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Chapter 531 - Chapter 540

558 Chapters

제531화

“와, 친구야. 너 진짜 대단하다.”아침 일찍 병문안을 온 승아가 해인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네 말이 맞아. 지가 용서받고 싶다고 해서 왜 네가 바로 용서해야 해? 그동안 네가 겪은 고생은 뭐가 돼?” “그 인간은 말 몇 마디로 네 상처를 다 덮으려는 거잖아. 꿈도 야무지지.”해인은 누워서 안정 중이었고 승아는 침대 옆에 앉아서 턱을 괴고 있었다. 승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그래도 내가 네 친구이긴 하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 한 대표가 정말 칩 때문에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 거라면, 사실 한 대표도 피해자긴 해. 억울한 부분이 있지.”그 점은 해인도 부정할 수 없었다. 어떤 의미에서 유호도 피해자였다.“그래서 나도 너무 몰아붙일 생각은 없어.”해인은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정말 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방법을 찾아서 잘해 주려고 할 거야.” “이 관계에서 내가 주도권을 내 손에 쥐고 있어야 해. 남자에게 끌려다니는 쪽이 되면 안 돼.”승아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남편 길들이기라는 거네?”해인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그렇게까지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조금 과제를 주면서 나도 다시 생각할 시간을 갖는 거야.”결혼은 신중해야 했다. 화해를 구하는 건 유호의 자유고, 해인은 유호의 변화를 보며 유호가 주는 다정함을 받아도 된다.그건 그동안 유호에게서 받은 상처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기도 했다.그렇다고 해서 해인은 유호를 지나치게 몰아붙일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완전히 깨지면, 이 모든 일을 꾸민 사람이 누구든 미친 듯이 기뻐할 테니까.해인은 남의 잘못 때문에 자신에게 벌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승아는 감탄했다. “밀당도 할 줄 알고, 혼자 속 끓이지도 않지. 남이 파 놓은 함정에도 안 빠지고. 우리 해인이 진짜 멋있다.”그러다 승아가 뒤쪽을 가리켰다. 폭이 채 1미터도 되지 않는 소파였다. “그러니까... 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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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2화

해인은 자신이 아기가 된 기분이었다.음식을 먹이면서 유호가 말했다. “어서 먹어. 조금 있으면 구절판이랑 전복갈비찜, 어만두도 있어.”해인은 말문이 막혔다.해인은 고개를 들어 유호의 눈을 깊게 바라보았다.유호가 웃는 얼굴로 물었다. “왜?”해인이 말했다. “어젯밤엔 그냥 해 본 말이었어.”정말 이렇게 계속 먹는다면, 음식을 만드는 유호가 힘든 건 둘째 치고 병원에 누워 있는 며칠 동안 해인은 살이 잔뜩 붙을 것 같았다.유호의 눈빛은 진지했지만, 자세히 보면 그 안에 장난기가 조금 숨어 있었다. “그냥 해 본 말이었어? 그런데 어떡하지? 나는 진심으로 들었는데. 그러니까 자기도 얌전히 보양식 먹어.”유호는 말한 대로 했다.그 일주일 동안 해인이 말한 음식들을 정말 하나씩 만들어 왔다.퇴원하는 날 아침, 해인은 늘 하던 대로 체중계 위에 올라갔다. 발을 올리자마자 숫자를 보고는 바로 내려왔다.일주일 전보다 무려 2.5킬로나 늘어 있었다.‘일주일 만에 2.5킬로!!’체중계 숫자를 보고 충격에 빠진 해인은 미간을 찌푸린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해인은 볼이 잔뜩 부은 채 옆에 있던 애리를 바라보았다. “애리 언니, 병원 체중계 고장 난 거 아니야?”애리도 여자기에 해인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애리가 웃으며 말했다. “너 임신 중이잖아. 이번 주는 아이 지키느라 거의 누워 있었고 운동도 못 했으니까 살이 붙는 게 이상한 건 아니야.” “게다가 넌 원래 너무 말랐잖아. 조금 살이 오른 건 오히려 보기 좋아.”말은 그랬지만 살이 쪘는데 웃을 수 있는 여자는 많지 않았다.해인이 한숨을 쉬었다. “임산부 요가 선생님이라도 불러야겠어.”애리가 바로 말렸다. “가볍게 걷는 건 괜찮지만 요가는 안 돼. 너는 지금 특수한 상황이야. 수술한 지 얼마 안 됐으니 안정이 우선이야.”일주일 동안 몸을 쉬게 하자 태아의 상태는 안정됐다. 하지만 임신이 이 단계까지 이르면 언제든 조심해야 했다. 곁에 늘 사람이 있어야 했다.해인은 체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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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유호는 해인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며 미소를 지었다. “네 누나한테 뭘 만들어 줬어? 