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버님이 남편으로의 모든 챕터: 챕터 251 - 챕터 260

390 챕터

제251화

게다가 조금 전 이해리에게 보기 좋게 콧대를 세울 기회를 내주기까지 했다니.윤유나는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라 냉큼 휴대폰을 꺼내 정도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 오늘 쇼핑하다가 이해리를 만났어요... 원래는 오빠 카드로 결제해서 옷 몇 벌 사려고 했는데, 어째서인지 카드가 정지되어 있더라고요...”정도원은 곧바로 상황을 파악했다.“이해리에게도 내 카드가 연동된 가족 카드가 한 장 있어. 아마 그쪽에서 고의로 비밀번호를 여러 번 틀리게 입력한 모양이야.”“어머, 역시 그랬구나! 어쩐지 이해리가 아까 그 옷들을 들고 결제대 앞에서 한참 동안 서성거리며 안 가더라니...”이번 일이 정도원의 뜻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자, 윤유나의 기분은 순식간에 날아갈 듯 좋아졌다.정도원은 곧장 단호하게 말했다.“걱정 마. 내가 바로 이해리에게 준 가족 카드 연동을 해지해 버릴 테니까. 앞으로 내 카드는 너만 쓸 수 있어.”원하던 대답을 얻어낸 윤유나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오빠, 요 며칠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우리 같이 저녁 먹을까?”바로 그 시각, 이해리와 오초아가 다른 매장을 둘러보고 있을 때 휴대폰으로 알림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정도원이 이해리와의 가족 카드 연동을 해지했다는 내용이었다.이해리는 화면을 슥 보더니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무래도 나 진짜 이혼해야겠어.”“또 무슨 일인데?”오초아는 한쪽에 진열된 옷들을 훑어보다가 마음에 드는 게 없어 뒤를 돌던 참에 이해리의 말을 들었다.그녀는 얼른 다가와 관심을 보이며 수신된 문자를 들여다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이 남자, 정말 속이 밴댕이 소갈딱지네!”“내 말이... 하지만 방금 윤유나가 돈을 펑펑 쓰며 거드름 피우던 걸 생각하면 그냥 넘어갈 수 없어. 그 여자한테 매운맛을 보여줄 좋은 방법이 없을까?”“윤유나가 지금 쓰는 돈 전부 너희 부부의 공동재산이잖아. 증거를 싹 모아두었다가 이혼할 때 아주 한밑천 두둑이 뜯어내 버려.”이해리는 입술을 삐죽거렸다.“그거야 당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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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유나가 돈을 어디에 썼는지 전혀 몰랐어요. 게다가 임신해서 요즘 며칠 동안 집에만 박혀 있느라 힘들었을 텐데, 밖에 나가서 돈 좀 쓴 게 무슨 대수라고요!”심여진은 쿠션을 집어 들고 아들에게 던졌다.“철딱서니 없는 것! 마침 네 입으로 먼저 꺼냈으니 나도 확실하게 못 박아 두마.”정도원이 어머니에게 화를 식히라고 말하려던 찰나 어머니의 최후통첩이 떨어졌다.“그동안은 너희 둘의 기분도 그렇고 유나가 임신한 상태라 마음 쓰일까 봐 아무 말 안 했다.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난 네가 이해리와 이혼하는 걸 원치 않아. 그러니까 윤유나가 가진 아이 말이다, 우린 그 아이만 거두자꾸나.”아이만 남겨두고 생모는 내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었다.오늘 본 카드 명세서와 명품 매장에 있는 윤유나의 사진이 떠오르자 심여진은 울화가 치밀어 가슴을 팡팡 두드렸다.“이 집안을 지키고 네 기를 살려주려고 정작 내 가방 하나 안 사고 버틴 게 얼마인지 알아! 지가 애 가진 게 무슨 벼슬이라고! 애초에 너랑 이해리 사이만 좋았고 그놈의 이혼 소동만 피우지 않았어도 벌써 애가 생겼을 거다...”어머니의 말을 듣던 정도원은 지난번 억지로 관계를 맺으려다 실패했던 기억이 떠올라 짜증이 확 밀려왔다.“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에요.”“난 모른다, 어쨌든 내 뜻은 확실히 전했으니 아이만 남기고 유나를 어떻게 정리할지는 네가 알아서 해!”본가에서 나온 정도원은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마침 변호사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변호사는 이혼 숙려 기간이 거의 끝나간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다.