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버님이 남편으로》全部章節:第 291 章 - 第 300 章

390 章節

제291화

이해리는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한의사는 느긋하게 정지안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었다.한참 동안 진맥하던 그는 문득 묘한 표정으로 이해리를 바라보았다.그 시선에 이해리는 덜컥 겁이 났다.“선생님, 왜 그러세요?”‘설마 심각한 병이라도 발견된 걸까?’그 생각이 미치자 이해리는 덜컥 겁이 났다. 무슨 심각한 병이라도 있는 건 아닐까 싶어 다시 물으려던 순간, 한의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젊은 부부가 딱 그럴 나이인데 왜 이렇게 답답하게 구는 거예요? 남편분 상태를 보니 아주 뻔해요. 제때 해소를 못 해서 억눌린 기운이 몸에 쌓인 거예요. 그래서 온몸이 달아오르는 거고요.”한의사의 너무 노골적인 진단에 이해리는 순간 멍해졌다. 뜻을 알아차린 다음에는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그런데 한의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사모님이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해요. 남편분은 평소 사모님이 먼저 표현을 안 하니까 괜히 참고 있는 것 같네요.”그 말이 끝나자마자 정지안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음... 맞습니다. 제가 해리를 배려하느라 평소에는 먼저 얘기하지 않았거든요.”이해리는 어이가 없었다.‘이 사람이 지금 의사까지 등에 업고 능청을 떠는 건가?’그녀는 곧바로 정지안을 흘겨보았다.한의원을 나온 뒤, 이해리는 앞만 보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옆에 있는 정지안은 쳐다보기도 싫었다.조금 전 진료실에서 들은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정말 어디 아픈 줄 알고 걱정해서 데려왔는데!’“왜 그렇게 빨리 걸어? 나 아직 몸 안 좋은 사람인데.”어느새 따라붙은 정지안이 그녀의 옆에서 느긋하게 말했다.이해리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그렇게 멀쩡하게 걸어 다니면서 무슨 몸이 안 좋아요? 그리고 그건 병도 아니잖아요! 변태 병인 것 같은데 제가 도와줄 방법이 없어요.”정지안은 웃음을 참았고, 이해리는 얼굴을 붉혔다.두 사람은 그렇게 티격태격하며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해리의 휴대전화가 울렸다.변호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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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이해리는 잠시 생각하다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렸다.“저를 위해 기뻤다는 뜻이었어요?”그 시선은 한없이 부드러웠다.두 사람 사이에 조용하고 따뜻한 공기가 흘렀다.그 순간 이해리도 조금 전의 벅찬 감정에서 벗어나 더없이 차분해졌다.사실 그녀는 무서운 것도 아니었고 긴장한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오랫동안 달려온 끝에 결승선이 보였을 때 느끼는 묘한 공허함이었다.하지만 그녀는 곧 미소를 지었다.“전 정말 기뻐요. 드디어 이혼하게 되잖아요. 누구보다도 기뻐요.”그것은 그녀가 오랫동안 꿈꿔 온 자유였는데 어떻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정지안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웃으며 한마디 보탰다.“알아. 넌 이미 오래전에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정리했으니까. 내가 기뻤던 건 바로 그거야.”이해리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그의 눈빛 속에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향한 안도와 위로가 담겨 있었다.정지안의 눈빛을 보며 이해리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고마워요.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지안 씨 덕분이에요. 지안 씨가 계속 곁에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절대 못 해냈을 거예요.”이해리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한때 그녀는 정말 이혼이 불가능할 거로 생각했다.정도원뿐 아니라 그의 가족들까지 한마음으로 자신을 압박했고, 부모님이 남긴 유품과 재산 문제도 대부분 정도원의 손에 묶여 있었다. 그 시절의 이해리는 평생 그에게 발목 잡혀 살아야 하는 게 아닐까 두려워했다.이혼하고 싶어도 번번이 가로막히던 날들,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했던 기억이 떠오르자 눈가가 뜨거워졌다.“사실 지금도 실감이 안 나요. 정말 다 끝나 가는 게 맞는 걸까 싶어요. 만약 내일 갑자기 이혼이 안 된다고 하면... 그럼 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평소와 달리 흔들리는 이해리의 모습을 보자 정지안은 곧바로 그녀를 품에 안았다.“그런 생각 하지 마.