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정은 이런 비참한 장면을 서진에게 직접 들킬 줄은 상상도 못 했다.하지만 희정이 건훈과 거래하려고 한 이유는 영상을 손에 넣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자신과 서진 모두를 지킬 수 있었다.희정은 다급했다. 얇은 이너웨어만 걸친 채 서진에게 달려가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다.“서진아, 내 말 좀 들어줘. 네가 본 그런 게 아니야. 화를 내도 되는데, 나 버리지만 마.”희정의 얼굴은 눈물범벅이었다. 이렇게 두려운 적은 처음이었다.서진이 더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까 봐, 서진을 잃을까 봐 무서웠다.“진건훈이 억지로 한 거야. 내가 원한 게 아니야. 나 협박 당했어...”희정은 울면서 정신없이 설명했다. 말이 앞뒤가 맞지 않을 만큼 다급했다.하지만 서진은 희정을 안아 주지 않았다. 희정이 이렇게 먼저 매달렸는데도 차갑게 반응한 건 처음이었다.희정은 막막했다. 대체 어떻게 해야 서진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몰랐다.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아무리 꽉 움켜쥐어도 더 많은 것이 흘러내리는 기분이었다.“서진아, 뭐라도 말 좀 해. 나 때려도 되고 욕해도 돼. 제발 이렇게 모른 척만 하지 마.”늘 희정에게 부드럽고 웬만한 부탁은 다 들어주던 서진이었다. 희정이 눈앞에서 이렇게 우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는 모습은 처음이라 더 무서웠다.반면 침대 위의 건훈은 태연했다.건훈은 혀로 볼 안쪽을 밀며 느긋하게 바지를 주워 입었다.상체는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단단한 가슴에는 여자가 남긴 붉은 흔적이 보였다.등에는 방금 희정의 손톱에 긁힌 자국까지 남아 있었다.건훈이 서진을 향해 웃었다. “형, 오랜만이네. 이 동네에서 지내는 건 좀 어때?”과시였다.건훈의 눈에는 서진을 비웃으면서 이겼다고 과시하는 기색이 가득했다.눈앞의 모든 것이 서진의 분노를 끌어올렸다. 건훈의 몸에 남은 흔적은 대놓고 도발을 던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서진은 앞으로 다가가 건훈의 뺨을 주먹으로 세게 후려쳤다.건훈은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았다.건훈은 혀끝으로 어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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