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의 모든 챕터: 챕터 81 - 챕터 90

100 챕터

제81화

시끌벅적하던 경기장이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모든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강시원과 배다울을 바라봤다.경기장 밖,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화면을 주시하던 서정혁은 얇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다울아, 괜찮아?”강시원이 잔뜩 긴장한 눈빛으로 배다울을 바라보자 배다울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저 괜찮아요... 이모는요?”“이모도 괜찮아.”강시원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멀리서 엄마가 배다울을 껴안고 달래는 모습을 바라본 서도훈은 맑은 눈동자가 금세 붉게 물들더니 가슴이 격렬하게 오르내렸다.그때 엄마는 자신만 저렇게 안아 줬었는데... 지금은 친아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배다울이라는 저 바보 같은 녀석을 안고 있었다.그러나 아빠를 닮아 타고난 오기가 있는 서도훈은 쉽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엄마가 배다울과 가깝게 지내고 자신을 배신했으니 본인도 더 이상 엄마가 필요 없었다.이제부터는 지민 이모만 있으면 된다.비록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지만 경기는 계속 진행되었다.시간이 꽤 지난 것을 본 강시원은 급히 심판 선생님을 찾아갔다.“선생님,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선생님도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까 두 아이가 경기장 안으로 뛰어 들어와 놀다가 실수로 농구공을 던졌어요. 우리가 쫓아 나갔을 땐 두 아이가 이미 도망가 버렸고요.”강시원은 미간을 찌푸렸다.수많은 참가자들 중에서 농구공이 왜 하필 그들의 작품을 정확히 맞춰 부숴버린 걸까?강시원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선생님, 두 아이 생김새를 보셨나요?”“음... 한 아이는 너무 빨리 도망가서 잘 못 봤고 다른 하나는 뒷모습만 봤어요. 통통한 귀여운 꼬마였는데 뒤통수 스타일이 꽤 멋지더라고요.”순간 눈빛이 차가워진 강시원은 속을 썩인 장본인이 누구인지 답이 바로 나왔다.여기까지 생각한 강시원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이건 그저 학교 내부의 작은 시합일 뿐, 큰 이익이 걸린 것도 아닌데 이 사람들은 벌써부터 비열한 수단을 쓰기 시작했다. 더욱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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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마치 제일 빠른 속도로 작동하는 기계처럼 강시원은 한 블록, 또 한 블록, 쉬지 않고 연속적으로 쌓아갔다. 손은 로봇처럼 저절로 움직여지는 것 같았다.멍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던 주변 사람들은 본인들이 뭘 해야 하는지조차 잊어버릴 정도였다.땀범벅이 된 채 쉴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강시원을 본 서정혁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이렇게까지 필사적으로 몰두하는 건 결국 임지민을 짓밟고 뛰어넘기 위해서 아니겠는가.하지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블록을 아무리 잘 쌓아도 그건 그저 아이들을 위한 놀이일 뿐이다.재능으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영원히 임지민을 따라오지 못할 것이다.타이머가 0이 되며 시합이 종료되었다.최종적으로 20팀도 채 되지 않는 팀만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서도훈과 임지민이 쌓은 블록 모형은 심사위원들의 찬사를 받으며 최고점을 받았다.거만한 표정으로 사람들의 주목과 박수를 누리던 서도훈은 구석에 있는 강시원을 경멸 섞인 눈빛으로 흘끗 보았다. 그러나 그 순간 깜짝 놀랐다...다른 참가자들의 작품들은 거의 대부분 비뚤비뚤하게 쌓여 흔들릴 듯 말 듯 했지만 강시원과 배다울의 작품은 완벽하게 그대로 있을 뿐만 아니라 규모도 서도훈이 만든 작품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2등, 강시원과 배다울 팀! 95점! 축하드립니다.”놀란 눈빛으로 강시원 쪽을 바라본 그들은 큰 소리로 감탄하더니 이내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처음에는 한두 명 정도 박수를 쳤지만 이내 경기장 전체에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이모, 1등 못 해서 아쉬워요.”배다울이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자 강시원은 두꺼운 굳은살이 박인 손가락 끝으로 녀석의 손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너 지는 거 신경 안 쓴다며?”배다울은 반짝이는 눈으로 강시원을 바라보며 말했다.“지는 거 신경 안 써요. 하지만 이모는 꼭 이기길 바랐어요. 