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얼마나 힘들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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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이해리는 화면을 내려다보다가 처음에는 무시하려 했다. 그러나 곧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정도원은 최근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아마 재판에서 이길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해리를 빈손으로 내쫓을 수 있다고 믿고 있으니 굳이 찾아와 도발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몰랐다.그 생각이 들자 이해리의 입가에 교활한 미소가 번졌다.그렇다면 이 남자가 오히려 이용할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이해리는 메시지를 무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곧바로 서민재에게 전화를 걸었다.사실 서민재는 그리 영리한 사람이 아니었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정도원 주변에 있는 사람 중에 제대로 된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예전의 이해리는 정지안만은 예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전 알게 되었다. 정지안은 애초에 그 집 친아들이 아니었다.그래서였을까, 정도원 바보 같은 동생과는 전혀 닮지 않았던 이유가.그 생각에 이해리는 홀가분해졌다.생각해 보면 정지안 역시 억울한 사람이었다. 정지안이 앞으로 정도원 같은 동생의 그늘을 평생 지고 살아야 하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수년 동안 집안을 위해 헌신했는데 결국 수많은 사람 앞에서 정도원에게 ‘친아들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그 일 역시 정지안의 마음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을 것이다.그 생각에 이해리는 묘한 동질감마저 느꼈다.그리고 휴대전화 화면 속 서민재의 이름을 보자 억눌러 두었던 증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마침내 통화가 연결되었다.“여보세요? 이해리 씨 맞죠?”서민재의 목소리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이해리가 먼저 전화를 걸 줄은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하지만 놀람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했던 행동들이 효과를 본 것이라 착각한 듯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그 꽃 사건 말인데요. 우리 이제 그 일은 잊으면 안 될까요? 전 그냥 깜짝 선물을 해주고 싶었던 건데 설마 그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하필 그날 그렇게 바람이 심하게 불 줄 누가 알았겠어요?”이해리는 솔직히 말해 이 일 자체가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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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그러자 서민재의 목소리가 놀란 듯 금세 들떴다.“전 괜찮아요. 이해리 씨가 그렇게 말해 주시니까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네요.”“요즘 왜 이렇게 피로한 상태로 운전하는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방금도 하필이면...다행히 차 안전성이 좋아서 크게 다치진 않았는데, 당분간은 다리가 부러져서 꼼짝없이 쉬어야 할 것 같아요.”서민재는 계속해서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았다. 이해리는 이마를 짚으며 적당히 맞장구를 쳐 준 뒤 전화를 끊었다.어차피 밖에 나온 김에 잠시 쇼핑이나 하다가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정지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지금 뭐 하고 있어?”오늘 서민재가 갑자기 입원하게 된 일을 떠올리자, 이해리는 문득 모든 게 지나치게 절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이 일 지안 씨가 한 거예요?”그녀는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물었다.하지만 전화기 너머의 정지안은 잠시 침묵하더니 되물었다.“무슨 말이야? 이 일이라니, 그게 뭔데?”이런 일만 나오면 정지안은 꼭 모르는 척을 했다.이해리는 그가 입을 여는 순간 이미 답을 얻은 것 같았다.그래서 일부러 다시 물었다.“제가 무슨 일을 말하는지 정말 몰라요? 오늘 특별한 일이 그렇게 많았던 것도 아니잖아요.”서민재가 갑자기 사고를 당해 다리까지 부러진 게 단순한 우연일 리 없었다.‘설마 오늘 내가 서민재와 통화하던 내용을 지안 씨가 들은 걸까?’생각할수록 그럴 가능성이 커 보였다.“저 지금 밖에서 쇼핑 중이에요. 아직 집에 안 들어갈 거고요.”“그래. 다른 일 하러 간 게 아니라면 됐어.”정지안의 대답을 듣는 순간, 이해리는 오늘 일은 절대 우연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그냥 솔직하게 말해 봐요. 이번 사고, 지안 씨가 뒤에서 사람 시켜서 만든 거죠?”