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지은은 당연히 말을 알아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온지은은 그의 앞에서 보청기를 빼버렸다. 박시현은 강제로 말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달빛 아래, 잘생긴 그의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과거 온지은은 감히 그의 앞에서 화를 내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사람의 앞에서 화를 내는 그녀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일부러 보청기를 빼버리는 게 그녀가 화를 내는 방식이었다. 그 행동이 뭘 뜻하는 걸까? 상대방을 향해 입 닥치라고 외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온지은이 그에게 그 행동을 보이는 날이 올 줄이야. 가로등에 온지은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유지민은 가슴이 아파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지은아. 세상에는 박시현과 박윤만 있는 게 아니야. 아름다운 게 많고도 많아. 오늘 밤 불꽃놀이처럼 말이야." 유지민은 온지은에게 아주 가까이 다가가 말했다. 유지민은 겨우 그녀의 말을 알아듣고는 씁쓸하게 웃었다. "알고 있어." 불꽃놀이의 다음 날. 온지은은 연희진에게서 박윤이 감기에 걸렸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녀는 또다시 가슴이 아파왔다. 온지은은 얼른 전화를 걸어 아이의 상태를 물었다. 연희진은 아침까지 멀쩡하던 윤이가 저녁쯤 갑자기 열이 올랐다 알려주었다. "하 선생님은요? 아이의 곁에 없어요?" "아... 하 선생님은 계세요." 온지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잠시 뒤, 그녀는 덤덤하게 말했다. "고생스럽겠지만 윤이 잘 보살펴주세요." "사모님, 도련님 보러 오지 않으실 건가요?" 연희진이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윤이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무척 조급해하던 온지은이었다. 울며 빌며 제발 윤이를 보러 본가에 가게 해 달라 박시현에게 부탁했던 그녀였으니 말이다. "아니요, 제가 의사도 아니고. 당신들이 윤이의 곁에 있어 준다면 그걸로 됐죠." 온지은은 씁쓸함을 억누르며 대답했다. 휴대폰 너머, 연희진은 휴대폰을 꼭 쥔 채 조심스럽게 곁에 있는 박시현을 쳐다보았다. "대표님,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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