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동생을 택한 너에게, 나는 네 라이벌을 택했다: Chapter 11 - Chapter 20

30 Chapters

제11화

“내 명의로 돼 있는 회사 지분이랑, 다른 사업들 전부 조용히 정리해서 다 내 개인 계좌로 옮겨.”설희의 눈빛이 곧바로 날카로워졌다.자세를 바로 세운 설희는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상무님. 제가 바로 진행하겠습니다.”채이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 뒤, 가방에서 차 키를 꺼내 설희에게 건넸다.말투는 담담했지만, 여지는 없었다.“차 키는 네가 가져. 차도 미리 불러 놨어. 일이 끝나면 너무 늦지 않게 들어가서 쉬어.”채이는 혼자 돌아갈 생각이었다.조용한 곳에서 머릿속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설희는 차 키를 받아 들고 채이를 한 번 더 바라봤다.걱정이 드러났지만, 더 묻지 않았다.이내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채이는 숨을 한 번 깊게 들이마신 뒤, 건물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런데 몇 걸음도 떼지 못했을 때였다.등 뒤에서 갑작스러운 힘이 가해졌다.채이는 크게 휘청거리면서 끌려갔다.“사람 살려...”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넓은 손바닥이 입을 완전히 덮었다.숨이 막혔다.“왜 소리 질러. 나야, 부태빈.”귓가에서 익숙하면서도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채이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경계와 분노가 동시에 번졌다.상대가 태빈인 걸 확인하자, 채이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틀었다.이를 악문 채이는 그대로 물어버렸다.“악!”태빈이 짧게 숨을 들이켰다. 통증에 얼굴을 찌푸리면서 반사적으로 손을 놓았다.태빈은 물린 손을 붙잡은 채 채이를 노려봤다.“미쳤어? 개야 뭐야, 그렇게 세게 물어?”채이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태빈을 바라봤다.목소리는 차가웠다.“부태빈,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갑자기 잡아당겨서 입을 막고, 나를 놀라게 해서 죽일 셈이야?”채이는 말을 이었다.“그리고 우린 이미 끝났어. 앞으로 내 인생에 끼어들 생각 하지 마.”채이는 태빈을 힘껏 밀쳐냈다.그리고 곧장 돌아서서 가려고 했다.하지만 몇 걸음도 채 가지 못하고 누군가 앞을 가로막았다.시은이 서 있었다. 마치 일부러 길을 막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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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말이 끝나자마자 태빈은 갑자기 손을 뻗어 채이의 손목을 움켜잡았다.뼈가 으스러질 듯한 힘이었다.채이는 고통에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비틀었다.손을 빼내려 했지만, 태빈은 놓을 생각이 없었다.오히려 더 세게 쥐고는 거칠게 차 쪽으로 끌어당겼다.“알아.”태빈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요즘 내가 바빠서 예전처럼 너한테 매달려 있지 못한 거, 그게 불만인 거잖아. 그래서 그 화풀이를 시은이한테 하는 거고. 일부러 괴롭히는 거 아니야?”그 옆에서 시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눈에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눈물이 고여 있었다.“태빈 오빠, 언니한테 그러지 마세요.”시은은 애써 부드러운 목소리를 냈다.“언니도 오빠를 너무 좋아해서 그랬을 뿐이에요. 잠깐 이성을 잃은 거죠.”시은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다 제 탓이에요. 제가 자꾸 두 분 사이에 끼어들어서... 차라리 제가 시골로 내려 갈게요. 그러면 두 분도 더 이상 싸우지 않으실 거예요.”겉으로는 말리는 듯했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가 기름을 붓는 것처럼 불길을 키우고 있었다.채이는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머리가 울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분노가 가슴속에서 들끓었다.‘차라리 찬물이라도 끼얹고 싶네.’시은은 태빈의 소매를 꽉 붙잡고 있었다. 마치 놓는 순간 모든 게 무너질 것처럼.태빈은 다른 한 손으로 여전히 채이의 손목을 잡은 채 고개를 돌려 시은을 바라봤다.눈빛은 부드러웠고, 목소리는 조용했다.“괜찮아. 무서워하지 마.”그 장면을 보는 순간, 채이가 눈썹을 치켜세웠다.더 이상 분노를 억누르지 않았다.갑자기 태빈의 손목을 거꾸로 움켜쥔 채이가 힘을 주자 태빈의 손가락이 굳어졌다.그리고 채이의 다음 동작은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채이는 몸을 틀며 다리를 높이 들어 올렸다.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며 그대로 태빈을 걷어찼다.“윽!”태빈의 입에서 신음이 터졌다.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진 태빈은, 손을 놓으면서 몸을 앞으로 숙였다.