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별이 되어 빛나리: Bab 1 - Bab 10

30 Bab

제1화

강현시 모 병원.“자궁외임신이에요. 나팔관이 파열되면 정말 위험해요. 이렇게 큰 수술인데 왜 혼자 오셨어요? 남편은 어디 있는 거죠? 당장 불러서 서명받아야 해요!”송하나는 복부가 찢어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참으며 전화를 걸었다.통화연결음이 한참이나 울리고 마침내 전화기 너머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강우 씨, 바빠요? 배가 너무 아픈데, 당신이 좀...”“됐어!”그녀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짜증이 섞인 목소리가 가차 없이 심장을 후벼팠다.“배 아프면 의사 찾아. 나 바빠!”“강우 씨, 누구예요?”전화기 너머로 낯선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니야, 아무것도.”그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어떤 게 더 마음에 들어? 골라봐, 내가 사줄게.”귓가에는 통화가 끊긴 연결음이 뚜뚜 울렸다.송하나의 심장이 칼날에 베이듯 잔인하게 찢겨 나갔다.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호흡이 가빠지자 의사가 다급하게 외쳤다.“안 되겠다. 당장 수술실 준비해. 이 환자분 수술 진행해야겠어.”송하나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병실에 누워 있었다.“이제 정신이 좀 들어요? 환자분 어젯밤에 정말 위험했어요. 다행히 제때 수술해서 목숨을 건졌어요!”간호사가 링거를 놓으며 투덜거렸다.“환자분 남편 참 너무하네요! 이렇게 큰 수술을 했는데 어쩌면 얼굴 한번 안 비춰요? 정말 무책임하네요!”“자, 여기 간호센터 전화예요. 필요하시면 간병인 부르세요.”“고맙습니다.”송하나는 간호사가 건네는 명함을 받았다.휴대폰을 꺼내 간호센터에 전화를 걸려던 순간, 화면에 갑자기 [핫 뉴스] 알림이 떴다.[강현 갑부 이원 그룹 이강우 대표, 연인을 위해 경매 최고가 280억 원 들여 마담 뒤 바리 다이아몬드 목걸이 낙찰!]강렬한 타이틀에 송하나는 동공 지진을 일으켰다.사진 속 티 없이 완벽한 얼굴의 소유자는 바로 그녀의 남편 이강우였다.송하나는 그가 항상 수치스럽게 느끼는, 숨겨야만 하는 아내였다.결혼 생활 4년 동안 이강우는 그녀에게 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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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송하나는 떨리는 손으로 119에 전화했다.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의식을 잃었다.다시 눈을 떴을 땐 어느덧 다음 날이었다.온몸에 빽빽하게 꽂힌 튜브들이 그녀를 뒤덮고 있었다.의사는 속상하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녀를 질책했다.“당분간 부부관계를 가지면 안 된다고 분명히 말했잖아요! 남편분이 그렇게 참을성이 없나요? 수술 직후에 관계를 갖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이제 됐네요. 상처에 또 출혈했어요. 제때 오지 않았으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고요!”“폐 끼쳐서 죄송해요, 선생님.”의사는 고개를 숙여 송하나의 무기력하고 창백한 얼굴을 내려다보더니 마음속으로 안쓰러움이 더해졌다.결국 의사도 거친 태도를 거두어들였다.“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환자분 남편 정말 인간도 아니에요. 아내 몸을 전혀 아끼지 않잖아요!”“당장 전화해서 가족분들 병원 나오라고 하세요. 환자분 간호해줘야죠, 뭡니까 이게? 만에 하나 무슨 일 생기면 저는 책임 못 져요.”의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를 떴다.송하나의 마음은 씁쓸하기만 했다.그녀에게 과연 가족이 남아있기나 한 걸까?17살 되던 해, 부모님은 한순간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그날부터 그녀는 고아가 되었다.