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대표님, 송하나 씨의 외상은 서서히 아물고 있지만, 뇌진탕으로 인한 후유증이 남아 있습니다. 낮에 무슨 자극을 받았거나 밤에 안 좋은 꿈이라도 꾼 것 같습니다. 그걸 필사적으로 떠올리려다가 이런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된 거고요.”“자극이요?”심성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정부를 불러와 단호한 어조로 물었다.“하나 낮에 무슨 일 있었어요? 자세히 생각해 봐요. 사소한 것도 빼놓지 말고요!”가정부는 그의 싸늘한 말투에 놀라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정말 아무 이상 없었습니다, 대표님. 하나 씨는 낮에 줄곧 평온하게 지내셨어요. 책 읽다가 한숨 자고 일어나서 영화도 보고 평소와 같으셨습니다. 이상한 말씀도 전혀 없으셨고요.”책을 읽고 한숨 자고 영화를 봤다고?잠깐! 영화?심성빈이 돌연 가정부를 노려봤다.“낮에 본 영화 당장 찾아내요!”가정부는 곧장 그 영화를 찾아냈다.제목과 줄거리를 확인한 순간, 심성빈의 얼굴색이 급변했다. 주변을 맴도는 기운마저 싸늘하게 변했다.액션 스릴러 영화인데 주인공의 딸이 사춘기를 맞아 아버지와 싸우고 홧김에 가출했다. 바람이라도 쐬고 싶어서 멀리 해외로 나갔다가 그만 장기 밀매단에 납치되어 심장을 적출당하고 심장병으로 위독한 현지 시장에게 이식되었다. 아버지는 딸을 위해 피의 사투를 벌이며 복수하는 내용이었다.심성빈은 그제야 의사가 말한 자극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했다.송하나가 기억을 잃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빅토르에게 납치되어 공여자로 이용되었던 트라우마가 숨어있었다.그런데 하필 이 영화의 줄거리가 그녀를 자극하여 잠재의식 속의 공포를 불러일으켰고 결국 그런 끔찍한 악몽을 꾸고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심성빈은 주먹을 불끈 쥐고 차갑게 쏘아붙였다.“지금부터 하나가 보고 겪는 모든 걸 제가 일일이 검토할 겁니다! 더 이상 납치, 폭력, 의료 관련 내용을 접하게 해서는 안 돼요. 명심하세요!”“네, 대표님. 명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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