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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지독한 열병: Chapter 21 - Chapter 30

30 Chapters

제21화

안유주는 그 말을 듣고 서둘러 눈물을 닦은 뒤 웃는 얼굴로 서하민을 바라봤다.“선생님.”서하민도 웃어 보였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고 전여훈은 천천히 소외되었다. 결국 전여훈은 불만스레 말했다.“선생님, 유주 오니까 저는 안중에도 없으시네요.”그러나 사실 그는 안유주와 서하민이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 진심으로 기뻤다.서하민은 웃으면서 그를 바라보았다.“섭섭해도 좀 참아.”병실 안에서 유쾌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참 뒤 서하민이 갑자기 물었다.“유주야, 너 일 시작하고 싶니?”안유주는 당황했다.‘일이라.’안유주는 문득 로펌에서 일했었던 때를 떠올렸다. 비록 가끔은 너무 바빠 밥 한 끼 챙겨 먹기 힘들었지만 너무도 보람차고 즐거운 나날들이었다.집에서 아이를 챙기고 집안일을 하는 전업주부가 되는 것보다는 몇백 배 더 나았다. 사랑이 없다면 그건 지옥과도 같은 삶이었으니 말이다.서하민은 그 점을 보아내고 말했다.“여훈이도 파트너인 네가 없으니까 효율이 많이 떨어지더라고. 돌아와서 여훈이를 도와주겠니?”서하민이 먼저 안유주를 초대했다. 감동한 안유주는 눈물을 머금은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 내일 회사에 면접이 있으니까 그때 면접 한 번 봐. 그냥 형식적인 거니까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어.”전여훈이 서하민을 위해 귤을 까줬다.안유주는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 선배.”“고맙긴.”전여훈은 귤을 먹었다. 너무 셨다.안유주는 싱긋 웃은 뒤 세면대로 가서 과일을 씻었다.안유주가 병실을 나서자마자 사람 두 명이 복도 끝 쪽에서부터 걸어왔다.권지율은 긴장한 얼굴로 최민찬의 팔짱을 꼈다.“작은아빠, 저 너무 긴장돼요. 서 선생님이 정말 동의하실까요?”최민찬도 확신할 수 없었다. 서하민은 성격이 괴팍하기로 유명했기 때문이다.“넌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서 선생님의 추천서가 있어야 해외 유학할 자격을 얻을 수 있어.”그 말에 권지율은 풀이 죽었다.“알겠어요.”최민찬은 다정하게 권지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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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안유주는 멍한 상태로 집에 돌아왔다. 그녀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안유주는 집에 어떻게 돌아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녀는 소파에 앉아 계속해 멍을 때렸다.해외연수를 떠나려고 했는데 취소되었다니. 강은규가 한 짓일까?안유주는 충동적으로 강은규에게 연락했다가 바로 끊어버렸다.예전에 안유주는 절대 먼저 강은규에게 연락하지 않겠다고, 그를 먼저 찾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안유주는 피곤했다. 다행히 오늘 선생님과의 관계가 조금 회복되었고 그건 기쁜 일이었다.안유주는 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위층으로 올라가서 침대에 누워 엄마의 사진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고자 했다.예전에 안유주는 늘 목걸이를 지니고 다녔었는데 오늘 아침에는 깜빡하고 챙기지 못했다.안유주는 어제 베개 밑에 목걸이를 뒀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베개를 들었는데 목걸이가 보이지 않았다.안유주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황급히 조명을 켰고 그 순간 실내가 환해졌다.아침에 외출할 때 분명히 방문을 잠갔으니 아무도 들어오지 못했을 것이다.‘혹시...’안유주는 뭔가를 떠올리고는 눈빛이 싸늘해졌다.‘권지율.’최민찬이 권지율에게 모든 방의 열쇠를 주어서 권지율은 들어가고 싶은 방에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안유주는 감정이 격해져 가슴팍이 심하게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녀는 방에서 뛰쳐나와 날카로운 눈빛으로 지나가던 가사도우미에게 물었다.“내 방에 누가 들어왔었어요?”가사도우미는 깜짝 놀랐다.“아, 아니요. 저는 못 봤어요.”“못 봤다고요?”안유주는 매우 흥분했다. 뭔가 극단적인 일이라도 할 듯이 말이다.“잘 생각해 봐요.”가사도우미는 그녀의 눈빛에 겁을 먹고 더듬대며 말했다.“그... 아가씨께서 들어가시는 걸 보긴 했어요... 그리고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나오셨어요...”안유주는 충격을 받고 순간 숨이 가빠졌다. 그녀가 제일 원하지 않았던 일이 발생하고야 말았다.“아진이가 방에서 나왔을 때 손에 뭔가를 들고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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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권지율은 안색이 확 바뀌며 안유주를 막으려고 했다.“작은엄마,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미쳤어요? 아진이는 작은엄마 딸이에요. 