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버님이 남편으로》全部章節:第 261 章 - 第 270 章

390 章節

제261화

정지안은 사정을 들으면 들을수록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정지안이 억지로 웃음을 참는 듯한 표정을 짓자, 이해리는 무언가 미심쩍은 기분이 들어 그의 가슴을 툭 쳤다.“왜 웃어요? 내 고충이 우습게 보여요?”정지안은 겨우 입꼬리를 내렸지만, 이해리를 바라보는 다정하고 얄궂은 시선에는 깊은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린 정지안이 마침내 진실을 고백했다.“있잖아, 실은 그날 밤 우리 사이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뭐라고요?”그 말에 이해리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해졌고, 이내 부끄러움과 민망함이 뒤섞여 왈칵 화가 치밀었다.그녀는 정지안의 가슴을 한 번 더 거칠게 밀치며 소리쳤다.“그럼 왜 나한테 우리 둘이...”“그 당시 우리 관계를 생각하면, 내가 그런 식으로 빌미를 만들지 않고서야 네가 순순히 나랑 더 엮이려고 했겠어? 그저 너와 함께할 기회를 조금이라도 더 만들고 싶어서 그랬던 거야.”알고 보니 이전까지 두 사람 사이에는 정말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이다.이해리는 여태껏 이 일 때문에 혹여나 정도원에게 면목 없는 짓을 들켜 큰 약점이라도 잡힐까 봐 내내 조마조마해 했었다.그래서 정지안과 제대로 진지하게 대화해 보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진 이해리는 훽 토라져 가버리려고 발걸음을 옮겼다.하지만 그 순간 정지안이 뒤에서 이해리를 꼭 안아 멈춰 세웠다.그는 넓은 품으로 이해리를 끌어안고 귓가에 조곤조곤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이제 화 풀어. 앞으론 정말 너한테 아무것도 안 숨길게.”이해리는 입술을 삐죽이며 몸을 돌렸지만, 여전히 정지안의 단단한 품 안에 갇혀있는 상태였다.그녀는 정지안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앞으로 진짜 나 안 속일 거죠?”정지안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당연하지. 그때는 어쩔 수 없이 임기응변으로 대처했던 것뿐이지, 정말 널 속일 생각은 없었어. 네가 오해한 뒤로 나한테 다시는 묻지 않길래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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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정지안이 아주 태연하게 이런 말들을 늘어놓자, 옆에 앉은 이해리의 얼굴은 갈수록 홍당무가 되어갔다.두 사람은 거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아있었기에 식탁보가 길게 늘어진 것을 틈타, 이해리는 테이블 아래로 조심스레 손을 뻗어 정지안의 허벅지를 꼬집었다.하지만 정지안은 허벅지를 정통으로 꼬집히고도 얌전히 굴 생각은커녕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우리는 꽤 진지한 관계라 연인이라는 단어는 잘 어울리지 않네요. 저에게 그녀는 유일한 내 사람이자, 남은 평생을 손잡고 함께 걷고 싶은 동반자거든요.”이 말에 이해리의 뺨은 완전히 빨갛게 달아올랐다.손으로 꼬집는 게 통하지 않자, 이해리는 슬그머니 발을 들어 테이블 밑으로 정지안의 정강이를 툭 찼다.하지만 정지안은 아무런 감각도 없는 사람처럼 목소리 톤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그러다 마침내 정지안이 반응을 보이더니, 아예 고개를 돌려 이해리를 빤히 쳐다봤다.“해리, 넌 어떻게 생각해?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에게 바라는 특별한 조건이라도 있어?”이해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대답을 못 하고 버벅거리는 이해리를 향해 정지안이 한술 더 떠 짓궂게 몰아붙였다.“사실 너도 그녀를 본 적이 있잖아. 방금 한 내 얘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소감 한마디 해줘 봐.”정지안은 식사 시간 내내 놀라울 정도로 차분하고 태연자약했다.