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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되어 빛나리》全部章節:第 851 章 - 第 860 章

913 章節

제851화

송하나가 연신 손사래를 쳤다.“아니요. 성빈 씨는 일도 바쁜데 저 신경 쓸 필요 없어요. 리나 씨랑 같이 가면 돼요.”심성빈은 순간 얼어붙었다.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실망감이 물밀듯 밀려왔다.그녀는 지금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었다. 심성빈과 함께 가길 거부하는 것은 설마...이 틈을 타서 그의 곁을 떠나려는 걸까?억눌렀던 씁쓸함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그는 애써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최대한 침착하고 덤덤하게 말하려 애썼다.“그래, 그럼 리나 씨랑 함께 가봐. 대신 안전을 위해서 경호원들이 뒤따를 거야.”“네, 알겠어요.”송하나는 더없이 해맑은 눈웃음을 지었다. 남자의 눈가에 드리운 쓸쓸함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송하나와 리나가 떠나자 텅 빈 거실은 순식간에 적막에 잠겼다.심성빈은 소파에 홀로 앉아 한참을 말이 없었다. 그의 손끝이 점차 차가워졌다.평소처럼 차를 몰아 회사로 향했지만, 곧장 사무실로 올라가는 대신 차 안에 앉아서 계속 담배만 태웠다. 눈가에는 피로와 고뇌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서 심성빈은 수없이 되뇌었다. 그녀가 정말 떠나기로 마음먹었다면 절대 막지 않겠다고.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할 때까지 멀리서 지켜보며 묵묵히 보호하겠노라 다짐했다.마지막 한 대까지 다 피운 후 불씨를 끄고 마음을 다잡고 나서야 차에서 내려 사무실로 올라갔다.그 시각, 송하나와 리나는 백화점에 도착해 곧장 남성용품 코너로 향했다.그녀는 심성빈의 생일 선물을 꼼꼼하게 고르고 있었다.넥타이, 커프스링크, 지갑까지...가격이 저렴한 것은 심성빈에게 어울리지 않았다.그의 신분에 고고한 분위기까지 고려하면 사용하는 물건 역시 최고여야 했다. 이 남자를 서운하게 해서는 안 될 터.다만 너무 비싼 건 송하나의 형편상 감당할 수 없었다. 빌린 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했으니까.한참을 둘러보던 그녀는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넥타이 클립에 시선이 멈췄다. 우아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심성빈의 분위기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지만 4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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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2화

리나는 재빨리 송하나 곁으로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친구가 마침 여윳돈이 생겼대요. 제가 급하게 쓸 일이 있다고 하니 바로 천만 원을 보내주더라고요. 지금 바로 하나 씨한테 송금해 드릴게요.”송하나는 순간 두 눈이 반짝였다. 그녀는 흥분한 기색이 역력하여 리나의 팔을 붙잡으며 신난 목소리로 말했다.“고마워요, 리나 씨! 친구분도 정말 좋은 분이시네요. 대신 고맙다고 꼭 전해주세요. 근데 천만 원까지는 필요 없고 4백만 원만 주시면 돼요.”리나는 그녀의 단호한 태도에 사뭇 조심스러워졌다. 괜히 더 많이 송금했다가 의심을 살까 봐 순순히 4백만 원만 ‘빌려’주었다.돈을 받은 송하나는 마침내 마음에 들던 넥타이 클립을 사게 됐다. 그녀는 선물 상자를 가방에 고이 간직하고 입이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그 시각, 회사에서는 비서가 진작 심성빈의 수상한 낌새를 알아챘다.회의 내내 멍하니 넋 놓고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들이 업무를 보고할 때 딴 데 정신이 팔렸다.서류에 사인할 때도 손이 몇 번이나 멈칫했고 심지어 잘못된 페이지에 사인한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비서는 한참을 망설이다 마침내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혹시 편찮으시거나 피곤하신 거라면 잠시 쉬어가시는 게 어떨까요?”심성빈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흔들며 애써 침착한 투로 답했다.“괜찮아. 또 뭐가 더 남았지? 계속 진행해.”몸은 회사에 있지만, 머릿속은 온통 송하나 생각으로 가득 찼다.대체 왜 돈을 빌린 걸까? 진짜 떠날 생각일까?결국, 그는 더 이상 업무에 집중할 수 없어 남은 일정을 싹 다 취소하고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거실은 여전히 텅 비어 있었다. 송하나가 아직 안 돌아온 모양이다.심성빈은 복잡한 심경으로 소파에 앉았다. 머릿속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어쩌면 곧 경호원한테서 송하나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을지도 모를 터.기꺼이 그녀를 보내줄 준비가 되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둔 아쉬움과 고통은 거친 파도처럼 밀려와 그를 통째로 집어삼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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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3화

