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동생을 택한 너에게, 나는 네 라이벌을 택했다: Chapter 21 - Chapter 30

30 Chapters

제21화

“알았어. 바로 갈게.”채이는 짧게 대답한 뒤,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방금 전의 소란으로 흐트러졌던 감정을 천천히 눌러 담으며 호흡을 가다듬었다.그리고 몸을 돌려 문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발걸음은 망설임이 없었고, 태도에는 분명한 결단과 익숙한 단정함이 배어 있었다.설희는 채이의 뒤를 따르며 계속해서 표정을 살폈다. 혹시라도 감정이 흔들린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살펴봤지만, 채이의 얼굴은 놀랄 만큼 평온했다. 마치 조금 전의 언쟁이 없었던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채이의 사무실 문은 계속 열려 있었기에, 방금 전 두 사람의 말다툼은 복도를 지나던 직원들의 귀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사내 채팅방에 소문이 빠르게 퍼졌지만, 그 안에는 호기심보다는 채이에 대한 걱정이 더 많았다.채이는 회사의 공동 창립자 중 한 명이었다.연말 보너스나 프로젝트 성과급을 책정할 때도, 채이는 늘 아끼지 않고 베풀었다. 일한 만큼 돌려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 왔고, 그 덕에 직원들의 신뢰도 두터웠다. 그래서 직원들은 더더욱 채이의 선택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회의실 안에서는 채이가 도착하기 전부터 이사들이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이 회사가 여기까지 온 데에는 진 상무님 공이 적지 않죠. 그런데 이렇게 떠나신다니, 참 아쉽습니다.”한 이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부태빈 대표님은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이러다간 회사가 흔들릴 수도 있어요.”다른 이사도 낮은 목소리로 걱정을 내비쳤다.“그럼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뭘까요?”또 다른 이사가 말을 이었다.“진 상무님 의지가 워낙 확고해 보이는데, 가만히 두면 지분이 외부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습니다.”“차라리 우리끼리 일부라도 정리해서 인수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연장자인 이사가 의견을 냈다.“그래야 부 대표님에 대한 견제도 가능하고, 최소한 의사 결정에서 우리가 밀리지는 않을 테니까요.”그때 회의실 문이 열리고 채이가 들어왔다.이사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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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한편, 다른 쪽에서는 태빈이 화살처럼 뛰쳐나왔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시은은 차에 몸을 실은 채 그대로 출발했고, 차량은 빠르게 시야에서 사라졌다. 공기 중에는 아직 가시지 않은 배기가스만 남아 있었다.태빈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그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시은의 동선을 즉시 확인하라는 짧고 단호한 지시를 내린 뒤, 더 지체하지 않고 다시 회사로 발걸음을 옮겼다.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문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온 장면에 태빈은 미간을 찌푸렸다.회사에서 발언권이 적지 않은 원로급 이사들이 회의실에서 하나둘씩 나오고 있었고, 그 뒤를 채이가 조용히 따르고 있었다.태빈의 시선이 싸늘해졌다.그는 상황을 단번에 파악했다.이사들과 채이가 함께 움직였다는 사실만으로도 분명 자신을 배제한 논의가 있었음을 직감했다.“손 이사님, 왕 이사님.”태빈이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두 분께서 이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말투는 공손했지만, 그 안에는 숨기지 않은 불쾌감이 섞여 있었다.‘역시 진채이랑 뭔가를 꾸민 거군.’태빈의 시선이 천천히 채이에게로 옮겨졌다.그동안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던 미안함은 그 눈길과 함께 깔끔하게 사라졌다.“진 상무, 우리 개인적인 문제를 회사 일로까지 끌고 올 필요가 있었나?”태빈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그 말을 듣자 손용우 이사가 더는 참지 못하고 한 발 앞으로 나섰다.표정에는 노골적인 불쾌함이 드러나 있었다.“부 대표님, 그 말씀은 지나치십니다.”손 이사가 단호하게 말했다.“진 상무님이 맡고 있는 프로젝트는 회사 전체로 봐도 상당히 중요한 건입니다. 저희는 투자 비율과 구조에 대해 논의하러 온 것뿐입니다. 그게 문제라도 됩니까?”손 이사는 멈추지 않고 말을 이었다.“그리고 부 대표님께서 이전에 저희를 따로 부르셔서 상의하신 적도 한두 번이 아니지요. 그때마다 진 상무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습니다.”팔짱을 끼고 태빈을 바라보는 손 이사의 시선에는 냉소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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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쾅!