사실 해리가 원하는 건 단지 정지안의 대답뿐이었다.정지안이 속이 좁다거나 질투심이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앞으로도 이런 일이 생긴다면, 적어도 이런 식의 ‘사고’만큼은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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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다만 계획을 실행하기도 전에 정지안이 먼저 움직여 버렸을 뿐이었다.오늘 의욕 넘치게 복수를 준비했다가, 가는 길에 서민재 다리가 부러졌다는 소식을 들었던 순간이 떠오르자 이해리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정지안은 언제나 행동이 빠르고 단호했다.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일을 꾸몄는지 궁금할 정도였다.심지어 서민재는 아직도 그 사고가 이상하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아무튼 다시 말하는데요. 앞으로는 이런 위험한 일 절대 하지 말아요.”그녀는 쇼핑하면서도 계속 정지안과 통화를 이어 갔다.신기하게도 오늘의 정지안은 평소와 달랐다. 회의가 있다고 하지도 않았고, 먼저 전화를 끊으려 하지도 않았다. 두 사람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이어 갔다.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이해리는 옷 구경보다 통화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됐어요. 이제 옷 좀 사러 다닐 거예요. 전화 끊을게요.”정작 본인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 말투에는 은근한 투정이 섞여 있었다.전화기 너머에서 정지안이 낮게 웃었다.“그래. 재밌게 쇼핑해.”해리가 통화를 끝내려는 순간, 정지안이 덧붙였다.“쇼핑 마치고 나면 빨리 들어와. 뭘 사든 내가 다 계산해 줄 테니까.”그 말을 듣자 해리의 가슴 한편이 또다시 따뜻해졌다.마치 연애를 하는 사람처럼 달콤한 기분까지 함께 밀려왔다.생각해 보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집주인과 가격 때문에 실랑이를 벌였었다.그러면서도 자신에게는 늘 아낌없이 돈을 썼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다.사실 정지안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녀를 연인처럼 대하고 있었다.해리는 웃으며 말했다.“저도 돈 있거든요? 그런 거 안 해 줘도 돼요. 오늘은 좀 더 돌아다니다가 초아 만나러 갈 거예요. 같이 저녁도 먹고요.”기왕 나온 김에 그냥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친구 얼굴도 본 지 꽤 됐다.이해리가 오초아를 만나러 간다는 말을 듣자 정지안의 목소리가 한결 누그러졌다.“그래, 다녀와. 대신 어디 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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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어제만 해도 정도원을 끌고 병원에 가 검사를 받았고, 임신 사실이 확인되자 정도원 역시 무척 기뻐하는 듯했다.그 자리에서 곧바로 그녀에게 아파트 한 채를 사 주기까지 했다.윤유나는 부동산 등기 서류 사진과 두 사람의 대화 내용, 심지어 송금 기록까지 함께 올렸다.게시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남편이 준 임신 축하 선물. 조금 늦었지만 정말 행복해요.]게시물이 올라가자마자 ‘좋아요’가 쏟아졌다.윤유나는 그 화면을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어차피 이번 소송은 정도원이 이길 것이고, 자신 역시 미래의 ‘정씨 가문 사모님’이 될 예정이니 더는 숨길 필요도 없었다.오히려 윤유나는 이해리가 이 게시물을 빨리 보길 바랐다.그래야 자신이 인터넷에서 자랑하는 보람이 있을 테니까.쇼핑하던 이해리는 오초아와 연락을 마친 뒤, 실제로 윤유나가 올린 게시물을 보게 되었다.그녀는 놀란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아직 두 사람은 완전히 이혼한 상태도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면 저 재산들은 전부 공동재산에 해당할 수도 있는데 윤유나는 이렇게 대놓고 행동하고 있었다.‘아니면 정도원이 정말 이번 소송에서 내가 빈손으로 쫓겨날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걸까?’그 생각이 들자 이해리는 휴대폰을 집어넣으며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녀는 일부러 밖에서 디저트를 사 왔다.집에 들어오자마자 곧장 서재로 향해 정지안에게 살갑게 굴었다.“오늘은 왜 이렇게 적극적이야? 말해 봐. 뭘 도와주면 되는데?”이제 정지안은 이해리의 성격을 꽤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아무 이유 없이 아양을 떨 사람은 아니라는 것도 말이다.이해리는 혀를 살짝 내밀며 환하게 웃었다.“이제 제가 뭘 하기만 하면 다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무슨 꿍꿍이든 상관없어. 나를 떠나겠다는 생각만 아니라면 전부 들어줄 수 있으니까.”이해리의 직진에 익숙해진 탓인지, 정지안 역시 예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변했다.