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Chapter 511 - Chapter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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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1화

서빙 직원이 서진에게 말을 꺼냈다. “세상에 괜찮은 여자는 많아요. 어쩌면 두 분은 처음부터 인연이 아니었을 수도 있고요.”서진이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서빙 직원은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서진과 시선을 마주했다.서진의 눈빛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래도 이미 말을 꺼낸 이상, 서빙 직원은 차라리 끝까지 말하기로 했다.“손님, 조금만 시야를 넓혀 보세요. 주변에도 좋은 사람이 있을 수 있잖아요.”서빙 직원은 알고 있었다. 서진은 겉보기와 달리 한 사람에게 마음을 주면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가 이곳을 드나드는 다른 부자들처럼 늘 여자들을 끼고 다녔지, 매번 혼자 와서 조용히 술만 마실 리가 없었다.서로의 시선이 맞닿은 채, 서진이 문득 물었다. “이름이 뭐야?”서빙 직원이 대답했다. “나비예요.”서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비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나비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가까이 가져갔다.그런데 곧바로 나비의 뒷목을 덥석 잡더니, 서진은 손바닥에 힘을 주며 나비의 얼굴을 테이블 위에 눌렸다.숨이 막히는 자세가 되자, 나비의 심장이 쿵쿵 거세게 고동쳤다. 나비는 자신이 어떤 말을 잘못했는지 몰랐다. 차가운 테이블 상판이 뺨에 닿자, 따끔거리면서 나비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내가 대체 뭘 잘못 말한 거지? 왜 갑자기 나한테 이러는 거야?’서진이 물었다. “나한테 들이대고 싶어?”나비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에요. 저는 그저... 손님이 마음고생을 하시는 게 안타까워서요.”서진이 비웃듯 말했다. “나한테 관심이 꽤 많나 보네.”나비는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사실 나비는 서진의 빼어난 외모에 끌린 적이 있었다. 특히 콧등에 걸친 금테 안경은 서진을 단정하고 지적인 사람처럼 보이게 했다.하지만 서진에게 이런 무서운 면이 있을 줄은 몰랐다.잠시 후 나비를 놓아주었지만, 서진의 눈에는 분명한 경고가 어려 있었다. “저리 꺼져. 내 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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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하지만 희정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늘빌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마자 경비가 제지할 거라고는.경비가 말했다. “안녕하세요. 입주민이 아니면 안으로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희정이 말했다. “한유호 대표를 만나러 왔어요.”“저도 한유호 대표님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입주민의 지시가 없으면 규정상 외부인은 출입할 수 없습니다.”희정이 경비를 노려보았다. “나랑 한유호 대표가 무슨 사이인지를 몰라요? 얼마 전 기사에 다 나왔을 텐데요.”그 말을 듣고서야 경비는 희정을 알아보았다.확실히 얼마 전 뉴스에 나온 인물이었다. 하지만 불륜 상대로 지목된 사람이 이렇게 당당하게 굴며 스스로 떠벌리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오히려 자랑이라도 하듯, 남들이 모를까 봐 알리고 다니는 모양새였다.경비는 끝까지 원칙대로 말했다. “그래도 안 됩니다. 한유호 대표님이 직접 연락해서 지시하셔야 합니다.”문전박대를 당하자, 희정은 곧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핸드폰을 꺼내 유호에게 전화를 걸었다.통화 연결음은 울렸지만, 유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희정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렇게 돌아가자니 너무 억울했다.이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더니 곧 소란이라도 피울 듯 입을 열었다. “그럼책임자 불러요.”그때 검은 제네시스 G90 한 대가 조용히 희정의 뒤에 멈춰 섰다.차창이 반쯤 내려가면서, 안에서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잔뜩 화가 난 목소리였다. “희정아, 여기서 뭐 하는 거야?”희정이 뒤돌아보았다. 차장섭이 차 안에 똑바른 자세로 앉아 있었다. 위엄 어린 얼굴에는 불쾌감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희정은 아버지가 이곳에 나타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차장섭은 지금의 자리까지 오른 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만큼 바빴다. 어디를 가든 전담 비서가 일정을 맞춰야 했고, 차장섭을 만나려 해도 사전 약속이 필요했다.친딸인 희정조차 차장섭의 바쁜 일정 때문에 집에서 마주치는 일이 드물었다.그러니 차장섭이 이곳에 나타난 건 우연일 수 없었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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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화