삼촌 송종현이 후견인으로 나타나 부모님이 남긴 재산을 조금씩 갉아먹기 시작했고 회사와 별장까지 차지해버렸다.송하나가 19살 되던 해, 술에 취한 삼촌은 돌아가신 그녀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며 다짜고짜 그녀의 방으로 쳐들어가 하마터면 강간할 뻔했다.그날 이후로 송하나는 이 집과 완전히 인연을 끊었다.그녀는 의사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절친 차설아에게 전화를 걸었다.30분 후.차설아가 병원으로 달려왔다.간호사로부터 송하나의 딱한 사정을 들은 그녀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이강우 이 개자식! 널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얼굴 한번 안 비춰? 전화번호 이리 내! 이런 자식은 욕사발을 들어야 정신을 차리지.”차설아가 격분하며 말했지만 송하나는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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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며칠 후, 송하나는 퇴원 수속을 밟았다.그녀는 온라인으로 집을 알아봤는데 월세 100만 원에 연세 계약이었다.ATM 기기에서 돈을 찾으려고 확인해 봤더니 통장에 단 몇만 원밖에 남지 않았다.차설아는 참지 못하고 또다시 욕설을 퍼부었다.“이강우! 강현 갑부에 재산이 수십 조인데 X발 자기 아내한테 이렇게까지 인색한 거야?”“내연녀한텐 툭하면 몇백억, 몇천억씩 퍼붓고 경매도 최고가로 낙찰하고 건물까지 기부해대면서, 막말로 지나가는 거지에게도 몇만 원 쥐여줄 기세인데 왜 정작 자기 아내한테는 낯선 사람보다도 못하게 대하는 거야!”“하나야, 너 대체 지난 몇 년 동안 어떻게 지내온 거니?”송하나는 마음이 시큰거렸다.이강우는 분명 그녀를 뼛속까지 증오할 것이다.4년 전.홍경자가 그녀를 이씨 저택으로 초대했다.저녁 무렵, 폭우가 쏟아져서 돌아갈 수 없게 되자 홍경자는 그녀더러 이강우의 바로 옆방에서 하룻밤 묵고 가라고 했다.한편 이강우는 중요한 약속이 있었는데 누가 그의 술에 약을 탔는지 한밤중에 만취 상태로 집에 돌아와 방을 헷갈려서 결국 그녀와 관계를 가졌다.또한 홍경자는 원래 두 사람을 이어주고 싶어 했다.다음 날, 그들이 함께 잔 걸 알게 되고는 이를 핑계로 삼아 이강우에게 그녀와의 결혼을 강요했다.이 일로 이강우는 송하나를 단단히 오해했다.재벌가에 시집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자로 여겼고 조종당하는 게 딱 질색인지라 본인만의 방식으로 그녀에게 가혹한 복수를 시작했다.이전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서민경은 그녀에게 용돈을 줄 때마다 항상 자존심을 짓밟고 깎아내리지 못해 안달이었다.“하나 씨는 종일 장을 봐요? 밥을 해요? 그렇다고 전기세나 관리비를 내는 것도 아닌데 대체 돈 쓸데가 어디 있죠? 도련님이 매달 몇십만 원 주는 것만 해도 감사한 줄 알아요!”송하나는 물욕이 아주 적은 사람이다.이강우와 함께할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하늘 아래 가장 큰 행복이라 전혀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지금에 와서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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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이 광경을 본 송하나는 발끝부터 차가운 기운이 치밀어 오르고 사시나무 떨듯 몸이 파르르 떨렸다.이강우가 뼛속까지 아끼고 사랑하는 여자가 바로 송태리였다니!왜 하필 그녀인 건데? 왜 하필 원수의 딸이냐고?“싫다면요?”송하나는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가다듬었다.“그럼 네 생활비를 일절 끊어버려야지.”이강우의 목소리에는 차가움과 거리감이 느껴졌다.“참나.”송하나는 웃음을 터뜨리다가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다.얼마나 아이러니한가.송태리를 기쁘게 하려고 이 인간은 정말 못 하는 게 없었다.“괜찮아요, 강우 씨.”송태리가 애교를 부리며 이강우의 팔짱을 꼈다.