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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남편의 아내: Chapter 631 - Chapter 640

657 Chapters

제631화

연철민은 진심으로 두 사람의 방문을 반기는 것 같았다. 얼굴에 번진 미소는 거짓이 아니었지만 은은하게 걱정이 스며있었다.소파에 자리를 찾아 앉은 정윤재가 물었다.“삼촌, 요즘 별일 없으시죠?”“당연하지. 별일이라 할 게 뭐가 있겠어?”연철민이 웃으며 대답했다.“혹시 정말 문제가 생겼다면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우린 한 가족이니까요.”그 말에 연철민이 입술을 달싹였다. 한참 고민하던 연철민이 심하온을 힐끔 쳐다봤다.눈치 빠른 심하온은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섰다.“저는 주방에서 숙모 돕고 있을게요.”“아니, 그럴 필요 없어.”연철민이 다급하게 심하온을 막아섰다.“우린 한 가족인데 네가 들어서 안될 건 없지. 사실 그러니까... 네 외할아버지가 입원하셨어.”“외할아버지 어디가 안 좋으신데요?”정윤재가 빠르게 물었다.“폐에 문제가 생긴 모양인데 의사가 많이 심각하다고 하더구나.”연철민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사실 진작 알리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말하지 못하게 하셨어. 너희 어머니한테도 꼭 비밀로 해달라고 하시더라.”정윤재가 인상을 팍 찌푸렸다.“너희에게 미안한 일이 많아 아픈 것도 알리기가 미안하신 모양이야. 너희에게 걱정을 주고 싶지 않으신 거지.”연철민이 쓴 미소를 지었다.사실 연철민도 많이 심란했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도 몹쓸 짓을 하셨고 정윤재와 심하온에게도 실수를 많이 하셨다.하지만 또... 아버지가 위중하여 생사가 오가는 데 마음을 쓰지 않을 수도 없었다.정윤재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건 심하온도 다름이 없었다.연재덕 때문에 그동안 마음고생을 한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하지만 그래도 정윤재의 외할아버지가 아니던가.과거의 일을 떠올리면 절로 인상을 찌푸렸지만, 연재덕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하게 막고 싶지는 않았다.“알겠어요.”정윤재는 살짝 목이 멘 목소리였다.심하온은 고개를 돌려 정윤재를 살피며 손을 꼭 잡아주었다.“시간이 되면, 한 번 만나러 가주면 안 되겠느냐?”연철민은 정윤재를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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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2화

“내 친구라고요? 누군데요?”오늘 초대한 친구는 없었기에 권영현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정윤재가 심하온을 데리고 점심을 함께하러 왔는데, 권영현이 친구를 초대할 리가 없었다.“주씨 성의 여사님입니다.”“아, 서경이 말하는 거죠? 왜 하필 지금... 어쨌든 왔으니, 안으로 들여요.”“네. 알겠습니다.”도우미는 빠르게 자리에서 벗어났다.권영현이 고개를 돌려 정윤재와 심하온을 향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하온아, 윤재야 미안하게 됐어. 친구가 무슨 일인지 갑자기 딸아이를 데리고 왔다네?”“숙모, 괜찮아요.”심하온이 미소를 지었다.“사람이 많으면 북적거리고 좋죠.”심하온이 개의치 않아 하자 정윤재도 별말을 하지 않았다.권영현은 심하온이 보면 볼수록 마음에 쏙 들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심하온의 손을 잡고 말했다.“우리 하온이는 정말 좋은 사람인 것 같아. 처음부터 네가 참 좋았어.”“감사합니다.”심하온이 활짝 미소를 지었다.“저도 숙모가 참 좋아요. 저랑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두 마디에 권영현은 입이 귀에 걸렸다. 그러다가 무언가 떠오른 듯 말을 이었다.“참, 내 친구가 정씨 가문 먼 친척이라 그러던데. 윤재 네가 서경이를 뭐라고 불러야 하더라? 음... 외숙모인가?”