“그만!” 희정이 차장섭의 말을 잘랐다. “그러니까 아빠 말은, 내가 애초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거잖아. 세상에 나오면 안 되는 애였다는 거지?”차장섭이 말했다. “그런 뜻이 아니야.”“아니면 무슨 뜻인데? 아빠가 도수희랑 헤어지지 않았으면 엄마랑 결혼하지 않았을 거고, 그러면 나도 없었을 거잖아.”차장섭은 눈살을 찌푸렸다. 희정이 이렇게까지 좁게 생각할 줄은 몰랐다.“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야?”차장섭은 속으로 희정의 엄마를 떠올렸다. 자기주장만 강하고, 말이 통하지 않던 사람.희정이 웃었다. “난 원래 이랬어. 왜? 실망했어? 강해인은 아빠의 착한 딸이겠지. 그런데 강해인은 아빠를 받아 줄 생각도 없어 보이던데? 아빠라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잖아.”차장섭이 희정을 바라보았다. “아빠 때문에 네가 해인이와 한유호를 갈라놓으려는 거야?”희정이 대답했다. “아니. 아빠 자신을 너무 대단하게 생각하지 마.”차장섭이 단호하게 말했다. “앞으로 한유호 만나지 마. 찾아가지도 말고.”“내가 굳이 만나겠다면?”희정은 어릴 때부터 최고의 교육을 받았다. 차장섭은 그 부분에 돈을 아끼지 않았고, 딸을 유학까지 보냈다. 교양 있고 예의 바른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서였다. 강압적이고 독선적이었던 친엄마를 닮게 하고 싶지 않았다.불륜 상대가 세상에서 어떤 시선을 받는지 희정이 모를 리 없었다.그런데도 왜 이렇게 행동하는 걸까?“희정아! 네가 지금 하는 짓은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거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무시당하게 된다고.”“무시당해? 그럼 아빠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결혼했잖아. 왜 아빠는 무시당하지 않았는데?”“그걸 어떻게 같은 문제로 묶어?” 차장섭은 겨우 인내심을 붙들고 말했다. “내가 해인이 엄마와 결혼했을 때 네 엄마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우리는 법적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었어!”희정이 비웃었다. “뒤에서 몰래 만난 적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그럼 강해인은 어떻게 생겼는데? 차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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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이제 희정은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않았다. 거리감을 드러내며 차장섭을 ‘차 시장’이라고 불렀다.차장섭이 말했다. “네가 생각을 고치면 그때 내보내 줄 거야.”문이 냉정하게 잠겼고, 바깥세상과 완전히 차단됐다.희정은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열 수가 없었다. 결국 방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았다.계속 갇혀 있을 생각은 없었다. 다행히 차장섭은 희정의 핸드폰까지 빼앗지는 않았다. 아직 외부와 연락할 수 있던 희정은 갑자기 서진을 떠올렸다. 이런 때 희정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서진뿐이었다.희정은 서진에게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다....다음 날 아침 일찍, 서진이 차씨 저택을 찾아왔다.하지만 서진은 차씨 저택의 정문도 제대로 두드려 보지도 못했다.차장섭은 서진과 희정의 사이가 남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다. 딸이 서진에게 도움을 청하리라는 것도 짐작했기 때문에 미리 막아 두었다.시장이라는 신분 때문에 차장섭의 저택 주변에는 보안팀과 경호 인력이 배치되어 있었다. 외부인이 함부로 들어갈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서진도 안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었다.희정은 그 모습을 그대로 지켜보면서 갈수록 더 화가 폭발했다. 방 안에서 손에 닿는 물건을 모조리 집어 던져 산산조각을 내기까지 했다.문밖의 경호원들은 희정의 분풀이를 보면서도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유호가 잠에서 깬 것은 다음 날 아침이었다.하루 종일 열에 들떠 멍한 상태였고, 해열제를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열이 올랐다.