매형도 같이 좀 먹자.”해인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유호를 바라보았다. ‘이 사람, 생각보다 뻔뻔하구나.’우진은 유호가 함께 들어올 줄 몰랐는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래도 곧 표정을 정리하고 말했다. “한 대표님, 앉으세요. 차라도 내드릴게요.”“한 대표님?” 유호가 느긋하게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내 아내한테 누나라고 부르면서 왜 나는 매형이라고 안 불러? 차는 괜찮아. 내가 손님도 아닌데 차까지 받으면,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나가라는 뜻인 줄 알겠네.”우진은 자연스럽게 해인을 바라보았다. 해인도 그제서야 비로소 반응했다. “당신... 안 갈 생각이야?”“아내랑 아이가 여기 사는데 내가 왜 가? 당연히 같이 살아야지.”유호는 문밖에 서 있던 주헌을 바라보았다. “이따가 내가 갈아입을 옷이랑 생활용품 몇 가지 챙겨서 보내.”주헌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대답을 마친 주헌은 문까지 닫아 주었다. 마치 해인이 거절할 틈을 막으려는 것처럼 보였다.해인은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눌러앉는 사람은 처음 봤다. 해인이 유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늘빌 그렇게 넓잖아. 왜 집에 안 가?”유호가 되물었다. “그러게. 하늘빌이 그렇게 넓은데 여보는 왜 나랑 같이 안 가? 여보가 여기가 더 좋다고 하니, 그럼 내가 여기 남아서 같이 있어야지.”해인은 유호가 농담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해인이 말했다. “거실에는 고양이들이 있고, 안방은 내가 써. 작은방은 아이 방으로 꾸며 놨어. 당신 자리는 없어.”유호가 말했다. “왜 없어? 지난 몇 달 동안 나 계속 자기 침대 옆에서 바닥에 이불 깔고 잤잖아.”해인은 할 말을 잃었다.유호 같은 사람이 체면도 버리고 바닥에서 잤다는 걸 그대로 말할 줄은 몰랐다.유호의 말이 나오자 옆에 있던 우진도 굳어 버렸다.고양이 한 마리가 유호의 무릎 위로 뛰어올랐다. 유호는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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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4화

해인은 자기 집이 유호의 물건으로 조금씩 채워지는 걸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나 이제 임신 후기라 밤에 자주 깨. 당신 쉬는 데 방해될 테니까, 여기 남겠다면 거실에서 자. 고양이들하고 같이.”그렇게 말한 해인은 방문을 닫은 뒤 안에서 잠갔다.유호는 잠시 멍해졌다. 안방 바닥에서 밀려나 이제 거실까지 나온 건가.여행가방 위로 올라간 고양이가 유호의 셔츠를 밟고 다녔다. 유호의 눈에 난감함이 스쳤다.“당분간 너희 영역 좀 나눠 써야겠네.” 유호는 자기 집 안의 서열이 상당히 위태롭다는 걸 실감했다.고양이들은 알아듣지 못했다. 그저 간식이라도 찾는 듯 가방의 냄새를 맡으며 울었다. “야옹.”유호가 서랍에서 고양이 간식을 꺼내 먹이자 작은 녀석들이 그제야 조용해졌다.방 안에서 해인은 배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머리는 쉬지 않고 굴리고 있었다.한번 집안에 들인 사람을 내보내기는 쉽지 않다. 유호가 들어온 이상 쉽게 나갈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해인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바로 태상의 실험실이었다.해인은 실사를 마치면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투자는 명목일 뿐, 진짜 목적은 실사였다. 칩과 관련된 정보를 찾아내려면 하루라도 빨리 사람을 실험실에 들여야 했다.다만 지난번 태상은 빈틈이 없었다. 해인이 실사팀을 보낼 것을 알았으니 미리 대비했을 가능성이 컸다.‘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어떻게 해야 예태상처럼 치밀한 사람이 허점을 보일까?’해인은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다음 날 이른 아침, 해인은 태상의 실험실 앞에 서 있었다.태상은 해인을 보고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해인 씨, 어떻게 왔어요? 언제 퇴원했어요?”해인이 태상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다. 해인이 입원한 일주일 동안 태상은 병문안을 온 적은 있었지만, 병실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유호가 문밖에서 막았기 때문이다.정확히 말하면, 유호는 남자라면 전부 병실 밖에서 막았다.“어제 퇴원했어요. 전에 실사 끝나면 투자하기로 했잖아요. 벌써 일주일이나 늦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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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해인은 꼼꼼하게 자료를 훑었다. 