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뭐라고 해명하려고 입을 떼기 전에 차시헌이 먼저 말을 잘랐다.“죄책감 같은 소리는 하지도 마. 그렇게 오래 나한테 들러붙어 놓고, 네가 죄책감을 느낄 타입은 아니라는 건 나도 알아.”“...”“제대로 말해.”차시헌은 그렇게 쉽게 속을 사람이 아니었다.지난 반년 동안, 우연은 정말 지독할 정도로 포기라는 걸 몰랐고, 거절당해도 도리어 더 뻔뻔하게 들이밀었다.여자애가 체면이고 뭐고 다 버리고 달려들었는데 거기에 양심이 껴 있을 리가 있나.이런 연기는 통하겠다는 느낌이 들지 않자, 우연은 표정을 거두고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차 대표님, 진짜로... 사실을 듣고 싶으세요?”“말해.”“사실은요, 제가 대표님을 짝사랑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우리 사이에 차이가 얼마나 큰지 이미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애초에 목표를 그렇게 잡았어요. 대표님을 좋아하는 거, 한 번만 자고 끝내자. 딱 거기까지.”“...”“저는 애초에 대표님 여자친구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차시헌이 살짝 눈썹을 올렸다. 차갑고 매끈한 이목구비 라인이 더 도드라졌다.“왜?”“지금 저는 비록 대표님 비서지만, 제 능력이 여기에서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더 열심히 일하고, 더 공부하면, 하얀 그룹 안에서 나름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그런데 제가 대표님 여자친구가 되어 버리면, 제가 뭘 하든 사람들은 다 똑같이 말하겠죠. 남자 잘 만난 낙하산이라고.”그의 얇은 입술이 잠시 멈췄다.이번 말은 꽤 그럴듯했다.실제로 차시헌도 인정하고 있었다. 우연이 그저 얼굴만 예쁜 장식물이 아니라는 걸.금융 쪽 일에서도 머리가 빠르고, 한 번 가르쳐 주면 여러 방향으로 응용할 줄 아는 편이었다.그래서 반년 동안 몇 번이고 잘라야겠다 생각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것이다.“저는 대표님이랑 달라요. 대표님은 태어날 때부터 선택받은 사람이에요. 무슨 성과를 내든, 크든 작든 다 인정받고 칭찬받죠. 근데 저는 아니에요. 저는 사람들이 온갖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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