그래도 이번에는 완전히 열이 내린 듯했다. 머리가 아픈 느낌도 한결 나아졌다.유호는 어젯밤 정수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유호는 거울 앞에서 자기도 모르게 뒤통수 쪽을 만져 보았다. ‘정말 이 안에 칩이 심어져 있는 거야?’‘먼저 정밀 검사부터 받아 봐야 해.’유호는 핸드폰을 집어 정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정수의 핸드폰은 꺼져 있었다.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연결되지 않았다.오히려 유호의 핸드폰에는 해인이 건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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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정수의 주치의가 다가왔다.유호가 물었다. “정수 환자... 상태가 많이 심각합니까?”의사가 대답했다. “교통사고 충격이 워낙 컸습니다. 정수 님은 여러 장기에 손상을 입었고, 담낭은 완전히 파열됐습니다. 어제 긴급 수술을 한 것도 담낭을 제거하기 위해서였습니다.”유호는 숨이 턱 막혔다. ‘담낭을 제거했다니.’유호는 병상 위의 정수를 바라보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고, 칩 문제까지 함께 분석해 주던 사람이 이제는... 그런데 이상해!’어제 정수는 유호에게 칩 이야기를 알려 주었고, 또 꺼낼 방법을 찾아 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가 났다니.너무 기묘했다. 유호는 마치 누군가 꾸민 일처럼 느껴졌다.“언제쯤 깨어날 수 있습니까?”의사는 단정하지 못했다.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회복 상황을 봐야 합니다. 지금은 고비를 넘기는 중이고, 깨어나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유호의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았다.유호가 입원동을 나섰을 때, 주헌이 마침 차에서 내렸다.“정수에게 붙일 수 있는 최고의 의사를 찾아. 국내든 해외든, 식물인간 상태에서 의식을 회복시킨 경험이 있는 의사라면 전부 알아봐. 어떻게든 치료해.”“알겠습니다.” 주헌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이 지시하신 다른 일도 확인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정수 선생님 사고는 일단 사고로 보고 있습니다. 대형 화물차가 제동이 안 된 상태로 정수 선생님을 들이받았다고 합니다.”“세상에 그렇게 우연한 사고가 많아?” 유호는 차갑게 웃었다. 믿지 않는다는 뜻이 분명했다. “가해 운전자는?”주헌이 대답했다. “현재 경찰에 붙잡혀 있습니다. 다만 운전자는 끝까지 누가 시킨 일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보아하니 배후에 있는 사람은 이미 준비를 끝내 둔 모양이었다.정수의 사고는 칩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컸다. 누군가 정수의 입을 막으려 한 것이다.유호가 물었다. “어제 정수의 동선은?”주헌이 말했다. “사고 전에 사모님을 찾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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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6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사과하려니, 유호는 오랫동안 마음을 가다듬어야 했다.유호는 문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눌렀다....집 안.샤워를 마치고 나온 해인은 밖에서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에 곧장 경계했다.어제 병원에서 누군가에게 미행당하다가 사고를 당할 뻔한 뒤, 해인은 혼자 사는 여성을 위한 안전용품을 주문해 두었다.스테인리스 소재의 도어 스토퍼였다. 강제로 문을 따는 걸 막을 수 있었고, 누군가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오는 상황도 어느 정도 막아 줄 수 있었다.밖에서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는 얌전했다. 거칠거나 조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예의 바른 사람이 누르는 걸로 생각될 정도였다.해인이 현관문 렌즈로 밖을 보자, 문밖에 서 있는 유호가 한눈에 들어왔다.해인은 미간을 찌푸렸다.‘이 사람이... 왜 여기 있어?’해인은 유호에게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자기 아이에게 죽으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런 사람에게 좋게 대해 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소리치며 싸우지 않은 것만 해도 충분히 체면을 세워준 셈이었다.문이 열리지 않자 유호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해인의 핸드폰은 꺼져 있었다.아마 번호를 차단했을 것이다.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며 유호는 침묵했다.