“얘는 내 사촌 동생이에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어릴 때부터 집에서 내 물건을 뺏는 걸 좋아했어요. 고작 옷 한 벌 뿐이니 그냥 얘 줘요.”도저히 지켜볼 수 없던 차설아가 송태리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이런 뻔뻔한 세컨드 주제에 우리 하나가 먼저 찜한 옷을 뺏는 것도 모자라 사실까지 왜곡해? 아갈머리를 확 찢어버릴라!”이강우의 안색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송하나는 차설아를 잡아당겼다.자신과 이강우, 송태리 세 사람의 분쟁에 다른 이들까지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이강우는 송하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으로 그녀가 양보하기를 기다렸다.하지만 송하나는 그대로 카드를 점원에게 건넸다.“이 옷 제가 살게요. 카드 결제해 주세요!”그녀가 노골적으로 거절하자 이강우는 미간을 찌푸렸고 얼굴에는 불쾌감이 역력했다.다만 송하나는 그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비싸게 산 드레스를 들고 뒤돌아섰다.그녀의 등 뒤에서 이강우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이거, 이거, 그리고 저것도. 매장에 들어온 신상들 싹 다 포장해서 태리 집으로 보내줘요.”그 순간 송하나는 걸음을 멈칫했다.모든 신상품이면 적어도 수억 원은 될 터였다.송태리가 마음에 드는 옷을 득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는 이토록 사치스럽게 보상해주고 있었다.송태리를 뼛속까지 사랑해서 일말의 서러움도 겪지 않게 해줄 건가 보다.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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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다음 날 오전.현진 바이오테크 대표이사실.인사팀 직원이 서류를 가져왔다.“대표님, 오늘 면접 보러 온 지원자들 서류입니다.”“거기 놔둬. 이따가 회의가 있으니 면접은 참석 못 할 것 같아.”“네.”서유준은 회의실로 향하려 몸을 일으키다가 무심코 가장 위에 놓인 이력서에 시선이 멈췄다.[송하나.]그 이름을 본 순간 그는 잠시 멈칫했다.이력서를 건네받고 사진 속 익숙한 얼굴을 보자 서유준의 마음속에 복잡한 감정이 순식간에 밀려왔다. 심지어 약간의 놀라움까지 더해졌다.그는 장현서의 자랑스러운 제자였고, 송하나보다 몇 살 더 많았다.유학 시절, 이미 장현서한테서 똑똑하고 재능 있는 제자를 거뒀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녀는 그야말로 천재나 다름없다고 했다.장현서는 그와의 전화 통화 중 학술적인 문제에 관해 이야기할 때마다 늘 이 후배에 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처음에는 단순히 그녀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교수님이 그토록 높이 평가하는지 알고 싶어서 그녀의 소식에 귀 기울였다.그러다 점차 사진으로만 보았던 이 후배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되었다.유학을 마치고 서유준은 망설임 없이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그러나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들린 소식은 그녀가 곧 결혼한다는 것이었다.이번 생에 다시는 엮일 일이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그녀의 이력서를 받게 된 것이다.서유준은 즉시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 오전 회의는 취소하라고 전달해!”서유준은 면접실로 향했다.인사팀 직원들은 그를 보고 잠시 놀랐다가 황급히 가운데 자리를 내주었다.“대표님.”서유준은 억누르기 힘든 설렘을 애써 참았다.“시작하지.”면접이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그는 메인 석에 앉아 말없이 지켜보았고, 인사팀 직원이 지원자에게 질문을 던졌다.“대표님, 아까 그 지원자...”