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날 버린 남자 대신, 그의 형이 내 인생을 뒤집어놨다: Chapter 11 - Chapter 20

30 Chapters

제11화

팀 내에는 총 8명의 시나리오 작가가 있는데, 다인은 현대 로맨스 직장물로 확정되어, 보름 안에 초고를 제출해야 했다.점심 11시가 되어서야 회의는 끝났다.동료 작가인 허민지는 시대극으로 배정받자 불평을 늘어놓았다. “나 시대극은 거의 질려서 못 쓰겠어. 다인아. 우리 대표님한테 바꾸자고 말할까?”다인은 직장물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쓰는 것도 익숙했기에, 살짝 미소 지으며 매정하게 거절했다.“꿈 그만 꾸고, 빨리 준비나 해.”“그래.” 풀이 죽은 채, 울먹이는 듯 말하던 민지가 시간을 확인하자마자 다시 말했다. “일 시작하기 전에, 우리 배 터지게 한 끼 먹는 건 어때?”“좋아, 내가 쏠게.”다인이 펜과 노트를 정리하며 일어나려 할 때 카톡이 울렸다.열어보니, 시윤의 메시지가 떴다. [저녁 같이 먹을래?]다인의 입가가 자기도 모르게 올라가면서, 손가락으로 재빨리 핸드폰을 두드렸다. [좋아요.]정리를 마친 민지는 핸드폰을 보고 활짝 웃는 다인을 보자, 호기심이 극에 달했다.“뭔데 그렇게 헤벌쭉해 있어? 남자 친구?”다인은 얼른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내가 웃었나?’민지는 다인에게 남자 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사람이 태안이라는 것은 몰랐다.만약 자기가 태안을 차버리고 그의 형과 결혼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민지가 어떤 반응일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가만 보면 호기심이 참 많다니까, 빨리 가자.”...서양식 레스토랑.식사를 마치고 나가기 전에 다인은 잠깐 화장실에 들렀다.한창 손을 씻고 있을 때, 자극적이면서도 익숙한 향수 냄새가 코를 찌르더니, 곧이어 한 사람이 시선 속에 들어왔다.“한다인, 너 태안 오빠랑 이렇게 오래 싸우고 아직도 화해 안 했더라? 꼭 오빠가 널 달래고 애원해야 시원해?”손을 씻은 유림은 다인의 앞에서 휴지를 한 장 뽑아 손을 닦으며, 도발과 조롱이 섞인 말투로 말했다.“네가 나 싫어하는 거 알아. 그래도 난 여전히 태안 오빠가 가장 아끼는 여동생이야, 왜 나를 그렇게 견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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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이상하네.’마음이 아플 줄 알았는데 등허리에서 전해지는 고통 외에, 가슴이 좀 답답할 뿐 전혀 아프지 않았다.아마 5년 동안 아파서, 무감각해진 걸지도 모른다.다인은 하옇게 질린 얼굴로 갑자기 냉소를 흘렸다. 고통을 참고 허리를 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그런 모습에 태안은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해지면서, 표정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방금 내 말이 너무 심했나?'“다인아, 나...”태안의 마음이 약해지는 걸 감지한 유림이 옆에서 울먹였다.“오빠, 오빠가 와서 다행이야. 안 그랬으면, 다인이가 날 얼마나 망가뜨렸을지 몰라.”이 말을 듣자, 잠시 약해지던 태안의 마음은 연기처럼 사라졌다.‘다인이는 정말 너무 제멋대로야!’‘오늘은 내가 목격했으니 유림이가 무사한 거지, 아니면 정말 다인이가 무슨 짓을 했을지 몰라.’“겁내지 마, 오빠가 있잖아.”태안이 정장 자켓을 벗어 유림의 어깨에 걸쳐 주고, 고개를 돌려 다인을 노려보았다.“한다인, 이번엔 정말 너무 지나쳤어. 빨리 유림이한테 사과해.”다인은 태안이 유림을 감싸는 이 장면을 말없이 지켜봤다. 이 장면은 낯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너무 익숙했다.4년 전, 기씨 가문 가족 모임 때의 일이다.유림이 일부러 다인의 귀에 대고 모욕했다. “한다인, 너 정말 불쌍해. 부모 없고, 아무짝에도 쓸모없으면서, 부모님 죽음을 빌미로 태안 오빠한테 빌붙어 동정을 사는 거잖아.”“네 부모님 일부러 죽은 거지?”