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영이 떠난 후, 고 부인은 분노하며 책상을 두드렸다.“내 저년을 너무 얕보았구나!”행화골목에 있는 그 여인은 새로운 처소를 옮겨야 했다.심복 시녀가 말했다.“작은 마님이 노부인께 가신 것은, 동침을 원하지 않아서가 아닐까요?”고 부인은 냉소를 지었다.“어젯밤 장훈이 또 자기를 버리고 청우각에 갔으니, 심통이 난 것이지!”유소영이 고장훈을 연모하는 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큰 수고를 들여 후작부에 시집을 왔는데 어찌 장군 부인의 자리를 쉽게 포기하겠는가.오히려 청우각 쪽이 더 걱정되었다.“피임약은 제대로 탔겠지?”“안심하십시오, 마님.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좋아.”고 부인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작위는 오직 내 아들의 것이어야 해!’그러나 청우각에 있는 임유정은 이미 그들의 계획을 간파하고 있었기에 약이 든 음식은 건드리지 않았다.춘화가 물었다.“부인, 음식은 바꿀 수 있지만, 만약 장군께서 이후에 부인과 동침을 하지 않는다면….”임유정은 냉소를 머금었다.“저쪽에서 약을 탔다면 우리도 똑같이 할 수 있지.”장훈은 원래 그녀를 연모하니, 조금만 정욕을 돋우는 향을 피우면 그가 참을 수 있을 리 없었다.이 정도의 흥을 돋우는 향은 몸에 해가 되지 않으니, 후작부가 추궁하더라도 그녀를 나무랄 수 없을 것이다.춘화가 물었다.“들리는 바에 의하면 작은 마님은 서원으로 가셔서 노부인의 병수발을 든다고 합니다. 혹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걸까요?”임유정의 표정은 여유로웠다.“장훈은 아버님과 어머님의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거야. 그는 본래 유소영에게 시선도 주기 싫어하는 사람이야. 그게 아니라면 어젯밤 내가 아프다는 말을 듣자마자 내 처소로 달려와 밤새 돌봐주지도 않았겠지.”“유소영은 할머님께 아부하러 찾아간 게 분명해. 의지할 사람이 할머님뿐이니, 할머님을 이용해 장훈을 압박하고 동침을 하려는 게지.”“참으로 우습구나. 나이 든 할머니께서 무슨 힘이 있다고.”춘화도 고소한 표정을 지었다.“작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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