그러나 예상대로 태상은 빈틈을 남기지 않았다. 태상이 내놓은 자료에서는 아무 문제도 보이지 않았다.대부분은 실험실 연구 자료였다. 전문 용어가 빽빽해 사람을 쉽게 어지럽게 만들었지만, 칩과 관련된 연구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해인은 미간을 좁히며 관자놀이를 눌렀다.태상이 짜 놓은 흐름에 끌려갈 수는 없었다. 해인의 방식대로 움직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한 달을 앉아 있어도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시간만 낭비하게 될 테니까.점심시간이 되자 태상이 문을 두드렸다. “배고프지 않아요? 근처에 괜찮은 식당이 있어서 예약해 뒀어요. 같이 가죠.”해인이 배를 받치며 천천히 일어섰다. 막 대답하려는 때 핸드폰이 울렸다.유호의 전화였다. [나 아래에 있어. 문 열어 달라고 해.]해인과 가까이 있던 태상은 해인의 핸드폰 화면을 보고는 눈빛이 착 가라앉았다.해인이 놀라 물었다. “당신이 어떻게 여기 있어?”유호가 말했다. [문 열어 주면 알게 돼.]전화를 끊은 해인이 아래로 내려가려고 했다.태상이 해인을 막았다. “배가 많이 불렀잖아요. 괜히 움직이지 마요. 제가 열어 줄게요.”태상은 그렇게 말하고 회의실을 나갔다.몇 분 뒤, 유호가 태상과 함께 올라왔다.유호는 들고 있던 보온도시락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말했다. “반찬 세 가지랑 국 하나. 방금 만든 거야. 자기 먹으라고 가져왔어.”태상이 아직 방 안에 서 있자 유호가 눈썹을 찌푸렸다. “왜 그러십니까? 예태상 씨도 드시고 싶으세요? 이건 제 아내를 위해 준비한 임산부 식단입니다.”그 말을 듣자 태상은 더 이상 해인 옆에 남아 있을 명분이 없었다. “그럼 두 분 식사하세요.”유호는 음식을 펼치고 해인에게 젓가락을 건넸다.유호가 올 줄은 정말 몰랐다. “오늘 회사 안 바빠?”“바쁘지.”“그런데 밥 배달할 시간은 있고?”“아내가 걱정되니까. 배도 많이 불렀잖아.” 해인이 젓가락을 들지 않자 유호가 먹으라고 눈짓했다.“정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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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6화

해인은 뜻밖이었다. 유호가 방금 자신이 카메라를 의식하고 말한 걸 알아차렸다는 뜻이었다.유호의 뜨거운 숨결이 가까이 닿자 해인은 반사적으로 얼굴을 돌렸다.해인이 피하자 유호는 불만스럽다는 듯 해인의 어깨를 단단히 감싸 안았다. “이렇게 바로 모른 척하기야?”해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같이 연기해 달라고 한 적 없어.”“그럼 아까 카메라 본 건 무슨 뜻이었어?” 태상의 얄팍한 수는 유호의 눈을 피해 가지 못했다. 해인의 눈짓 하나로도 유호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태상이 해인을 회의실에 앉게 한 건 카메라로 감시하기 위해서였다.방금 두 사람의 말은 미리 맞춘 것이 아니었다. 다만 호흡이 잘 맞았을 뿐이었다.“기분은 별로야.” 유호가 혀끝으로 볼 안쪽을 밀며 말했다. “내 아내가 다른 남자한테 미인계를 쓰려는 것 같아서. 예태상이 자기한테 마음이 있지?”해인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유호를 밀어내며 말했다. “이제 시간 됐어. 밥도 가져왔으니까 이제 돌아가.”유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둘 사이를 방해하는 것 같아?”해인이 돌아서려고 하자 유호가 해인을 꼭 끌어안았다.갑작스러운 접촉에 해인이 굳어졌다.두 사람은 너무 오랫동안 이렇게 가까이 있지 않았다.해인은 반사적으로 유호를 밀어내려고 했다.그러나 유호가 놀란 듯 고개를 숙이더니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 “아이가 움직였어.”유호의 시선이 해인의 배로 내려갔다. 손이 조심스럽게 배 위에 닿았다.유호는 해인의 배가 움직이는 것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처음 겪는 느낌이었다. 유호의 눈빛이 서서히 부드러워졌다.유호는 몸을 낮추고 조심스럽게 배에 귀를 댔다. 뱃속의 아이가 아빠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더 활발하게 움직였다.“산부인과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아기는 식사 뒤에 더 활발하게 움직인대.” 고개를 들고 해인을 바라보는 유호의 눈에는 환한 빛이 감돌았다. “그럼 오늘 내가 준비한 음식, 우리 아이가 마음에 들어 했다고 봐도 되나?”해인은 유호와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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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해인이 다시 실험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본 뒤, 유호는 차에 올라 담배에 불을 붙이고 천천히 연기를 내뱉었다.“조사는 어떻게 됐어?”