워낙 불같은 성격이던 다인은 그 자리에서 눈시울을 붉히면서 유림의 뺨을 때렸다.그러자 유림은 바닥에 넘어져 애처롭게 울었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대인에게 물었다.“다인아, 내가 오빠랑 사이좋아서, 두 사람 사이 방해한다고 나한테 화나는 거 알아. 그런데 마음에 안 들면 말하면 되지, 왜 때리는 거야?”당시 기씨 가문 친척들도 모두 자리에 있었는데, 하나같이 다인을 삿대질하며 비난했다.그 순간 다인은 모든 사람의 비난의 표적이 되었다.태안은 제일 먼저 유림을 일으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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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다인의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맞아. 내가 확실히 잘못하긴 했어.”유림은 다인이 사과하는 줄 알고, 흠칫하며 고개를 돌려 태안의 표정을 살폈다.아니나 다를까, 태안의 눈매가 이내 누그러졌다.“잘못한 걸 알면 됐지. 그럼 제대로 사과해...”말이 떨어지자마자, 다인이 갑자기 환하게 웃었다. “내 잘못은, 너랑 더 빨리 헤어지지 못했다는 거야. 사이 좋은 너희 남매 사이에서 진작 발을 빼고, 두 사람을 축복해줘야 했는데 말이야.”“한다인!” 태안은 동공이 확대되더니, 눈동자에서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 “한 번만 더 말해 봐!”뒤돌아선 다인이 떠나려고 하자, 태안이 갑자기 다인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 그 힘이 너무 커서 다인은 아픈 나머지 미간을 팍 찌푸렸다.“이거 놔.”다인이 화장실에서 너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된 민지가 찾아왔다.그러다가 마침 이 장면을 보고 급히 달려왔다.“지금 다인이한테 무슨 짓이에요?”태안을 알아본 민지는 너무 급해서 혀가 꼬일 뻔했다. 하지만 다인이 왜 태안과 실랑이를 벌이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비켜.”태안의 잘생긴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당장 폭풍이 일 것만 같은 그의 눈빛에, 민지는 뒤로 움츠러들었다.“민지야, 경찰 불러.”“아. 어!”민지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하마터면 번호를 잘못 누를 뻔했다.하지만 다음 순간, 태안이 민지의 핸드폰을 빼앗아 바닥에 내던지자, 핸드폰 화면은 순식간에 거미줄처럼 금이 갔다.태안의 친구 주연호가 건방진 표정을 지으면서 나타났다. “당장 꺼져!”“너희들 왜 이렇게 사람을 괴롭히는 거야?” 무서워진 민지가 다인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또 연호가 거세게 밀쳤다.“너랑 상관없어, 꺼져.”연호의 눈빛이 사나워, 민지는 겁에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주연호, 네가 이 둘의 개야? 참 잘도 짖네.” 태안의 손을 뿌리친 다인은, 민지를 뒤로 끌어당겨서 불필요한 일에 연루되지 않도록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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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그 시각, 시윤은 레스토랑 프라이빗 룸에서 여러 거물급 인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사람들이 그와의 협력 기회를 얻으려고 아첨하며 비위를 맞추는 말을 할 때마다, 시윤은 조용히 들으며 가끔 고개만 끄덕일 뿐, 깊은 눈매에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그러면서 간혹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탁자를 탁탁 두드리는 모습은 여유롭고 우아했다.그때, 우빈이 허둥지둥 달려와 귓속말을 건넸다.“옆 레스토랑에서 사모님한테 사고가 생겼습니다.”시윤의 얼굴빛이 순간 어두워지더니, 마치 빙산이 폭발하는 듯 싸늘한 한기가 스쳤다.“당장 가지.”