태빈은 본능적으로 아랫배를 감싸 쥐고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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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의사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시은과 태빈을 번갈아 바라봤다.묘하게 뒤섞인 감정이 담긴 시선에는, 직업적인 무심함 속에 약간의 호기심도 스쳤다.하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입술을 한 번 다물고 느릿한 걸음으로 병실을 나갔다.시은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다.시은은 몸을 살짝 떨며 태빈을 올려다봤다. 눈동자 깊숙한 곳에서 감추지 못한 상실감이 스쳐 지나갔고, 목소리에는 울음기가 섞여 있었다.“오빠... 다행이에요. 큰일 안 나서.”시은은 조심스럽게 말했다.“채이 언니, 너무 심했어요. 혹시라도 정말 크게 다치면 어쩌려고 그랬을까요...”태빈은 시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표정은 애써 태연한 척하고 있었다.“이제 괜찮다고 했잖아. 의사도 문제가 없다고 했고. 늦었으니까 우리 먼저 가자.”하지만 태빈의 마음은 전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머릿속에는 온통 채이 생각뿐이었다.‘집에 돌아갔을까.’‘아까는... 내가 너무 심했어.’태빈은 스스로를 자책했다.시은의 일에 휘말려서, 채이에게 상처를 줬다는 사실이 뒤늦게 가슴을 찔렀다.차에 오르는 내내 태빈은 말이 없었다.이마에는 깊은 주름이 잡혀 있었고, 시선은 멍하니 앞만 향해 있었다.시은은 그 변화를 금세 알아차렸다. 입술을 살짝 깨문 뒤,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오빠... 채이 언니 생각나서 그래요?”시은은 고개를 숙인 채 덧붙였다.“집에 가면 제가 먼저 언니한테 사과할게요. 오늘 일은...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너무 제멋대로 굴었어요.”태빈은 잠시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돌려 시은을 바라봤다. 눈에는 걱정이 담겨 있었다.“너 때문이 아니야.”태빈은 조용히 말했다.“당분간은 밖에 나가지 마. 하씨 집안 사람들이 또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알겠지?”시은은 그 말을 듣자, 저녁 연회장에서의 장면이 떠올랐다.자신이 거의 수영장 쪽으로 끌려갈 뻔했던 그 기억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등줄기를 따라 식은땀이 흘렀다.“오빠도 알잖아요.”시은의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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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태빈은 더 생각할 틈도 없이 계단을 뛰어오르듯 올라갔다.단번에 계단을 서너 개씩 올라서 2층에 도착하자마자 문을 열었다.안방.없다.손님방.여기도 없다.태빈은 방 하나하나를 확인했다.옷장을 열고 욕실 문을 밀고, 침대 옆까지 살폈지만 어디에도 채이는 없었다.집 안은 텅 비어 있었다.가슴이 조여 왔다.태빈은 서둘러 핸드폰을 꺼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느끼며 채이의 번호를 눌렀다.뚜-잠시 후, 차갑기만 한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죄송합니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태빈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다시 한 번.그리고 또 한 번.하지만 세 번째에는 아예 전원이 꺼져 있다는 안내가 떴다.태빈은 핸드폰을 쥔 채 그대로 서 있었다.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이 서서히 목을 조여왔다. ...그 시각, 채이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배정그룹 산하의 호텔에 도착했다.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보안과 프라이버시로 유명한 곳이었다.도심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묘하게 조용한 호텔.태빈은 떠올리지도 못할 장소였다.채이는 카드키를 찍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문이 닫히자 세상의 소음이 단번에 차단됐다.채이는 가방을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던지고 그대로 몸을 눕혔다.온몸의 힘이 빠져나갔다.핸드폰을 꺼내서 전원 버튼을 길게 눌렀다.화면이 꺼지는 걸 확인한 뒤에야 채이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이제... 어떤 전화도 안 받아.’하지만 그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잠시 후, 방 안 전화벨이 울렸다.띠리리링-채이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마지못해 몸을 일으켜 전화기 앞으로 가 수화기를 들었다.“여보세요. 지금은 서비스 필요 없습니다.”말투에는 거리감이 묻어 있었다.잠시 정적이 흘렀다.그 침묵 너머에서, 조용하고 부드러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핸드폰, 왜 꺼 놨어요?]익숙한 목소리였다.채이는 눈을 깜빡였다.“배준모 씨...?”“이 방 전화번호는 어떻게 아셨어요?”준모의 목소리는 여유로웠다.