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원은 지사로 향하는 대신 송하나와 함께 살았던 펜트하우스로 돌아갔다.현관문을 여는 순간, 낯익은 기운이 물밀듯 밀려왔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그대로였다.소파 위에는 그녀가 좋아하던 쿠션이 놓여 있었고 식탁에는 함께 골랐던 식기 세트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안방 옷장에는 그녀가 미처 챙겨가지 못한 옷가지들이 걸려 있었고 공기 중에 그녀의 은은한 향기가 감도는 것만 같았다.차정원은 추억이 깃든 모든 걸 손끝으로 가볍게 쓸었다. 머릿속에는 함께했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부엌에서 함께 요리하던 모습, 소파에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던 모습, 환하게 웃으며 그의 품에 안겨 미래를 이야기하던 사랑스러운 그녀의 모습까지...애틋하던 모든 풍경이 이제는 차정원의 심장을 찌르는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떠올릴 때마다 숨 막히는 고통을 안겨주었다. 그건 마치 질식할 것 같은 고통이었다.이틀 밤낮을 집에서 칩거하던 차정원은 셋째 날 문득 밖으로 나섰다.로펌을 파트너들에게 맡겼지만, 서재에는 아직 처리해야 할 몇 가지 업무 자료가 남아 있었다. 겸사겸사 그것들을 챙겨서 로펌으로 가는 길이었다.볼일을 다 보고 집에 돌아와 엘리베이터에 막 들어섰을 때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는데 다름 아닌 최시훈이었다.그 역시 차정원을 보자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송하나가 해외로 나간 후, 차정원은 다시 강현으로 돌아가 일에 전념한 터라 이쪽 집은 반년 넘게 비어 있었다.최시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오랜만이네요, 차 변호사님.”이에 차정원은 고개를 살짝 끄덕일 뿐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의 태도는 어딘가 차갑게 느껴졌다.최시훈은 아마도 자신이 과거 송하나에게 호감을 느낀 일이 계속 마음에 걸려서 이러는 줄 알았다.솔직히 그때 최시훈도 확실히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고 대시할까 고민도 했었다.하지만 송하나가 망설임 없이 차정원을 선택한 것을 보고 스스로 다른 도시로 발령을 신청하며 미련을 잘라냈다.지난 1년간 그는 오롯이 일에만 전념했다. 국장에서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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