어떻게 자기 딸한테 그래요?”최아진은 방 안에서 울면서 말했다.“엄마는 진짜 나쁜 엄마예요! 앞으로 엄마랑 두 번 다시 말 안 할 거예요! 빨리 내보내 줘요!”안유주는 오늘 단단히 마음먹었다. 예전에는 최아진이 권지율과 친하게 지내도 못 본척하고 참아왔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었다. 최아진이 권지율에게 잘 보이겠다고 그녀의 물건을 훔쳤으니 말이다.안유주는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라 진정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싸늘한 눈빛으로 권지율을 바라보았는데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어서 그 모습이 굉장히 기괴해 보였다.“다시 한번 말할게. 내 물건 가져와.”권지율은 안유주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안유주는 최아진이 화를 내는 걸 매우 두려워했고 그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천박한 아줌마 따위가 감히 우리 엄마의 자리를 대신하려고 해? 꿈 깨라지!’권지율은 웃으면서 주위를 둘러봤다.“작은엄마 거요? 여기 작은엄마 물건이 어디 있어요?”권지율은 거만했다. 안유주가 자신에게 아무 짓도 못 할 거라는 걸 확신하듯 말이다.그리고 권지율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 별장의 것들은 모두 최민찬의 것이었다. 심지어 안유주조차도 말이다.최민찬은 권지율에게 이 집 안에 있는 것들 중 그녀가 원하는 건 뭐든 주겠다고 했다.안유주는 참지 않았다. 그녀는 손을 들어 권지율의 뺨을 때리려고 했다. 안유주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눈에서는 웃음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그런데 권지율의 뺨을 정말로 때리기도 전에 밖에서 누군가 뛰어 들어왔고, 이내 차가우면서도 낮은 목소리가 안유주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안유주, 그만해!”최민찬의 마디마디 분명한 큰 손이 안유주의 손목을 꽉 잡았다. 힘이 얼마나 센지 손목이 부러질 뻔했다.극심한 통증에 안유주의 안색이 달라졌다.최민찬은 안유주의 손목을 뿌리치며 그녀를 차갑게 노려본 뒤 걱정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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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안유주가 기억하기로 그녀는 그와 조금 가까워진 뒤로 그 목걸이를 최민찬에게 보여준 적이 있었다.당시 안유주는 두 사람이 충분히 가까워졌다고 생각해 그에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었다.그날 밤, 발코니에서 두 사람은 의자에 앉아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바라보았다.안유주는 그때 눈물을 흘렸고 최민찬은 직접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그녀를 위로했다.안유주는 최민찬과 평생을 함께할 거라고 마음먹고 목걸이를 꺼내서 그에게 보여줬다.당시 최민찬이 말했다.“앞으로 속상한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내가 최선을 다해 해결해 줄 테니까.”그러나 이제 최민찬은 안유주의 목걸이가 사라져도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권지율을 대신하여 그녀에게 사과하며 권지율을 두둔했다.다른 것이었다면 신경 쓰지 않았을 테지만 이 목걸이만큼은 절대 그럴 수 없었다.안유주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민찬 씨, 그게 나한테 얼마나 중요한 물건인지 민찬 씨는 알고 있지?”최민찬은 미안한 마음에 안유주의 눈을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유주야, 이미 벌어진 일이야. 그러니까 그냥 넘어가자. 따져봤자 너한테도 지율이한테도 안 좋아. 그리고 지율이는 아직 애잖아. 덤벙대는 것도 당연하지.”고개를 든 최민찬은 차가운 눈빛으로 안유주를 바라봤다.“그 목걸이 너한테 엄청 소중한 거라고 했었잖아. 그런데 왜 몸에 지니고 다니지 않았어?”안유주는 흠칫했다.그녀는 최민찬이 갑자기 피해자인 자신을 탓할 줄은 몰랐다.안유주는 입꼬리를 내리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민찬 씨, 여기 우리 집이잖아. 내가 나한테 소중한 물건을 집에 두고 나간 게 잘못이야?”최민찬은 할 말이 없었다.그는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그래서 어떻게 해결하고 싶은데? 과정은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결과지.”안유주는 차갑게 웃었다.최민찬은 본인이 잘못했다는 걸 알고 화제를 돌렸다.안유주가 말했다.“권지율은 다른 사람 물건에 손을 대는 걸 좋아하는 것 같던데 여기 말고 다른 곳에서 지내게 하는 건 어때? 우리가 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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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최민찬은 안유주의 글썽이는 눈을 보자 왠지 모르게 목이 타들어 갔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안유주를 번쩍 안아서 위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다.한동안 안유주와 관계를 갖지 못해 그는 조금 안달이 나 있었다.