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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861 - Chapter 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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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1화

차정원은 지사로 향하는 대신 송하나와 함께 살았던 펜트하우스로 돌아갔다.현관문을 여는 순간, 낯익은 기운이 물밀듯 밀려왔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그대로였다.소파 위에는 그녀가 좋아하던 쿠션이 놓여 있었고 식탁에는 함께 골랐던 식기 세트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안방 옷장에는 그녀가 미처 챙겨가지 못한 옷가지들이 걸려 있었고 공기 중에 그녀의 은은한 향기가 감도는 것만 같았다.차정원은 추억이 깃든 모든 걸 손끝으로 가볍게 쓸었다. 머릿속에는 함께했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부엌에서 함께 요리하던 모습, 소파에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던 모습, 환하게 웃으며 그의 품에 안겨 미래를 이야기하던 사랑스러운 그녀의 모습까지...애틋하던 모든 풍경이 이제는 차정원의 심장을 찌르는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떠올릴 때마다 숨 막히는 고통을 안겨주었다. 그건 마치 질식할 것 같은 고통이었다.이틀 밤낮을 집에서 칩거하던 차정원은 셋째 날 문득 밖으로 나섰다.로펌을 파트너들에게 맡겼지만, 서재에는 아직 처리해야 할 몇 가지 업무 자료가 남아 있었다. 겸사겸사 그것들을 챙겨서 로펌으로 가는 길이었다.볼일을 다 보고 집에 돌아와 엘리베이터에 막 들어섰을 때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는데 다름 아닌 최시훈이었다.그 역시 차정원을 보자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송하나가 해외로 나간 후, 차정원은 다시 강현으로 돌아가 일에 전념한 터라 이쪽 집은 반년 넘게 비어 있었다.최시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오랜만이네요, 차 변호사님.”이에 차정원은 고개를 살짝 끄덕일 뿐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의 태도는 어딘가 차갑게 느껴졌다.최시훈은 아마도 자신이 과거 송하나에게 호감을 느낀 일이 계속 마음에 걸려서 이러는 줄 알았다.솔직히 그때 최시훈도 확실히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고 대시할까 고민도 했었다.하지만 송하나가 망설임 없이 차정원을 선택한 것을 보고 스스로 다른 도시로 발령을 신청하며 미련을 잘라냈다.지난 1년간 그는 오롯이 일에만 전념했다. 국장에서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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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차정원은 아파트로 돌아와 문을 닫았다.거실에는 불도 켜지 않은 채였고 창밖에는 제연의 회색빛 하늘이 낮게 가라앉았다.그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고개를 떨구었다. 평소의 차분하고 카리스마 넘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양손을 머리카락 사이로 깊숙이 밀어 넣은 채 말로 다 할 수 없는 연약함과 무너져 내리는 절망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머릿속엔 송하나의 잔상이 끝없이 맴돌았고 가슴을 짓누르는 통증이 촘촘히 얽혀들어 당장이라도 이 몸을 잠식시켜버릴 것만 같았다.그 정적을 깨고 갑작스레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화면에 뜬 낯선 해외 번호에 차정원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눈동자에 서려 있던 나약함은 순식간에 차가운 살기로 바뀌었다. 그는 전화를 받고 침착하지만,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여보세요.”“차 변호사님, 부탁하신 용병 조직과 연락이 닿았습니다.”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사뭇 진지했다.