이해리는 속으로 생각했다. 앞으로 이 남자를 다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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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정지안의 말을 들은 이해리는 눈빛이 순간 환하게 빛났다.“역시 지안 씨가 똑똑해요! 저는 왜 이런 방법을 생각도 못 했죠?”확실히 물증보다 인적 증거가 더 유용할 때가 있었다.하지만 나중에 어떻게 분양사무소 직원을 법정에 세울 수 있을까?그때 정지안이 다시 입을 열며 이해리의 생각을 끊었다.“어때? 나랑 같이 가 볼래?”“좋아요. 그럼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요.”이해리를 성공적으로 설득한 정지안은 속으로 은근히 흐뭇해했다.다음 날 아침, 정지안은 이해리를 데리고 집을 사러 온 신혼부부 행세를 하며 분양사무소를 찾았다.이해리는 그제야 알게 됐다. 이 남자의 연기력이 생각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사실을.상담 직원 앞에서 정지안은 태연하게 거짓말을 늘어놓았다.“저희는 고층으로 보고 있어요. 채광이 좋았으면 좋겠고요. 아파트 시설이 좋으면 더 좋고요.”옆에서 능숙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정지안을 보며 이해리는 몰래 고개를 숙였다.오늘 그와 함께 오길 정말 다행이었다. 혼자 왔다면 진작에 정체가 들통났을 것이다.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상담 직원 역시 매우 친절하게 설명을 이어갔다.그러던 중 정지안이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꺼냈다.“그런데 어제도 여기서 어떤 부부가 집을 계약했다던데요. 아내가 임신 중이었다고 하던데 맞나요?”직원은 순간 멈칫했다. 이 부부가 왜 그런 사실까지 알고 있는지 의아한 눈치였다.그녀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그건 고객 개인정보라서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다만 어제 부부 한 쌍이 계약한 건 사실이에요. 저희 아파트가 워낙 좋아서요.”직원이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리려 하자 정지안은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그냥 가벼운 뒷이야기 정도가 궁금해서요. 알려주시면 오늘 바로 계약할 수도 있는데.”순간 직원의 표정에 갈등이 스쳤다. 수당과 직업윤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결국 입을 열었다.“구체적인 개인정보는 말씀 안 드리는 조건이면 괜찮을까요?”“물론이죠. 저희도 신혼부부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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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그녀는 마침내 이해리를 알아보았다.사실 처음 두 사람이 들어왔을 때부터 그녀는 이해리가 어딘가 낯이 익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곧바로 떠오르지 않았고, 정지안이 계속 대화를 주도하는 바람에 신경이 분산됐다.“설마 두 분이 한패였던 거예요? 일부러 저한테서 말을 끌어내려고...”자신이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은 직원은 크게 당황했다.그녀가 어떻게 증언을 한단 말인가.집을 판매한 고객의 불륜 사실을 폭로하는 셈인데...정지안은 여전히 침착했다.“저희에게 증언해 주신다면 이 일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을 거예요. 애초에 정도원이 내연녀를 데리고 와서 집을 산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니까요.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기회라고 생각해요.”“하지만 거절하신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고객 개인정보를 함부로 이야기했다는 사실도 알려질 수 있고, 불륜을 눈감아 준 직원이라는 소문이 돌 수도 있겠죠.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집을 팔 수 있겠어요?”정지안의 협박을 들은 직원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인적 증거까지 확보했다. 하지만 돌아가는 길 내내 이해리의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만 맴돌았다.사실 정지안은 처음부터 정체를 밝히고 질문을 유도한 뒤 녹음하는 방법도 사용할 수 있었다.‘그런데 왜 굳이 자신과 신혼부부 행세를 했을까?’아무리 생각해도 일부러 기회를 만들어 자기 이득을 챙긴 것 같았다.그 생각이 들자 이해리는 삐친 얼굴로 정지안을 노려봤다.뒤늦게 눈치챈 그녀의 반응이 오히려 귀여웠는지, 정지안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이제야 알아챈 거야? 아니면 나한테만큼은 원래 이렇게 경계심이 없는 건가?”“아니거든요! 그땐 증인을 확보하는 게 급해서 다른 생각을 못 한 것뿐이에요.”이해리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정지안을 믿었기 때문이라는 사실만큼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그가 제안했을 때도 별다른 의심 없이 자연스럽게 맞춰 줬다.정지안은 작게 웃었다.“알겠어. 이제 화 풀어. 