시윤이 자리에서 일어나, 빠르게 자리를 떴다.자리에 있던 거물급 인사들은 시윤이 이렇게 긴장하는 것을 처음 본 터라, 깜짝 놀라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혹시 무슨 큰일이라도 생겼나?’...그 시각, 다인은 태안의 자기중심적 발상에 웃음을 터뜨렸다.“혼인신고?”다인이 웃음을 멈추고, 냉랭한 어조로 조롱했다. “우리 이미 헤어졌는데 더 말할 것도 없어. 설령 헤어지지 않았대도, 너 같은 더러운 인간을 내가 다시 주울 것 같아?”다인은 유림을 싸늘하게 훑어보며, 그녀를 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나는 등신에, 하나는 불여우. 같이 분리수거하면 딱 되겠네.”“우리 가자.”다인이 민지의 손을 잡고 떠나려 했다.태안의 안색이 순간 먹구름이 끼는 것처럼 어두워지면서, 당장 폭풍우가 휘몰아칠 것만 같았다.“한다인, 너... 너 날 해치는 걸로도 모자라, 나랑 오빠를 이렇게까지 모욕해?”“너, 너 정말 너무해.”유림은 마치 엄청난 모욕을 당한 듯, 고개를 숙여 흐느끼더니 눈물을 닦는 척했다.다인이 떠나려고 하자, 연호는 끝내 폭발했다. “기태안! 넌 이거 참을 수 있어? 난 도저히 안 되겠다!”말을 마친 뒤 연호는 다인의 무릎 뒷부분을 차버렸다.쿵!다인은 갑작스럽게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 순간, 마치 슬개골이 다 부서질 것만 같았다.그 충격으로 방금의 허리 부상이 악화되자, 다인은 고통에 식은땀을 흘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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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다인은 고개를 저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심장이 쪼그라드는 느낌이 든 시윤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달랬다. “괜찮아, 나 여기 있어.”시윤은 조심스럽게 다인을 일으켜 세우고, 혹시라도 아파할까 봐 조심스럽게 눈물을 닦아주었다.눈물을 멈춘 다인이 목멘 소리로 말했다. “집에 갈래요.”다인은 너무 아프고 피곤해서, 더 이상 이 사람들과 얽히고 싶지 않았다.시윤이 부드럽게 말했다. “응, 집에 가자.”그의 얼굴에 드리운 애틋함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태안과 유림을 멈칫하게 만들었다.시윤의 얼음장 같은 눈빛이 스치자, 태안은 이유 모르게 마음이 떨렸다.그래서 급히 다가가 해명했다. “형, 다인이가 너무 제멋대로여서 혼내준 거야. 글쎄, 유림이 머리를 세면대에 눌렀어. 분명히 잘못했으면서 뉘우치지도 않고, 오히려 험한 말까지 했어.”“연호는 유림이가 마음 아파서, 그래서 이성을 잃고 손을 썼어...”“남이 다인이를 괴롭히는 걸 내버려두다니. 네가 그러고도 남자야?” 시윤의 시선이 예리한 칼끝처럼 자신의 목을 조르는 탓에, 태안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기씨 가문의 후계자인 시윤의 포스는 압도적이었다.다인은 무덤덤한 얼굴로 더 이상 태안을 쳐다보지 않았다.연호가 발길질하는 모습을 뻔히 눈 뜨고 지켜볼 때부터, 태안은 다인의 마음속에 이미 죽은 존재였다.“큰오빠.”망설이며 다가온 유림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제가 대체 무슨 잘못을 해서 다인를 화나게 했는지, 저를 미워하는 것도 모자라 손찌검까지 했어요.”시윤의 예리한 시선이 유림을 훑더니 암시가 깃든 어조로 경고했다. “무슨 이유인지 분명히 알 텐데.”순간 마음이 찔린 유림은 눈빛이 흔들리더니 이내 입을 다물었다.하지만 태안은 유림을 감싸기에 바빴다. “형, 너무 다인이 편 들지 마. 유림이는 피해자야...”“기태안, 머리가 쓸모없으면 남한테 기부하든가.” 시윤이 무덤덤하게 태안의 말을 끊었다. “난 네가 지사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 심히 의심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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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익숙한 느낌이 순간 가슴 속에서 밀려왔다.