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님, 내일 제가 와서 이사 도와드릴게요.”설희는 채이를 집까지 데려다주는 길 내내 여러 번 확인했다.채이가 정말로 태빈과 관계를 정리했고, 회사에서 자신 몫으로 된 것까지 전부 가져가겠다는 사실을.설희는 채이의 사람이었다.채이가 떠난다면, 설희도 당연히 함께 움직일 생각이었다.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설희의 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 채이는 혼자 빌라 쪽으로 몸을 돌렸다.몇 걸음 옮기지 않았는데,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화면에는 보육원 쪽 번호가 떠 있었다.채이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수화기 너머로 원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채이야, 부빈그룹 쪽에서 갑자기 보육원 지원을 끊겠다고 연락이 왔어. 병원에 있던 아이들까지 전부 데려가라고 하는데, 이게 무슨 일이니?]보육원.부빈그룹.이 두 단어가 함께 나오자 채이는 바로 알아차렸다.‘부태빈이야.’표정이 가라앉은 채이가 감정을 눌러 담고 차분하게 말했다.“원장님, 제가 바로 연락해서 처리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그 말에 원장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부빈그룹의 지원을 받던 아이들 대부분은 선천적인 유전 질환을 안고 있었다.의료 장비가 잠시라도 멈추면,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이 사실을 태빈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전화를 끊자마자, 채이는 망설임 없이 다른 번호를 눌렀다.한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번호였다.[여보세요, 진도성입니다.]금방 연결되며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핸드폰을 쥔 채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목소리도 떨렸다.“오빠.”도성은 잠시 말을 하지 않았다.잠깐의 침묵 뒤, 비꼬는 듯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어이쿠, 이게 누구야. 자유를 사랑하고, 사랑을 위해 집안도 버린 우리 채이 아가씨 아니야? 무슨 바람이 불어서 전화를 했을까? 그렇게 다정하고 완벽하다는 부태빈은 어디 두고?]채이는 마음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눌렀다.하지만 입을 여는 순간, 목소리는 끝내 흔들렸다.“나...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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