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대문 쪽으로 향한 가운데, 고장훈이 급한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섰다.관복을 입은 모습은 꽤나 늠름하고 준수했지만, 얼굴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고장훈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고 털썩 자리에 앉더니 찻잔을 들고 찻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살벌한 그의 표정에 고 부인은 미리 준비해 둔 축하의 말이 목구멍에서 맴돌 뿐이었다.그녀는 의문의 눈초리로 임유정을 바라보았다.임유정 역시 무슨 상황인지 몰라 조바심이 났다.원래대로면 오늘은 작위를 하사받는 날이니, 고장훈은 기뻐해야 마땅했다.방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하고 오직 그가 차를 들이키는 소리만이 선명하게 들릴 뿐이었다.이때, 유소영이 걱정스러운 어투로 그에게 물었다.“부군, 형님께서 말씀하시길, 오늘 작위를 하사받게 될 거라고 하시더군요.”쾅!고장훈은 들고 있던 찻잔을 탁자에 힘껏 내려놓았다.그의 얼굴은 퍼렇게 질려 있었고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누가 봐도 문제가 생긴 상황이었다.고 부인은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장훈아, 말을 해보거라. 대체 무슨 일이니?”오랜 침묵 끝에, 고장훈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작위는… 무산되었습니다.”“뭐라?”고 부인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임유정의 얼굴도 하얗게 질렸다.“어떻게 이럴 수가! 아버지께서는 분명 조정의 대신들이 모두….”“그 자식들이 중간에 다 말을 바꾸었습니다!”고장훈의 성난 목소리가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그는 고 부인을 바라보며 절규했다.“그 인간들은 원래 바람 따라 움직이는 갈대와 같은 자들입니다! 갑자기 한 가문에 두 개의 작위는 있을 수 없다고 하더니, 폐하께서도 이를 동의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제가 어머니의 기대를 저버렸어요!”유소영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형님, 제가 관원들을 잘 구워삶으라고 혼수도 모두 드리지 않았습니까?”임유정은 어안이 벙벙했다.그녀라고 일이 이리 될 줄 어찌 알았겠는가!고 부인은 분노에 이가 갈렸다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