다인은 힘겹게 눈을 뜨자, 흐릿한 시야에 시윤의 잘생기고 유려한 얼굴이 들어왔다.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고, 다인의 어깨를 잡은 손에는 자기도 모르게 잔뜩 힘이 들어갔다. “다인아, 조금만 버텨.”낮고 깊은 목소리는 매혹적이고 굵었지만, 놀랍게도 다인의 기억 속 소년과 겹쳤다.“혹시... 오빠였어요?” 다인은 아파서 몸이 오싹오싹 떨렸다.어릴 적부터 귀하게 자란 터라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한 다인은 결국 기절하고 말았다.“다인아!”시뻘겋게 충혈된 시윤의 눈에 순간 공포가 밀려왔고, 운전사를 향해 낮게 으르렁거렸다. “더 밟아!”...병원.다인은 아주 긴 꿈을 꾸었고, 꿈속에서 10년 전 물에 빠졌던 그날로 돌아갔다.소년은 다인의 옆에 앉아 그녀를 놀렸다. “정말 쓸모없네. 이렇게 얕은 물에서도 거의 익사할 뻔했잖아.”기운을 차린 다인은, 땅에 누워서 소년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햇빛을 바라보았다.머리카락이 축축하게 젖은 소년은 맨발로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앉아 있었다. 앳된 얼굴은 비쩍 야위었지만, 눈빛에는 약간 불량한 기질이 묻어나왔다.그 한 줄기의 빛이 다인의 마음을 제멋대로 뚫고 들어왔고, 그때부터 한 소년이 다인의 마음에 자리 잡았다.그 소년이 바로 태안이다.하지만 나중에 태안은 한 번씩 다인을 괴롭혔고, 깊은 수렁에 빠져들어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듯했다.환자 침대에 누운 다인은 얼굴을 깊게 찡그린 채 머리를 불안하게 떨었고, 입에서는 때때로 고통스러운 신음이 새어 나왔다.“다인아, 겁내지 마. 이제 괜찮아.” 시윤은 다인의 손을 꼭 잡고,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계속 달랬다.위로는 효과가 있는 듯했다.다인은 점차 평온해졌고, 미간이 펴지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걱정이 풀리자, 마음을 조이던 시윤의 눈동자는 반짝이는 별처럼 빛났다. “정신 들어? 이제 좀 괜찮아?”막 깨어난 다인은 시윤의 초조한 모습을 보자, 환각이 아닌가 싶었다.하지만 주변을 살피는 사이, 쓰러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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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그러나 이 말은 시윤의 미간을 찌푸리게 했다.5년 전, 17살이던 다인은 대놓고 선언하며, 태안과 연애를 시작했다.곱게 자란 명문가의 외동딸은 얼굴에 행복하고 자랑스러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결국 23살이던 시윤은 말없이, 원래 다인에게 생일 선물로 주려던 손목시계를 평범한 목걸이로 바꾸었다.3년 전 19살이던 다인은 기철민 앞에서 태안과 결혼하겠다고 하며, 법정 연령이 되자마자 혼인신고 하러 가겠다고 선언했다.그때, 25살이던 시윤은 말없이 다음 날 항공권을 예매한 뒤 출국했다.그 이별은 3년이었다.시윤이 마음 깊이 숨겨둔 마음은, 귀국 당일 태안이 다인과 혼인신고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드디어 폭발했다.그러고는 마음속 깊이 간직한 채 감히 떠올리지도 잊지도 못했던 다인을 합법적인 아내로 만들었다.시윤은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침을 삼키면서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너를 욕해?”“괴롭힘에 익숙해졌어?” 시윤의 말이 너무 날카로워서 다인을 당황하게 했다.다인은 시윤을 멍하니 바라봤다. ‘지금 보니, 태안은 시윤 오빠의 만분의 일도 못 미치네.’비록 시윤이 자기를 사랑하지 않고, 예전에는 원수처럼 늘 대립했지만, 적어도 시윤은 사람을 존중했고, 책임감 있고 믿음직스럽다.게다가 남편감으로는 태안보다 훨씬 더 적합했다.워낙 피부가 뽀얀 다인은 눈시울이 붉게 물들자 유독 불쌍해 보였다.마치 심하게 괴롭힘을 당한 듯한 다인의 모습을 보자, 시윤은 가슴이 먹먹해져서 어조를 누그러뜨렸다. “네 원칙을 지키며 살아. 