이모 정말 너무너무 좋으신 분 같아요... 이렇게 좋은 사람은 충분히 1등 할 자격이 있죠!”강시원은 얼굴이 붉어졌다.‘녀석, 얼굴도 잘생겼는데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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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후... 너무 힘들다.”임지민이 손을 들어 얼굴에 있는 땀을 닦았다.“지민 이모, 허리 좀 잠깐 숙여봐요.”서도훈이 발끝을 들며 재촉했다.“어?”임지민이 순순히 몸을 숙이자 서도훈은 주머니에서 파란 체크무늬의 깨끗한 손수건을 꺼내 조심스러우면서도 다정하게 임지민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주었다.순간 표정이 굳은 강시원은 저도 모르게 잡고 있던 배다울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저 손수건은 강시원이 서도훈을 위해 정성껏 고른 것이었다. 손수건 왼쪽 끝에 있는 서도훈의 이름도 강시원이 직접 바느질로 하나하나 수놓은 것이었다.전에는 매일 밤 손수건을 깨끗이 빤 뒤 소독하고 말린 후 다음 날 아침에 아이의 옷 주머니에 직접 넣어주곤 했다.이 작은 손수건에는 강시원이 아들을 사랑하는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하지만 지금 도훈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 손수건을 꺼내어 임지민의 땀을 닦아주고 있었다.강시원이 임지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말이다.임지민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고마워, 도훈아. 네 손수건 더러워졌네. 이모가 가져가서 깨끗이 빤 다음 다시 돌려줄게, 괜찮지?”“괜찮아요. 더러우면 버리면 돼요.”개의치 않은 얼굴로 손수건을 홱 낚아챈 서도훈은 강시원의 눈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순간 강시원은 수많은 날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들을 위해 고생하고 애쓰던 수많은 밤...스쳐 지나가던 한 장면 한 장면, 그것들은 이제 완전히 부서져 내렸다.“이모,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어요?”강시원의 표정이 이상한 것을 본 배다울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이모는 괜찮아. 가자.”고개를 숙인 강시원은 배다울의 손을 잡고 몸을 돌렸다.그들의 뒷모습을 흘깃 본 서도훈은 경멸 가득한 얼굴로 코웃음을 쳤다.임지민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도훈아, 네 엄마랑 저 아이 정말 친하네. 네 동생인 줄 알았어.”“뭐라고요! 배다울 그 바보가 내 동생 같다고요? 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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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서유정은 악의에 찬 미소를 지으며 눈썹을 치켜올렸다.“흥, 그래. 생각보다 꽤 잘하네. 어떻게든 괴롭혀 봐. 바닥에 완전히 뭉개버려! 다시는 얼굴 못 들게!”한편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로 자리를 뜬 임지민은 문을 꼭 닫은 후 가방에서 작은 약병을 꺼내 약 한 알을 꺼낸 뒤 입에 넣고 삼켰다.그러고는 거울 속 점점 창백해지는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싸늘한 웃음을 터뜨렸다.“이딴 쓰레기 같은 대회가 뭐가 중요하다가.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정혁 오빠의 마음이야.”...곧 모든 준비가 끝난 후 마지막 라운드가 시작되었다.출발선 위에 선 서도훈은 배다울과 딱 붙어 있었다. 두 사람 발아래에는 각각 문제 판이 놓여 있었다.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앞을 응시하고 있는 배다울은 두 손은 꽉 움켜쥐었다.태어나서 처음으로 승부욕을 느낀 배다울은 정말로 1등을 하고 싶었다.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강시원을 위해서.“흥, 바보 같은 녀석.”서도훈은 배다울을 흘겨보며 비웃었다.“나 바보 아니야.”서도훈의 도발에 평소 소심하고 나약해 보이던 배다울은 턱을 살짝 치켜들더니 허리를 곧게 펴며 대답했다.“그리고 우리 아빠가 얘기했어. 다른 사람을 바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사실은 본인이 가장 바보라고.”“뭐라고!”서도훈은 이를 악물었다.“바보가 아니면 저기 서 있는 저 여자랑 무슨 관계인지 모를 리가 없잖아!”배다울은 멍해졌다.“나와 같이 있는 저 여자는 우리 엄마야!”눈에 분노가 치민 서도훈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넌 엄마 없어? 왜 남의 엄마를 차지하려고 해! 얼굴에 철판 깔았냐?”‘그러니까... 이모가 서도훈의 엄마였던 거야? 그래서 서도훈이 다른 여자와 가까이 있는 걸 볼 때마다 낙담하는 표정을 지은 거였구나.’“경고하는데 앞으로 우리 엄마 곁에서 떨어져! 그렇지 않으면 이 학교에서 오래 못 버틸 거야!”서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을 내뿜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그야말로 다섯 살짜리가 아니라 완전히 ‘서정혁’이 따로 없었다.