가정부 리나는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이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표했다.“정말 감사합니다, 대표님!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나 씨도 더 잘 보살피고 절대 실망시켜 드리는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진심 어린 말투와 감격에 겨운 눈빛, 리나는 단지 맡은 바 일을 했을 뿐인데 이토록 후한 보상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심성빈은 손을 내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래요. 들키지 않게 조심하고 이만 가보세요.”그에게는 송하나가 자신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는 사실 자체가 무엇보다 귀했다.몇백만 원쯤이야 일도 아니지.그날 하루 심성빈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었다. 진흙탕에서 솟구쳐 구름 위로 올라간 듯 급격한 감정 변화에 자신마저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잠시 후 송하나가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눈가에는 여전히 은은한 기쁨이 남아 있었지만, 일부러 감추려는 듯했다.두 사람은 마주 앉아서 저녁을 먹었지만 아무도 선물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았다.송하나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시시콜콜한 일상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심성빈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했다. 다만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평소보다 훨씬 다정했다.드디어 심성빈의 생일이 다가왔다.전부터 그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던 협력 업체들이 앞다투어 생일 파티를 열어주겠다고 했지만, 그는 일절 거절했다.그리고 간만에 회사에도 나가지 않았다.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집에만 머물렀다. 송하나가 선사할 어떠한 이벤트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으니까.방에서 나온 그녀는 거실 소파에 앉아 금융 잡지를 보고 있는 심성빈을 발견하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성빈 씨, 오늘은 회사 안 가요?”이에 심성빈이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응, 딱히 별일 없거든.”남자는 손에 든 잡지 내용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집 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앉아 그녀가 줄 생일 선물만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마치 사탕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유치하지만, 겉으로는 애써 태연한 척했다.송하나는 고개를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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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4화

심성빈의 가슴속에서 벅찬 감동과 기쁨이 터져 나올 듯했다.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송하나를 품에 꼭 끌어안고 머리맡에 턱을 묻었다. 목소리는 잔뜩 잠겨서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다.“고마워, 하나야.”이 한마디에 오랫동안 억눌러왔던 감정들이 담겨 있었다. 부드럽고도 뜨거운 진심이 고스란히 실렸다.송하나는 그에게 꽉 안겼지만 밀어내지는 않았다.그저 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성빈 씨는 생일 소원이 뭐예요?”심성빈은 그녀를 안고 몇 초간 침묵했다.이생의 가장 큰 소원은 지금처럼 영원히 그녀 곁에 머물고 평생토록 헤어지지 않는 것인데...너무 사치스럽고 또 이뤄질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송하나는 언젠가 기억을 되찾고 차정원에게 돌아갈 터, 자신은 단지 그녀의 삶에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일인에 불과했다.차오르는 씁쓸함을 억누르며 심성빈은 그녀를 가볍게 놓아주었다. 이어서 한없이 부드러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봤다.“음... 내 소원은 주변 사람들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거?”“에이, 그게 무슨 소원이에요? 다른 건 없어요?”송하나는 해맑은 눈동자를 깜빡이며 되물었다.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심성빈은 불현듯 과거의 여러 장면이 뇌리를 스쳤다.차정원의 생일에 송하나가 직접 케이크를 만들어줬었지.실패작들은 안다미가 가져갔고 우연히 그와 마주치며 한 조각 나눠주기도 했다.그때 심성빈은 그토록 초라한 방식으로나마 송하나가 만든 케이크의 달콤함을 맛볼 수 있었다.한 입 베어 문 달콤함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고 차정원을 한동안 부러워하기도 했다.송하나의 진심을 당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 그녀 곁에 합법적으로 머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부러웠다.심성빈은 너무 잘 안다. 이번 생일은 그녀와 함께 보내는 처음이자 마지막 생일이 될 것이다.한참 고민한 끝에 마침내 용기를 내어 나지막이 말했다.“음... 네가 직접 만든 케이크를 먹고 싶어. 만들어줄 수 있어?”송하나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할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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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5화

