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인의 시점.“처음엔… 어릴 때 아버지를 사고로 잃어서 불안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신뢰 같은 건 한순간에 다 사라졌어요.”‘아버지’라는 말을 듣자, 이동현은 최준혁 이야기를 할 때만큼이나 몸을 크게 떨며 반응했고, 눈을 크게 뜬 채 나를 노려봤다.“왜 아버지 얘기가 나오는 거죠… 해인 씨, 당신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겁니까. 말해요, 당장 말해요!!”눈은 충혈돼 있었고, 숨은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마치 짐승처럼 목을 조를 듯한 기세로 나를 몰아붙였다. 나는 공포에 몸을 떨면서도,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이동현의 내면 깊은 어둠을 들여다본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그의 행동의 근원과 광기의 이유를 알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아파요… 이 상태에선 말 못 해요… 동현 씨, 그만해요…”내 말에, 이동현은 순간 정신이 돌아온 듯 내 어깨를 잡고 있던 힘을 조금씩 풀었다. 그의 눈에서 짐승 같은 빛도 서서히 가라앉았다.“동현 씨가 초등학생 때,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들었어요. ‘어디까지’라는 건 무슨 뜻이에요? 제가 아직 모르는 게 더 있다는 말이세요?”“더 있다고요? 해인 씨, 그 정도는 아는 것도 아니에요. 해인 씨는 아무것도 모른 채, 의심도 하지 않고 살아온 거예요.” 이동현은 코웃음을 치며, 나를 가엾다는 듯한 눈으로 바라봤다. “무슨 뜻이에요? 알려줘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좋아요. 거기 조용히 앉으세요.” 간절히 묻는 나에게, 이동현은 바닥을 가리키며 앉으라고 했다. 나는 말없이 그 자리에 앉았다. 그는 내 허리에 묶인 로프를 쥔 채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았고, 안경을 살짝 밀어 올린 뒤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내 아버지는… 분명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어요. 그런데 그 사고가 어떤 사고였는지는 들은 적 있어요?” “… 아니요. 교통사고라고만 들었어요.” “그렇겠죠. 그게 서 씨 가문 입장에서는 더 편하니까. 그렇다면… 다른 피해자가 있었다는 건요?”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