곧이어 소리와 함께 문이 거칠게 닫혔다. 태빈의 분노가 그대로 벽에 부딪친 듯 둔탁한 소음이 집무실 안에 울려 퍼졌다.“부태빈, 지금 뭐 하는 거야!”채이는 태빈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손목을 비틀며 벗어나려고 하면서, 시선에는 노골적인 혐오와 분노가 담겨 있었다.하지만 태빈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 남자의 눈에는 이성이 아닌 집착에 가까운 감정이 깔려 있었다. 그는 갑자기 상체를 숙이며 채이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채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돌려 태빈을 세게 물었다. 입안에 금속성의 피 맛이 퍼졌다.태빈은 예상치 못한 통증에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반사적으로 입가를 만져 보고, 손끝에 묻은 붉은 자국을 내려다봤다.잠시 멈칫하던 그는 이내 비웃음과 분노가 섞인 웃음을 흘렸다.“하.”태빈이 낮게 말했다.“진채이, 이렇게까지 나를 밀어내고 집까지 나간 이유가 있었네. 밖에 다른 놈 생긴 거지? 네 오빠는 그냥 네 방패고, 진짜 바람피운 남자는 따로 있는 거고.”태빈의 눈에 시뻘겋게 핏발이 서며 달아올랐다.최근 채이의 모든 행동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엮였다. 멀어짐, 침묵, 이사. 생각할수록 태빈의 확신은 더 단단해졌다.채이는 힘껏 태빈을 밀쳤다. 반동 때문에 몸이 흔들렸다.손목을 감싸 쥔 채이에게 천천히 통증이 밀려왔다. 태빈이 붙잡았던 곳은 이미 벌겋게 열이 오른 듯했다.채이는 차갑게 말했다.“지금 네가 하는 행동 전부... 나한테는 역겨워.”단어 하나하나에 분노를 눌러 담고 있었다. 물러설 여지는 없었다.채이는 태빈의 억측이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사람이 이렇게까지 자기 멋대로의 상상에 집착할 수가 있나?’몇 번이나 같은 의심을 반복하는 태빈의 모습을 보면서 채이는 오히려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그놈이 누구든 상관없어.”태빈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당장 끊어. 지금.”말이 끝나기도 전에 태빈은 다시 채이를 붙잡았다. 거칠게 끌어당긴 뒤, 물건을 던지듯 문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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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태빈 오빠...]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시은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태빈의 손이 잠시 멈칫했다.예전에 시은이 납치당할 뻔했던 일을 겪은 이후로, 태빈의 마음에는 지워지지 않는 불안이 남아 있었다. 시은은 조금만 이상해도 태빈은 그녀가 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지 먼저 떠올리게 됐다.“왜 그래? 울지 마. 지금 어디야? 내가 바로 갈게.”시은은 흐느끼며 말을 이었다.[죄송해요, 오빠...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실수로 이모한테 채이 언니가 오빠랑 헤어지려 한다는 말을 해버렸어요. 그랬더니 이모가 너무 놀라서 쓰러지셨어요.][흑...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오빠. 지금 이모를 병원으로 모셔다 드렸는데, 아직 응급실에서 나오질 않아요. 너무 무서워요...]“그건 네 잘못 아니야.”태빈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내가 바로 갈게.”전화를 끊은 태빈의 표정은 다시 굳어졌다. 억눌러 두었던 분노가 또다시 치밀어 올랐다.“진채이, 이젠 만족해?”태빈이 채이를 향해 쏘아붙였다.“우리 어머니가 너 때문에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 갔어.”“대답해!”태빈의 눈은 충혈돼 있었고, 이성보다는 분노가 앞선 모습이었다. 그 기세에 채이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그게 왜 나 때문이야?”채이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근거도 없이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떠넘기는 태빈의 태도가 그저 우스웠다.‘내가 이런 인간한테 평생을 믿고 맡기려고 했다니?’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채이 자신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정말 눈도 마음도 다 멀어 있었네.’“진채이, 우리 엄마가 너한테 얼마나 잘했는데!”태빈이 목소리를 높였다.“양심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나하고 같이 병원 가. 안 그러면, 평생 너 용서 안 해.”“미쳤네.”채이는 기가 막혀 헛웃음만 나왔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이 미친 인간과 완전히 선을 긋고 싶었다.다만, 채이도 한 가지는 부정할 수 없었다.즉, 태빈의 어머니는 적어도 자신에게만큼은 나쁘게 대하지 않았다는 그 사실.“네 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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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여기가 어디라고 소리쳐. 