권영현의 말이 끝나자마자 두 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중년 여성이 스물 네댓 살로 보이는 여자를 이끌고 안으로 들어섰다. 중년 여성은 바로 정씨 가문 연회에서 마주쳤었던 주서경이었다.“서경아, 웬일로 왔어?”권영현은 예의를 차려 물었다. 사실 권영현과 주서경은 사이가 가까운 편이었다.그런데 갑자기 딸을 데리고 찾아온 것에 권영현은 조금 기분이 언짢았다. 어젯밤 주서경과 통화를 하며 조카가 조카며느리를 데리고 집에 온다고 분명히 말했었는데 말이다.‘다른 날이면 몰라도 왜 하필 오늘이란 말인가? 미리 연락도 없이.’“영현아, 딸아이랑 근처에 있다가 네 생각이 나서 와봤어... 어머, 오늘 손님이 있었네? 윤재랑 하온이 아니니? 이런 우연이 다 있네.”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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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3화

주서경의 딸 정하영은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다가, 엄마 주서경이 슬쩍 밀어내자, 깜짝 놀라며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이모, 삼촌, 윤재 오빠, 그리고 새언니...”“벌써 새언니는 무슨.”주서경이 정하영의 말을 뚝 자르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아직 정식으로 결혼도 올리지 않았는데, 그냥 언니라고 부르면 돼.”정윤재는 차가운 얼굴로 주서경을 노려보았고 주서경은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너는 얘가 어떻게 나이를 먹어도 아직도 이렇게 숫기가 없어?”주서경은 정하영을 무섭게 노려보았다.정하영은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별수 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입도 꾹 다물었다.사실 정하영은 처음부터 정씨 성이었던 건 아니었다.주서경이 재혼하고 정씨 가문의 덕택을 보겠다고 억지로 개명을 시킨 것이었다.그리고 주서경은 딸 정하영을 정윤재에게 시집을 보내겠다는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하... 이게 말이나 돼?’주서경은 정윤재를 멀리서 바라만 봐도 무서워서 손이 떨렸다. 정윤재는 정하영에게 눈꼽만큼의 관심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옆자리에는 곧 아내가 될 사람도 있었다.오늘 정하영은 절대 이곳에 따라오고 싶지 않았으나, 주서경이 혼을 내고 다그쳐서 어쩔 수 없이 동행한 것이었다.“그만해. 하영이가 소심한 성격인 걸 몰랐던 것도 아니고.”권영현이 미소를 지으며 분위기를 띄우려 했다.“그래도 우리 하영이 참 착한 아이잖아. 벌써 나이가 스물다섯인가? 남자 친구는 있어?”그 말에 정하영은 고개를 번쩍 쳐들고 입술을 달싹였다. 그러나 정하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주서경이 먼저 말을 낚아챘다.“없어! 남자 친구는 무슨, 한 번도 연애하는 걸 못 봤어.”주서경은 말하는 내내 정윤재를 주시했다.하지만 정윤재는 주서경의 말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먼 친척의 딸이 남자 친구가 있든 말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엄마.”정하영의 부름에 주서경은 고개를 돌려 몰래 정하영을 윽박질렀다. 정하영은 어쩔 수 없이 하려던 말을 꾹 삼키고 몰래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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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4화