한편, 이해리 쪽에도 이 정보가 전달되었다.“절차에 따라 이혼 의사에 변함이 없는지 확인하고자 연락드렸습니다.”이해리는 당연히 확고한 태도를 보였다.“내일 정도원에게 얘기할게요.”그리고 이튿날 이른 아침, 이해리는 정도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숙려 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정식 이혼 절차를 밟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시간 넉넉히 비워둬. 갑자기 회사 일정이 잡혀서 곤란하다는 핑계는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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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이해리는 정지안이 재산 분할 문제까지 미리 염두에 두고 챙겨줄 줄은 몰랐다.그때 정지안이 하얗게 이를 드러내며 웃더니, 불쑥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그럼 나한테 어떻게 보답할 건데?”“그런 싱거운 소리는 나 이혼하고 나서 해요.”이해리는 헛기침을 하며 정지안과의 거리를 한 걸음 벌렸다.이 남자, 요즘 들어 뜬금없이 자신을 흔들어 놓는 장난이 부쩍 잦아졌다.이해리가 수줍어하는 모습을 눈치챈 정지안은 피식 웃었다. 그의 눈매에 자기도 모르게 부드러운 다정함이 번졌다.“참, 오늘 저녁에 협력사 사저에서 프라이빗한 파티가 열릴 거야.”“그 얘길 나한테 하는 건 같이 가자는 뜻이에요?”이해리가 눈을 깜빡였다.“며칠 전에도 파티에 다녀왔는데 오늘 또 가자고요?”“인맥을 넓혀주겠다는데 싫어? 오늘 밤에 특별한 일 없으면 나랑 같이 가.”뒷말은 거의 거절을 허락하지 않는 단호한 어조였다.이해리는 입술을 삐죽였다.“못 갈 것도 없죠. 준비할 시간 좀 줘요.”사적인 연회인 만큼, 어찌 되었든 정지안의 파트너로서 동행하는 자리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이해리는 짙은 초록색 실크 벨벳 롱 드레스를 골랐다. 평소에 자주 입지 않던 스타일이었지만, 이런 사교 모임에는 제격일 것 같았다.두 사람은 연회장에 들어서자마자 협력사 관계자와 인사를 건넸다. 그때 이해리의 시선 끝에 저편에 서 있는 정도원이 스치듯 포착되었다.그를 확인하는 순간, 마침 정도원도 고개를 돌렸다.이해리가 또 정지안과 다정하게 붙어 있는 모습을 본 정도원은 코웃음을 휙 치며 불쾌함을 드러냈다.그때 마침 아는 협력사 대표가 다가오더니 이해리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어머, 사모님도 오셨네요? 저쪽에 정 대표님도 와 계시던데, 두 분이 같이 오신 게 아닌가 봐요?”이해리는 슬쩍 정지안의 눈치를 살피더니, 이내 당당하게 대답했다.“아뇨, 오늘은 정지안 씨 파트너로 왔습니다.”정도원 따위가 누구던가. 이해리는 이제 정도원에게 눈길 한 번 주고 아는 척하는 것조차 귀찮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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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여보, 행사장 도착하면 나한테 먼저 연락하라고 했잖아. 좀 늦게 왔다고 남편 찾을 생각도 안 하는 거야?”정도원의 이 뻔뻔한 한마디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방금 이해리와 대화를 나누던 박 대표 역시 멍해지고 말았다.‘분명 이해리는 조금 전 정지안과 같이 왔다고 했는데... 그러고 보니 두 사람 생각보다 금슬이 꽤 좋아 보이는데?'주위의 다른 협력사 대표들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서로 눈치만 살필 뿐,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정도원은 제 말이 먹혀들어 갔다고 생각했는지 이해리에게 더 바짝 다가섰다.“우린 부부잖아. 여기 와서 나랑 같이 안 있고 따로 행동하면, 사람들이 우리 사이 안 좋은 줄 오해할 거 아냐!”억지로 다정한 척 가식을 떠는 꼴에 이해리는 속이 메스꺼워 토할 것만 같았다.정도원이 자신을 불쾌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수작을 부린다는 사실을 이해리 역시 잘 알고 있었다.사람들이 속으로 세 사람의 관계를 이리저리 추측하던 그때, 이해리가 불쑥 입을 열었다.