만 지금의 그는 몹시 수척하고 허약해 보였으며, 수염과 머리카락은 완전히 희어 있었다.순간적으로, 예전의 연재덕과 지금의 그를 같은 사람이라고 연결 짓기조차 어려웠다.“의사가 말하더군. 이 병은 발견됐을 때 이미 말기였고, 진행도 아주 빠르다고.”연재덕은 마치 자기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가 물을 다 마시자, 정윤재는 컵을 받아 옆에 내려놓았다.“앉아.”연재덕이 웃으며 말했다.“계속 서서 이야기하지 말고.”두 사람은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네 외삼촌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결국 말해 버렸구나.”연재덕은 고개를 저었다.“입이 너무 가벼워.”정윤재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원래 저희한테 숨겨서는 안 됐어요.”“나는...”연재덕은 말끝을 흐렸다.“지금 몸 상태는 어떠세요?”정윤재가 물었다.아까까지만 해도 담담하던 연재덕은 이 질문을 듣자 갑자기 마음이 서글퍼졌다.그는 침대 머리에 기대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이젠 쓸모없지. 그냥 남은 날을 세고 있을 뿐이야.”지금 그를 치료하고 있는 건 국내외 여러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었다.모두 폐 질환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이지만 아무리 논의해도 뾰족한 방법은 없었다.이미 말기였으니 신선이 내려와도 살리기 어려운 상태였다.정윤재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잠시 침묵한 뒤, 그가 입을 열었다.“어제 저도 여러 전문가에게 연락을 넣었어요. 곧 이쪽으로 오실 거예요.”그는 최 박사에게도 물어봤다.하지만 최 박사 역시 모든 병을 고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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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7화

“인제 그만 생각하세요.”정윤재가 자리에서 조금 일어나 그의 등을 두드렸다.“지금은 몸부터 추스르는 게 가장 중요해요.”연재덕은 한참을 더 기침했다.조금 진정된 뒤, 고개를 들자 심하온의 시선과 마주쳤다.사실 그는 계속 심하온을 제대로 마주 보기가 힘들었다.그의 마음을 눈치챈 듯, 심하온은 부드럽게 웃었다.“윤재 씨 말이 맞아요. 너무 많은 걸 생각하지 마세요. 정말로 미안하다고 느끼신다면 몸을 잘 회복하셔서 저희에게 보답하시면 돼요.”잠시 멈췄다가 그녀가 불렀다.“외할아버지.”연재덕은 순간 멍해졌다.그리고 이내 눈물이 왈칵 쏟아지며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 간호사가 찾아와 이제 연재덕이 쉬어야 할 시간이라고 알렸다.지금 상태로는 오랫동안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정윤재와 심하온은 자리에서 일어나 연재덕에게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섰다.연재덕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그들이 이미 병실을 나간 뒤에도 그는 한동안 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자, 어르신. 이제 쉬셔야죠.”간호사가 다정하게 말했다.“안 그러면 또 기침하실 거예요.”이번에는 연재덕이 곧바로 말을 듣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하지만 그의 머릿속은 또렷했다.그는 조용히 하나의 결정을 내렸다.병실을 나온 뒤, 정윤재와 심하온은 바로 병원을 떠나지 않았다.복도 창가에 서서, 정윤재는 심하온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하온아, 아까...”“잠깐, 설마 나한테 고맙다고 하려는 건 아니지?”심하온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당장이라도 그의 입을 막을 것처럼 손을 들었다.정윤재는 웃음을 터뜨렸다.“역시 다 들키네.”그는 사실 말하려고 했다.심하온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른 뒤, 연재덕의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걸.모든 짐을 내려놓은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을 것이다.정윤재는 잘 알고 있었다.심하온이 그렇게 한 건 결국 연재덕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였다.자신을 위해, 심하온은 과거의 일들을 더는 따지지 않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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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8화

“자꾸 그렇게 보지 마.”심하온은 그의 시선에 부끄러워 손을 빼내 귀 끝을 문질렀다.“보고 싶은데.”정윤재는 다시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럼... 적어도 집에 가서 봐.”심하온이 작게 말했다.연재덕이 입원해 있는 곳은 고급 VIP 병동이라 이 층에 사람 왕래가 거의 없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었다.심하온은 정윤재가 그런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보는 것을 원치 않았다.부끄러워서가 아니라, 그 눈빛에 대해 자신도 모르게 묘한 독점욕이 생겼기 때문이다.그건 오직 혼자만 보고 싶었다.“알겠어.”정윤재가 옅게 미소 지었다.“그럼 먼저 돌아가자.”지금 연재덕은 쉬어야 했으니 그들이 계속 여기 남아 있어 봐야 별다른 의미도 없었다.저녁에 다시 와서 한 번 더 보면 될 일이었다.돌아오는 길에, 심하온은 정윤재의 기분이 가라앉을까 봐 일부러 농담을 계속했다.사실 그녀가 한 농담들은 그다지 웃기지도 않았다.하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정윤재의 입가에는 자연스레 미소가 떠올랐다.그녀가 이렇게 신경 써 주고, 그를 생각해 주는 것 자체가 어떤 농담보다도 그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었다.정윤재는 회사에 처리할 일이 있어 심하온을 집에 데려다준 뒤 바로 회사로 향했다.심하온은 집에서 이메일 몇 통을 확인한 뒤, 점심을 먹고 나서 자신도 회사에 갈 생각이었다.그때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렸다.심하온은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던 터라 발신자를 확인하지도 않고 그대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연결은 되었는데, 전화기 너머에서는 한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여보세요? 누구세요?”그렇게 물었는데도 여전히 침묵이었다.그 순간, 하나의 추측이 머릿속을 스쳤다.그녀는 화면을 내려다보며 발신 번호를 확인했다.해외 번호였다.해외에서 걸려왔고, 전화를 걸어 놓고 말도 하지 않는 사람...그 역겨운 인간, 강선우 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이 시점에 감히 그녀에게 전화를 걸다니, 그는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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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9화