아무에게도 괴롭힘 당하지 마.”“네가 잘못했어도 이 남편이 네 잘못을 정당화해 줄 수 있어.” 시윤은 손을 내밀어 다인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분명 부드러운 어조였지만 카리스마가 가득 담겨 있었다.다인은 처음으로, 부모와 할아버지 외에 자기 편이 생겼다는 느낌이 들었다.가슴속에서 따뜻한 감동이 넘쳐흘러서 빠르게 전신으로 퍼졌고, 코가 시큰거리면서 감격에 고개를 끄덕였다.“명심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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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시윤의 깊은 눈동자가 의아함을 품은 다인의 얼굴에 머물렀다.잠시 후, 시윤이 입을 열었다. “한 쌍이야...”불쑥 울린 핸드폰 벨 소리에 뒤의 말이 삼켜지면서, 다인은 다 듣지 못했다.창밖에 화려한 불빛이 떠올랐다.“전화 좀 받고 올게, 너 먼저 쉬어.” 시윤의 깊은 눈가에 이상한 기색이 떠올랐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따뜻했다.“네.”다인이 얼른 대답했다.시윤은 병실 복도를 한참 걸어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전화를 받았다. “말해.”명령조로 말하는 시윤의 얼굴에 방금 전의 따뜻함은 싹 사라졌고, 대신 차갑고 냉기 어린 표정만 남았다.곧이어 우빈의 분노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레스토랑 CCTV 영상 확인했습니다. 주연호가 사모님을 그렇게 대하다니, 다리만 부러뜨린 게 너무 가벼웠습니다.]시윤이 핸드폰을 내려 영상을 확인했다. 영상이 재생된 순간, 시윤의 차가운 표정이 폭풍 전야처럼 음울해졌다.“주씨 가문에서 아들 교육을 못 하면, 내가 대신 가르쳐 주지.”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은 시윤의 시선이 갑자기 왼손 손목시계에 머물렀다.검은색 시계판에 위에 새겨진 찬란한 뭇별들... 이건 다인의 그 모델과 한 쌍이었다.시윤의 입꼬리는 저도 모르게 올라갔고, 눈동자의 냉랭한 한기가 순간 부드러운 미소에 가려졌다.5년 전 주지 못한 선물이, 우여곡절 끝에 제 주인을 찾아간 것이다....다인은 밤새도록 시윤의 보살핌을 받았다.야식을 먹고 잠든 다인은 다음 날 아침 미연의 전화에 깨어났다.[다인아, 내가 문자를 몇 통이나 보냈는지 알아? 왜 날 무시해?][내가 신혼 선물로 야한 영상과 그런 물건을 보내서 화난 거야?]병실 안은 너무 조용해서, 미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선명했다.소파 위의 시윤을 발견한 다인은, 얼굴이 뜨거워져서 급히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나 어제 좀 일찍 잤어,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미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다인의 입원 사실을 전혀 몰랐다.안 그래도 외국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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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다인아.” 태안의 목소리가 병실에서 울려 퍼졌다.다인의 몸이 순간 뻣뻣하게 굳었다. 천천히 고개를 들자, 문득 태안의 어두운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주변을 둘러보자, 간병인과 도우미도 모두 없었다. 보아하니 한 명은 물을 받으러 갔고, 한 명은 점심을 준비하러 간 모양이었다.“네가 여긴 왜 왔어?” 다인의 목소리는 무뚝뚝했다.어금니를 꽉 깨문 태안이, 분노를 억누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 너 다치게 한 건 주연호가 잘못했어. 하지만 네가 먼저 유림이를 괴롭혔잖아.”“그걸 꼭 형한테 일러바쳐 주연호를 그렇게 심하게 몰아붙여야 했어?”‘언제나 책망만 하는 건 변함없네.’태안은 묻지도 않고, 늘 다인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다.