병원이잖아.”그때 응급실 문이 열리며 의사가 안에서 나왔다. 의사는 세 사람을 한 번 훑어본 뒤 낮지 않은 목소리로 제지했다.“선생님, 환자 상태는 어떠세요? 이제 생명에는 지장 없는 건가요?”시은이 급히 다가가 물었다.“다행히도 이송이 빨랐습니다. 현재는 생명이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일반 병실로 옮겨서 이틀 정도 경과를 보고 퇴원하셔도 됩니다. 다만 심장이 약하신 편이라, 앞으로는 절대 자극을 주면 안 됩니다.”“감사합니다, 선생님.”잠시 뒤, 한유희는 병실로 옮겨졌고 이미 의식도 회복한 상태였다.그 모습을 본 채이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큰일은 아니구나.’인사만 하고 바로 나갈 생각으로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어머니, 이제 괜찮으세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세요?”채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가식 떨지 마.”한유희는 굳은 얼굴로 냉정하게 말했다.“난 지금 네 얼굴 보기 싫으니까 당장 나가.”말투에는 날이 서 있었고, 눈빛에도 여유라곤 없었다. 예전의 온화하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채이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면서 어색하게 웃었다.‘강시은이 무슨 말을 했는지 뻔하지.’굳이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제 와서 이 집안 사람들과 엮일 이유도 없었다.채이는 말없이 몸을 돌렸다.“서!”태빈이 소리쳤다.“우리 어머니가 이렇게 된 게 다 너 때문인데, 네가 왜 가? 너 여기 남아서 퇴원할 때까지 간호해야 해.”말을 뱉고 나서도 태빈의 마음은 묘하게 복잡했다. 채이가 등을 돌리는 걸 보자, 태빈은 자기도 모르게 붙잡고 싶었다.채이는 웃음을 터뜨렸다.“네 어머니가 나 보기 싫다잖아. 그리고 이 기회에 누군가는 점수 좀 따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내가 여기 남아 있으면 방해가 되잖아.”“오빠, 제발 그만하세요.”시은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끼어들었다.“이모는 더이상 자극을 받으시면 안 돼요.”한유희는 시은의 손을 잡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그래, 우리 시은이만 참 착하지.”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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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병원을 나온 뒤, 채이는 설희에게 연락해 회사에서 다시 만나자고 했다. 아직 인수인계가 끝나지 않은 업무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회사에 도착했을 때, 설희는 이미 사무실에서 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채이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한눈에 이상함을 느낀 설희가 걱정스레 물었다.“상무님, 안색이 많이 안 좋아 보이세요. 혹시... 그분이 또 문제를 일으킨 건가요?”채이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나 괜찮아. 걱정하지 마. 지금은 내가 정리해 둔 특허부터 다시 모으자. 이 특허들, 나한테 정말 중요해. 앞으로도 계속 가져가서 진행할 생각이야.”그 특허들은 채이가 수없이 밤을 새워가며 직접 만들어 낸 결과물이었다. 태빈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었고, 온전히 채이 개인의 성과였다. 그렇기에 반드시 챙겨야 했다.“알겠습니다, 상무님.”설희의 얼굴에는 여전히 걱정이 남아 있었다.두 사람은 곧바로 자료 정리에 들어갔다.“상무님, 이게 무슨 일이에요?”설희가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 표정에는 당혹감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채이는 설희가 내민 서류를 받아 들었다. 자신의 이름이 있어야 할 특허 명의에 시은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부 대표님이 한 짓이 분명해요. 이건 너무하잖아요.”설희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채이는 의외로 담담했다. 입가에 자조적인 웃음이 스쳤다.‘내가 참 어리석었지.’태빈을 전적으로 믿고, 특허 관리까지 맡겼던 과거의 자신이 떠올랐다.오늘 이렇게 정리하지 않았다면, 끝까지 눈치채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이 특허만 있으면 강시은은 학위 요건을 충족할 수 있고, 다른 회사와의 협업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요 며칠 벌어진 모든 일들이 자신의 판단에 대한 대가처럼 느껴졌다.“상무님, 그럼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이렇게 강시은 씨한테 다 넘어가게 두실 거예요?”설희는 분하고 억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채이의 시선은 차분했다.“강시은이?”