“오늘 난 당신 형과 사업을 논하러 온 거야. 비즈니스가 우선인데, 지금 당신의 태도는 지나치게 옹졸하다고 생각지 않아?”그녀의 단호하고 또렷한 한마디가 허공을 가르자, 정도원은 순식간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뭔가 대꾸를 하려고 했지만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위압감에 짓눌린 정도원은 그저 멍하니 서서 입만 뻥긋거릴 뿐이었다.사방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정도원은 결국 왈칵 성을 내며 소리를 질렀다.“형은 무슨 얼어 죽을 형이야! 저 인간 입양아인 거 당신 몰라? 그동안 우리 집에서 친자식처럼 키워줬더니, 이제 와서 내 아내를 데리고 사업을 논해? 이 사실을 당장 부모님께 말씀드려야겠어!”그 말을 들은 이해리는 저도 모르게 곁에 선 정지안을 돌아보았다.사실 이해리도 정지안이 정씨 가문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며칠 전에야 겨우 알게 된 참이었다.하지만 정도원이 이 자리에서 그토록 치명적인 비밀까지 폭로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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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어떻게 포장하든 결국 정지안을 감싸고 도는 모양새였다.그 사실을 깨달은 정도원은 순간 이성을 잃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잘난 척 그만해! 내가 이 모든 걸 터뜨린 게 결국 누구 때문인데? 전부 너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까 너만 아무것도 모르는 척, 발 빼고 우아하게 굴지 말라고!”정도원의 폭언을 들으며 이해리는 그가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는 것을 직감했다.하지만 대체 무엇 때문에 이토록 광분하는 걸까.최근 며칠 동안 이해리는 스스로를 되돌아보았지만 딱히 자극적인 행동을 한 적도 없었고 단지 이혼 서류 처리를 재촉했을 뿐이었다.설마 며칠 전 백화점에서 윤유나를 맞닥뜨렸던 해프닝이 발단이 된 건 아니겠지?시어머니의 불같은 성정을 고려하면 필시 정도원을 가혹하게 문책했을 터였다. 그 사실을 인지하자 이해리의 머릿속이 명료해졌다.“결국 당신 내연녀를 위해 복수하겠다는 거였네.”아주 낮게 가라앉은 음성이었기에 주변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순간 정도원의 안색이 싹 변했다.“쓸데없는 헛소리 집어치워.”이해리는 와인잔을 들어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흔들었다.미동조차 없는 우아한 자태는 조금 전의 해프닝이 그녀에게 티끌만큼의 영향도 주지 못했음을 증명하는 듯했다.이해리는 한껏 여유로운 표정으로 조곤조곤 말을 이었다.“이 사달이 난 건 온전히 당신이 자초한 결과야. 점잖은 비즈니스 자리에서 난데없이 해괴한 소리를 지껄이다니. 게다가 나와 지안 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점 부끄러운 행동을 한 적이 없어. 예전에 내 지도교수님이 지안 씨와 협력한 인연이 있어서, 이번 프로젝트의 중간 다리 역할을 맡아 나를 소개해 준 것뿐이니까.”이해리의 정연한 설명에 주위 사람들은 그제야 오해를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동시에 정도원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싸늘하게 변해갔다.결국 정도원은 질투심에 눈이 멀어 사리 분별도 못 하고 제 집안의 치부까지 까발린 졸렬한 인간에 불과했던 것이다.쏟아지는 눈총에 정도원은 속이 타들어 가는 듯했지만, 사방의 이목 때문에 아무런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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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너 대체 생각이 있는 거야? 네가 흥청망청 쓴 이 돈들, 이해리 쪽에 카드 내역 다 남는단 말이야! 이해리가 이걸 부부 공동재산 침해니 뭐니 하면서 꼬투리 잡아 나한테 소송 걸면, 내가 분할 받을 재산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알아?”정도원의 살벌한 태도에 짓눌린 윤유나는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한 채, 두 손으로 입을 막고 닭똥 같은 눈물만 뚝뚝 흘렸다.