그런데 몸을 돌리자마자 권지율이 눈물을 머금은 채 입술을 깨물며 계단 앞에 서 있는 게 보였다.최민찬은 뭔가 켕기기라도 한 건지 흠칫하며 안유주를 내려놓았다.권지율은 그를 지긋이 바라보다가 울면서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았다.최민찬은 미간을 찌푸리며 주먹을 쥐었고 안유주는 다정하게 말했다.“가서 달래 줘.”최민찬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안유주를 바라보았다.안유주의 눈빛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화가 난 기색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처음에 최민찬은 안유주가 일부러 그런 말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표정을 천천히 살펴보고 난 뒤에야 그녀가 진심으로 그가 권지율을 달래주길 바란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이 정도로 마음 넓은 여자가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최민찬은 자기도 모르게 감탄했다.‘날 이렇게나 많이 사랑하는 거야?’최민찬은 휴대폰을 꺼내 또 안유주에게 10억을 입금했다.안유주는 더 기뻤다.최민찬은 안유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착하지. 조금만 기다려.”말을 마친 뒤에는 성큼성큼 위층으로 올라갔다.안유주는 싸늘한 눈빛으로 최민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기다리라고?’그럴 일은 평생 없을 것이다.갑자기 20억을 얻게 된 안유주는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목걸이도 되찾았고 엄마 사진도 찾았으니 사람을 찾아 복원시키기만 하면 되었다.그러나 많은 곳을 알아봤지만 그런 기술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처음의 희열도 서서히 사라졌다.안유주는 심란한 마음으로 길가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사람들은 돈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떤 것들은 돈으로도 회복되지 않았다.안유주가 한숨을 쉬며 일어나려는데 누군가 그녀에게 DM을 보냈다.[복원하고 싶은 물건이 있으신 건가요?]안유주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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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안유주는 당분간 목걸이를 복원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걸 포기하려고 했다. 지금 그녀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다음 날, 안유주는 로펌에 면접을 보러 갔고 전여훈은 전화를 받고 유쾌한 말투로 말했다.“난 너 오늘 안 오는 줄 알았어.”안유주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저도 빨리 돌아가고 싶었는데 갑자기 일이 좀 생겨서요.”전여훈은 그 말을 듣고 흠칫했다.“해결했어?”안유주가 말했다.“아니요. 하지만 급하지 않아요. 언젠가는 해결될 거예요.”안유주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을 믿었다. 권지율이 그녀의 것을 망가뜨린 대가로 최민찬은 그녀에게 20억을 주었다.지금 안유주에게는 돈이 필요했기에 손해는 아니었다.안유주는 하늘에 계시는 엄마도 자신을 용서해 줄 거라고 믿었다.그녀의 엄마는 그녀가 잘 지낼 수 있기를 바랄 테니 말이다.전여훈은 조금 걱정되었다.“정말 괜찮은 거 맞아? 내가 안 도와줘도 되겠어?”안유주는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저 다 도착했으니까 금방 올라갈게요. 오늘 면접 보는 사람들 많아요?”그 말에 전여훈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오늘 면접 보러 온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들의 로펌은 교진시에서 가장 권위 있는 로펌이었고 패배한 적이 거의 없었다. 특히 안유주가 있을 때는 그 명성이 하늘을 찔렀다.그래서 그들의 로펌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러나 그들 중 대부분이 그들의 요구에 부합되지 않았고 경험이 부족한 이들도 수두룩했다.전여훈은 한숨을 쉬었다.“왜 다들 이력서를 넣기 전에 채용 공지에 쓰인 자격 요건을 확인하지 않는 걸까?”안유주는 웃었다.“사람들은 원래 위로 올라가고 싶어 하니까요. 다들 자기가 남들보다는 잘났다고 생각하는 거죠. 경험이 없다고 해도 면접을 보게 되면 자신이 채용될 거라는 자신이 있을 거예요. 자신감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니까 한 번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예요.”전여훈는 안유주의 말에 흔들렸다.“휴, 알겠어. 얼른 올라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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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주예은은 차갑게 코웃음을 치더니 팔짱을 끼면서 오만한 표정으로 안유주를 바라보았다.“당신이 뭔데 나한테 명령하는 거예요?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알아요?”