“국제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라 돈만 되면 못 할 일이 없는 자들입니다. 다만 빅토르의 신분이 워낙 특수하고 경호 수준도 극도로 높아서 비용이...”“얼마면 돼요?”차정원이 물었다.상대방이 잠시 침묵하더니 어마어마한 액수를 불러왔다.일반인들에겐 헉 소리 나는 숫자라 평생 일전 한 푼 안 쓰고 끌어모아도 도달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하지만 차정원의 표정엔 미동조차 없었다.“돈은 얼마든 줄 수 있다고 전하세요.”상대는 잠시 주춤하다가 다시 물었다.“변호사님, 정말 그렇게까지 하시려고요? 빅토르를 처리하는 건 난이도가 상당합니다. 자칫 발각이라도 되면 변호사님 신변이 매우 위험해져요. 최악의 경우 돈도 잃고 목숨도 잃을 겁니다.”빅토르의 성격상 자신을 암살하려 한 배후가 차정원이라는 걸 알게 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보복할 것이 뻔하다.차정원의 목소리는 소름 끼칠 정도로 차분했지만, 전례 없는 결연함이 서려 있었다.“하나를 위해 복수할 수만 있다면 재산이나 목숨 따위 뭐가 대수겠습니까.”이미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은 그에게 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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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이에 다른 한 사람이 조언을 건넸다.“차정원 변호사 한번 찾아가 봐. 강현에서 그 사람만큼 유능한 변호사가 어디 있다고. 나도 지난번에 아주 골치 아픈 일을 그 사람 덕분에 해결했거든. 다만 워낙 찾는 사람이 많아서 웬만한 사건은 잘 안 맡으려고 해. 가서 돈도 좀 챙기고 정성껏 부탁해 봐. 몇 번 발품 팔다 보면 혹시 알아, 맡아줄지?”그 사람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나도 가봤어. 돈 가방까지 싸 들고 갔는데 로펌에 도착해서야 알았지 뭐야. 그 사람 이미 로펌 대표직에서 사임했고 앞으로 사건은 일절 안 맡기로 했대.”“뭐? 그렇게 잘나가는 변호사가 그냥 관둔다고?”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던 최로운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썰물처럼 밀려왔다.그는 즉시 로펌으로 전화를 걸었고 돌아온 대답은 방금 손님들의 대화 내용과 똑같았다.차정원은 며칠 전 이미 사임했다고 한다.하지만 차설아의 말에 따르면 며칠 전 토끼를 가져다줄 때 분명 제연으로 출장을 간다고 했는데...로펌을 관둔 마당에 출장이라니?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었다. 최로운은 곧장 집으로 달려가 차설아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이야기를 전해 들은 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오빠가 왜 거짓말을... 나한테 뭔가 숨기는 게 분명해.”차설아는 다급히 휴대폰을 꺼내 차정원에게 전화를 걸었다.대체 어찌 된 상황인지 묻고 싶었지만, 수화기 너머에는 싸늘한 전원 꺼짐 안내음만이 돌아올 뿐이었다.그녀는 말 그대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최로운에게 친정으로 데려다 달라고 재촉했고 도착하자마자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소식을 접한 차씨 가문 사람들도 충격에 휩싸였다.차설아가 아니었다면 그들 역시 차정원이 로펌 대표직을 사임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터였다.주야장천 전화를 걸어도 차정원은 받지 않았다.차씨 가문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그의 동선을 파악할 사람들을 급히 보냈다.다만 조사가 진행될수록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차정원은 이미 오래전에 자신의 명의로 된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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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임창진은 공항을 봉쇄하고 모든 출국 기록을 샅샅이 뒤졌지만 이미 몇 시간 전에 비행기가 이륙했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었다. 차정원은 어느덧 국내 통제권을 벗어나 버렸다.