“해인아?” 입술을 꾹 다물고 있던 유호가 입을 열었다. “자? 우리 얘기 좀 하자.”거실 불이 꺼졌다.유호는 말문이 막혔다. 뜻은 명확했다. 해인은 유호를 상대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유호는 묘한 침묵에 빠졌다.‘보아하니 해인이는 정말 화가 많이 난 모양이네.’‘내 얼굴조차 보고 싶어 하지 않을 정도라니.’해인은 침대에 누워 쉬려고 했다.그때 핸드폰으로 우진의 메시지가 도착했다.[제가 도와드릴까요?]맞은편에 사는 우진은 이쪽 상황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해인은 답장을 보냈다. [괜찮아. 문 안 열어 주면 곧 갈 거야.]해인은 유호를 잘 알았다. 유호는 쓸데없는 일에 매달리는 사람이 아니고, 결과가 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도 않았다.우진은 핸드폰 문자를 보며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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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해인에게 친정 식구가 없다면, 승아가 해인의 친정이었다.예전에는 두 사람을 얼마나 좋게 봤고, 얼마나 열심히 응원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지금 승아가 느끼는 실망도 그만큼 컸다.마침 오늘 유호를 마주친 김에 승아는 참지 않고 쏟아냈다. “혹시 우리 해인이한테 다시 받아 달라고 온 거예요? 제가 말씀드리는데, 꿈도 꾸지 마세요.”“아내도 아이도 필요 없다면서요? 그 불륜 상대 만나러 다니던 분 아니세요? 그런데 여기서 왜 다정한 척하세요?”“빨리 그 차희정 씨 찾아가세요. 우리 해인한테는 제가 어리고 잘생긴 남자 열 명은 소개해 줄 거예요.”“다들 젊고 잘생겼고, 밤일까지 끝내주는 사람들로요. 번갈아 가며 해인이 뱃속 공주님 아빠 하라고 할 거니까요.”“우리 해인이는 돈도 있고 능력도 있고 얼굴도 돼요. 따라다니는 남자도 한둘이 아니고요. 바람피운 남자는 자격 없으니까 옆으로 비켜 주세요.”승아는 말을 다 쏟아내고 나서야 속이 조금 풀렸다.아침 일찍 해인의 집에 온 이유는 고양이 때문이었다. 해인의 집에는 고양이가 많았고, 임신한 몸으로 전부 돌보기는 어려웠다. 승아는 마음이 가는 고양이를 골라 데려가서 ‘집사’ 생활을 해 볼 생각이었다.하지만 승아의 말은 너무 거침없었다.해인은 들을수록 민망해졌다. 특히 ‘밤일까지 끝내준다’는 말이 승아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해인은 귓볼까지 붉어질 지경이었다.승아의 폭격에도 유호는 침착했다.유호의 시선은 승아를 지나 해인에게 닿았다. “안에 들어가서 얘기할 수 있을까?”‘밤새 이곳을 지킨 이유가 고작 해인이하고 대화 한 번 하기 위해서였던 거야?’해인은 미간을 찌푸렸다.“안 됩니다!” 승아가 해인 대신 대답했다. “계속 안 가시면 주거침입으로 신고할 거예요!”유호가 물었다. “정말 나랑 얘기 안 할 거야?”승아가 말했다. “제가 우리 해인이 대신 답했잖아요. 안 해요!”승아의 보호는 해인을 감동하게 했다. 하지만 승아는 칩에 대해 알지 못했다.정수가 아직 병원에서 의식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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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대현은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승아에게 목을 비틀린 뒤로 대현은 목도 제대로 돌리지 못했다. 얼마나 다친 건지 알 수 없었다.유호는 구급차를 따라 떠났다.두 사람이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승아가 불쌍한 얼굴로 해인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조금 겁이 난 듯했다. “해인아, 나... 방금 너무 세게 한 거야?”대현은 구급차에 실릴 때까지도 목을 바로 돌리지 못했다.해인은 아주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승아가 말했다. “그래도 정당방위잖아. 갑자기 나를 들어 올린 건 대현 씨잖아...”“음...” 해인도 그 말에는 잠깐 할 말을 잃었다. “너 지난번에 대현 씨 다치게 했을 때 병원에서 어떻게 간호했는지 잊었어? 용서해 달라고 얼마나 애썼는지도?”해인은 참지 못하고 승아의 이마를 톡톡 쳤다. “왜 배운 게 없어? 대현 씨가 갑자기 너를 안아 들긴 했지만, 딱히 못된 짓을 한 건 아니잖아.” “그렇게 세게 해 버리면, 혹시 네 손으로 네 사랑을 끊어 버리는 걸 수도 있어.”“푸... 뭐라고? 사랑?” 승아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누구 말하는 거야? 나랑 심대현?”해인이 고개를 끄덕였다.승아가 손사래를 쳤다. “됐어. 저 약골은 한 대만 맞아도 바로 나가떨어져. 아무나 막 커플로 엮는 거 아니야.’“넌 연애를 사람 패려고 하냐?”해인이 승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몰랐네. 알고 보니 네가 폭력적인 여자친구 타입이었구나.”승아가 말했다. “어쨌든 심대현처럼 약한 몸은 안 돼. 나중에 조금만 다쳐도 병원에 가면, 내가 남편을 해치려 했다고 의심받을 거 아냐.”...구급차 안.대현은 병원으로 가는 내내 아프다며 울상이었다.“유호야, 두 번이야. 나 전승아한테 두 번이나 당했어. 그 여자는 날 잡으러 온 사람 아니야?”