그렇게 가녀린 모습으로 떨고 있는 모습을 보자, 정도원도 더는 가시 돋친 말을 내뱉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오늘 하루 동안 쏟아부었던 화를 돌이켜보며 그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소파에 풀썩 주저앉았다.무릎 사이에 힘없이 손을 떨어뜨리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바닥만 주시하는 안색은 그 속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그 모습에 윤유나는 쭈뼛거리며 아주 조심스럽게 다가갔다.“미안해요. 내가 생각이 짧았어요. 앞으론 정말 말조심할게요...”정도원은 무력하게 손을 휘둘렀다.“임신한 몸으로 이런 데 신경 쓰지 말고 가서 쉬어.”“이것들 내일 당장 가서 반품할게요. 산 지 하루밖에 안 됐으니까 전부 환불해 줄 거예요. 오빠 말대로 사실 지금 나한테는 다 사치일 뿐이고... 정말 오빠 화나게 할 의도는 없었어요.”윤유나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정도원에게 연신 다짐했다.정도원의 얼굴색이 그제야 조금 누그러지는 것을 보고서야 윤유나는 그제야 아쉬운 듯 연신 뒤를 돌아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어렵게 이해리와 정도원의 파경을 눈앞에 둔 지금, 무조건 이 기회를 움켜쥐어야 했다. 다신 정도원의 심기를 거스르는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되었다.그리고 가짜 임신이 탄로 나기 전에 배 속의 아이를 진짜로 만들어야 했다. 하루빨리 실제로 임신에 성공해야만 했다.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윤유나의 눈빛에 언뜻 독기 서린 음흉함이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침대에 누워 오늘 일어난 일들을 곱씹다 보니, 윤유나는 여전히 가슴이 조마조마하고 불안했다.‘정도원이 지금 이해리 때문에 저렇게 감정 기복이 심한 건, 마음 깊은 곳에 여전히 이해리를 향한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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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정도원도 당분간은 다른 사람을 만날 생각이 없었다. 윤유나의 집안 배경이 회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또다시 불미스러운 일이 터진다면 회사의 평판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윤유나는 정도원이 속으로 얼마나 복잡하게 득실을 따지고 있는지 전혀 모른 채, 정도원을 밖으로 배웅하자마자 곧바로 어딘가로 다급히 전화를 걸었다.“오늘 새로운 움직임이 있었어. 지금 내가 말하는 대로 준비해 줘...”통화를 끝낸 윤유나의 얼굴에는 뚜렷한 미소가 피어올랐다.한편, 이해리는 심여진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해리야, 나 너한테 할 말이 좀 있다.”심여진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한 불쾌감을 느꼈지만, 이해리는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무슨 일인지 물었다.“어젯밤 꿈에 도원이 아빠가 나왔단다. 아무래도 나한테 선몽을 준 것 같아. 그래서 오늘 도원이를 데리고 성묘를 가려는데, 너도 같이 갈래?”정도원조차 미리 연락해 알려주지 않은 일이었으니, 이해리가 선뜻 따라나설 리 없었다.하물며 정도원이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정지안을 주워 온 자식이라며 모욕했는데도 심여진은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조차 없었으니, 이해리는 속으로 정지안 대신 몹시 분개하고 있던 터였다.“저는 가지 않을게요. 요즘 몸이 좋지 않아서 성묘하러 가는 건 좀 꺼려지네요.”대충 핑계를 대며 이해리는 전화를 서둘러 끊어버렸다.심여진은 대체 왜 이 타이밍에 성묘를 가자고 한 걸까.그것도 정도원의 아버지가 선몽을 주었다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그런 집안 행사는 그들끼리 알아서 하라지, 이해리 자신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으나, 황당하게도 바로 그날 오후 정도원 일가가 뉴스에 오르내렸다.