주서경은 바로 억지 미소를 짜냈다.“그래, 곧 갈게.”그리고 몰래 정하영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식탁에서 자리를 찾아 앉으려는데 주서경이 눈짓으로 정하영더러 정윤재의 옆자리에 앉으라 강요했다.하지만 정하영은 모르는 척 주서경의 옆자리에 앉았다.주서경은 화가 치밀었지만, 사람들 앞이라 꾹꾹 참아야만 했다.‘정윤재의 장모가 되는 게 쉬운 일인 줄 알아? 내가 판을 다 깔아놓으면 넌 직진만 하면 되잖아!’같은 밥을 먹어도 각자 다른 꿍꿍이를 가지고 있었다.주서경은 열심히 정윤재에게 말을 걸고 딸 정하영에게 관심을 돌리려 애썼다.하지만 정윤재는 주서경의 말에 대답하는 둥 마는 둥 했다.정윤재가 무시하면 보다 못한 심하온이 대신 몇 마디 대답을 했다. 하지만 심하온의 표정도 무덤덤해 보였다.이에 연철민은 표정이 확연히 어두워졌다.주서경은 이판사판이라 생각했다. 주서경이든, 정하영이든 정윤재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았으니 말이다.이런 기회는 놓치면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식사를 마치고 연철민은 정윤재와 함께 서재로 향했다.권영현은 심하온과 대화하려 했는데, 식사 자리에서 말 한마디 없던 정하영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새언니,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정하영의 말에 심하온은 당황하지도 않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그리고 심하온은 권영현과 몰래 시선을 주고받았다.두 사람은 오늘이 첫 만남이었지만 이상하게 잘 통하는 구석이 있었다. 권영현은 심하온의 의미를 알아차리고 주서경의 팔을 덥석 잡았다.“나이도 비슷하니 할 얘기가 있나 봐. 두 사람이 얘기 나누게 자리 좀 마련해주자고. 참, 내가 며칠 전에 새로 구매한 가방이 있는데 같이 보러 갈래?”“나는...”주서경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권영현이 주서경을 휙 잡아당겼다.주서경은 정하영이 무슨 생각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하지만 혹시나 심하온의 약점이라도 찾아내려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윤재와 이간질이라도 시키길 바랐다.‘드디어 정신을 차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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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정하영은 심하온이 자신의 부담을 덜어주려 하는 말임을 알고 있었다.주서경은 정하영의 엄마였으니, 두 사람을 완전히 다르게 생각하긴 어려울 것이다.심하온이 너그럽게 대할수록 정하영은 더 불안해졌다.정하영은 고개를 들어 자신을 걱정하는 심하온의 얼굴을 확인했고, 꾹 참아왔던 감정들이 폭발했다.“하온 씨, 나 정말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어릴 때부터 엄마의 집착이 대단했어요. 엄마의 말을 고분고분 듣는 것에 이제 습관이 된 것 같아요. 학창 시절엔 무조건 전교 3등 안에 들라고 하셔서, 미친 듯이 공부만 했어요. 제대로 쉰 적도 없고, 행여나 엄마의 기대에 어긋날까 봐 조마조마해하며 살았어요. 아빠랑 이혼하시고는 아빠를 만나게도 못 하게 했어요. 그 말을 거역할 자신이 없어서 몰래 가끔 아빠한테 전화나 걸었어요. 재혼하시고는 강제로 정씨 성으로 바꾸게 했고, 난 원치 않았지만, 이번에도 거역할 수 없었어요. 대학 전공부터 인턴, 취직, 그리고 연애 상대까지 엄마가 손을 뻗지 않는 곳이 없어요.”정하영은 어느새 흐느끼고 있었다.심하온에게 괜한 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지만, 심하온은 여전히 온화한 얼굴로 정하영의 말을 들어주고 있었다.“엄마는 아예 연애하지 못하게 막으셨어요. 내가 스무 살이 되던 해부터, 윤재 오빠와 결혼... 시킬 거라고 계속 상상을 하셨나 봐요. 맹세코 저는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요. 하온 씨, 그리고 저 사실 남자 친구도 있어요.”심하온에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심하온이 너무 다정하게 대해준 탓인지, 정하영은 그렇게 꽁꽁 숨겨왔던 자신의 비밀도 입 밖에 내었다.심하온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사실 진작 알고 있었다.아까 식사 자리에서, 정하영은 자주 고개를 숙여 문자를 했고, 가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주서경에게 들키지 않으려 조심하려는 태도가 보였다.심하온은 그때부터 정하영이 남자 친구와 연락 중인 것으로 생각했다.지금 보니 그 추측이 맞았다.“남자 친구는 대학 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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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6화