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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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그러나 서도훈은 여유롭게 문제를 풀며 물 흐르듯 문제를 척척 써 내려갔다.서정혁도 아들의 활약에 만족한 듯 눈빛이 반짝였다.“와! 배다울도 저렇게 술술 풀다니, 정말 놀랍네!”교장이 감탄을 금치 못하자 서정혁도 다가가 자세히 바라봤다. 아니나 다를까 배다울이 서도훈에게도 전혀 뒤지지 않는 놀라운 속도로 문제를 풀고 있었다.“그뿐만 아니라 배다울 군 글씨도 정갈하고 단정해서 눈이 호강하는 것 같네요!”다른 지도자들도 연이어 칭찬하자 서정혁의 얼굴이 다시 어두워졌다.서도훈은 글씨만 보면 배다울에게 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서예를 매우 좋아하는 서근호는 어릴 적부터 서정혁에게 붓글씨 연습을 시켰다. 그 덕에 서정혁도 글씨를 아주 잘 썼다. 하지만 서도훈이 태어난 후 서정혁은 회사 일로 아이를 제대로 가르칠 시간이 없었다. 더군다나 할머니의 과잉보호로 마음이 들뜬 서도훈은 서예 연습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순간 서정혁의 눈빛에 약간 짜증의 기색이 스쳤다.결국 이것도 강시원이 엄마로서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탓이다.아이 글씨조차 제대로 가르칠 줄 모르는 여자가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늘 서정혁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고 지민이보다 뛰어난 여자로 인정받고 싶어 하며 높이 평가해 주길 바랐다.하지만 정작 한 게 뭐가 있는가? 아무것도 없는데 칭찬받을 자격이 있겠는가?한편 경기는 치열하게 진행 중이었다.거의 동시에 문제를 푼 서도훈과 배다울은 문제 판을 안고 힘껏 앞으로 달려 나갔다.관중석에서 뜨거운 함성이 터져 나왔다.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배다울을 바라본 강시원은 왠지 모르게 심장 박동이 빨라졌고 눈시울도 점점 뜨거워졌다.“다울아! 힘내!”강시원이 배다울을 향해 소리쳤다.이를 악물고 달리던 배다울은 달리자마자 가슴 한가운데 심한 통증이 밀려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다울아!”배다울의 모습에 강시원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 순간만큼은 마치 자신의 아들이 바닥에 쓰러진 것 같았다.그와 동시에 여러 아이들이 배다울의 곁을 지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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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서유정이 스스로에게 만족하며 흐뭇해하고 있을 때 경기장 전체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와우! 배다울 엄마 대단해요!”“그러게요! 저렇게 어려운 문제를 생각도 안 하고 바로 답을 맞혔어요! 로봇이 따로 없네요!”“얼굴도 예쁘고 머리도 이렇게 똑똑하다니. 배다울 아빠는 정말 복 받았네요. 정말 훌륭한 아내를 뒀네요!”대형 스크린에는 강시원이 마치 신처럼 문제를 풀고 있는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빠른 손놀림으로 아주 정확하게 한 단계 한 단계 논리적으로 풀어나갔다. 너무 정확해서 표준 답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이모! 최고!”배다울은 아픈 것도 잊은 채 껑충 뛰며 강시원에게 박수를 쳤다.멀리 떨어진 곳에 서서 스크린 화면 속 엄마의 여유롭고 아름다운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던 서도훈은 사람들의 말에 가슴 한구석이 쿡쿡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분명 자기 엄마인데 사람들이 배다울의 엄마라고 말하자 자기 물건을 남에게 빼앗긴 기분이 들었다.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 강시원과의 관계를 인정할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지민 이모가 얼마나 난처해하겠는가?이모는 자신에게 얼마나 잘해주는데, 절대 이모를 배신할 수 없었다.경기장 밖.강시원이 문제를 매끄럽게 풀어나가는 것을 본 서정혁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어두운 눈동자로 미간을 찌푸린 채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옆에 있던 한수현도 참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칭찬했다.“대표님, 오늘 사모님 활약이 정말 눈부시네요! 정말 대박이에요... 대박!”서정혁은 싸늘한 눈빛으로 한수현을 흘끗 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문제는 수학 선생님이 와도 고민하며 풀어야 할 문제 같은데 사모님은 본인이 문제를 직접 낸 것처럼 척척 풀고 있네요...”“그게 뭐가 어렵다고?”비웃듯 코웃음을 친 서정혁은 의자에 등을 기대며 말을 이었다.“강시원은 경시 대학교 석사 졸업생이야. 이 정도도 못 하면 그동안 공부한 게 헛수고잖아.”