일가족이 성묘하러 간 모습이 포착되었는데 이해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공개된 화면 속에는 오직 심여진과 정도원 두 사람뿐이었다.두 사람은 주변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성묘를 마쳤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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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이해리는 글을 올린 뒤 댓글 창에 비난 섞인 추궁과 날 선 질문들이 빗발칠 것이라 예상했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댓글 창은 대부분 누리꾼들의 따뜻한 축하 글로 채워지기 시작했다.[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어쩐지 요즘 통 안 보이신다 했어요!][이해리 미모는 여배우 뺨치는 수준인데, 임신까지 했다니 태어날 아기는 얼마나 예쁠지 상상도 안 가네!][정도원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어떻게 이해리 같은 여자가 제 아이를 가지게 만든 거지?]쏟아지는 댓글들을 보며 이해리는 한쪽 눈썹을 쓱 올렸다.이토록 많은 사람이 자신을 일방적으로 지지해 줄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미처 휴대폰을 내려놓기도 전에 정지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해리야, 방금 올린 게시글 무슨 뜻이야? 진짜 임신한 거야?”최근 두 사람이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었기에, 정지안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스친 생각은 이해리가 자신의 아이를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진지한 목소리에 이해리는 참지 못하고 왈칵 웃음을 터뜨렸다.“설마 진짜라고 믿은 거예요?”“그게 무슨 소리야? 설마 거짓으로 올린 글이었어?”이해리는 한참을 웃고 나서야 차분하게 설명을 덧붙였다.“맞아요. 그쪽에서 먼저 실시간 검색어 조작해가면서 날 곤란하게 만들길래, 나도 위기를 모면할 핑곗거리를 하나 던진 것뿐이에요.”정지안은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안도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아쉬움이 묻어나는 침묵이었다.“난 정말 네가 임신한 줄 알았어.”정지안의 씁쓸한 기색을 알아챈 이해리는 손사래를 쳤다.“내가 임신을 한다면 당연히 지안 씨 아이일 테니, 그때가 되면 가장 먼저 말해줄게요.”싱글벙글 웃으며 통화를 종료하기가 무섭게 또 다른 전화가 울려 퍼졌다.이해리는 발신인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전화를 받았다. 정지안이 다시 전화를 건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것은 정도원의 노발대발하는 목소리였다.“이해리, 제정신이야? 왜 SNS에 임신했다는 거짓 게시글을 올린 거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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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윤유나는 소파에 앉아 초조하게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이해리가 하필 이 타이밍에 이런 게시글을 터뜨릴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대체 왜 매번 이해리만 교묘하게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빠져나가는 걸까?그리고 이해리가 정말로 임신한 게 맞긴 한 걸까?최근 정도원은 윤유나가 임신한 줄로 알고 거의 손도 대지 않았고, 심지어 두 사람이 만나는 시간조차 아주 드물었다.윤유나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정도원을 빤히 응시했다.“당신들, 최근에 같이 밤을 보낸 적 있어요?”“뜬금없이 왜 그런 멍청한 소릴 해? 설사 걔가 애를 가졌다고 해도, 그 아기가 내 핏줄일 확률은 제로야.”