사실 그녀는 정말 많이 지쳐 있었다.자기 자신만의 인생을 제대로 가질 수 없었고, 매일 억눌린 채 살아가며 거의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정하영이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의 얼굴은 이미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심하온이 휴지 두 장을 건넸다.정하영은 그것을 받아 눈물을 닦으며 훌쩍였다.“새언니, 고마워요.”“고마울 거 없어.”심하온이 부드럽게 달랬다.잠시 후, 정하영은 충분히 울고 나서 눈물을 닦았다.그녀는 더는 아까의 무거운 화제를 이어가고 싶지 않아 웃으며 말했다.“새언니, 저는 새언니랑 윤재 오빠 사이가 정말 좋아 보였어요. 오늘 잠깐 같이 있었을 뿐인데도 느껴졌어요. 두 분 마음속에는 서로밖에 없는 것 같고, 다른 사람은 들어갈 틈도 없는 느낌이었어요. 혹시 두 분은 한 번도 안 싸우세요?”심하온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가 다시 말했다.“저도 남자친구랑 사이가 정말 좋긴 한데 가끔은 싸우고 냉전도 하거든요. 하아...”심하온은 무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실 나랑 윤재 씨도 냉전한 적 있어.”“정말요?”정하영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요!”“딱 한 번이었어.”심하온이 말했다.“지금 생각하면 참 웃겨. 말 몇 마디면 오해를 풀 수 있었는데 둘 다 입을 안 열었거든. 서로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상대를 생각하면서도 고집부리며 버티고, 괜히 화가 나서 먼저 찾지 않았지.”“완전 똑같아요!”정하영이 허벅지를 ‘탁' 쳤다.“그래서 화해하고 나서는 알게 됐어. 제대로 함께하기로 마음먹었으면 무슨 일이든 제때 소통하고 같이 마주해야 한다는 걸.”정하영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새언니 말이 맞아요. 저도 남자친구랑 싸우는 이유가 대부분 소통을 안 해서거든요. 아, 맞다, 새언니, 그때 말이에요...”두 사람은 이야기를 시작하자 멈출 줄을 몰랐다.특히 연애 이야기라 더더욱 그랬고, 점점 더 신이 났다.한편, 드레스룸에서는 권영현은 주서경에게 새로 산 가방 몇 개를 보여주고 있었다.“이거 어때? 사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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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7화

“아까도 말했잖아. 다른 사람들을 전부 바보로 보지 말라고.”권영현의 목소리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네 속셈이 너무 뻔해서 누가 봐도 다 보여.”이미 말을 꺼낸 이상, 주서경은 체면을 버렸다.“보이면 보이는 거지. 나도 이제 어쩔 수 없잖아. 다른 방법이 있었으면 내가 이렇게까지 뻔뻔하게 찾아와서 안 가고 버텼겠어?”권영현은 어이없어서 웃어버릴 뻔했다.“너...”“내 마음을 알면 네가 나를 도와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 이렇게 오랫동안 친구였잖아. 게다가 너도 하영이를 좋아하잖아? 그 아이가 좋은 곳으로 시집가길 바라지 않아?”“그만해.”권영현이 미간을 찌푸렸다.“도덕적으로 압박하지 마. 윤재는 약혼자도 있고 사이도 아주 좋아. 네가 바라는 게 내가 남의 감정을 망치라는 거야? 네가 미친 거야, 내가 미친 거야? 그리고 하영이 의견은 물어봤어? 내가 보기엔 그 애 마음은 너랑 전혀 달라.”“걔가 뭘 알아! 어릴 때부터 내 말 안 들은 적 있었어?”주서경은 말하다가 갑자기 권영현의 손을 붙잡더니 눈빛을 반짝였다.“영현아, 나 좀 도와줘. 심하온이랑은 오늘 처음 본 사이잖아. 넌 하영이를 키워온 정이 더 깊지 않아? 너는 정윤재의 외숙모잖아! 네가 방법을 좀 생각해 주면 분명히...”“내가 방금 한 말 못 알아들었어?”권영현은 충격을 받았다.그녀와 주서경은 고등학교 때부터 같은 반이었고, 그 후로도 계속 연락하며 지내온 사이라 관계도 꽤 좋은 편이었다.그동안 주서경의 단점이 많은 건 알고 있었지만 오랜 친구라는 이유로 참아왔다.하지만 지금 주서경의 말과 행동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아무 이유 없이 남의 감정을 망치려 들고, 거기에 자신까지 끌어들이려 하다니.“들었어. 하지만 나는...”“그딴 핑계 대지 마.”권영현은 손을 뿌리쳤다.“원래는 체면 좀 봐주려고 했는데 지금 보니까 그럴 필요도 없겠네. 잘 들어. 지금 당장 나가. 그리고 다시는 우리 집에 오지 마. 여기는 이제 널 환영하지 않아.”“이러지 마!”주서경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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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8화