짧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내 걸 가로챌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이 있다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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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홍건그룹은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몸집을 키운 기업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미 부빈그룹과는 비교가 어렵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고 있었다.“부 대표님, 오랜만입니다.”유 회장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회장님,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앉으시죠.”태빈도 정중히 답하며 자리를 권했다.회의는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다.분위기가 무르익었을 즈음, 유 회장이 자연스럽게 화제를 꺼냈다.“부 대표님, 예전에 약속하신 건 잊지 않으셨겠죠? 오늘 저는 귀사의 특허 건 때문에 온 겁니다.”유 회장은 여유로운 말투로 웃으며 말했다.“물론입니다.”태빈도 자신 있게 웃었다.“회장님께 드린 약속은 이미 다 준비해 두었습니다.”그는 곧바로 비서에게 눈짓했다.비서는 준비해 둔 특허 자료를 꺼내 유 회장 측에 전달했다.유 회장의 실무진이 서류를 받아 들고 그 자리에서 하나하나 검토하기 시작했다. 계약 체결 전 확인 절차였다.잠시 후, 유 회장의 비서가 서류를 덮으며 미묘하게 미간을 찌푸렸다.그리고 유 회장의 귀에 바짝 다가가 조용한 목소리로 뭔가를 속삭였다.“회장님,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태빈이 의아한 듯 물었다. 목소리에는 여전히 자신감이 남아 있었다.유 회장의 표정이 단번에 바뀌었다.“이게 무슨 장난입니까? 부 대표님.”그는 서류를 탁 소리가 나게 테이블 위에 내리쳤다.“남의 특허를 들고 와서 저랑 협력하겠다는 겁니까? 절 바보로 보는 겁니까?”태빈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회장님,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 협력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이 특허도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모르겠다고요?”유 회장의 목소리가 낮아졌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부빈그룹이 한때 자금줄이 막혀서 벼랑 끝에 몰렸을 때, 누가 손을 내밀었는지 기억합니까? 제가 기회를 줬습니다.”유 회장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런데 이런 식으로 보답합니까? 부 대표님, 저를 적으로 돌렸을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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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이건 네가 끼어들 일 아니야. 비켜.”태빈이 거칠게 설희를 밀치자, 설희는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그 틈을 타서 태빈은 채이의 손목을 다시 움켜쥐었다. 남자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면서, 채이의 뼈에서 눌리는 듯한 소리가 날 정도였다.“부태빈, 놓으라고!”채이는 통증에 아랫입술을 깨물며 몸을 비틀었다.“이 프로젝트가 나한테 얼마나 중요한지 알잖아.”태빈은 다급하게 말했다.“네가 직접 나서서 유 회장한테 설명만 해 줘. 이번 한 번만 나 좀 도와줘.”“네가 도와주면, 수익의 40%를 줄게. 그리고 우리 어머니 일도 다 없던 걸로 하자.”태빈은 채이를 끌어안으려고 하면서 그녀의 등을 두드렸다. 방금 전과는 달리 목소리는 조용해졌고 눈빛에는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하지만 채이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태빈의 손길이 닿는 것조차 싫었다.차갑게 웃으며 온 힘을 다해 밀쳐냈다.“꿈도 꾸지 마.”단호한 한마디였고, 여지는 없었다.“그럼 절반...”태빈이 거의 애원하듯 말했다.“수익 절반을 줄게.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해 줄 수 있어.”지금의 태빈에게 남은 선택지는 없었다. 그는 벼랑 끝에 몰린 사람처럼 채이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네가 내미는 조건들, 네 사랑만큼이나 싸구려야.”채이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날이 서 있었다.“나한텐 하나도 필요 없어.”“부태빈, 두 눈 똑바로 뜨고 봐.”채이는 한 글자씩 또박또박 힘을 주어 말했다.“난 더이상 네 주위를 맴돌던 사람이 아니야. 네 말 한마디에 하루 기분을 망치던 그런 사람도 아니고.”“이제 우리는 아무 상관도 없어. 내 조건은 하나야. 네가 내 눈앞에서 완전히 사라져. 우리 다시는 보지 말자고.”채이는 이를 악물고 말을 뱉어냈다. 표정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태빈은 채이를 바라보며 잠시 멍해졌다.‘이 사람이... 내가 알던 진채이가 맞아?’자기 눈앞의 채이는 너무도 낯설었다.‘우리 사이에 정말 아무 감정도 남지 않은 거야?’태빈의 가슴 한쪽이 찌르는 듯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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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설명은 됐습니다.”