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린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인사팀으로 내려가더니 망설임 없이 곽은우의 사무실 문 앞에 멈춰 섰다.“곽 팀장님.”문을 두드린 그녀는 곧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서류를 정리하던 곽은우는 그녀를 보는 순간 숨을 들이켰고 손에 들고 있던 서류가 ‘탁’ 하고 책상 위에 떨어졌다.“고... 고 비서님?”‘정말 그 고아린이야?! 늘 검정, 흰색, 회색 계열의 딱딱한 정장만 입지 않았었나?’곽은우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녀를 위아래로 살피며 안경을 고쳐 썼다.“이게 무슨... 일이시죠...?”고아린은 말없이 들고 있던 서류철을 그의 앞에 내밀었다.“곽 팀장님, 이거 최대한 빨리 처리해주세요.”“고 비서님, 이렇게 직접 찾아오시다니요. 전화 한 통 주시면 저희가 위로 올라갔을 텐데...”그는 이렇게 말하며 서류철을 열었다.그러나 맨 위에 적힌 굵직한 세 글자, 사직서를 보는 순간, 손이 파르르 떨렸다.“사... 사직이요...?!”곽은우의 목소리가 갑자기 몇 옥타브나 올라갔고 그 소리에 놀란 직원들이 사무실 밖에서 고개를 쑥 내밀었다.당황한 곽은우는 급히 걸어 나가 블라인드를 내리더니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고 비서님, 지금 이거 농담이시죠? 이건 제가 결재할 수 있는 건이 아닙니다.”인사팀은 회사의 모든 입, 퇴사 절차를 담당하지만 사실 고아린이 입사할 때는 곽은우가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그녀의 입사는 철저히 전지훈이 직접 챙긴 일이었다.그는 아직도 그때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5년 전, 어울리지도 않는 싼 티 나는 정장을 입고 머리를 단정히 묶은 채 갓 졸업한 신입이 대표의 직속 비서로 갑작스럽게 ‘낙하산’으로 꽂힌 날...모두가 수군거렸고 눈에 보이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저런 애가 뭘 얼마나 하냐며, 그냥 끼워 넣기 아니냐는 비웃음 속에서 고아린은 딱 1년 만에 완벽한 업무 처리 능력으로 모든 편견을 깨부쉈다.그 후 5년, 곽은우는 그녀가 어떻게 대표 옆 이인자가 되었는지를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봐왔다.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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