증거는 전부 갖춰졌으니까 변호사한테 연락해.”“하지만 아직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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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이해리를 향한 비난 여론이 워낙 거셌다. 만약 정도원 역시 같은 행동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자신들과 관련된 과거 일들까지 전부 파헤쳐질 수 있었다.그때 욕을 먹는 쪽은 자신이 될 가능성이 컸다.그 생각에 윤유나는 안심한 듯 정도원의 어깨에 기대었다.“언제쯤 저랑 결혼할 생각이에요? 결혼식은 크게 안 해도 괜찮아요. 대신 웨딩드레스랑 보석은 최고급으로 해 줘야 해요.”집은 이미 받았다. 이제 자동차 한 대만 더 있으면 완벽할 것 같았다.자신의 계획을 생각한 그녀는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제가 진짜 도원 씨랑 결혼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니까요.”최근 계속 SNS에서 애정 행각을 과시한 것도 다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했다.분명 그걸 본 이해리가 자극받았고, 그래서 정지안과의 관계를 숨기지 못한 것 아니겠는가.윤유나는 자신이 이번 일에서 정도원에게 큰 도움을 줬다고 굳게 믿었다.두 사람은 더욱 가까이 몸을 기댔다.정도원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사실 요즘 다른 생각도 하고 있어.”“설마 재판 공개를 고민하는 거예요?”윤유나는 금세 그의 생각을 눈치챘다.정도원은 고개를 끄덕였다.“원래는 창피한 일이라 비공개로 가려고 했어. 게다가 혹시 이해리 쪽이 우리 둘의 증거를 가지고 있을까 봐 걱정됐고. 그런데 지금 보니까 그럴 힘도 없어 보여. 이미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있잖아. 반격할 힘이 없을 거야”오히려 재판을 공개하면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 같았다.“지금 인터넷 분위기까지 이용하면 승산이 훨씬 커질 거야.”그 무렵 정지안은 관련 기사와 실시간 검색어를 보며 화가 나 미쳐버릴 것 같았다.이 모든 상황이 이해리가 의도적으로 만든 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정도원을 방심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도 말이다.그런데도 이해리를 향해 쏟아지는 모욕적인 말들을 보고 있자니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정지안은 부계정을 만들어 악성 댓글 하나하나에 답글을 달았다.회사 측 인력까지 동원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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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정지안의 말을 들은 이해리는 말문이 막혔다.“지안 씨 마음은 알아요... 하지만 이제 계획이 거의 다 성공 직전이잖아요. 조금만 더 참아주면 안 돼요?”결국 한발 물러섰다. 이해리는 정지안의 팔을 붙잡고 목소리를 부드럽게 낮췄다.“재판까지 이제 하루 이틀밖에 안 남았어요. 제가 일부러 인터넷도 안 보고 있는 이유가 뭔지 알잖아요. 저도 사람들이 욕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정도원이 공개 재판을 하게 만들려면 어쩔 수 없었어요. 정말 이것밖에 방법이 없단 말이에요.”시간은 이미 매우 촉박했다. 그런데도 아직 공개 재판이 확정됐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정지안 역시 자신이 경솔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알겠어. 이제 더는 관여하지 않을게.”두 사람이 이야기를 마치자마자 이해리의 휴대폰이 울렸다. 변호사에게서 온 전화였다.통화를 연결한 이해리는 곧 반가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정도원 측이 공개 재판을 신청했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승리를 확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통화를 마무리하려던 순간, 변호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불안하시다면 제가 마지막으로 자료들을 다시 한번 점검해 드릴까요?”하지만 이해리는 담담하게 웃었다.“전혀 긴장되지 않아요. 무섭지도 않고요.”이미 확보한 증거만으로도 정도원을 빈손으로 내보내기에 충분했다.이해리의 요구는 간단했다. 전에 말했던 대로만 해주면 됐다.오히려 처음부터 무리한 요구를 한 건 정도원 쪽이었다. 계속 도발했고, 뒤에서는 수작까지 부렸다.특히 조작된 사진들은 결정적인 약점이 될 수 있었다.이번 재판에서 이해리는 정도원에게 거짓말을 반복한 대가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리고 드디어 재판 당일.공개 재판을 선택한 이상 정도원 역시 일을 크게 키울 생각이었다.그는 일부러 여러 언론사 기자들까지 불러 모았다. 이해리가 공개적으로 망신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그 모습을 본 이해리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라이브 방송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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