제연 공항에 도착한 차씨 일가는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임창진을 발견하자마자 달려갔다.모두가 착잡한 얼굴이었고 차호섭이 가장 먼저 아들의 행방을 물었다.“창진아, 어떻게 됐어? 정원이 찾았니? 막아낸 거야?”이에 임창진은 몹시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사실대로 털어놓았다.“우리가 한발 늦었어. 정원이 이미 떠났대. 조사해보니까 해외 용병 조직과 접촉했더라고. 다들 걱정하신 대로 송하나를 위해서 빅토르를 처리하러 간 것 같아.”이 말은 마치 마른하늘에 떨어진 날벼락처럼 차씨 일가의 귓가를 때렸다. 모두가 그 자리에 얼어붙어 넋을 잃었고 안색은 순식간에 창백하게 질렸다.빅토르의 막강한 세력과 잔혹한 수법을 너무나 잘 아는 차씨 일가였다. 차정원이 용병을 데리고 그를 찾아간다는 건 ‘죽으러 가는 길’이나 다름없었다.차설아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빅토르 세력이 얼마나 막강한데! 해외는 아예 그 사람 영역이나 다름없잖아요. 오빠가 대체 무슨 수로 그런 사람을 이기겠어요? 이건 그냥 가서 죽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라고요!”차호섭은 밀려오는 불안과 비통함을 억누르며 임창진의 팔을 움켜쥐었다.“창진아, 방법이 없을까? 돈은 상관없으니 제발 우리 정원이 좀 데려와 줘!”이에 임창진은 그저 힘없이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무력감이 배어 있었다.“그 용병 조직은 보안이 워낙 철저해서 의뢰인의 행방을 절대 발설하지 않아. 일 처리도 워낙 은밀하고. 정원이가 작정하고 숨어버리면 우리가 가진 모든 인맥을 동원한다 해도 정확한 위치를 추적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안 그래도 며칠째 근심 속에 살던 금미정은 장시간 비행과 아들에 대한 걱정이 겹쳐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임창진의 말을 듣는 순간, 아들의 앞날에 닥칠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을 덮쳤고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채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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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차정원은 한참을 침묵하다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저씨, 저는 이번 생에 부모님께 불효만 저질렀어요. 살아서 돌아온다면 평생을 바쳐 그분들께 속죄하며 살아갈 겁니다. 하지만... 돌아오지 못한다면 아저씨께서 대신 잘 보살펴 드리세요. 부탁드립니다!”말을 마친 차정원은 임창진이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휴대폰에서 유심 카드까지 빼내 반으로 꺾어버린 뒤 가차 없이 길가 쓰레기통에 내던졌다. 모든 퇴로를 스스로 차단한 남자의 눈동자엔 오직 복수를 향한 서늘한 결의만이 맴돌았다.차정원은 약속된 장소로 향해 용병 조직과 접촉했다.하지만 그들은 지금 당장 빅토르가 있는 나라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그곳은 빅토르의 완벽한 세력권이라 곳곳에 그의 눈과 귀가 깔려 있었다. 차정원은 이미 빅토르와 얼굴을 한 번 마주친 적이 있기에 무릇 부하들에게 노출된다면 암살 계획은 수포가 되고 그의 목숨 또한 위험해질 터였다.그들이 제시한 최선의 방법은 차정원은 이곳에 대기하고 조직원들을 먼저 침투시켜 빅토르의 빈틈을 찾아내는 것이었다.적절한 타이밍을 노려 아무도 모르게 그를 입국시키겠다는 전략이었다.차정원은 미간을 찌푸렸다.“저 그렇게 한가하게 기다릴 시간 없습니다. 암살 계획을 최대한 빨리 세워주세요. 하루라도 더 빨리.”그는 1분 1초가 고통스러웠다. 송하나를 잃고 홀로 남겨진 이 세상에 머무는 시간은 살을 에는 듯한 형벌이었다.그 시각, 저택.어느덧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속절없이 흘렀다.주치의가 마지막으로 송하나의 상태를 정밀 검진했다.모든 지표는 완벽하게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었다.심성빈의 마음속엔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이제는 그녀에게 진실을 고할 때가 되었다.계속 옆에 두고 싶은 욕심이 굴뚝같았지만 이제 더는 붙잡아둘 핑계가 없었다.점심 무렵, 심성빈은 주방을 다그쳐 송하나가 좋아하는 음식을 가득 차리게 했다.식사 내내 그는 말없이 송하나의 그릇에 반찬을 얹어주었다.