한수현은 입술을 삐죽이며 속으로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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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마치 오늘 처음으로 강시원이라는 여자를 만난 것 같았다.강시원은 한 명, 두 명, 세 명을 차례로 따라잡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임지민을 따라잡기 직전이던 찰나 임지민이 ‘아악!’ 하고 비명을 질렀다.그러고는 비틀거리며 넘어지더니 연약한 몸이 구르며 잔디밭 옆의 울타리에 세게 부딪혔다.하지만 강시원은 임지민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은 채 목표를 향해 전력을 다해 달려갔다.“안 돼! 지민 이모!”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아플지 느껴지는 광경에 서도훈은 땀을 뻘뻘 흘렸다.임지민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본 서정혁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성큼성큼 걸어 나가며 낮은 목소리로 지시했다.“빨리 구급차 불러, 병원과 연락해서 제일 실력 있는 의사를 불러 임지민 치료하도록 해!”“알겠습니다. 대표님.”어쩔 수 없었던 한수현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그와 동시에 강시원이 가장 먼저 결승선을 뚫고 지나갔다.리본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는 순간, 찬란한 햇빛 아래 그녀의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방울 하나하나가 마치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였다....“축하합니다. 강시원 씨와 배다울 군, 이번 활동 대회 우승을 차지하셨습니다.”결승선에서 기다리고 있던 선생님이 강시원에게 꽃다발을 건네자 배다울이 절뚝이며 달려와 강시원을 끌어안았다.“이모! 우리가 이겼어요! 우리가 이겼어요!”“응, 우리가 이겼어.”강시원은 숨을 헐떡이며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이내 몸이 휘청하더니 아랫배에서 강한 통증이 밀려왔다.사실 강시원의 현재 몸 상태로는 격렬한 운동을 해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몸에 매우 안 좋았다.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누구에게나 승부욕이 있지 않은가?항상 규칙을 지키며 조심스럽게 살아왔으니 가끔 한 번 정도는 제멋대로 해보고 싶었다.“이모! 조금만 버텨요. 우리 아빠가 곧 올 거예요!”그때 서도훈의 맑은 목소리가 강시원의 귀를 뚫고 들어왔다.그 순간...전교생과 교직원들의 시선 속에서 서정혁이 주위를 둘러보지도 않은 채 임지민 곁으로 달려가 무릎을 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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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구급차는 이미 떠났고 현장에 남아 있던 서정혁과 서도훈은 일제히 강시원을 바라보았다.분명 강시원에게 누명을 씌우는 것이었지만 강시원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아빠, 정말 엄마가 한 거야? 엄마가 이기려고 이모한테 그렇게 한 거야? 이모 몸 상태가 안 좋다는 걸 분명히 알면서.”서도훈이 강시원을 노려보며 말했다.서정혁은 어두운 눈빛으로 강시원을 쳐다보았다.“강시원, 왜 말이 없어? 너 얼마 전까지 말만 잘했잖아?”서유정은 경멸 섞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 말 맞았지? 네 추악한 얼굴이 드디어 드러나니까 말 못 하는 거지?”강시원은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없어서 욕을 잘 못해. 그래서 할 말이 없네.”“하... 고상한 척하지 마. 방금 네가 달려갔을 때 지민이가 넘어졌잖아. 기가 막힌 우연의 일치 아니야? 너 때문에 지민이가 넘어진 게 아니면 누구 때문이겠어!”강시원은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서유정 씨, 그 입 좀 다물래? 개가 너무 시끄럽네.”“너...!”화가 난 서유정은 폭발할 것 같았다.“엄마!”서도훈이 진지한 표정으로 강시원 앞으로 다가가며 한마디 했다.“이모가 넘어진 거, 정말 엄마랑 상관없어요?”침묵 속에서 서도훈을 노려보던 강시원은 문득 옛말 한 마디가 생각났다.‘의심이 생기기 시작하면 죄명은 이미 성립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엄마, 배다울이 이기길 그렇게까지 바랐어요?”서도훈은 당장이라도 분노에 불타오를 것 같은 눈빛으로 강시원에게 말했다. 목소리에는 원망이 가득 섞여 있었다.“남의 아이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애쓰면서 왜 나한테는 무관심해요? 지민 이모는 몸이 안 좋은데도 나를 위해서 온 힘을 다했어요. 그런데 엄마는? 언제 한 번 나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한 적 있어요? 엄마, 미안하지도 않아요? 너무 실망이에요!”순간 온몸이 굳은 강시원은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 들었다. 심장으로 흐르던 피마저 차갑게 식어 온몸이 그대로 얼어붙을 것 같았다.