인사팀 직원이 서유준의 의견을 구했다.“너희가 알아서 해.”“네, 알겠습니다.”“다음 지원자, 송하나 씨.”마침내 송하나가 면접실 안으로 들어왔고 서유준의 시선은 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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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최로운과 심성빈은 이강우의 결혼식에 송하나를 딱 한 번 본 적이 있었다.솔직히 말해 그녀의 외모는 괜찮은 편이었다. 수년이 지났어도 두 남자는 그녀를 한눈에 알아보았다.이강우의 오랜 친구로서 그들 역시 송하나를 매우 싫어했다.최로운이 옆에서 비꼬듯이 말했다.“강우야, 네 와이프 이제 하다 하다 여기까지 미행하는 거야?”이강우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얘가 가당키나 할까?”그의 냉랭한 말투, 송태리의 의기양양한 미소, 그리고 최로운과 심성빈의 조롱까지 전부 송하나의 심장을 깊숙이 찔렀다.“미안, 방을 잘못 들어왔네요.”그녀는 그대로 문을 닫고 나갔다.송하나의 침착한 태도에 최로운과 심성빈은 약간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보통 여자들은 자기 남편이 다른 여자랑 있는 거 보면 야단법석을 떨 텐데? 쟤는 전혀 아무렇지 않아 보인다? 강우야, 쟤 설마 이제 너 안 사랑하는 거니?”“말도 안 돼. 쟤 우리 강우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을 기세잖아. 아마 쫓겨날까 봐 싸울 엄두도 못 내는 거야.”문밖에서 송하나는 깊은숨을 몰아쉬었다.그녀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저들의 말을 담아두지 말자고 스스로 타일렀다.“예쁜 누나!”바로 그때, 선수 한 명이 그녀에게 다가왔다.“한참 찾았는데 여기 있었네요.”그는 자연스럽게 송하나의 허리를 감쌌다.“가요. 설아 누나 기다리게 하지 말고.”송하나는 조금 어색했지만 딱히 거절하지 않았다.최로운이 문 위의 유리를 통해 그녀가 다정하게 호스트바 선수의 손을 잡고 다른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더니 경악을 금치 못했다.“헐, 대박! 이강우, 너희 부부 진짜 놀 줄 아는구나! 송하나 쟤 지금 선수 불러서 놀고 있어.”심성빈이 분석에 나섰다.“그러고 보니 아까 현장 잡으러 온 게 아니라 진짜 실수로 방을 잘못 들어온 거였네?”이강우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끔찍하게 짙어졌다.‘송하나, 네가 감히?’‘이강우 와이프’라는 이름표를 달고 윤리에 어긋나게 이런 곳에 와서 호빠 선수나 놀고 있다니. 이강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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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월요일 오전.송하나는 현진 바이오테크에 막 도착하자마자 윤태오의 전화를 받았다.“송하나 씨, 대표님께서 수요일 오전에 시간이 가능하다고 하십니다. 그날로 이혼 수속 예약했으니 제시간에 맞춰서 와주시기 바랍니다.”“네, 알겠습니다.”전화를 끊고 송하나는 깊은숨을 몰아쉬었다.수요일까지 이틀 남았다. 이틀 뒤엔 드디어 이 억압적인 결혼 생활을 끝낼 수 있다.“송하나 씨 맞으시죠?”인사팀 직원이 그녀를 보자 안으로 안내했다.“자리 배치는 이쪽이고요. 주요 업무는 신약 개발팀의 실험 진행과 자료 정리를 보조하는 거예요. 저희 회사는 최근 항암 표적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어요. 관련 자료는 이쪽에 있으니 먼저 살펴보도록 하세요.”송하나가 지원한 직책은 신약 개발 보조 연구원이었다. 인사팀 직원은 두꺼운 서류 뭉치를 그녀에게 건넸다.신약 개발은 길고 복잡한 과정이라 단기간에 업무에 적응하려면 프로젝트 상황을 최대한 빨리 파악해야 했다.송하나는 자신의 자리에서 끼니를 거르며 자료를 탐독했다. 중요한 부분에는 특별히 표시하고, 자신만의 생각과 견해도 덧붙였다.어느새 퇴근 시간이 훌쩍 넘었다.자료가 4분의 1이나 남아서 그녀는 야근하기로 했다.모든 일을 마쳤을 때는 이미 밤 9시가 넘은 시각이었다.밖은 이미 어두워졌고 사무실에는 그녀 혼자만 남아있었다.송하나는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왔다.