“사람이 너무 착하면 안 된다니까. 착하면 만만하게 본다더니, 지난번에는 내가 그냥 넘어가 줬는데 이번에는 더 심하게 하잖아. 그때 제대로 혼을 냈어야 했어.”“병원에서 며칠이나 나 간호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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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대현은 유호가 농담한다는 걸 알고 히죽 웃었다. “친구야, 나한테 너무 날 세우지 마.”“이제 내 중요성을 알겠지?” 대현은 제 가슴을 툭툭 쳤다. “나 같은 연애 참모가 석 달이나 자리를 비웠더니, 너 하마터면 제수씨한테 차일 뻔했잖아.” 유호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누가 내가 차인다는 거야?”대현은 유호가 허세를 부리는 것뿐이라는 걸 알았다.그리고 일부러 말했다. “맞아. 차이는 게 아니지. 네가 차는 거지. 이혼해! 우리 유호 이렇게 잘났는데, 이혼해도 더 좋은 사람 찾을 수 있어!”차갑게 대현을 바라보는 유호의 눈빛에는 경고의 기색이 가득했다.대현은 억지로 말을 수습했다. “찾을 생각 없어? 그래도 이혼해! 이혼하고 나랑 같이 솔로 하자!”구급차가 병원에 도착했다.유호는 먼저 차에서 내린 유호는 몸을 돌려서 그대로 떠나려고 했다.유호가 자신을 버리고 가려는 걸 보자 대현은 다급해졌다. “유호야, 유호야. 나 버리고 가지 마.”유호가 말했다. “네가 그렇게 대단하다며. 목이 돌아간 채로도 의사 찾아갈 수 있겠지. 나까지 필요하겠어?”“삐치지 말고! 농담한 거잖아!”대현은 장난이 지나쳤다는 걸 알고 얼른 물러섰다. “내가 꼭 작전 짜 줄게. 제수씨 다시 잡을 수 있게 도와줄게!”...해인은 사설 탐정을 통해 태상의 일정을 확인했다.태상은 최근 아르바이트를 꽤 많이 한다고 했다. 혼자서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수준이라, 패턴을 정리하지 않으면 실험실에서 태상을 기다리기도 쉽지 않았다.해인은 실험실 밖에 섰다. 안전을 위해 들어가기 전에 우진에게 자신의 위치를 보냈다.[30분 뒤에 나한테 전화해. 연락이 안 되면 바로 신고하고.]우진은 회사에서 일하던 중 메시지를 받자마자 답했다. [이 실험실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겁니까?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지금 가서 지켜드리겠습니다!][괜찮아. 여기서 내가 다치면 제일 먼저 곤란해지는 건 실험실 책임자야. 함부로 못 움직일 거야.]유리문은 살짝 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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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3층에는 휴게실이 있었다. 해인을 위해 의자를 빼 준 태상은, 해인이 앉자 음료를 준비했다.“임신 중이시니 커피는 좀 그렇겠죠. 오렌지주스는 괜찮아요?” 태상이 물었다.해인이 오늘 온 건 태상과 한가롭게 이야기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두 사람은 친구라고 부를 사이도 아니었다.해인이 말했다. “목마르지 않아요.”태상은 해인을 어두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눈빛에 희미하게 쓸쓸한 기색이 스쳤다.태상은 먼저 자신이 주스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런 뒤 새 컵을 꺼내 오렌지주스를 따라 해인 앞에 놓았다.태상의 움직임을 지켜보던 해인은 태상이 자신의 옆에 앉자, 자연스럽게 물었다. “그날 고양이 사료, 예태상 씨가 사람을 시켜서 보낸 거예요?”태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좀 무례했어요? 다른 뜻은 없었어요. 그냥 해인 씨를 위해 뭔가 해 드리고 싶었어요. 아버지가 한 일 때문에 늘 해인 씨에게 죄책감이 있기 때문이에요.”해인은 입술을 다물었다가 물었다. “저를 위해 뭔가 하고 싶다고요? 그럼 하나 물을게요. 정수 선생님이 다쳐서 병원에 입원한 일은 예태상 씨가 시킨 건가요?”그 말을 들은 태상은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힘없이 웃었다. “해인 씨 눈에는 제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으로 보여요? 화물차 운전자를 매수하고, 상대가 기꺼이 제 말을 따르게 할 만큼요?”“제가 정말 그렇게 대단했다면 지금처럼 초라하게 살면서 혼자 네 가지 일을 뛰진 않았겠죠.”해인의 말뜻은 모호했다. “정수 선생님의 상태를 꽤 자세히 알고 있네요. 화물차에 치여 병원에 실려 간 것까지요.”태상이 말했다. “저와 정수는 같은 학교 동문입니다. 정수는 저를 선배라고 불러야 하는 사이고요.”“정수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은 동문들 사이에 다 퍼졌어요. 제가 아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에요.”태상은 빈틈없이 대답했다. 별다른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해인이 갑자기 말했다. “임신한 몸으로 오래 앉아 있으면 좀 불편해요. 실험실 안을 좀 둘러봐도 될까요?”태상은 흔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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