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둘이 같이 서 있는 거 보니까 꽤 잘 어울리던데?”진원호는 푹 하고 차시헌의 옆자리로 주저앉더니 계속 떠들었다.“근데 네 비서 말이야, 네 조카 비혼주의자 생각 좀 바꿔줄 능력 있는 거 아니냐? 야, 시헌아, 너 어디 가?”진원호가 할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옆자리는 이미 비어 있었다. 남은 건 진원호와 임나정 둘뿐. 서로 마주 본 채 잠깐 멍해졌다.“쟤 왜 저래?”임나정이 얼떨떨하게 물었다.“나도 모르지.”진원호가 고개를 저으며 이리저리 짐작했다.“설마... 설마 그 비서가 자기 조카랑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지금 가서 커플 끊으려고 하나?”임나정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렇지만 차시헌이 자기 비서에게 보이는 태도가 어딘가 다르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진원호는 흘끗 임나정을 훑어보더니, 그녀의 마음을 다 아는 듯 슬쩍 웃었다.“너 지금 시헌이랑 우연 사이에 뭔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남자 하나에 여자 하나, 매일 같이 얼굴 보고 지내는데, 감정 생기는 것도 이상하진 않잖아.”“틀렸어! 완전 틀렸어!”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진원호 자신이 제일 잘 안다고 믿고 있었다.“일단 첫째, 시헌이는 솔직히 우연을 예전부터 내보낼 생각이었어. 그나마 당장 쓸 만한 사람을 못 찾아서 참고 있는 것뿐이지. 둘째, 우연도 시헌이한테 대놓고, 또 몰래도, 별별 방식으로 잘 보이려고 한 게 한두 번이 아니거든. 근데 시헌이 성격 너도 알잖아. 거기에 단 한 번도 제대로 반응한 적이 없어.”그 말을 듣자, 임나정이 괜히 졸였던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그래?”“너는 그냥 마음 푹 놓고 있어.”진원호가 그녀의 어깨를 툭 치며 웃었다. 웃을 때 반달처럼 드러난 작은 송곳니 두 개가 반짝였다.“시헌이는 어차피 언젠가 네 거야.”임나정은 볼이 붉게 물들어 고개를 푹 숙였다.“너, 너 진짜 말 막 한다...”그렇게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자, 진원호는 잠깐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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