“성빈 씨, 망고 좋아해요? 속에 망고 맛으로 채우면 어떨까요?”송하나는 신선한 망고 한 팩을 들고 고개를 돌려 심성빈의 의견을 물으려 했는데 예기치 못하게 남자의 깊고 고요한 눈동자와 마주쳤다.심성빈은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그녀만 지그시 바라봤다. 눈동자 속에는 그녀가 도통 읽어낼 수 없는 짙고 녹진한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송하나는 의아해하며 자신의 뺨을 더듬다가 미간을 살짝 구겼다.“왜 그렇게 봐요?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심성빈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깊숙이 숨겨두었던 집착과 애틋한 감정을 거둬들였다. 그는 옅은 미소를 띠며 다정하게 대답했다.“아니. 그냥 네가 유독 열심히 고르길래. 망고 속 좋지. 이걸로 하자. 다 샀으면 이제 그만 돌아갈까?”송하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얌전히 그를 따라 계산을 마쳤다.별장에 돌아온 후, 심성빈은 모든 식재료를 들고 주방으로 향했다.송하나는 그를 뒤따라 가더니 가정부가 준비해둔 앞치마를 두르고 소매를 걷어 올렸다.가늘고 새하얀 팔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심성빈이 도와주려 손을 뻗었지만, 그녀가 거의 뿌리치다시피 밖으로 내밀었다.“저 혼자 할 테니 성빈 씨는 거실에서 기다려요. 몰래 문 앞에 와서 훔쳐보면 안 돼요!”송하나는 입술을 앙다물고 가볍게 주방 문을 닫고는 잠금장치까지 걸었다.만드는 과정에 실패하진 않을지, 우스운 꼴이라도 난다면 이 남자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아무리 그가 비웃지도 않고 싫은 티도 안 내겠다 맹세해도 여자의 소심함과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나는 경우는 면할 수가 없다.심성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그녀의 뜻대로 거실 소파에 앉았다.아무 책이나 펼쳤지만 읽기는커녕 온 신경이 굳게 닫힌 주방 문에 꽂혔다.안에서는 거품기 돌아가는 윙윙거리는 소리, 도자기 그릇이 가볍게 부딪치는 맑은소리, 그리고 가끔 송하나의 나지막한 투덜거림까지 섞여 들려왔다. 아마도 밀가루를 쏟았거나 오븐 온도를 잘못 맞췄나 보다.이렇듯 생생하고 자잘한 소리가 그녀의 서투르지만 분주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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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6화

심성빈의 눈빛은 더없이 진지했다. 눈가에 어린 희열도 꾸며낸 것이라곤 느껴지지 않았다.케이크가 맛이 있고 없고는 중요치 않았다.이 케이크 안에는 송하나가 오롯이 그만을 위해 오후 내내 쏟아부은 정성이 담겨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심성빈이 간절히 바라왔던 것이고 오래도록 탐해왔던 다정함이었다.그가 너무 대놓고 쳐다보니 송하나는 내심 불편했던지 작게 투덜거렸다.“성빈 씨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요. 입맛에 문제 있는 거 아니에요?”케이크 양은 둘이서 다 먹기엔 너무 많았고 송하나는 조금만 먹었는데도 금세 질렸다.남은 케이크를 보며 그녀가 제안했다.“남은 건 다른 사람들한테 나눠줘요, 우리. 그냥 두면 아깝잖아요.”하지만 심성빈이 곧장 거절했다.그녀가 오직 자신만을 위해 만든 케이크인데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을까. 단 한 조각이라도 송하나가 공들인 시간과 노력이 깃들어 있으니 그에겐 더할 나위 없이 소중했다.한편 송하나도 생각이 바뀌었다. 케이크의 지나친 단맛과 어설픈 모양새까지 더하니 선뜻 누군가에게 내밀 수가 없었다. 그녀는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오후 내내 바삐 돌아치느라 낮잠을 못 잔 탓인지 송하나는 일찍부터 졸음이 쏟아졌다.방에 들어가 씻은 후, 그녀는 곧바로 침대에 누웠다.심성빈이 침대 맡에 앉아 이야기책을 펼쳤다. 이제 막 읽기 시작했는데 그녀의 고른 숨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이 여자가 어느덧 깊게 잠든 모양이다.심성빈은 몸을 숙여 조용히 잠든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녹아내릴 듯이 다정한 눈빛으로 애써 이 마음을 절제하며 묵묵히 내려다보았다.한참 후, 그는 송하나의 이불을 여미고 천천히 침실을 나섰다.거실의 조명은 부드럽게 내려앉았지만, 어딘가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식탁 위에는 먹다 남은 케이크 반 조각이 조용히 놓여 있었다.심성빈은 자리에 앉아 포크를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한 조각씩 남은 케이크를 전부 다 먹어치웠다.이미 배가 불렀고 크림의 단맛에 약간 물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단 한 조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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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7화