안유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그쪽 아빠가 누군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그런데 누가 그쪽 아빠를 관리할 수 있는지는 알아요.”안유주는 말을 마친 뒤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다.주예은이 안유주의 휴대폰을 빼앗아 바닥에 던졌다.“미쳤어요? 사진 한 장 찍은 것뿐인데 일을 그렇게 키워야겠어요?”주예은은 빈정대며 말했다.“왜요? 내가 인터넷에 당신 사진을 올리면 인맥을 이용해 면접 보러 왔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들키게 될까 봐 걱정돼요?”안유주는 압박감 넘치는 눈빛으로 주예은을 바라봤다. 안유주는 여전히 미소 짓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동자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주예은 씨, 주예은 씨는 방금 한 말로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어요.”주예은의 눈동자가 잠깐 흔들렸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거만하게 말했다.“그딴 말 하지 말아요. 가정주부인 당신이 무슨 능력으로 여기 면접을 보러 와요? 그렇게 자신 있으면 이력서라도 꺼내보든가요. 당신 경력이 여기 있는 사람들보다 더 뛰어날 거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안유주는 오늘 급히 나오느라 이력서를 챙기지 못했다. 게다가 면접을 보는 것도 형식적인 거라 이력서를 챙길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안유주는 이런 일이 생길 거라는 것도 예상치 못했다.안유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차분하게 말했다.“내 이력서를 보고 싶다고요? 혹시 내 경력을 표절하려고 하는 건 아니에요?”주예은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누가 당신 경력을 표절한다고. 당신이 무슨 경력이 있어요? 뭐, 밥 짓는 경력도 경력이라고 치나요?”그녀가 말을 마치자마자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안유주는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그들과 논쟁을 벌일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다.“우선 주예은 씨는 내 허락도 없이 내 사진을 찍어서 초상권을 침해했으니 내게는 사진을 삭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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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그러나 이내 주예은은 안유주가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했다.전업주부인 안유주가 문채리처럼 대단한 사람을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냥 큰소리치는 것일 테다.안유주가 이곳에서 일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가 갈 테니 문채리는 절대 안유주를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안유주는 너무 뻔뻔했다. 거짓말이 들통날까 봐 걱정되지도 않는 걸까? 역시 뻔뻔한 사람은 천하무적이었다.주예은은 안유주가 주제 파악을 못 한다고 생각하며 그녀를 경멸했다.“허풍 떨지 말아요. 안유주 씨가 가정주부인 거 여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매일 가족들 보살피느라 바쁠 텐데 문채리 씨를 어떻게 알겠어요? 게다가 문채리 씨한테 전화하겠다고요? 참나, 어이가 없어서.”주예은의 말에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우습네요. 가정주부면 얌전히 집에나 있지 이런 곳은 왜 왔대요? 무슨 자격이 있다고.”“만약 내 아내였다면 바로 뺨을 때렸을 거예요. 집에서 아이나 챙길 것이지 이런 곳에 와서 큰소리나 치다니 정말 집안 망신이네요.”“하마터면 믿을 뻔했어요. 오늘 이곳에 온 걸 보면 남편 몰래 바람을 피운 걸 텐데 돌아가면 아마 남편한테 된통 혼나겠죠.”주예은은 그런 말들을 들으며 우쭐해했다. 역시 아무도 안유주의 말을 믿지 않았다.안유주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 사람들의 말은 그녀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그리고 계속 그들을 상대할 생각도 없었기에 곧장 문채리에게 연락했다.잠시 뒤 문채리가 전화를 받았고 이내 여자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주 씨, 벌써 도착한 거야? 미안해. 방금 회의하고 있었거든. 여훈 씨 얘기 들어 보니까 돌아올 생각이라면서? 진짜 너무 기쁘네. 예전에 유주 씨랑 여훈 씨 우리 로펌에서 전설 같은 존재였잖아. 어떤 문제든 두 사람이 나서면 순조롭게 해결돼서 말이야.”안유주가 일을 그만두고 주부가 되겠다고 했을 때 로펌에 큰 파문이 일었었다. 문채리 등 사람들은 그녀를 극구 뜯어말렸으나 그럼에도 사랑에 눈먼 안유주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그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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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주예은은 그녀가 바로 문채리임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그런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문채리가 틀림없을 것이다.