돌아오는 길, 자신의 자리 옆에 서서 자료에 덧붙인 메모를 진지하게 읽고 있는 훤칠하고 준수한 남자의 실루엣을 발견했다.“대표님.”송하나가 정중하게 불렀다.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서유준은 고개를 들었다.“이 자료들을 사흘 안에 다 읽어도 빠른 편인데 하루 만에 끝낸 건가요?”“네... 대략적인 내용만 훑어본 정도예요. 세부적인 내용은 추가로 문헌 조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서유준은 손에 들고 있던 자료를 덮었다.“아직 저녁 안 드셨죠? 같이 나가서 뭐 좀 먹을까요?”“아닙니다, 대표님.”송하나가 거절하려 했지만, 서유준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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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다음 날 오전.송하나는 회사에서 한창 업무에 열중하고 있는데 별안간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정기 검진을 위해 시간을 내서 병원에 와달라는 내용이었다.회사는 병원에서 멀지 않았다.퇴근 후, 송하나는 10분 정도 걸어서 바로 도착했다.병원 입구에 막 들어섰을 때, 익숙한 세단이 눈에 띄었다.그건 바로 롤스로이스 팬텀, 이강우의 차였다.그녀는 비록 타본 적이 없지만 한눈에 이강우의 차임을 알아보았다.강현 시내에 이 모델이 몇 대나 된다고...이강우는 차에 기대어, 긴 손가락 사이에 불붙인 담배를 끼고 있었다. 담배 연기가 얇은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고, 나른함과 냉담함이 공존했다.애쓰지 않아도 멋짐이 폭발했고 지나가는 젊은 여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의 인기는 아직 죽지 않았다.“강우 씨!”문득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송태리가 병원 진찰동에서 뛰어나온 것이다.이강우는 능숙하게 담뱃불을 끄고 그녀가 달려오는 순간 품에 꼭 껴안았다.“출장 다녀오는 동안 내 생각했어?”송태리는 자연스럽게 그에게 애교를 부렸다.“뭘 당연한 걸 물어요?”이강우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한편 송태리는 조수석 문을 열 때, 자신도 모르게 입을 가리며 탄성을 질렀다.“뭐야!”조수석은 온통 꽃으로 뒤덮였고 한가운데 선물 상자까지 놓여 있었다. 누가 보아도 이강우가 정성껏 고른 것이 분명했다.“강우 씨, 날 위한 깜짝 선물 고마워요!”송태리는 그의 목을 감싸 안고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송하나는 어두운 곳에 숨어서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며 안색이 창백해졌다. 주먹을 세게 쥐었더니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갈 지경이었다.결혼 4년 동안 이강우는 단 한 번도 그녀에게 선물을 준 적이 없었고 서프라이즈는 감히 바라지도 않았다.매번 그녀가 정성껏 준비한 선물들마저도 짜증을 내며 쓰레기통에 버리는 이 남자...송하나는 이 결혼에 대해 체념한 지 오래였다.그럼에도 이토록 극명한 대비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질 것 같았다.“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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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주변에는 비를 피할 곳이 전혀 없었다. 송하나는 마지못해 가방을 머리 위로 치켜들고 저택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빵빵!뒤에서 자동차 경적이 들려오자 그녀는 재빨리 옆으로 비켜섰다.검은색 세단이 그녀 옆을 스쳐 지나갔다. 차창 너머로 잘생기고 냉철한 얼굴을 보았는데 그녀가 멍하니 서 있는 사이, 차는 이미 멀어져 어렴풋이 후미등만 보였다.차 안의 사람은 바로 이강우였다.송하나는 이 남자도 방금 자신을 봤을 거라 확신했다.그런데도 속도를 줄이긴커녕 정면만 주시하며 도로를 질주했다.차가운 기운이 몸을 휩쓸었다. 