운전석의 주헌이 몸을 돌렸다. “야마모토 교수 여권 기록을 확인했습니다. 그 팀이 석 달 전 국내에 조용히 들어온 건 사실입니다. 하루만 머물고 바로 출국했습니다.” “접대한 사람은 예태상이고, 함께 찍힌 사진도 있습니다.”주헌은 사진을 유호의 핸드폰으로 보냈다.사진이 찍힌 장소는 바로 이 실험실 앞이었다. 태상이 야마모토 교수 팀에게 문을 열어 주는 장면이 거리 CCTV에 잡혀 있었다.석 달 전이라면 유호가 해인을 잊어버린 시기와도 딱 맞아떨어졌다.유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천천히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유호는 차창을 내리고 눈앞의 3층짜리 건물을 바라보았다.간판은 번듯했고 내부 장식은 미래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하지만 이 안에 이런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는가?마침 위층 창가에 서 있던 태상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두 남자의 시선이 정면으로 부딪쳤다.눈이 마주치자, 유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태상을 향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태상은 맑고 순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눈빛만 보면 더없이 억울하고 무해한 사람 같았다.정말 자신을 숨기는 재능이 탁월한 남자였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서 속을 짐작하기 어려웠다.하지만 태상의 눈에는 이미 세상의 탁한 기운이 묻어 있었다.천천히 차창을 올리자 유호의 얼굴은 곧 차갑게 굳어졌다.유호가 물었다. “차희정은 요즘 뭐 해?”“계속 차 시장 집에 갇혀 있습니다. 차 시장이 꽤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경호원을 붙여 둬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모양입니다.”유호가 갑자기 희정 이야기를 꺼내자 주헌이 긴장했다. “대표님, 혹시 아직 차희정 씨한테...”얼마 전까지 유호는 희정에게 너무 잘해 주었다. 자주 만나서 희정의 영화에 투자하면서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 주었다.유호는 워낙 이성적인 사람이라 여자를 위해 돈을 쓴다는 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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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유호가 물었다. “너 예태상이랑 친했지?”대현이 눈을 깜빡였다. “왜? 네가 이미 알고 있는 거 아니었어?”대현과 태상은 친구였다. 다만 태상이 해외로 나가 연구를 시작한 뒤에는 연락이 뜸해졌다.태상이 해외로 떠나기 전까지 두 사람은 꽤 가까웠다.유호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사람은 변해.”대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뜻이야?”유호가 말했다. “예태상이 해인이 좋아하는 거 알고 있었어?”대현은 깜짝 놀랐다. “언제부터?”“정확히 언제 마음이 생겼는지는 몰라. 그런데 최근 일은 아닐 거야.”최근 몇 달 동안 해인은 임신 중이었다. 만삭에 가까운 임산부를 보고 갑자기 빠졌다고 보기에는 설명이 어색했다. 유호는 태상이 훨씬 전부터 해인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유호는 대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야, 넌 너무 순진해. 지금의 예태상은 네가 알던 그런 사람이 아닐 수도 있어.”예씨 집안이 무너진 뒤 태상은 가진 재산을 거의 처분했다.환경이 갑자기 바뀌면 사람도 크게 달라진다.대현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유호가 병실을 나간 뒤에도 대현은 그 말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잠시 뒤, 대현은 태상에게 전화를 걸었다.수화기 너머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대현아, 왜?]대현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태상아, 나 아픈 거 알아? 우리 친구 맞냐? 왜 병문안도 안 와?”태상이 말했다. [요즘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어. 어느 병원이야? 병실 번호 보내 줘. 일 끝나면 들를게.]대현이 말했다. “지금 와. 위치 보낼게. 돈은 언제든 벌 수 있잖아. 정 힘들면 내가 보태 줄게. 너 계속 안 오면 오는 거 기다리다 다 나아서 퇴원하겠다.”태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알았어.]전화를 끊은 지 30분도 안 되어 태상은 병실에 나타났다.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알던 사이였다. 십대 시절, 태상은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던 길에 태상이 몇몇 일진들에게 막힌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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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9화