지난번 정도원이 사람들 앞에서 정지안이 친형제가 아니라는 비밀을 폭로했던 일 따위는 전혀 타격도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이해리는 그제야 혼자 애달프게 헛걱정을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가슴을 쓸어내렸다.내심 가슴을 쓸어내린 이해리는 우선 요동치는 감정을 추스르고 대충 적당한 말로 얼버무리며 화제를 비즈니스 협력 건으로 돌리려 했다.하지만 눈치 없는 정지안은 이해리를 이대로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겨우 몇 마디 물어본 것뿐인데 얼굴은 왜 그렇게 빨개진 거야?”이해리는 미간을 찌푸렸다.“정 대표님도 참,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전 그보다 앞으로 진행할 저희 협력 사업에 더 관심이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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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결국 오초아의 끈질긴 설득과 애원에 못 이겨 이해리는 동행하기로 마음을 굳혔다.통화를 마친 이해리는 앞 좌석에 앉아있는 정지안을 흘낏 바라보았다.“저 앞 쇼핑몰 앞에 내려줘요. 저녁에 일정이 생겼어요.”정지안이 눈썹을 쓱 올리며 물었다.“초아 씨가 어디 가재?”이해리는 눈을 슬쩍 흘기며 톡 쏘아붙였다.“지안 씨가 상관할 바 아니거든요.”“명색이 변호사인 사람이 매일 네 비서마냥 이리저리 데려다주고 지난번엔 병원까지 쫓아가서 기다려줬잖아.”이해리는 입술을 삐죽이며 대꾸했다.“초아는 제 단짝이라서 원래 늘 붙어 다니며 서로 챙겨주는 사이거든요.”오늘 저녁 동창회만 해도 오초아가 굳이 가자고 떼쓰지 않았다면 이해리는 절대 참가할 일이 없었을 터였다.정지안 역시 마침 처리해야 할 다른 용무가 있었기에 몇 가지 당부 사항을 일러준 뒤, 순순히 이해리를 쇼핑몰 근처에 내려주었다.저녁이 되어 이해리와 오초아는 약속된 동창회 룸으로 들어섰다.두 사람의 등장에 단번에 좌중의 시선이 집중되었다.“이거 이해리 아니야? 안 그래도 둘이 올까 말까 다들 얘기하던 참이었는데!”그중 한 동창이 이해리를 보고 실실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너 요즘 엄청 잘 나가는 집안에 시집갔다며? 매일 남편이랑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던데 진짜야?”“우리 동창 중에 재벌가 사모님은 이해리밖에 없잖아.”아니나 다를까, 몇몇 동창이 시기 섞인 말투로 틱틱거리며 끼어들었다.이해리는 대꾸할 가치도 느끼지 못하고 한 귀로 흘려버리며 오초아의 손을 이끌고 자리에 앉았다.오초아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구석에 앉아있는 한 남자에게 고정되어 있었다.연애 경험이 거의 없는 오초아에게 학창 시절을 수놓았던 첫사랑은 오직 저 사람 한 명뿐이었다.상대는 말수가 적은 편인지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음료만 마시며 밥을 먹을 뿐, 남들의 대화 주제에는 거의 끼어들지 않았다.첫사랑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오초아는 이내 씁쓸해져 입을 꾹 다물었다.한편 식사에만 온 신경을 쏟고 있던 이해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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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사실 이해리는 정지안을 직접 이 경찰서 현장에 행차하게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정지안이라면 충분히 일을 해결할 능력이 있겠지만, 그저 전화 통화 몇 통으로 조용히 마무리 지을 수만 있다면 일 처리가 훨씬 쉬워질 터였다.방금 전 동창들이 보인 꼴사나운 행태를 떠올리면 굳이 도와주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지만 말이다.그러나 생각과 달리 정지안은 신호음이 몇 번 울리기도 전에 전화를 받았다. “동창회가 있는 거 아니었어? 갑자기 무슨 일이야?”이해리가 입을 열어 막 설명하려던 찰나, 옆에 서 있던 성급한 동창 하나가 냅다 휴대폰 쪽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저기요, 이해리 남편 되시죠? 해리가 돈 많고 빽 좋은 남편한테 시집갔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거든요. 지금 우리 쪽에 큰일이 터졌는데, 혹시...”