유 회장의 표정에는 분명한 피로감이 드러났다. 더 이상 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그는 시선을 채이에게로 옮기며 한결 부드러운 태도로 말했다.“진 상무님, 저는 진 상무님 명의의 특허에 큰 관심이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상무님과 직접 협력해서 그 특허를 함께 개발하고 싶습니다.”유 회장은 명함을 내밀었다.“이건 제 명함입니다. 의향이 생기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채이는 두 손으로 명함을 받아 들고 미소 지었다.“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장님. 신중하게 검토해 보겠습니다.”유 회장은 더 말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태빈이 포기하지 못한 듯 그 뒤를 급히 따라갔지만, 유 회장의 태도는 이미 분명했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걸 지켜보면서, 태빈의 얼굴은 서서히 굳어졌다. 그는 참지 못하고 바닥을 세게 내리찍었다.“진채이, 이제 만족해!”태빈은 분노에 찬 눈으로 채이를 노려봤다. 감정은 이미 통제 범위를 벗어나 있었다.‘만족?’채이는 짧게 웃었다.“이제 시작이야.”그 말을 남기고 돌아선 채이는 밖으로 나갔다.설희도 곧바로 채이를 따라서 회사 밖으로 나섰다.“괜찮아?”채이가 먼저 물었다.“전 괜찮습니다, 상무님.”설희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아까 진짜 멋있었어요. 상무님은 완전 제 롤모델이에요.”태빈의 힘이 생각보다 강해서 채이는 아까 바닥에 넘어졌다가 한참을 쉬고 나서야 일어날 수 있었다.하지만 방금 전 태빈이 아무 말도 못 하고 무너지는 모습을 떠올리자, 몸의 통증은 이상하게도 느껴지지 않았다.채이는 가볍게 웃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저 사람이 뜻대로 안 됐다고 해서 내가 정말로 행복해지는 건 아니네.’회사에서 나온 뒤, 채이는 배정그룹에서 마련해 준 호텔로 향했다.아직 처리해야 할 업무가 남아 있었기에 설희도 함께 데리고 왔다.채이가 방에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설희가 나가 문을 열었다.“안녕하세요.”서빙 직원이 카트를 밀며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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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채이는 이런 일로까지 준모를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이후의 계획도 세워 두었고, 스스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채이 씨가 스스로 판단하시는 분이라는 건 알고 있어요. 그래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생기면, 혼자 버티려고 하지 마요.]준모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묘하게 부드러운 기운이 섞여 있었다.채이는 잠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내가 잘못 들은 건가?’그럼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짧은 대화를 끝으로 준모는 전화를 끊었다.준모의 갑작스러운 배려에 채이는 조금 당황했다. 비록 형식상 약혼자이긴 했지만, 아직은 거리감이 느껴졌다.‘괜히 마음 쓰지 말자.’무엇보다 지금은 배가 고팠다. 생각을 접고 식사부터 하기로 했다.“상무님, 이 스테이크 진짜 너무 맛있어요.”설희가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제가 지금까지 먹어 본 것 중에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상무님 약혼자분, 진짜 상무님 많이 챙기시는 것 같아요.”준모는 설희가 함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는지, 음식도 두 사람 분을 준비해 보냈다.‘정말 그런 걸까?’채이는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요즘 들어 그녀는 남자라는 존재 자체에 경계심이 생겼다. 다시는 아무에게나 마음을 내주고 싶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채이와 설희는 이른 시간부터 회사로 향했다.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이 남아 있었고, 오늘이 사실상 마지막 출근이었다.건물 앞에 도착한 채이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고개를 들어 회사 건물을 올려다보면서 복잡한 마음이 스쳤다.이 회사는 채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키워 온 곳이었다.얼마나 많은 밤을 새우면서 얼마나 많은 일을 혼자 버텼는지, 그 과정은 채이 자신만이 알고 있었다.이렇게 떠난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쪽이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상무님, 들어가시죠.”설희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채이의 시선을 눈치챘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올라갔다.그런데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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