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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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선생님이 붕대를 감아 주셔서 괜찮아요.”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낸 배다울은 고개를 바짝 쳐들고 서정혁에게 말했다.“그쪽이 서도훈 아빠예요?”서정혁이 녀석을 흘겨보며 말했다.“응.”“아저씨 안녕하세요. 여기 영상이 있으니 한 번 보세요. 다른 학부모 휴대폰에서 가져온 거예요. 다른 각도에서 찍힌 장면인데 똑똑히 보이실 거예요. 이모는 그 이모를 걸려 넘어뜨린 게 아니라 그 이모가 스스로 넘어진 거예요.”키 크고 당당한 남자 앞에서 배다울은 아주 용기 있게 강시원을 변호했다.그러자 서도훈이 바로 다가가 휴대폰을 받았다.아니나 다를까 영상 속에는 임지민이 넘어지는 전 과정이 똑똑히 찍혀 있었다. 강시원은 당연히 임지민의 머리카락 한 오라기도 건드린 흔적이 없었다.잘생긴 얼굴이 얼음장같이 차가워진 서정혁은 고개를 들어 멍해 있는 서유정의 얼굴을 노려보았다.두 눈이 휘둥그레진 서도훈은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강시원을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서도훈, 네 엄마는 무고해. 그러니 네 엄마에게 사과해.”진지한 표정으로 서도훈을 바라보는 배다울의 모습에 강시원은 목이 메는 듯했다.“다울아...”“흥!”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서도훈은 도저히 사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밝은 눈을 깜빡이던 배다울은 다시 진지한 눈빛으로 서유정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여기 이쪽 이모. 우리 이모에게 사과하세요.”“하! 나더러 사과하라고? 어린애가 농담도 잘하네!”당장이라도 눈이 뒤집힐 것 같은 서유정은 이 녀석의 머리를 후려치고 싶은 심정이었다.배다울은 침착하게 또 다른 영상을 클릭해 서유정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이건 그쪽 아들 서한성이 게임 중에 우리를 방해한 영상이에요. 두 번째 경기 때 서한성이 밖에서 농구공을 가져와 이모가 만든 작품을 부쉈어요!”깜짝 놀란 서유정은 두 눈을 부릅떴다. 화가 나서 얼굴까지 시뻘게진 그녀는 휴대폰을 빼앗으려고 손을 뻗었다.눈치가 빠른 강시원이 즉시 배다울을 몸 뒤로 끌어당겨 보호했다.서유정은 이빨까지 드러내며 사납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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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저녁 무렵, 하교 시간이 되었다.주변은 시끌벅적하고 북적였지만 배다울은 작은 가방을 멘 채 받은 상장을 안고 홀로 조용히 걸어가고 있었다.“도련님!”“아저씨!”배다울은 반갑게 달려가 남자의 큰 손을 잡았다.“도련님의 빛나는 활약, 대표님께서 다 아셨어요. 길에서도 계속 칭찬만 하시더라고요.”황근우는 몸을 숙이며 살짝 속삭였다.“하지만 나한테는 도련님께 말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혹시라도 자만할까 봐.”배다울은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사실... 저 별로 한 거 없어요. 시원 이모가 아니었으면 이 상도 못 받았을 거예요.”“하지만 대표님이 도련님을 혼내기도 하셨어요.”황근우는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도련님 심장 상태가 겨우 안정되었는데 그렇게 격렬한 운동은 하면 안 돼요. 다음에 또다시 말을 안 들으면 대표님이 엉덩이를 때릴 거래요. 그러면 저도 도와줄 수 없어요.”배다울은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다음에는 안 그럴게요.”큰 어른과 작은 아이가 바람에 흔들리며 나뭇잎 스치는 소리가 나는 울창한 나무 그늘 아래로 천천히 걸어갔다.학교 정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검은색 미니밴이 길가에 주차되어 있었다.차 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황금 비율의 긴 다리가 드러나면서 주름 하나 없는 검은 정장 바지가 보였다.“아빠!”배다울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를 불렀다.차 문이 완전히 열리자 남자가 얇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배다울을 향해 큰 손을 내밀었다.배기훈은 복숭앗빛 눈동자를 반짝이며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다울아, 아빠 안 보고 싶었어?”“아빠! 다울이는 아빠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뛰어올라 남자의 품에 안긴 녀석은 배기훈의 단단한 가슴에 머리를 비볐다.그러자 옆에서 애틋한 장면을 보고 있던 황근우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아버지라고 불러 봐...”남자가 말끝을 길게 늘어뜨리며 오히려 애교를 부리자 배다울이 고집을 부렸다.“으응... 아버지는 너무 이상해요. 전 그냥 아빠라고 부르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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