그렇다면, 그녀도 더 이상 태안과 얘기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넌 왜 왔는데? 따지러 왔어?”냉담하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다인의 표정에, 태안은 가슴이 떨렸다.순간적으로, 다인을 이대로 잃을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하지만 태안은 곧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다인이 5년 동안 날 얼마나 사랑했는데. 절대 떠날 리 없어.’태안은 마치 자비를 베풀듯 말했다. “네가 이러는 거, 다 내가 혼인신고 하러 가는 날 바람맞혀서 그런 거잖아. 네가 형한테 주연호 그만 놓아주라고 말해. 그럼 유림이한테도 더 이상 사과하라고 안 할게. 일주일 후 네 생일날, 우리 혼인신고 하러 가자.”한편, 병실 밖.빠른 걸음으로 돌아온 시윤은 병실 안의 소리를 듣자, 걸음을 우뚝 멈췄다....다인은 사람이 어이없을 때는 정말 웃음이 나온다는 걸 깨달았다.“기태안, 나한테 이렇게까지 했으면서, 내가 너랑 혼인신고를 할 거라고 생각해?”“우리 사귄 지 5년이야. 네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 그러니까 이런 짓 하는 것도 당연해.”태안은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로 다인의 손을 잡아끌려 했으나, 그녀가 손을 내치는 바람에 실패했다.그 순간 태안은 멈칫했고, 다인이 점점 더 제멋대로 군다고 생각했다.“한다인, 더 이상 심술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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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시윤이 이렇게 진지하게 물어보는 것을 보고, 다인은 그의 진지함에 응답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내가 왜 후회해요?” 다인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 후회하는 일은 안 해요.”“그리고, 오빠랑 결혼한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난 오빠가 잘해 주기만 하면 돼요. 그동안 받은 서러움이 너무 많아서, 이제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아요.”잔뜩 조여들었던 시윤의 마음은 그제야 풀리며 차분히 가라앉았다.꽉 쥐었던 두 주먹도 어느새 스르르 풀렸고, 새까만 눈동자에는 육안으로도 보이는 부드러운 빛이 떠올랐다.시윤은 애써 마음속의 감정을 억눌렀다. “그럼 나한테 꽤 만족한다는 거네?”눈을 내리깔고 생각에 잠겨 있던 다인은, 시윤의 눈에 드리운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잠시 뒤, 다인은 눈을 들어 시윤을 마주 보았다. “괜찮아요. 남편으로서든, 미래의... 아무튼 오빠가 이혼하자고 하지 않는 이상, 난 절대 안 할 거예요.”지난날, 다인은 단지 엄숙한 시윤을 두려워했을 뿐이다.시윤이 마치 자신을 매우 싫어하는 것 같았으니까.그런데도 다인은 시윤을 한 번도 싫어한 적은 없었다.그리고 이렇게 지내고 보니, 시윤의 책임감 있는 모습이 좋았다.다인의 말을 들은 시윤의 깊은 눈동자에 미소가 번졌다.“미래의 뭐? 미래 아이의 아빠?” 시윤이 허리를 굽히자, 따뜻한 숨결이 다인의 뺨에 스치면서, 그녀의 얼굴을 빨갛게 달아오르게 했다.다인은 순간 숨이 멎을 뻔했다.뜨겁게 달아오른 뺨이 핏빛처럼 붉어졌고, 시윤이 거리를 좁히며 다가오는 바람에 답답한 느낌이 들어서 그의 가슴을 밀쳤다.“제대로 말해요. 똑바로 좀 서요.” 다인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워낙 뽀얀 얼굴이 붉게 물들자 마치 복숭아꽃 같았고, 곱게 핀 장미꽃처럼 고귀해 보여서 감히 손을 댈 수도 없었다.“그래. 착한 남편이 되기 위해 노력할게. 그리고, 미래 아이의 아빠도...” 시윤이 웃음 소리를 흘리며 허리를 펴더니, 마치 약속하는 듯한 눈빛으로 다인을 바라봤다.시윤의 말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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