보다 못한 오초아가 그 몰상식한 동창의 팔을 세차게 잡아끌었다.“너희가 이해리한테 도와달라고 사정해서 해리도 전화 돌려준 거잖아. 도움받는 처지에 사람을 그렇게 몰아붙이는 건 너무한 거 아니야?”말을 건넨 동창생도 자기가 선을 넘었다는 것을 직감했는지, 흠칫 뒤로 물러서며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나도 일이 빨리 해결됐으면 해서 그런 거지...”오초아는 동창생을 흘겨보고는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이해리를 바라보았다.한편 수화기 너머로 상황을 다 들은 정지안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나를 남편 대접이라도 해주는 거야?”이해리는 잠시 침묵하다가 물었다.“우리 지금 경찰서인데,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있어요?”그녀는 오늘 동창생들이 소란을 피운 사건을 요점만 간략하게 설명했다.“방법이야 있지. 하지만 그전에 나한테 ‘여보’라고 한번 불러봐.”정지안의 능글맞은 목소리에 이해리는 아까 나눴던 식사 자리가 불쑥 떠올랐다.어떻게 매번 정지안의 덫에 기어 들어가는 형국이 되는 건지 자괴감이 들었다.“그렇게 안 부르면 나도 못 도와줄 것 같은데.”정지안의 능글맞은 회유가 고막을 자극하는 와중에 주변 동창생들의 집요한 시선이 살을 파고들었다.이해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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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하지만 이제 둘은 곧 갈라설 처지였기에, 이해리는 구태여 정도원의 장단에 맞춰주기 귀찮았다.그녀는 지체 없이 정도원에게 전화를 걸어 단도직입적으로 쏘아붙였다.“방금 임신해서 안정이 필요하다는 글까지 올린 사람이 이런 공식 행사에 참석할 순 없잖아.”비록 가짜 임신이었지만 꽤 요긴하게 쓰이는 방패막이였다.이해리는 정도원이 이 핑계를 두고 한참 왈가왈부하며 실랑이를 벌일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정도원은 쿨하게 대답했다.“그럼 오지 마.”내심 반색하며 바라던 결과를 수용한 모양새였다.이해리는 이제 정도원이 또 무슨 속셈을 꾸미고 있는지 일일이 머리 굴려 짐작하기도 귀찮았다.“곧 이혼 서류 도장 찍을 사이니까, 다신 이런 귀찮은 일로 번거롭게 하지 마.”아무튼 정도원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자신이 얼굴을 비춰야 하는 자리라면, 이해리는 이제 그 어디든 절대 가지 않을 작정이었다.전화를 끊은 후, 정도원은 한참 동안 휴대폰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요즘 들어 왜 그런지 모르게 머릿속에 자꾸 복잡한 상념이 꼬리를 물었다.‘나와 이해리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됐을까?’곁에 있던 윤유나가 다가와 자연스럽게 그를 안으며 나직하게 물었다.“무슨 생각 해요? 아직도 내일 일 때문에 그래요?”내일이 바로 회사의 자선 만찬회 날이었기에, 윤유나 역시 이번 행사에는 정도원이 이해리를 대동하고 나타날지 내심 고민하던 중이었다.하지만 방금 나눈 통화 내용으로 보아, 같이 갈 일은 없을 듯했다.예상대로 정도원은 이해리가 내일 자선 만찬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이런 공식 행사에는 일절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미 오래전부터 이 타이밍을 노리고 있던 윤유나는 기회다 싶어 잽싸게 끼어들었다.“그럼 차라리 내가 이번 행사 진행자로 나서면 안 될까요?”“네가...”윤유나는 이미 회사에서 쫓겨난 몸이었기에, 공식 행사를 맡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정도원이 여전히 미적거리며 망설이자, 윤유나는 품에 더 꼭 안겨들며 귓가에 콧소리를 섞어 속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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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윤유나는 아직 이해리의 등장을 인지하지 못한 채, 마이크를 고쳐 잡으며 오프닝 신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나 장내를 훑어보던 정도원의 시선이 불현듯 근처에 선 이해리에게 가닿았다.단상 위의 윤유나와 이해리를 번갈아 보던 정도원은 순간 사색이 되어 허둥대기 시작했다.