그녀는 몸을 파르르 떨면서 이게 빗물 때문인지 아니면 마음에서 전해지는 서늘함 때문인지도 모르게 온몸에 한기를 느꼈다.30분 후.송하나는 비틀거리며 이씨 저택에 도착했다.온몸이 흠뻑 젖어 물에 빠진 생쥐 꼴이었다.가정부가 문을 열어주다가 놀라서 입이 쩍 벌어졌다.“사모님, 어쩌다 이렇게 흠뻑 젖으셨어요?”홍경자 역시 추위에 입술이 새하얗게 질린 송하나를 보고 안쓰러워 어쩔 줄 몰랐다. 그녀는 즉시 소파에 앉아 있는 이강우를 향해 언성을 높였다.“내가 분명 하나도 같이 데려오라고 했잖아! 못난 놈, 어떻게 와이프 아까운 줄 몰라?”이강우는 짙은 눈썹을 살짝 치켰다.“쟤가 내 전화 안 받았어요.”송하나는 순간 흠칫 놀랐다.이 남자가 설마 어제 그 전화를 안 받았다고 일부러 괴롭히려는 의도일까?송하나는 가정부가 건네준 수건을 받아 아직도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닦았다.“할머니, 저 괜찮아요.”홍경자는 지팡이로 이강우의 다리를 가볍게 내리쳤다.“언제까지 앉아 있기만 할래? 얼른 하나 데리고 방에 올라가서 샤워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혀!”이강우는 효심이 깊은 아이였다.그렇지 않았다면 고분고분하게 할머니의 뜻대로 송하나와 결혼하지도 않았을 터였다.그는 긴 다리를 뻗으며, 성큼성큼 계단 위로 올라갔다.한편 송하나는 행여나 홍경자에게 들킬까 봐 하는 수 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방 안.이강우는 소파에 털썩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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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송하나는 이강우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가정부가 따뜻한 생강차 한 잔을 내왔다.“사모님, 따뜻할 때 어서 드세요. 몸을 녹이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송하나는 곧바로 차를 마셨다. 순간 속이 따뜻해지고 몸도 한결 편안해졌다.식탁 위.홍경자는 그녀가 좋아하는 반찬들을 죄다 앞에 차려놓았다.“하나야, 많이 먹어. 왜 이렇게 말랐어? 내가 없는 두 달 동안 강우가 또 널 괴롭혔니?”요즘 송하나는 수술과 입원, 그리고 이혼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확실히 전보다 많이 야위었다.다만 홍경자가 걱정할까 봐 그녀는 애써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할머니. 실은 제가 요즘 다이어트 중이거든요.”“다이어트는 무슨. 너 안 뚱뚱해. 여기서 더 빼면 뼈만 남겠다!”홍경자는 이강우에게 눈짓했다.“강우야, 하나한테 반찬 좀 집어줘.”이강우는 마지못해 송하나에게 두어 젓가락의 반찬을 집어주었다.매운 소고기볶음을 바라보며 송하나는 잠시 멍해졌다.그녀는 매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하지만 이강우가 좋아했기에 억지로라도 그 맛을 받아들이려 노력했었다.아마도 자신이 너무 잘 숨겼던 탓인지 이강우는 그녀가 선호하는 입맛이나 싫어하는 음식들 전부 아는 게 없었다.예전에는 그가 덜어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맛있게 먹었다. 너무 매워서 입안이 다 타버리고 입술이 퉁퉁 부을지라도 마음만은 달콤했다.하지만 이번에는 더 이상 자신을 학대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이강우가 덜어준 반찬을 입에 대지도 않았다.저녁 식사가 끝난 후.가정부가 식탁을 치우다가 송하나의 앞접시에 남아있는 매운 소고기볶음을 보고는 살짝 놀랐다.송하나와 이강우 사이에 무언가 평소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또 괜히 자신이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일까 봐 망설였다.이강우는 서재로 들어가 업무를 처리했다.한편 홍경자는 송하나의 손을 잡고 소파에 앉았다.“하나야, 지난 몇 년 동안 마음고생 많았지?”이 주제가 나오자 홍경자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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