음식을 먹는 그녀의 옆모습을 시선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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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전화 너머로 몇 초간 침묵이 흘렀다.최로운의 목소리가 한층 무거워졌다. 감정을 꾹 참는 듯한 투였다.“그 사람... 해외로 나갔어.”심성빈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뭐? 언제?”“어제...”최로운은 대답하려다 문득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평소 심성빈과 차정원은 그리 가까운 사이도 아닌데 왜 갑자기 찾고 있는 걸까?혹시...송하나의 소식을 듣고 확인 차 묻는 것일까?최로운은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며 조심스레 물었다.“우리 매형은 왜 찾아? 너 혹시 뭐 알고 있는 거야?”심성빈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자초지종을 전부 털어놓았다.얘기를 전해 들은 최로운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말을 더듬거렸고 목소리에도 감출 수 없는 경악이 서려 있었다.“뭐, 뭐라고? 하나가 안 죽었다니! 성빈아... 이런 일로 장난치지 마.”“이런 일로 왜 장난을 쳐?”심성빈의 목소리는 한없이 진중했다.“처음부터 밝히지 못한 건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어. 이 일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아. 혹여라도 소문이 새어 나가면 하나가 위험해질 수 있거든. 차정원 씨한테 연락이 닿는다면 꼭 좀 전해줘. 하나 아직 살아있다고 말이야.”이것은 영락없이 기쁜 소식이지만 최로운의 목소리에는 깊은 체념이 묻어났다.“그 사람 이미 가진 자산을 전부 처분했어. 해외 용병 조직을 고용해서 하나를 위해 복수하러 떠난 거야. 돌아올 생각은 애초에 없는 것 같아. 가족들도 찾지 못하게 꼭꼭 숨어버려서 우리 모두 연락이 끊긴 상태야. 과연 내가 직접 말할 기회가 올는지... 장담하기 힘들 것 같아.”그 순간 심성빈은 마치 벼락을 맞은 것처럼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이 바닥으로 떨어질 뻔했다.차정원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심지어 목숨까지 내걸며 송하나를 위해 복수를 계획했다니.이제 심성빈의 가슴 속에도 걷잡을 수 없는 죄책감과 자괴감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조금만 더 빨리 진실을 말해줬더라면 이 지경까지 오진 않았을 텐데...물론 그에게도 사심은 있었다. 송하나를 곁에 더 오래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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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송하나의 맑고 순수한 눈동자가 심성빈의 시선에 담겼다. 그 투명한 눈을 마주하는 순간, 심성빈의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아려왔다. 죄책감 또한 더욱 짙은 그림자가 되어 드리워졌다.하지만 지금은 절대 진실을 말해선 안 된다.그녀가 기억을 되찾고 차정원이 자신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분명 미쳐 날뛰며 그를 찾아 나설 터였다.송하나의 몸은 이제 막 회복하기 시작했을 뿐 그런 격렬한 충격을 감당해낼 수가 없다.정신 또한 언제 다시 위험한 상태로 빠질지 모르니 그녀의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할 수는 없었다.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차정원을 하루빨리 찾아내어 목숨을 건 처절한 복수극을 멈추게 하는 것뿐이었다.심성빈은 간신히 침착함을 유지하며 적당한 핑계를 둘러댔다.“별일 아니야. 그냥 네가 어디 가고 싶은데 있는지 물어볼 참이었거든. 하던 일 정리하면 같이 바람 쐬러 다녀올까 해서.”“여행 말이에요?”심성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자.”송하나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두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좋아요!”순수하고 해맑은 미소를 보고 있자니 심성빈은 더욱 깊은 죄책감을 느꼈다.