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주는 절뚝거리며 걸었다. 당시 부러진 두 다리를 제때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후유증이 남은 듯했다.“나는 이 망가진 다리로 도망치려고 꼬박 이레 밤낮을 걸었어. 두 발에는 물집이 잡히고 피가 나고 딱지가 앉았지.” “그렇게 B시까지 걸어오면서, 또 차비를 벌 방법을 찾으면서 버텼어.”“강해인, 그때 나를 버티게 한 단 하나의 생각은 너에게 복수하는 거였어. 너도 나처럼 고통스럽게 만들겠다는 생각. 내가 겪은 고통을 너도 맛보게 하겠다는 생각!”예주의 눈에는 끝없는 증오가 넘쳤다.비를 맞은 사람이 다른 사람도 우산을 못 쓰게 하려는 악감정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예주는 분명 그런 사람이었다.해인은 태상을 바라보았다. “하예주가 왜 예태상 씨 실험실에 있는 거예요? 예태상 씨가 숨겨 준 거예요? 둘이 한패예요?”태상은 잔뜩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제 잘못이에요. 한 달 전 실험실에서 임금을 제대로 못 주는 상황이 됐어요.”“청소 직원이 그만뒀는데, 마침 하예주가 찾아왔어요. 숙소만 제공해 주면 월급은 반만 받아도 된다고 했어요.”태상과 예주는 딱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지금 예주는 완전히 달라져 젊은 여자의 모습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태상은 예주를 오래전에 잊었고, 예주의 진짜 신분도 알아보지 못했다.게다가 예주는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가짜 신분증까지 갖고 있었다. 그걸로 면접에 합격한 것이다. 당시 태상은 빚을 갚느라 정신이 없었고, 일이 너무 많아 세세하게 확인하지 못했다.그 부분에 대해서 해인은 태상이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느꼈다.해인도 예주를 처음 봤을 때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강해인, 너 임신했구나.” 예주의 목소리는 차갑고 가벼웠다. “마침 잘됐네. 오늘 엄마와 아이가 같이 죽으면 되겠어. 엄마하고 아이가 내 인생이 망가진 대가를 치러야지.”태상의 얼굴이 굳어졌다. “뭘 하려는 거야?”“대표님, 저를 실험실에 채용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일자리와 잘 곳까지 주셨잖아요. 하지만 미안해요.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