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말은 심성빈에게 찬물을 확 끼얹은 것만 같았다.그는 눈을 질끈 감고 목울대가 격하게 굴렀다.아직은 차정원에게 진실을 말할 수가 없다.첫 번째 이유는 빅토르의 사람들이 여전히 은밀하게 자신을 감시하고 있으니 방심은 금물이다. 조금만 수상한 낌새를 보인다면 꼬리가 밟혀 송하나의 안전에 위협을 줄 수 있다.두 번째 이유는 차정원의 등장이 또다시 그녀를 자극하여 어젯밤과 같은 통제 불능의 상태로 빠지게 할까 봐 두려웠다.어쩌면 하늘이 그의 애처로운 사랑을 동정하여 송하나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기회를 준 것일지도 모른다.그녀가 모든 것을 진정으로 감당할 수 있을 때, 온전히 회복되었을 때, 심성빈은 반드시 차정원에게 직접 얘기하고 이들 부부가 다시 만날 수 있도록 할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이 비밀을 지켜야만 한다. 그 누구도 송하나의 회복을 방해하게 해서는 안 된다.심성빈은 손을 흔들면서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이만 돌아가 보세요.”의사는 알겠다고 답한 뒤 문밖을 나섰다.심성빈은 의자를 가져와 송하나의 침대 곁에 앉았다. 그녀의 차가운 손을 다정하게 잡고서 가녀린 손가락 마디를 쓰다듬었다. 편히 잠든 송하나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이 남자, 결국 그는 밤새 그녀의 곁을 지켰다.송하나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커튼 사이로 햇살이 방 안 가득 쏟아져 내렸다.머리가 깨질 것 같고 온몸에 기운이 쫙 빠졌다.머릿속은 또 왜 이렇게 혼란스러운지, 어렴풋이 어젯밤 그 악몽이 떠올랐다.누군가가 뒤에서 필사적으로 쫓아왔고 그녀는 전력을 다해 달렸지만, 결코 벗어날 수 없었다. 뼛속 깊이 스며드는 공포는 지금도 그녀의 마음을 맴돌며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손가락을 움직여보자 따뜻한 손에 꽉 잡혀 있었다.천천히 고개를 돌렸더니 심성빈이 침대 맡 의자에 앉아 고개를 약간 기울인 채 잠들어 있었다.아침 햇살이 얼굴에 드리우며 눈 밑에 희미한 다크서클과 삐죽빼죽 돋아난 턱수염을 비추었다.그는 송하나의 손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남자의 얼굴을 살
閱讀更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