그사이 이해리는 앞만 보며 도도하게 걸어갔다. 그녀가 뿜어내는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에 스쳐 지나가는 사람마다 넋을 잃고 쳐다보았다.주위에서는 벌써부터 수군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어라, 이해리 씨 임신해서 오늘 안 온다고 하지 않았어?”“차림새를 보니 그냥 가볍게 들른 모양인데?”“듣자 하니 단상 위 진행자, 예전에 회사에서 잘렸던 직원이라며? 설마 정도원이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다시 불러들인 건 아니겠지?”“누가 알겠어, 저 세 사람 전에 삼각관계라는 소문도 돌았잖아...”이러한 억측들에 대해 이해리는 그저 들리지 않는 척 무시했다.이해리가 단상 가장자리로 거침없이 걸어가자, 윤유나는 이미 사색이 되어 허둥지둥 이해리 쪽으로 다가왔다.“해리 씨, 나한테 감정 있는 거 알지만 오늘은 중요한 날이잖아요. 우리 사적인 원한 때문에 일을 그르치진...”윤유나가 말을 이어가려다 문득 이해리가 제 옷차림을 훑어보고 있음을 눈치챘다.그녀는 이해리가 왜 그러는지 몰라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여 아래를 보았다.자신의 높은 킬힐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윤유나는 불현듯 무언가 깨달았는지 고개를 쳐들고 바짝 긴장한 채 이해리를 쏘아보았다.이해리 역시 물러서지 않고 윤유나를 응시했다. 시선이 얽히는 찰나, 이해리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서서히 짙어졌다.“아기를 가진 몸이면서 그런 신발을 신다니, 아무래도 좀 위험하지 않겠어요?”이 날카로운 경고는 마침 다가오던 정도원의 귀에 똑똑히 박혔다.정도원 역시 걸어와 윤유나의 차림새를 살폈다. 처음엔 별생각이 없었으나 이해리의 뼈 있는 일침을 듣자 정색하며 안색을 굳혔다.“그러고 보니 그렇네... 유나 너 임신했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높은 굽을 신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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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자선 경매라는 것은 원래 참가자들이 가져온 애장품을 경매에 부치고 낙찰금 전액을 기부하는 행사였다.오늘 갑작스레 연회에 참석하게 된 이해리가 빈손인 건 당연했다.안 그래도 오는 길에 정도원이 혹시 이 경매를 빌미로 허튼수작을 부리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역시나였다.정도원은 경매를 핑계로 꼼수를 부릴 생각인 데다, 아예 내연녀인 윤유나까지 뻔뻔하게 데리고 나와 진행자 자리에 앉혀 대외적으로 공표하고 있었던 것이다.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해리는 단상 위의 윤유나를 가만히 응시하며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오늘 갑작스럽게 참석하게 되어 미처 기증품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제게도 경매에 부칠 만한 것이 딱 하나 있기는 하네요.”윤유나는 이해리의 전반부 대답을 들었을 땐 비웃음이 튀어나와 쏘아붙이려다, 마지막 한마디를 듣는 순간 얼굴이 싹 굳어졌다.“그렇다면 대체 어떤 것을 경매에 올리실 건가요?”이해리는 우아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자선 경매인 만큼, 여러분이 낙찰받으신 금액은 전부 기부를 위해 쓰일 겁니다. 그러니 이 경매 역시 각자의 장점을 살려 가치를 나누는 자리가 되어야겠죠. 저는 오늘 이곳에서 아주 특별한 ‘기회' 하나를 경매에 부치고자 합니다.”이해리의 깜짝 선언에 주변 사람들 모두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이해리를 바라보며 대체 어떤 기회인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단상 위의 윤유나 역시 순간 멍해졌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질문을 던졌다.“그렇다면 그 기회라는 게 대체 어떤 기회인지 말씀해 주시겠어요?”윤유나가 보기에 이해리는 그저 이렇다 할 재능이나 경력도 없는 평범한 전업주부에 불과했다.