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베니에는 철창을 힘껏 걷어찼다.한 번.두 번.그리고 또 한 번.발바닥에서 시작된 통증이 다리를 타고 온몸으로 번져 갈 때까지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주먹으로도 철창을 수없이 내리쳤지만, 차가운 쇠창살은 꿈쩍도 하지 않은 채 귀를 찢을 듯한 금속음만을 되돌려줄 뿐이었다.손바닥은 얼얼하게 저려왔고, 관절은 욱신거리며 아픔을 호소했다. 하지만 그녀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그런 육체적인 고통이 아니었다.분노였다.그 어떤 통증보다도 훨씬 견디기 힘든 감정.비베니에는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곳에 갇혀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처음에는 시간을 세어 보려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것조차 의미를 잃어버렸다.낮과 밤은 이미 경계를 잃고 뒤섞여 버렸고, 감옥 위쪽 틈새로 스며드는 희미한 빛은 시간이 지나도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마치 시간을 멈춰 세워 놓고 오직 그녀만 이곳에 가둔 채 벌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견디기 힘든 사실은, 언제 이 문이 다시 열릴지 아무도 알려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비베니에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감방 벽에 몸을 기댔다.머리카락은 엉망으로 헝클어져 있었고, 숨결은 불안정하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과는 달리 그녀의 눈동자만은 여전히 증오로 불타고 있었다.지금쯤 디리안은 분명 무너지고 있을 것이다.그녀는 그렇게 확신했다.비베니에는 그 남자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믿고 있었다.차갑고, 냉혹하며, 모든 것을 자신의 통제 아래 두려 하는 남자.그런 디리안에게 셀렌을 잃는다는 것은 치명적인 일이었다. 더구나 이런 방식이라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셀렌은 죽지 않았다.도망쳤다.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디리안의 이성은 크게 흔들렸을 것이다.비베니에는 낮게 웃었다. 마치 누군가의 귓가에 비밀을 속삭이는 것처럼 가늘고 음산한 웃음이었다.그녀는 이제야 깨달았다. 디리안은 처음부터 셀렌이 임신하도록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너무 늦게 깨달았고,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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