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현 오빠, 왜... 왜 그래요?" 사람들은 서로 마주 보더니 얼른 손을 내저었다. "오빠,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저희는 그저... 흘러가듯이 대화를 나눈 것뿐인데." 이상했다. 작년과 재작년에도 박시현의 앞에서 온지은의 흉을 보았지만 박시현이 그들을 제지한 적은 없었다. 심지어 그는 친척들이 온지은을 부려 먹게 내버려두었다. 한번은 사촌 여동생 중 하나가 밀치는 바람에 온지은의 보청기가 떨어졌었다. 그들은 그녀를 사람들 가운데로 내몰았고 친척들이 그녀를 비난하도록 선동했다. 그 모습을 보았을 때도 박시현은 그저 담담하게 귀띔만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 "너무 지나치게 괴롭히진 마." 조금의 책망도 없었던 것이다. 기분 나빠하는 티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왜... 가문을 이끄는 것과 다름이 없는 박시현이 화를 내자 친척들은 겁을 먹었다. 박시현은 말이 가장 많았던 사촌 여동생 앞으로 다가갔다. 떡 벌어진 그의 덩치와 타고난 압박감에 사촌 동생은 놀라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카펫에 넘어지고 말았다. "시현 오빠, 저는..." "어디 쪽 친척이지?" 박시현은 나른한 어조로 물었다. 하지만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박시현이 다시 말을 이었다. "맞아, 온지은은 가문도 별로고 귀까지 들리지 않지. 하지만 그녀는 박시현의 아내고 그 아들의 이름은 박윤이야." 사촌 여동생의 예쁘장한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김혜순은 잔기침을 하며 박시현에게 눈치를 주었다. "시현아, 그 아이는 네 고모의 양녀야. 겁주지 마." "양녀." 박시현은 의미심장하게 그 단어를 반복하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사 천천히 올리세요.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시현아, 아직 제사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어디로 간다는 거야?" 김혜순이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박시현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윤이가 저를 대신하면 되죠." "허튼소리!""친척도 아닌 이도 제사를 지내러 오는데. 그건 괜찮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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