그의 목소리에는 억울함과 쓰라림이 가득했다.“내가 정윤재의 이름을 꺼내야만 네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니... 참 아이러니하네.”“넌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를 자격도 없어.”심하온은 극도로 혐오스러운 듯 말했다.“알겠어. 말 안 할게.”강선우가 헛웃음을 쳤다.“하온아, 요즘 정말 많은 생각을 했어.”돌아온 건 침묵뿐이었다.심하온은 그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아까 그에게 대답한 것도 단지 정윤재를 헐뜯었기 때문일 뿐이었다.강선우의 심장은 마치 세게 찢겨 나가는 것처럼 아팠다.그는 손바닥을 손톱으로 힘껏 긁었다.이 육체적인 통증으로 마음의 고통을 잊어 보려는 듯이 말이다.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 네가 나한테 이별을 말했을 때, 그게 강다인이 갑자기 귀국해서는 아니었던 거지?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었지?”말할수록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전에는 늘 그렇게 생각했어. 강다인이 돌아온 뒤에 내가 다인이 편을 너무 들었고, 너는 나랑 다인이 사이의 이상함을 눈치챘다고. 게다가 우리가 혼인신고를 한 게 가짜라는 것도 알게 돼서 상처받았기 때문에 그렇게 단호하게 날 떠난 거라고. 그런데 요즘 생각해 보니까... 혹시 너, 그 이전부터 나랑 강다인 사이가 깨끗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 아니야?”강선우는 혼자서 한참을 떠들었고, 심하온은 대충 몇 개의 핵심 단어만 들었을 뿐 딱히 귀 기울이지는 않았다.그녀가 대답하지 않자 그는 또 말을 이었다.“그뿐만이 아니라, 그때 이미 교통사고의 진실도 알고 있었던 거야?”심하온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는 혼자 무너질 듯 말했다.“하온아, 미안해... 난 정말 그럴 생각이 없었어...”그가 거의 무너질듯한 모습을 보이자 심하온은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그럴 생각이 없었다고? 무슨 생각? 바람피울 생각? 나를 해친 범인의 뒤처리를 도울 생각? 강선우는 이 말을 하면서 스스로 웃기지도 않을까?’심하온은 참지 못하고 비웃음 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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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0화

“하온아... 예전의 나는 아무것도 몰랐어. 하지만 지금은 다 알아. 그때 네가 사고를 당했을 때... 다리가 얼마나 아팠을까?”“그건 이제 잘 알겠네.”심하온이 비웃듯 말했다.“너도 지금 두 다리 다 못 쓰잖아.”강선우의 심장은 다시 한번 찢어지는 듯 아팠다.사실 그는 알고 있었다.심하온이 이미 자신이 하반신 불구가 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거라는 걸.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했다.그녀 눈에 자신이 ‘폐인’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입에서 직접 그 말이 나오자 마지막 남은 환상마저 완전히 무너졌다.“전부 정윤재 때문이야!”강선우는 분노와 증오로 외쳤다.“그 자식이 나를 이렇게 만든 거야!”“윤재 씨가 했다는 증거는 있어?”심하온이 냉소했다.강선우는 할 말이 없었다.사고는 해외에서 났고, 사고 직후 고현주가 온갖 수단을 써서 그를 데리고 도망쳤다.그에게 무슨 증거가 있겠는가?사실 그 자신도 그 사고가 정말 우연이었는지, 아니면 인위적이었는지 확신하지 못했다.하지만 그는 정윤재가 범인이라고 자신을 설득해야만 했다.그래야 미워할 대상이 생기니 말이다.그는 매일 밤낮으로 상상했다.언젠가 다시 일어서서, 정윤재를 쓰러뜨리고... 심하온을 다시 자기 곁으로 되돌리는 상상.하지만 상상은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이었다.“하온아...”강선우는 울먹이는 듯했다.“나 지금 정말 너무 힘들어. 우리가 예전에 사랑했던 걸 생각해서...”“역겨워.”심하온이 차갑게 말했다.강선우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그녀가 그런 말을 해서가 아니라, 심하온이 한 말이 한 외국어였기 때문이다.그건 과거에 그가 강다인과 통화할 때 자주 쓰던 언어였다.강선우는 통제하지 못하고 온몸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그때, 그가 심하온과 아직 함께하고 있던 시절에도 그는 종종 강다인에게 전화를 걸곤 했다.대부분은 혼자 있을 때 통화했지만, 가끔은 심하온이 보는 앞에서도 그랬다.사실 마음만 먹으면 심하온을 피해 강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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