가슴을 짓누르는 무게감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이런 식으로나마 그녀를 곁에 붙잡아둘 수밖에 없지만, 속으로는 몇 번이고 그녀에게 용서를 빌었다.그 후 며칠간, 송하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다가올 여행을 기다렸다.가정부 리나를 대동하여 백화점에 가서 햇빛가림 모자, 통기성 좋은 자외선 차단 옷, 선크림까지 꼼꼼히 챙겼고 예쁜 원피스도 몇 벌 미리 사 두었다.또한 시간이 날 때마다 심성빈의 곁으로 다가와 쉴 새 없이 여행 계획을 조잘거렸다.“성빈 씨, 우리 바다 보러 갈래요? 이맘때 바닷바람이 차지지도 덥지도 않아서 딱인데.”그녀의 맑고 생기가 넘치는 모습을 보며 심성빈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너 하고 싶은대로 하자.”차마 그녀의 들뜬 기분을 꺾을 수 없어 즉시 여행 일정을 앞당겼다.신중한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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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잠시 휴식을 취한 송하나는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심성빈의 손목을 잡아끌어 해변으로 향했다.새로 산 햇빛가림 모자를 쓴 그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부드러운 백사장을 걸었다. 심성빈은 그림자처럼 뒤를 따르며 시선은 오롯이 그녀의 움직임을 좇았다걷다 보니 연분홍빛 무늬가 있는 조개껍데기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았다.송하나는 재빨리 몸을 숙여 조개를 주웠다. 표면의 모래를 털어내고는 반짝이는 눈으로 심성빈에게 자랑하듯 내밀었다.“성빈 씨, 이것 좀 봐요. 너무 예쁘지 않아요? 꼭 부채 같아!”심성빈은 고개를 숙이고 바라보더니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그러게. 진짜 예쁘다.”송하나는 조심스럽게 조개를 원피스 주머니에 넣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몇 걸음 걷지 않아 다시 한번 허리를 굽혔다. 이번에는 나선형의 조개였다. 얇은 껍데기 속으로 햇살이 투과하며 은은한 보랏빛을 드리웠는데 투명한 자태가 마치 보석처럼 영롱했다.“이것도 예쁘네요. 싹 다 가져가서 기념으로 남겨둘래요.”그녀는 신이 난 듯 낮은 목소리로 조잘거리며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고개를 숙여 반짝이는 조개를 찾았다.신발이 거추장스러웠는지 아예 벗어 던지고 맨발로 고운 모래를 밟았다.그녀가 지나간 모래사장 위에는 발자국들이 줄지어 찍혔다.심성빈은 그녀가 벗어놓은 신발을 챙겨 들고 느릿하게 뒤를 따랐다.즐겁고 평온한 뒷모습, 얼굴에 만개한 환한 미소를 바라보며 그는 숨소리조차 죽였다.이토록 아름다운 순간을 혹여라도 방해할까 봐 조용히 그녀의 곁을 지켰다.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저녁노을이 해면을 따스한 주황빛으로 물들였고 백사장과 멀리 보이는 등대까지 부드러운 금빛 테두리를 두른 듯했다.송하나는 모래사장에 멈춰 서서 지평선 너머로 거대하게 떨어지는 낙조를 바라보았다. 마치 잘 그린 유화처럼 웅장하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그녀는 좀 전의 들뜬 기분이 잦아들고 조용히 눈앞의 절경을 감상했다.한참 후, 송하나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성빈 씨.”바닷바람에 섞인 여자의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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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심성빈이 보낸 사람들은 차정원에 대해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결국, 그는 비용을 따지지 않고 더 전문적인 조직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다음 날,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심성빈은 잠에서 깨어났다.“대표님, 배가 준비되었습니다. 언제든 출발 가능합니다.”심성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명령했다.“호텔에 인력을 최대한 많이 배치해서 하나 안전을 확실히 보장해. 어떠한 이슈도 없어야 돼.”“걱정 마십시오, 대표님. 호텔 안팎으로 우리 사람들을 겹겹이 배치했습니다. 