[그 방은 제가 자주 쓰는 객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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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이유를 정확히 짚어 말하긴 어려웠다.채이의 마음에 설명하기 힘든 허탈함이 번졌다.태빈과 함께한 시간은 정확히 7년이었다.이천 일이 넘는 날들이었고, 그만큼의 밤을 함께 보냈다.그 시간 동안 쌓아 온 감정이라면, 당연히 단단하고 익숙해야 했다.서로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게 있어야 했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해야 했다.그런데 이상했다.채이는 준모와는 고작 며칠을 마주했을 뿐인데, 그 짧은 시간 동안 느낀 감정이 태빈과 함께 있을 때보다 훨씬 가벼웠다.말을 길게 하지 않아도 됐고,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눈빛 하나, 말 한마디에 마음을 내려놓게 되는 느낌.‘이게 더 편하다는 건, 대체 왜 그런 걸까?’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였다.똑- 똑- 똑-또렷한 노크 소리가 울렸다.채이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수화기를 들고 있던 손에 힘을 주면서 조용히 말했다.“누가 온 것 같네요. 이만 끊을게요.”전화를 끊고 나서야 채이는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잠시 제자리에 서 있다가 문 쪽으로 걸어갔다.문을 열자 설희가 두 손으로 음식 봉투를 들고 서 있었다. 눈빛에는 걱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채이는 잠깐 멈칫하다가 미간을 찌푸렸다.“집에 가서 쉬라고 했잖아. 왜 또 왔어?”말투는 무심했지만, 걱정이 섞여 있었다.설희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상무님, 오늘 연회 내내 너무 바쁘셨잖아요. 제대로 드신 것도 없을 것 같아서요. 밤에 위 아프실까 봐... 그냥 가져왔어요.”설희는 조심스럽게 음식 봉투를 내밀었다.채이는 그걸 받아 들고, 설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너도 참...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잠시 말을 멈췄다가, 채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근데 네 집은 여기서 멀잖아. 이 시간에 혼자 돌아가게 하는 것도 불안해. 오늘은 그냥 여기서 자. 마침 프로젝트 얘기도 해야 하잖아.”설희는 처음엔 거절하려다, 뒤에 나온 말에 눈이 밝아졌다.요즘 회사는 여러 신규 프로젝트로 정신이 없었다. 이미 특허 출원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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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채이는 손에 들고 있던 도자기 그릇을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시선 속에는 쉽게 정리되지 않는 복잡한 기색이 스쳤다.정략결혼 문제로 집에 다녀온 김에 몇 가지 일만 정리하고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태빈이 이렇게까지 성급하고 무모하게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런 식이라면 회사는 스스로 불구덩이로 걸어 들어가는 셈이었다. 마치 하루라도 빨리 회사를 통째로 넘겨주고 싶은 사람처럼 보였다.“내가 정리하라고 했던 건들, 진행 상황은 어때?”채이의 시선이 다시 설희에게 향했다. 표정은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설희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말씀하신 대로, 다른 이사님들 비서 몇 분이랑 접촉해 봤어요.”“다들 이유는 비슷했어요. 상무님이 지분을 처분하면 회사가 점점 기울 거고, 경영이 흔들리다가 결국엔 위태로워질 거라고요.”“그러면 그 지분은 그대로 묶여버린 채 손해만 본다는 거죠.”채이는 펜을 쥔 채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리며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여유가 배어 있는 목소리였다.“괜찮아. 설령 못 판다 해도, 우리가 손해 볼 일은 없어.”두 사람은 다음 단계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설희의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무심한 듯 곁눈질로 화면을 보던 채이가 이내 미간을 지푸렸다. 분위기가 조금 달라지자, 설희가 채이를 바라보며 물었다.“받을까요?”채이는 소파에 느긋하게 몸을 기댄 채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웃었다. 말투에는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받아. 대신... 내 얘기는 하지 말고.”설희는 고개를 끄덕인 뒤 전화를 받으며 스피커폰을 켰다.“대표님.”[채이는 어디 있어?]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태빈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채이의 핸드폰이 꺼진 뒤로 태빈은 거의 집요하다시피 그녀와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댔다. 