“당장 나가!”주서경이 날카롭게 소리쳤다.한창 즐겁게 이야기하던 정하영과 심하온은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반사적으로 몸이 움찔하며 소파에서 일어났다.“엄마, 벌써 가요?”정하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녀는 심하온이 마음에 들어서 조금 더 함께 있고 싶었다.“안 가면 여기서 저녁이라도 먹을 생각이야?”주서경의 얼굴은 잔뜩 어두웠다.“사람들이 정말 너를 환영한다고 생각해?”그러더니 심하온을 힐끗 보며 갑자기 빈정거리기 시작했다.“이 애가 나이만 먹고 머리는 안 컸어. 남이 좀 웃어주면 진심인 줄 알고 뒤에서는 어떻게 계산하고 있는지도 몰라.”심하온은 살짝 눈썹을 들며 피식 웃었다.그 말의 속뜻을 모를 리 없었다.그렇다고 이런 뜬금없는 사람과 감정 상할 필요는 없었다.하지만 정하영은 그 말에 완전히 화가 나 입술을 꼭 깨물더니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엄마,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시는 거예요? 제가 왜 생각이 없어요? 누가 저한테 진심인지 아닌지 저도 알아볼 수 있어요!”“내가 말도 안 되는 소리 했다고?”주서경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너 이제 다 컸구나? 누가 너한테 그렇게 말대꾸하라고 가르쳤어?”말을 마치고 난 그녀는 다시 심하온을 힐끗 바라봤다.“아무도 가르친 사람 없어요. 다른 사람들 끌어들이지 마세요. 이건 전부 제 마음에서 나온 말이에요!”정하영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화가 나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엄마, 가시려면 엄마 혼자 먼저 가세요. 저는 여기 조금 더 있다가 혼자 집에 갈게요.”정하영은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주서경에게 반항했다.주서경은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하경이는 어릴 때부터 늘 말을 잘 들었는데 오늘 심하온이랑 잠깐 같이 있었다고 이렇게 대들다니. 심하온이 가르친 게 틀림없어!’속에 가득 찬 분노를 당장 터뜨려야 했지만 완전히 이성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기에 심하온에게 직접 화풀이를 하지는 못했다.대신 성큼성큼 정하영의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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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정하영은 더는 그녀와 말다툼하고 싶지 않아, 고개를 돌려 심하온을 보며 말했다.“새언니, 죄송해요. 우리 엄마가 원래 저래요. 아까 한 말들 전부 마음에 두지 마세요. 화내지 말아요.”그녀의 눈에는 불안과 걱정이 가득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심하온과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꼈다.어쩌면 앞으로는 정말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주서경이 또 이런 일을 벌이고 말았다.주서경의 말은 너무 심했다.심하온이 화를 내지 않는다고 해도, 앞으로는 자신과 더는 엮이고 싶어 하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심하온은 크게 화가 났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마음이 복잡한 건 사실이었다.한편으로는 주서경의 근거 없는 비난이 불쾌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하영이 너무 안쓰러웠다.