송하나 씨의 안전은 완벽하게 지켜낼 겁니다.”모든 준비를 마치고 심성빈은 배에 올랐다.두 시간 후, 짙은 안개 속에 숨어 있던 섬이 모습을 드러냈다.섬에 들어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선착장에서 신원을 확인하고 세 개의 관문을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별장 안으로 안내되었다.심성빈이 인도된 서재 창밖으로는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풍경은 더할 나위 없이 절경이었지만 대화는 그리 가볍지가 않았다.그를 맞이한 사람은 선글라스를 쓴 젊은 여성이었다. 깔끔한 블랙 슈트 핏의 그녀는 자세가 꼿꼿했고 말투는 냉철하면서도 흠잡을 데 없었다.“심성빈 씨? 누구를 찾으시는 거죠?”심성빈은 불필요한 인사치레 없이 차정원의 사진과 자료를 책상 위로 올려놓았다.“이 사람이요. 최대한 빨리 찾아주세요.”여자는 사진을 한 번 훑어보더니 태연한 표정으로 엄청난 금액을 불렀다. 심성빈이 가격을 깎지 않으리라는 것을 이미 짐작한 듯한 말투였다.그들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돈에 구애받지 않았고 찾는 대상 또한 보통 인물이 아니었으니까.심성빈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수락했다.돈은 전혀 신경 쓰지 않으니 그저 하루라도 빨리 차정원을 찾아내길 바랄 뿐이었다.“최대한 빨리 찾으려면 얼마나 걸리죠?”“보름이요.”“너무 길어요! 일주일 안에 끝내세요.”여자는 선글라스를 고쳐 쓰며 잠시 머뭇거렸다.“방금 제가 말씀드린 금액은 보름을 기준으로 책정한 겁니다. 일주일 안에 찾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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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송하나는 가정부 리나가 건네주는 우유를 받아들며 무심코 물었다.“성빈 씨는 어디 갔어요?”“대표님은 볼일이 있어서 잠시 외출하셨어요. 일 마치는 대로 돌아오실 겁니다.”“네.”송하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실망감이 더 짙어졌지만 이내 훌훌 털어버렸다.심성빈은 늘 바쁜 사람이니 중요한 일을 처리하러 간 거겠지.게다가 송하나를 지키게 한 사람들이 죄다 남자들이라 혹시라도 그녀가 부담스러워하거나 어색해할까 봐 일부러 가정부 리나를 불러왔다.심성빈의 이런 배려에 송하나의 마음 한구석이 또다시 따스하게 물들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그녀는 리나의 손을 잡고 기대감에 부푼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리나 씨, 우리 바닷가 가서 연 날릴까요?”어제 바닷가를 거닐 때 보니 하늘에 알록달록한 연들이 떠 있었는데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리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죠! 그런데 모자 꼭 쓰셔야 해요. 선크림도 듬뿍 바르시고요. 해변이라 자외선이 강해서 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거든요.”두 사람은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백사장에는 드문드문 몇몇 관광객들이 흩어져 있었다. 시끄럽지도, 너무 적막하지도 않은 그 풍경이 오히려 해변의 고요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그 언저리 사복 차림의 경호원들이 거리를 두고 그녀들을 따랐다. 사방을 경계하는 날카로운 눈빛,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돌발 상황에 즉각 대처할 수 있는 노련함이 엿보였다.오전의 바닷바람은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럽고 느긋했다. 딱 연날리기 좋은 날씨였다.송하나의 손에는 알록달록한 나비 모양의 연이 쥐어져 있었다. 연 날개에는 자잘한 반짝이가 박혀 있어 햇살 아래 영롱하게 빛나며 생동감을 더했다.그녀는 조심스레 연줄을 당기며 해풍을 맞으면서 몇 걸음 가볍게 달렸다. 바람에 치맛자락이 살랑거리며 부드럽게 흩날렸다.연은 바람을 타고 서서히 하늘로 떠올랐다. 점점 높아져 가는 연의 화려한 날갯짓은 푸른 하늘 위에서 더욱 눈부시게 빛났다송하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환한 웃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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