비록 시어머니에게 들은 바로는 이해리가 돈이 좀 있어서 회사에 투자까지 했다고 하지만, 윤유나는 그 돈 역시 예전에 이해리가 정도원에게서 뜯어낸 돈일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어찌 됐든 윤유나의 눈에 이해리는 자신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 하찮은 존재일 뿐, 고작해야 자신보다 집안 배경이 조금 더 좋은 것 말고는 내세울 게 없다고 생각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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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정지안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행사장에 모인 대부분의 시선이 순식간에 정지안에게 쏠렸다.조금 전까지 이해리의 뜬금없는 제안에 불만을 품거나 어리둥절해 하던 사람들 역시 일제히 정지안을 주목하기 시작했다.몇몇 사람들은 정지안이 대체 왜 이 자선 경매회에 나타난 것인지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리기까지 했다.이곳은 명백히 정도원의 회사였고 굳이 따지자면 정도원의 안마당이나 다름없는 영역이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최근 두 사람 사이에 심한 불화설이 돌았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하지만 이해리만큼은 정지안이 오직 자신을 위해 이곳에 왔음을 직감적으로 알았다.그녀는 제 자리에 앉은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고급 맞춤 슈트를 완벽하게 차려입은 정지안은 긴 다리로 천천히 홀 안쪽을 향해 걸어왔다.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보적인 아우라는 순식간에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기에 충분했다.특히나 수려한 비주얼은 연회장 안의 그 누구와 비교해도 단연 돋보였다.이해리는 여태껏 이런 각도로 정지안을 바라본 적이 거의 없었다.넋을 잃고 쳐다보는 순간, 이해리의 시야 속 세상에는 오직 정지안 한 사람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그리고 정지안은 그런 이해리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단상 위에 서 있던 윤유나는 일순 멍해졌다가, 이내 본인에게 아주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음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만약 이 기회를 빌려 두 사람을 묘하게 한 세트로 엮어버린다면, 설령 나중에 둘 사이에 진짜 무슨 일이 터지더라도 완벽하게 덜미를 잡을 수 있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터였다.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윤유나는 헛기침을 하며 마이크를 고쳐 쥐었다.“우리 대표님의 형님께서도 경매장에 참석해 주실 줄은 몰랐네요.”이 멘트가 떨어지기 무섭게 정도원이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윤유나를 쏘아보았다.윤유나는 그제야 전에 정도원이 정지안은 친형이 아니라고 못 박았던 기억을 떠올렸다.방금 내뱉은 한마디는 정도원의 역린을 제대로 건드린 셈이었다.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주워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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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거기에 정지안 개인의 비즈니스적 인지도와 명성 또한 업계에서 가히 압도적이었다.정지안이 비즈니스 천재라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며, 최근 몇 년간 그의 위상은 말 그대로 하늘을 찔렀다.하객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이해리가 방금 사업 기회를 경매에 부치겠다고 한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장내에서 누군가 흥분해서 벌떡 일어섰다.“제가 응찰하겠습니다! 그런데 해리 씨, 아직 시작가를 밝히지 않으셨네요?”