심성빈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공기 속에 묻혀버렸다.송하나는 제대로 듣지 못해서 무심코 더 가까이 다가서며 미간을 찌푸렸다.“뭐라고요? 잘 안 들려요.”순간 심성빈은 정신을 번쩍 차리고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치는 슬픔을 억누르며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그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아니 그러니까 앞으론 단 거 좀 덜 먹겠다고.”송하나는 그의 옆에 앉아서 가볍게 손목을 건드리며 관심 조로 물었다.“속은 좀 어때요? 아직도 많이 아파요?”그녀의 눈가에 당혹감과 걱정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 이를 본 심성빈은 가슴이 따뜻해져서 고개를 들고 나지막이 물었다.“지금 날 걱정하는 거야?”송하나는 잠시 멈칫하더니 당당하게 말했다.“당연하죠! 성빈 씨 아프단 소리 듣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심성빈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입가에 온화한 미소가 번졌다.마음에도 따뜻한 전류가 흐르고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든 고통과 인내, 그리고 고뇌까지 말끔히 사라지는 기분이었다.설령 앞날이 고통으로 가득하고 이 온기가 순식간에 사라질지라도 그는 기꺼이 감내할 수 있었다.송하나는 병색이 완연한 와중에도 변함없이 다정한 미소를 짓는 이 남자를 보더니 잠시 멍해졌다가 낮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아플 땐 다들 시무룩하던데 성빈 씨는 왜 이렇게 싱글벙글이에요?”말을 잇던 그녀는 문득 머릿속이 환해졌다.지난날들을 되짚어보니 이 남자는 늘 이유 없이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았고 무슨 일이든 자신에게 맞춰주고 포용해주었다. 맛도 없는 그 케이크까지 남김없이 다 먹어 치우다니.기억을 잃은 후 송하나의 마음은 더없이 순수하고 솔직해졌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도, 빙빙 돌려 말하며 떠보지도 않았다.송하나는 마른기침을 하더니 살짝 빨개진 얼굴을 돌리고 귓불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다.“성빈 씨 혹시... 나 좋아해요?”갑작스럽고도 직설적인 질문에 심성빈은 잠시 멈칫했고 눈가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한참 침묵하다가 이내 모든 인내와 가면을 벗어던진 듯 태연하게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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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8화

곧이어 개인 의사가 도착했다.송하나는 심성빈의 곁을 지켜주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선생님, 성빈 씨 좀 어때요? 괜찮은 건가요?”의사는 수액 상황을 점검하며 나지막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큰 병 아니니까 걱정 말아요. 과식으로 위가 좀 상했을 뿐이니 앞으로 음식을 담백한 위주로 드시고 천천히 회복하면 됩니다. 너무 염려 마세요.”이 말을 듣자 팽팽하게 당겨졌던 송하나의 어깨가 마침내 느슨해지고 가슴을 졸였던 걱정도 비로소 내려놓을 수 있었다.그녀는 친히 주방에 들어가 정성껏 죽을 끓여 심성빈에게 가져다주었다.김이 모락모락 나는 죽을 바라보며 심성빈의 마음속에는 따뜻한 온기가 차올랐다. 동시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씁쓸함마저 뒤섞였다.예전에는 그가 온갖 수고를 들여 다가서고 갖은 방법으로 호감을 표현해도 송하나는 늘 거리를 두었고 일말의 희망도 안겨주지 않았다.그런데 지금은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이토록 다정하게 죽까지 끓여주다니.그녀에게 관심받는 느낌은 마치 이 사랑이 쌍방 통행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고 그 감정을 자꾸만 더 탐하고 싶어졌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든 죄책감과 이성을 훌훌 떨쳐버리고 싶었다. 한 번만이라도 이기적으로 그녀를 단단히 곁에 붙잡아두고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심성빈은 이틀 동안 수액을 맞으며 몸이 서서히 회복되었다.의사는 여전히 정기적으로 송하나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검진하고 있었다.검진이 끝난 후, 심성빈은 단독으로 의사를 찾아가 그녀의 상태를 물었다.이에 의사가 검진 보고서를 훑어보며 나지막이 답했다.“하나 씨의 컨디션과 정신 상태 모두 매우 좋게 회복되었습니다.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나왔고요. 대표님께서 만약 하나 씨를 화인국으로 보내고 싶으시다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일주일 후에 과거의 일을 알려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갑작스러운 자극은 피해야 하니까요.”심성빈의 목울대가 살짝 움직였다. 그는 목소리를 한껏 내리깔았다.“알았어요.”일주일, 남은 시간은 일주일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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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9화