태상이 물었다. “대현아, 그게 무슨 말이야?”대현은 말했다. “우리 오래된 친구잖아. 솔직히 말해 줘. 정수 교통사고, 너랑 관계 있어?”대현은 태상을 똑바로 응시했다. 얼굴에 스치는 사소한 변화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예씨 집안에 일이 생긴 뒤, 대현은 친구로서 도와주고 싶었다.그러나 예씨 집안과 강씨 집안의 일을 알게 된 뒤에는 함부로 나설 수 없었다. 결국 중립을 택했다.태상의 아버지가 잘못한 일이 분명했기에, 악행을 돕는 사람이 될 수는 없었다.그래도 대현의 마음속에서 태상과 예철진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대현의 말을 들은 태상은 화가 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상은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현아, 왜 나한테 그런 이상한 말을 하는데? 누가 무슨 말을 했어? 한 대표가 너한테 찾아왔지?”대현은 대답하지 않았다.“역시 그랬구나.” 태상이 웃었다. 그 웃음에는 억울함이 섞인 것처럼 보였다. “솔직히 말할게. 나와 한 대표 사이에는 감정이 좋지 않아. 하지만 그건 네가 끼어들 문제가 아니야. 네가 그 사람 말만 믿고 휘둘리지 않았으면 해.”다시 말해 유호가 자신을 헐뜯고 있다는 뜻이었다.대현이 물었다. “그럼 속 시원하게 말해 봐.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데?”태상이 한숨을 쉬었다. “우리 아버지와 강씨 집안의 일은 너도 알잖아. 아마 그 관계 때문에 한 대표가 나를 곱게 보지 않는 것 같아.”태상은 잠시 멈췄다가 뭔가 떠올린 듯 덧붙였다. “아, 한 대표 아내가 내 실험실에 투자하고 싶어 해. 한 대표는 그걸 반대하고 있고. 부부 사이가 그 일 때문에 더 틀어진 걸지도 모르지. 그래서 나한테 화살을 돌리는 거고.”“어쨌든 우리 사이의 문제는 몇 마디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아. 대현아, 그 사람 말에 휩쓸리지 마.”태상은 말끝마다 자신이 억울하다는 식이었다. 모든 것이 유호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듯했다.대현은 침묵했다.대현은 태상을 친구로 생각했지만, 유호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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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화

대현의 미간이 일그러지자 태상은 웃었다. “내가 왜 그런 짓을 해? 정수는 내 후배야.”대현이 추궁했다. “그럼 칩은 뭐야? 유호 머릿속에 칩이 이식돼 있다면서. 네가 그걸 빼냈어?”태상이 되물었다.“무슨 칩?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한 대표 머릿속에 칩이 들어 있다고?”태상은 잠시 침묵하다가 알아차렸다는 듯이 말했다. “정수랑 한 대표가 친구라서, 정수가 칩을 조사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뜻이야? 그런데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야?”대현은 태상의 멍하고 억울한 표정을 바라보았다.만약 이게 연기라면 연기대상을 받아야 할 수준이었다.“나 좀 피곤하다. 먼저 가. 조금 쉴게.” 머리가 복잡해진 대현은 혼자 있고 싶었다.누구도 자신이 두 번째 선택이라는 사실을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대현을 바라보는 태상의 눈빛은 조금 전보다 훨씬 차가워져 있었다. “그래. 몸조리 잘해. 갈게.”병실은 다시 조용해졌다.태상은 확실히 변했다. 대현이 생소하게 느낄 정도로 많이 달라져 있었다.어쩌면 태상의 손은 정말 깨끗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주먹을 꽉 쥔 채 대현의 마음은 복잡하게 얽혔다....병원 아래, 고급 세단 안에서 유호는 태상이 병원 건물을 나오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주헌이 물었다. “대표님, 따라갈까요?”“응.”병원 근처에는 먹자골목이 있었다. 한우 샤브샤브를 파는 가게로 들어간 태상은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유호는 가죽 시트에 기대어 그쪽을 멀리서 바라보다가 말했다. “정수가 사고 나기 전에 샤브샤브집에서 식사했다고 했지?”주헌이 대답했다. “맞습니다. 결제 내역도 출력해서 보여 드렸잖습니까?”유호는 멀리 보이는 쇠고기 샤브샤브 가게를 바라보았다. “여기지? 예태상이 여기서 알바를 했지?”주헌도 그제야 알아차렸다. “제가 다시 가서 알아볼까요?”유호가 말했다. “네가 가면 괜히 눈치만 챌 거야. 이미 충분히 분명하지 않아?”진실은 이미 눈앞에 있었다.정수는 사고를 당하기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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