어릴 때부터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충분히 짐작이 갔다.심하온은 정하영에게 괜찮다는 눈빛을 보내며 안심시켰다.그때 주서경이 정신을 차린 듯, 가슴을 부여잡고 정하영을 가리키며 소리쳤다.“그래. 이제 네가 뒤 봐주는 사람 생겼다고 엄마도 안중에 없다는 거지? 진짜 멍청한 것 같으니라고! 내가 깔아준 탄탄한 길은 안 가고 굳이 이런 짓을 하다니...”“무슨 탄탄한 길이에요!”정하영은 억울함이 북받쳤다.“엄마가 시키는 일은 전 전혀 하고 싶지 않아요! 해봤자 소용도 없고요! 엄마가 원하는 대로 될 일도 아니에요!”“이 죽일 년, 오늘 내가 널 가만 안 둘 거야!”정하영은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눈에는 두려움이 없었다.“때리세요! 전 어릴 때부터 엄마가 무서웠어요. 하지만 이제 더는 무서워하지 않을 거예요! 엄마 말도 더는 안 들을 거고요! 누구 때문도 아니에요! 제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심한 거예요!”그녀는 정말로 주서경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그래서 지금 폭발하지 않으면 안 됐다.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미쳐버릴 것 같았으니 말이다.“지금 뭣들 하는 거야?”권영현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녀는 빠르게 다가와 주서경을 뒤로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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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0화

정하영은 억지로 웃었다.“이모, 마음 써주셔서 감사해요. 그래도 일단은 호텔에 가서 지내려고요.”더는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고, 혹시라도 주서경이 알게 되면 찾아와 난동을 부려 더 큰 민폐가 될까 봐 두려웠다.그렇게 말하자 권영현도 더는 말리지 않았다.정하영은 다시 심하온을 바라보았다.“새언니...”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결국 나온 말은 단 네 글자였다.“감사해요.”무엇을 감사해야 하는지도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냥 정말 고마웠다.심하온은 웃으며 말했다.“별말을 다 해. 하영아, 아까 너 정말 용감했어.”“저... 제가 맞는 일을 한 걸까요?”정하영이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다른 사람에게 맞는지 아닌지 묻지 마.”심하온이 말했다.“네가 스스로 옳다고 생각한다면 그걸로 충분해.”정하영의 눈빛이 조금 또렷해졌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제가 맞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죠.”그리고 그녀는 갑자기 웃었다.“하지만 생각해 보니까 방금 기분 정말 좋았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렇게 속이 시원했어요.”“아이고, 참 안됐네.”권영현이 감탄하듯 말했다.“그동안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온 거야.”“괜찮아요!”정하영은 무언가 결심한 듯 말했다.“오늘부터 제 인생은 제가 책임질 거예요! 더는 엄마한테 이렇게 휘둘리지 않을 거예요. 힘들겠지만 꼭 버텨볼게요!”심하온과 권영현은 동시에 손뼉을 쳤다.그때, 위층에서 연철민과 정윤재가 함께 내려왔다.“뭐 얘기하길래 이렇게 즐거워? 손뼉까지 치고.”연철민이 웃으며 물었다.“아이고, 이제야 내려왔네요. 다들 방금 주서경이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를 거예요...”권영현은 방금 있었던 일과, 주서경의 말들을 숨 가쁘게 전부 털어놓았다.사실 심하온이 자기 딸을 망쳐놨다고 주서경이 말할 때 이미 듣고 있었지만, 그 뻔뻔함에 충격을 받아 잠시 멍해 있다가 뒤늦게 달려온 것이었다.주서경이 심하온에게 막말을 했다는 말을 듣자, 정윤재의 얼굴은 즉시 싸늘하게 굳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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