송하나는 심성빈의 눈 밑에 드리운 다크써클을 보고 단순히 잠을 제대로 못 잔 것이라고 여겼다.하지만 가정부는 모든 것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 예전의 차분하고 온화했던 대표님이 최근 들어서는 몇 번이나 이성을 잃을 뻔했다. 단지 송하나 앞에서만 애써 온화한 모습을 유지할 뿐이었다.그는 언젠가 자신이 통제력을 잃은 모습을 송하나에게 들킬까 봐 두려워했다.결국, 그는 비밀리에 심리 상담사를 찾았다.일련의 진단 후, 의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대표님, 이건 장기간의 극심한 불안감이 유발한 중등도 우울증입니다. 특정 인물을 너무 의식하고 동시에 그 사람을 잃을까 봐 극도로 두려워하는 마음 때문에 정신 상태의 균형이 무너졌어요.”심성빈은 눈을 질끈 감고 쉰 소리로 물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의사는 안경을 추어올리며 간절하게 말했다.“적당한 거리를 두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너무 깊이 빠져들지 마세요. 안 그러면 그분이 진짜 떠났을 때 대표님은 완전히 무너져 내릴 것입니다.”심성빈은 침묵했다.의사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걸 알지만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송하나는 점차 심성빈의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다.종종 그녀 몰래 전화를 받았는데 목소리를 내리깔았고 전화기 너머로 여자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심지어 그녀의 접근을 피하기 시작했고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도 복잡한 기색이 스쳤다. 다정함, 고통, 그리고 도통 읽어낼 수 없는 소원함이 담겨 있었다.송하나는 불현듯 말로 이루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끝내 참지 못하고 심성빈에게 물었다.“성빈 씨 혹시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요?”심성빈은 잠시 멈칫하더니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아니.”“근데 왜 요즘 나 피해 다녀요? 왜 매일 딴 여자한테 전화하냐고요?”그녀의 목소리에 약간의 서러움이 묻어났고 눈빛에는 의문이 가득했다.그런 그녀에게 대체 어떻게 말해야 할까. 전화 건너편의 여자는 마흔이 넘은 심리 상담사일 뿐 그녀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요즘 자꾸 피해 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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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0화

강현.차정원은 한 달이라는 시간을 들여 국내의 모든 일을 마무리했다.그는 로펌 대표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났고 자신이 직접 설립한 이 로펌을 공동 대표들에게 전적으로 위임했다.공동 대표들은 하나 같이 충격에 빠져 그에게 미친 거 아니냐고 쏘아붙였다.수년간 차정원이 얼마나 많은 심혈을 기울여 이 로펌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켰던가.로펌이 오늘날의 명성과 규모를 갖추게 된 것은 전적으로 차정원의 능력과 수완 덕분이었다. 그가 왜 자신의 노력을 스스로 내던지는지 공동 대표들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한편 차정원은 그들의 만류에도 평온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더 중요한 일이 남아 있거든요.”공동 대표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냐고 추궁했지만, 그는 일절 함구했다.차정원의 단호한 결심과 돌아설 여지를 보이지 않는 태도에 동업자들은 더 이상 만류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들 안타까운 한숨만 내쉬며 그의 결정을 묵묵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직책을 사임한 후, 차정원은 차씨 저택으로 돌아와 며칠간 조용히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그동안 그는 늘 과묵했고 눈가에는 녹아내리지 않는 침울함이 담겨 있었다. 매일 밤낮없이 일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가족들도 속상했지만,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송하나의 일이 그에게 얼마나 큰 타격을 주었는지 다들 잘 알기에 묵묵히 옆을 지켜줄 뿐 아무도 감히 쉽게 언급하지 못했다.이제 그가 마침내 바쁜 걸음을 멈추자 금미정은 안도감과 동시에 걱정이 뒤따랐다. 행여나 아들 녀석이 모든 슬픔을 가슴 깊이 담아두다가 결국 감당하지 못하는 날이 올까 봐 불안했다. 금미정은 조심스럽게 바람 쐬러 가자고 제안했다.“정원아, 요즘 많이 힘들었지? 기분 전환이나 할 겸 우리 함께 어디 나가볼래?”“아니요, 엄마.”이에 차정원이 고개를 흔들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저 며칠 뒤에 제연에 다녀와야 해요.”“거긴 왜?”“출장 가요.”금미정은 그가 제연에 지사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 의심하지 않고 당부만 늘려놓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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