채이의 행방 하나만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하지만 정작 핸드폰을 꺼 둔 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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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채이 언니도 정말 제멋대로예요. 오빠를 다치게 해 놓고, 이제는 집에도 안 들어오네요. 언니가 혹시 밖에서...”시은은 말을 하다 일부러 멈췄다. 눈빛에는 은근한 계산이 담겨 있었고, 입가에는 살짝 미소가 걸려 있었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상상을 이어 가게 만들 여지를 남긴 것이다.시은은 말하는 내내 곁눈질로 태빈의 표정을 살폈다.태빈은 미간을 깊게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분위기는 점점 가라앉았고, 표정에는 불쾌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시은은 속으로 ‘이건 너무 자극했나’ 싶어 서둘러 말을 바꿨다.“그래도... 채이 언니가 잠깐 화가 나서 그랬을 수도 있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여자 혼자 밤새 집에 안 들어오는 건, 소문이라도 나면 좋게 보이진 않잖아요.”“그만해.”태빈은 짧게 말을 끊었다.“너도 그만하고, 쉬어.”태빈은 소파에 잠시 더 앉아 있었지만, 더는 버티지 못하고 몸을 일으켰다. 그대로 회사로 향했지만 이동하는 내내 태빈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고, 차 안에는 말없이 가라앉은 공기만 흘렀다.회사에 도착하자마자 태빈은 곧장 설희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서류를 보고 있던 설희는 발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시야에 들어온 태빈의 얼굴을 보는 순간, 설희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이 분위기, 좋지 않은데.’“채이는 어디 있어?”태빈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묻는 형식이었지만,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처럼 들렸다.설희는 잠시 망설였다. 채이가 분명히 자신의 행방을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눈앞의 태빈은 쉽게 넘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잠깐의 고민 끝에 결국 입을 열었다.“상무님은... 출장 가셨습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태빈의 표정이 더 굳어졌다. 책상을 거칠게 내려치면서 태빈이 목소리를 높였다.“출장? 말도 안 돼. 나 피하려고 일부러 숨은 거잖아.”설희는 움찔하며 고개를 숙였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태빈은 숨을 한 번 깊게 들이마셨다. 겉으로는 진정하려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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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차에 올라탄 채이가 안전벨트를 매고 있는데, 핸드폰이 가볍게 진동했다. 화면에서 설희의 메시지가 떠올랐다.[상무님, 실시간 검색어 보셨어요?]채이는 별다른 생각 없이 메시지를 눌렀다가 화면을 가득 채운 기사들에 시선이 멈췄다.‘부태빈, 약혼 발표?’이미 마음속으로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지만, 실제로 글자로 마주하자 가슴 한쪽이 서서히 조여 왔다. 아프다고 말하기엔 애매한,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다고 넘기기엔 분명한 통증이었다.채이는 조용히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손끝으로 시트를 가볍게 두드리다가 이내 다른 손으로 이마를 짚고 천천히 눌렀다.‘그래,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그때 다시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을 보자 굳어 있던 채이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여보세요...]“응...”전화기 너머로 흘러간 채이의 목소리는 조용하고 잔잔했다. 평온을 가장한 톤이었다.“기사 봤어. 아마 그 착한 여동생이랑 하겠지. 근데 이제는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담담한 말투였다. 스스로에게 되뇌이듯, 감정을 떼어 놓은 문장이었다.전화를 받은 도성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래도 잘된 거야. 이제는 진짜 마음 접을 수 있잖아.]“아버지는 그 소식 듣고 당장이라도 그 인간을 패고 싶다고 하시더라.”말끝에는 채이를 향한 걱정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채이는 소리 없이 웃었다. 웃음에는 가벼운 체념과 스스로를 향한 비웃음이 함께 담겨 있었다.“괜찮아, 오빠. 나 이제 다 내려놨어. 그런 남자 때문에 더는 마음 다치지 않아.”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이 있었다.[시간 되면 한 번 돌아와. 지난번엔 얼굴도 못 보고 와서, 부모님이 나한테 뭐라 하셨어.][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너 제일 아끼셨잖아. 