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명의 여자들은 목소리를 낮출 생각도 없이 떠들었고 고아린은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귀와 목덜미까지 화끈해졌지만 정작 옆에 선 강도윤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태연하고 평온했다.고아린은 조심스레 강지민에게 말을 꺼내려 했다.“지민아, 언니는 잠깐 밖에서 기다릴까...”하지만 그녀의 손은 이미 강지민에게 끌려 진열대 앞으로 도착해 있었다.“언니, 이거랑, 저거랑, 다 맛있어요!”강지민은 단골 손님처럼 익숙한 손짓으로 머리를 까딱하며 말했다.“안녕하세요, 저는 까눌레 하나랑 딸기 케이크 하나, 마카롱 하나 주세요.”잠시 뒤, 아이는 옷깃을 살짝 비틀며 덧붙였다.“아니, 마카롱은 두 개요. 하나는 포장해주세요.”조금은 머쓱한 얼굴로 고개를 들고는 작게 말했다.“엄마도 좋아해서요.”고아린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아무리 투정 부려도 마음 깊은 곳에는 늘 엄마가 있는 아이였다.주문을 끝낸 강지민은 다시 고개를 들어 고아린을 바라보더니 손을 휘저으며 꽤나 당당하게 말했다.“언니는 뭐 먹고 싶어요? 다 골라도 돼요! 우리 삼촌이 계산할 거예요!”고아린은 당황했다. 강도윤이 바로 뒤에 서 있는 상황에서 뭔가 괜히 신경 쓰였다.정중하게 사양하려던 찰나, 그가 낮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고마웠어요, 아린 씨.”그 한마디에 고아린은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괜히 사양했다가 혹시 오해라도 받으면 더 복잡해질 수 있고 사람 빚지게 만드는 것 또한 실례일 터였다.하여 결국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진열장을 바라봤다.각양각색의 디저트가 나열되어 있었고 그녀는 그 풍경이 낯설게 느껴졌다.얼마 만에 보는 디저트였을까?처음에는 전지훈의 위장이 좋지 않다 보니 일부러 단 것을 줄였고 어느 날은 동료가 준 바스크 치즈케이크를 먹다 전지훈에게 들켜 ‘유치하다’는 말을 들은 뒤로는 아예 입에도 대지 않게 되었다.그러다 결국 그의 기억 속에서 고아린은 ‘단 걸 싫어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떠올리면 서늘해지는 기억이었다.진열장을 한참 바라보던 고아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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