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제 둘은 곧 갈라설 처지였기에, 이해리는 구태여 정도원의 장단에 맞춰주기 귀찮았다.그녀는 지체 없이 정도원에게 전화를 걸어 단도직입적으로 쏘아붙였다.“방금 임신해서 안정이 필요하다는 글까지 올린 사람이 이런 공식 행사에 참석할 순 없잖아.”비록 가짜 임신이었지만 꽤 요긴하게 쓰이는 방패막이였다.이해리는 정도원이 이 핑계를 두고 한참 왈가왈부하며 실랑이를 벌일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정도원은 쿨하게 대답했다.“그럼 오지 마.”내심 반색하며 바라던 결과를 수용한 모양새였다.이해리는 이제 정도원이 또 무슨 속셈을 꾸미고 있는지 일일이 머리 굴려 짐작하기도 귀찮았다.“곧 이혼 서류 도장 찍을 사이니까, 다신 이런 귀찮은 일로 번거롭게 하지 마.”아무튼 정도원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자신이 얼굴을 비춰야 하는 자리라면, 이해리는 이제 그 어디든 절대 가지 않을 작정이었다.전화를 끊은 후, 정도원은 한참 동안 휴대폰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요즘 들어 왜 그런지 모르게 머릿속에 자꾸 복잡한 상념이 꼬리를 물었다.‘나와 이해리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됐을까?’곁에 있던 윤유나가 다가와 자연스럽게 그를 안으며 나직하게 물었다.“무슨 생각 해요? 아직도 내일 일 때문에 그래요?”내일이 바로 회사의 자선 만찬회 날이었기에, 윤유나 역시 이번 행사에는 정도원이 이해리를 대동하고 나타날지 내심 고민하던 중이었다.하지만 방금 나눈 통화 내용으로 보아, 같이 갈 일은 없을 듯했다.예상대로 정도원은 이해리가 내일 자선 만찬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이런 공식 행사에는 일절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미 오래전부터 이 타이밍을 노리고 있던 윤유나는 기회다 싶어 잽싸게 끼어들었다.“그럼 차라리 내가 이번 행사 진행자로 나서면 안 될까요?”“네가...”윤유나는 이미 회사에서 쫓겨난 몸이었기에, 공식 행사를 맡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정도원이 여전히 미적거리며 망설이자, 윤유나는 품에 더 꼭 안겨들며 귓가에 콧소리를 섞어 속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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