이번에 네가 이런 일 겪은 거 아시고는 더 마음 쓰이시는 것 같아. 전화하면 네가 힘들까 봐 참으시더라.]전화기 너머가 잠시 조용해졌다. 그 침묵은 꽤 길게 이어졌다.“알겠어.”통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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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나중에 우리 아이도 분명 똑똑하고 잘될 거예요. 반면에 언니는 여기서 혼자 마음만 상하겠죠.”채이는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망설임 없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시은이 만들어 낸 압박감은 오히려 채이의 기세를 더 세게 밀어 올렸다.채이의 시선은 날카롭게 시은을 향했고, 그 눈길에 시은의 가슴이 이유 없이 조여 왔다.채이가 이렇게 가만히 바라볼수록, 시은의 마음은 점점 불안해졌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심장을 움켜쥐고 있는 것 같았다.“오지 마요!”시은은 목소리를 높였지만 목소리는 살짝 떨렸다.“제가 다치기라도 하면, 태빈 오빠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하지만 채이는 조용히 웃었다. 시은이 뒤로 물러서다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는 모습이 보였다.재빨리 손을 뻗은 채이가 시은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끌어당겼다. “그 얘기... 몇 번이나 써먹었는지 기억은 해?”채이의 목소리는 차갑고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마치 이미 결말을 다 아는 연극을 보고 있는 사람처럼.말을 마치자마자 채이는 시은의 손을 놓고 옆으로 밀어냈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무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사무실 앞에는 설희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채이를 보자마자 다가와서 표정을 살피는 설의의 눈빛에는 걱정과 안도감이 동시에 묻어 있었다.그 소식을 들은 태빈은 더는 기다리지 못했다. 차를 세워 두고 곧바로 건물 안으로 들어선 태빈은 황급히 계단을 뛰어올랐다.사무실 문을 열자, 안에서는 채이가 서류를 정리하며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는 순간, 태빈의 머릿속에 오래된 장면이 겹쳐졌다.회사를 막 시작했을 때, 둘이 밤새워 일하던 시절.‘조금만 더 버티자. 이 고비만 지나고 상황이 좀 풀리면 같이 쉬러 가자.’그렇게 말하던 날들이 있었다.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다고 믿었는데, 어느새 채이는 혼자 다른 길로 가 버렸다.정확히 말하면, 채이가 먼저 끝을 말했다.태빈은 숨을 한 번 고른 뒤 채이 앞에 섰다.“너 돌아온 걸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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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채이는 천천히 시선을 들고 태빈의 어깨 너머를 바라봤다. 태빈의 뒤편 문가에 누군가 서 있는 기척이 느껴졌다. 채이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곧바로 채이의 입가에 차가운 웃음이 스쳤다.“부태빈, 설마 아직도 네 마음에 내가 있다고 말하려는 거야? 그럼 강시은은 뭐가 되는데.”“몇 번을 말해야 해?”태빈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시은이는 그냥 여동생이야. 시은의 아버지가 나한테 베푼 은혜가 있어서 그 책임으로 챙기는 것뿐이야.”“그 말, 강시은은 알고 있어?”채이는 한 걸음 더 다가가며 물었다.태빈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입을 열었다.“시은이는 몸이 약해. 자극을 받으면 안 돼서 다들 조심하는 거야. 그게 그렇게 이해 안 돼?”태빈의 표정에는 혼란이 섞여 있었다.그는 알 수 없었다. 여동생이라는 존재와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왜 이렇게 큰 간극이 생기는지...왜 둘이 함께 있을 수 없는지...채이는 태빈 앞으로 바짝 다가갔다. 남자의 귀 옆에서 낮게 말했다.“피 한 방울 안 섞인 남매인데도, 강시은 마음이 뭔지 정말 모르겠어? 아니면 이런 애매한 관계가 편해서 모른 척하는 거야?”태빈은 그 말을 듣자마자 표정이 굳었다.“그만해!”그는 목소리를 높였다.“너 제발 그런 더러운 생각으로 우리 관계를 끌어내리지 마.”뒤로 물러선 채이는 시선을 문 쪽으로 돌렸다.거기에는 강시은이 서 있었다. 눈가가 붉어져 있었고, 한 손으로 입을 막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눈물은 멈출 줄 모르고 떨어지고 있었다.채이는 차갑게 말했다.“강시은, 다 들었지? 부태빈은 너한테 아무 감정 없어. 너한테 잘해 주는 건 네 몸이 약해서고, 부태빈이 진짜로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언제나 나였어. 이 말 듣고도 할 말 있어?”태빈은 그제야 뒤를 돌아봤다.가슴을 부여잡은 채 비틀거리던 시은은 그대로 문 밖으로 뛰쳐나갔다.그때 태빈은 깨달았다.방금 채이가 던진 말들이, 전부 의도된 것이라는 걸.태빈은 이를 악물고 채이를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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