설마 권지율이 최민찬에게 부탁해 문채리가 직접 그녀를 맞이하러 온 것일까?그런 생각이 들자 주예은은 우쭐해졌다. 그러면서 역시 안유주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생각하며 미소 띤 얼굴로 문채리에게 다가갔다.“문채리 씨, 저를 데리러 직접 내려오실 필요는 없는데...”그러나 문채리는 주예은을 지나쳐 안유주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다들 멈춰요.”문채리가 호통을 치면서 싸늘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둘러봤다. 그들은 이내 우뚝 멈춰 섰고 경호원들이 그들을 제압해서 옆으로 치웠다.주예은은 넋이 나갔다.문채리는 안유주에게 다가가더니 근엄한 표정이 아닌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녀는 안유주의 손을 잡고 말했다.“유주 씨, 드디어 왔네. 나 유주 씨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그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얼이 빠졌다.대체 어떻게 된 걸까?문채리는 주예은을 맞이하러 내려온 게 아니었던 걸까?문채리는 정말로 이력서조차 내놓지 못하는 안유주와 아는 사이인 듯했다.주예은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가가서 말했다.“문채리 씨, 혹시 사람을 잘못 보신 것 아닌가요? 제가 주예은인데요.”문채리의 얼굴에 언짢음이 스쳤다.“주예은? 그게 누구죠?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인데요. 제가 누구를 맞이하러 나왔든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죠?”주예은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안유주는 주예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웃으면서 문채리에게 말했다.“데리러 와줘서 고마워요.”문채리는 안유주가 돌아왔다는 사실에 매우 기뻐하며 그녀를 아주 화려한 방식으로 환영하고 싶었으나 안유주가 요란스러운 것을 싫어해 그러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면접을 보러 온 사람들이 안유주를 괴롭힌 듯했다. 그래서 문채리는 당당하게 말했다.“유주 씨는 내가 직접 모셔 온 엘리트 변호사예요. 유주 씨에게 무례하게 구는 건 내게 무례하게 구는 것과 다름없죠. 우리 세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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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문채리는 안유주가 돌아와서 매우 기뻤다.그녀는 사무실에서 안유주를 위해 차를 따랐다.“마셔 봐. 며칠 전에 우리 고객님이 가져다주신 거야. 유주 씨 예전에 차 마시는 거 좋아했잖아.”안유주는 자신이 좋아하는 걸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그동안 안유주는 시댁 식구들을 돌보는데 온 신경을 쏟아붓느라 정작 본인은 옷 한 벌, 화장품 하나 사본 적이 없었다.최민찬은 안유주를 아끼지 않았다. 그저 일상에서 남편으로서 적당히 챙겨줄 뿐이었고 그마저도 사실은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그런 것들을 사준 적이 없었다.안유주는 사려 깊은 사람이라 그동안 가족들을 잘 돌봤다.누구든 안유주를 봤다면 그녀를 현모양처라고 칭찬했을 것이다.다들 안유주를 자랑할 거리로만 생각했지 그녀를 독립적인 개체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예전에 안유주는 그런 삶이 싫지 않았다. 인생이란 게 사실은 별것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심지어 최민찬과 평생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었다.그러나 최민찬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고, 모든 것은 그저 체면을 챙기기 위함이었다.만약 언젠가 최민찬이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충격적이고 공포스러운 일이었다.안유주는 차를 받으며 말했다.“너무 감사해요. 제가 알아서 마시면 되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문채리가 안유주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안유주가 그녀를 구해준 적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안유주가 재능 넘치는 세원의 엘리트로서 백전백승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내가 그동안 유주 씨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몰라. 이렇게 돌아와 줘서 고마워.”뭔가를 떠올린 문채리가 물었다.“그런데 일 시작하면 남편이랑 아이는 어쩌려고?”안유주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사실 저 이혼하려고요.”순조롭게 이혼하지 못한다면 그녀는 직접 자신의 이혼 소송을 준비해야 할지도 몰랐다.문채리의 안색이 달라졌다. 그녀는 절대 말을 돌려 하지 않는 직설적인 성격이었고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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