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마치 한순간 멈춰 선 듯했다.디리안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수도가 아니었다. 무너진 건물들도 아니었다.오직 한 사람의 이름뿐이었다.셀렌.디리안이 수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불길이 모두 꺼진 뒤였지만, 매캐한 냄새는 여전히 짙게 남아 목구멍을 찔렀다. 한때 셀렌이 머물던 병원이 있던 자리에서는 검게 탄 폐허 사이로 아직도 옅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차가 멈추자마자 디리안은 누구를 기다릴 새도 없이 뛰어내렸다. 걸음은 빠르다 못해 거의 질주에 가까웠다. 땅은 아직도 열기를 품고 있었고, 남아 있던 불씨들은 그가 발을 디딜 때마다 바스락거리며 터져 나갔다.하지만 그런 열기는 그의 가슴을 짓누르는 뜨거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건물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남아 있는 벽은 하나도 없었다. 문도, 침대도, 의료 장비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남은 것은 숯처럼 새까맣게 변한 잔해와 무너진 돌더미, 그리고 검게 그을린 기둥들뿐이었다.모든 것이 사라졌다.가슴속에서 무언가가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너무 강하게 요동쳐서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당장이라도 폭발해 버리고 싶었다. 모든 것을 부수고, 닥치는 대로 날뛰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남아 있는 힘을 모조리 끌어모아 그것을 억눌렀다. 억누르지 않으면 자신이 이 도시에 남아 있는 것마저 전부 파괴해 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병사들도, 장군들도, 시민들도 모두 지쳐 보였다. 그들은 밤새도록 불길과 싸우며 진화를 이어 갔다. 하지만 불은 너무 거대했고, 너무 빨랐다. 그리고 너무나도 비정상이었다.디리안은 그들 쪽으로 걸어갔다. 눈빛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고, 어깨는 팽팽하게 굳어 있었다.“살아남은 사람은?”아무도 감히 대답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서로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누군가 대신 말해 주기를 바라는 듯, 조용히 시선을 떠넘기고 있었다.디리안이 이번에는 훨씬 더 크게 다시 물었다.“생존자가 있냐고 묻고 있잖아!”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숨이 막힐 듯한 침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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