이해리 역시 자신이 던진 한마디에 정지안이 직접 구원투수로 등판할 줄은, 그리고 이토록 수많은 사람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사실 그녀는 향후 누구와 손을 잡아야 할지, 심지어 정지안의 제안대로 본인만의 독자적인 커리어를 구축해야 할지조차 아직 마음에 정해둔 바가 없었던 터였다.그야말로 덜컥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격이었다.이해리는 짐짓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흔치 않은 기회이니, 경매 시작가는 10억으로 하겠습니다.”이 액수를 입 밖으로 내뱉으면서도 이해리의 심장은 초조하게 요동쳤다.아무리 정지안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버티고 있다 한들, 실체가 없는 단순한 무형의 기회일 뿐이라 과연 흥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기 때문이다.게다가 현장에는 산전수전 다 겪은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하지만 뜻밖에도 10억이라는 거금은 그들의 뜨거운 열기를 조금도 잠재우지 못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2억을 얹은 응찰이 들어왔다.2억, 또 2억씩 호가가 쉴 새 없이 치솟았다. 그렇게 마침내 마지막 낙찰자는 무려 40억을 불렀다.이는 오늘 경매에 출품된 모든 물품을 통틀어 단연코 최고 낙찰가였다.낙찰을 받아낸 장본인 역시 행사장 전체의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이해리는 지근거리에 앉아있던 정도원의 안색이 진작에 흙빛으로 굳어진 것을 똑똑히 보았다.정도원은 비열하게 머리를 굴리더니, 뜬금없이 이해리 쪽으로 걸어왔다.이해리의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치던 찰나, 정도원이 이죽거리며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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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같은 시각, 인터넷 뉴스를 확인한 이해리 역시 한숨을 쉬며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특히 다음 날 아침 일찍 정도원이 대대적으로 바이럴 마케팅 업체를 동원해, 자선 경매회에서 모인 후원금 전액을 즉각 기부했다는 여론몰이를 시작했기 때문이다.이 행보는 누리꾼들의 엄청난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이 쇼윈도 부부를 둘러싼 스캔들이 아무리 자극적이었고, 그들이 뒤에서 진흙탕 같은 기 싸움을 벌였든 상관없었다. 어찌 됐든 누군가 실질적인 혜택을 받았고 전달되었다는 사실만큼은 변치 않는 팩트였으니까. 댓글 창은 전부 정도원에 대한 칭찬과 찬사로 도배되었다.결국 이 자선 경매회의 주최자가 정도원의 회사였기 때문이다.인터넷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던 이해리의 안색도 무겁게 가라앉았다.노트북 화면을 마주한 채, 이해리의 손가락은 키보드 위에서 이리저리 방황했지만 결국 아무런 글도 올리지 못했다.이런 근심 가득한 얼굴은 정지안의 눈에 고스란히 들어왔다.정지안은 쥐고 있던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가와 조심스레 물었다.“왜 그래? 어제 경매 결과가 마음에 안 들어?”사실 이해리와 정지안의 비즈니스 협업 소식은 대외적으로 엄청난 화제를 모은 참이었다.“지안 씨도 확실히 이득을 보았고 나도 이름을 알렸지만, 정도원이 우리 덕에 묻어가서 지 회사 홍보까지 톡톡히 해냈다는 생각을 하면 온몸이 근질거리고 짜증이 나요.”이해리는 우물쭈물하며 제 속내를 털어놓았다.“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일은 우리가 손해 본 것 같아요.”애초에 이해리가 경매 행사장에 가려 했던 것도 정도원이 꼼수를 부릴까 봐 감시하려던 목적이었다.그런데 생뚱맞게 제 파트너십 기회만 날려버리고 만 꼴이 되었고 다른 사람이 낙찰받아 기부한 돈도 그들 손에는 단 한 푼도 들어오지 않았으니 말이다.이해리는 진짜 백 퍼센트 진심으로 이번에 정도원 그 인간만 횡재했다고 생각했다.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뺨 쪽으로 차가운 손가락이 닿더니 볼이 살짝 꼬집혔다.이해리는 고개를 들어 정지안을 흘겨보았다.“맨날 내 볼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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