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정도원의 얼굴은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처음에는 이해리가 대중의 비난을 피하려고 올린 가짜 임신 글인 줄 알았는데, 만약 이해리가 진짜로 임신한 거라면 어쩌지?그렇다면 가능성은 딱 하나뿐이었다. 이해리와 정지안이...생각만 해도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에 정도원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을 박차고 뛰쳐나갔다.한편 이해리는 게시글을 올린 후 자신을 비난하는 댓글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마침 실검을 확인한 오초아에게서도 정말 임신한 게 맞냐며 확인 전화가 걸려왔다.이해리는 정지안에게 했던 말과 똑같은 핑계로 얼버무렸지만,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스쳤다.그러고 보니 이번 달 생리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원래 주기보다 한참 늦어지고 있었다.가만히 계산해 보니, 그동안 밤을 같이 보낸 사람은 오직 정지안뿐이었다.이해리는 갑자기 심장이 요동치며 안절부절못했다.설마 지난번 술김에 충동적으로 선을 넘었던 그날 밤에...이해리는 떨리는 손가락을 꽉 쥐며 오초아에게 말했다.“나 병원 가서 검사 좀 받아봐야 할 것 같아.”“설마...”오초아는 심장이 멎을 뻔할 만큼 경악했지만 이내 병원으로 오라며 다독였다.이해리는 오초아를 만나면 또 잔소리 섞인 심문을 당할 게 뻔하다는 것을 알았다.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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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해리는 입술을 삐죽였다.“아마 오늘 내가 올린 게시글을 보고 내가 진짜 임신했다고 생각한 모양이야.”그래서 한시가 급하게 인공수정을 해서라도 얼른 진짜 임신을 하려는 것이리라.지금 누구든 배 속에 아이를 가진 사람만이 심여진의 편애를 독차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어머니의 명에 절대복종하는 정도원 역시 아이라는 명분이 있다면 윤유나에게 너그러워질 터였다.오초아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하, 그런 속셈이었구나. 하지만 이해리, 너도 너무 초조해하지 마. 우리 일단 검사부터 받으러 가자.”오초아는 이해리가 SNS에 올린 글이 단지 위기 모면용 꼼수였을 뿐, 정작 임신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이해리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검사 결과, 예상대로 이해리는 임신이 아니었으며 신체의 다른 모든 수치도 정상으로 나왔다.생리가 늦어진 것은 최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식사량이 너무 적었던 탓으로 보였다.결과를 확인한 이해리는 제 허벅지를 탁 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럴 줄 알았으면 병원에 오지 말 걸 그랬어.”“네가 병원에 안 왔으면 어떻게 윤유나의 그 수상쩍은 꼬투리를 잡았겠어? 집에 가면 정지안한테 넌지시 물어봐, 혹시 알아? 그 사람이 무언가 아는 게 있을지.”지난 몇 번의 사건들을 거치며 오초아는 정지안에게 꽤나 좋은 호감을 품고 있었다.이제는 만날 때마다 이해리에게 서둘러 정지안과의 관계를 진전시켜 불을 지피라고 재촉할 정도였다.심지어 정도원과 이혼 도장을 찍자마자 정지안과 연인 선언부터 하라며 설레발을 쳤다.오초아의 부추김에 이해리는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대체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야... 난 덜컥 정지안의 아이라도 들어선 게 아닐까 조마조마했다고.”아직 이혼도 안 한 상태에서 덜컥 아이부터 생기는 것은 이해리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될 터였다. 만약 정말로 임신을 했고, 이 사실을 정도원이 알게 되었다면 어찌 되었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이혼을 결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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