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아내가 바람났다: Bab 11 - Bab 20

30 Bab

제11화

나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전처였다. 반아영의 감정을 계속 신경 쓰는 것도,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에 휘둘리는 것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반아영은 이제 모르는 타인일 뿐이었다.나는 이 철저히 실패한 결혼 생활에서 온전히 벗어났다.감정을 가라앉힌 뒤 팀원들과 함께 환호하며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그들은 집에 돌아가 가족과 재회하는 것을 꿈꾸고 있었다.그리고 나는 가족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고 있으니 마찬가지로 환호할 만한 일이었다.열띤 분위기가 가라앉은 뒤 우리는 후속 작업에 착수했고 모두가 눈치껏 열심히 일에 매달렸다.마지막 근무를 잘 마쳐야 한다는 생각에 오늘 밤을 새워서라도 내일 마음 편히 갈 수 있도록 해야 했다.역시나 우리는 새벽 4시까지 뒷정리했다.서부 산불 재해는 완전히 종식되었다.캠프에서는 모든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어렵게 얻은 새 삶을 맞이하고 있었다.나도 마찬가지였다.다만 내 눈물에는 실패한 결혼 생활에 대한 한숨이 섞여 있는지도 몰랐다...며칠 밤낮을 쉼 없이 달려온 우리 몸과 정신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지만 날이 밝으면 부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현장에 있던 소방대원들의 기분은 극도로 들떠 있었다.대장의 강제 명령으로 겨우 몇 시간의 휴식을 취한 뒤 날이 완전히 밝아져서야 부대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도시로 들어오는 길에 대장은 모두에게 특례를 적용했다. 부대로 복귀할 필요 없이 가는 길에 집 앞에 차를 세울 테니 돌아가라는 것이었다.덕분에 같은 방향인 많은 대원은 기쁨에 들떠서 얼굴도 제대로 씻지 못한 채 아내와 아이들,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영상 통화를 걸어 무사함을 알리고 그리움을 전했다.나와 반아영의 집도 사실 같은 방향이었다.복귀하는 길에 가장 먼저 지나가는 곳이 바로 우리 집이었지만 나는 아무 말 없이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그렇게 지나치고 말았다.차에 탄 대원들이 거의 다 내릴 때까지 기다린 뒤 우리 소방차는 비로소 소방서로 돌아왔다.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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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이젠 불가능했다.두 눈으로 반아영과 임우혁이 사람들 앞에서 행복하게 키스하는 모습을 본 그 순간부터, 이별 편지를 쓴 그 순간부터 고진우와 반아영은 끝났다.“진심이야?”반아영은 내 평온한 얼굴을 보고 차오르던 분노가 슬금슬금 이유 모를 불안감으로 뒤바뀌기 시작했다.고진우는 감정 기복이 별로 없는 남편이었다. 차분한 모습도 익숙하게 봐왔지만 지금의 평온함은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마음속이 텅 비어 마치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응, 할 말 다 했으면 가. 나 휴가 중이니까.”반아영과 여기서 계속 얽히고설키고 싶지 않았다. 그녀를 흘깃 쳐다본 뒤 돌아서서 떠나려는데 반아영이 다시 손을 뻗어 내 팔을 잡았다.“잠깐만.”반아영의 입가에 냉소가 번지며 비웃듯 말했다.“고진우, 진심이라고? 좋아, 나도 동의해. 이혼하자. 월요일에 법원에서 우리 사이를 완전히 끝내는 거야. 당신이 감히 올 수 있겠어?”반아영은 말을 마치자마자 고진우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지금 고진우의 평온한 모습이 연기라고 확신했다.‘이런 상황에서도 사과하지 않겠다? 감히 이혼으로 협박해?’이번엔 반드시 고진우에게 본때를 보여주어 이 반아영이 절대 그런 수작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줄 작정이었다.하지만 고진우가 그래도 꿋꿋하게 버틸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는 오히려 평온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기쁜 듯이 가볍게 동의했다.“동의한다니 됐어. 그럼 월요일에 보자.”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반아영의 손을 뿌리치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떠났다.앞날이 창창하니까.내가 떠난 뒤 반아영은 한참 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어... 고진우, 내가 당신을 모를 것 같아? 끝까지 버티면서 내가 물러서길 바라는 것 같은데 그럴 일 없어. 난 절대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아!”반아영은 중얼거리며 넋이 나간 채 차에 올랐다.고개를 들어 눈앞의 소방서를 바라보던 순간 모든 것이 익숙하게 느껴졌지만 그중 한 가지 중요한 존재가 빠졌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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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어머, 진우 군은 참 겸손하네. 몸도 제법 좋아 보이는데 분명 건강하겠지. 안 그러면 소방관이 될 수 있겠어? 내가 근육이 있는지 한번 봐도 될까?”대화 중 집주인 아주머니가 점점 이상한 말을 꺼내더니 결국 내 가슴 쪽으로 손을 뻗어왔다.내가 미처 반응하지 못한 사이 그녀의 손이 이미 닿아 있었다.“역시 근육이 있네!”아주머니는 재빨리 손을 거두며 얼굴에 더 환한 미소를 띠었고 말투에도 눈에 띄게 흥분한 기색이 묻어났다.“아주머니,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나는 그녀의 표정을 보며 점점 이상함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미안해, 진우군. 내가 실례했네. 허허... 보니까 혼자 왔던데 아직 싱글인가?”“음... 싱글이죠.”반아영이 이미 나와 이혼하는 데 동의했으니 당연히 나는 싱글이었다.하지만 지금 집주인 아주머니에게 그 이야기를 꺼내자 왠지 모르게 마음속으로 점점 더 안 좋은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할 말은 다 했고 돈도 다 냈는데 이 아주머니는 왜 아직도 안 가시는 거지?’“싱글이라니 정말 좋네. 난 진우 군이 마음에 들어. 방값은 싸게 해줄게. 원래 3개월이면 비싼데 반년 치로 쳐줄게, 어때? 보증금도 됐어.”내가 싱글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자 집주인 아주머니의 눈이 반짝이며 미소가 번지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월세를 깎아 주셨다.이쯤 되면 내가 아무리 둔해도 집주인 아주머니의 속셈을 눈치챌 수 있었다...나에게 호감이 있는 것이었다!머릿속에 이 끔찍한 생각이 스치자 나는 순간 온몸이 떨리며 급히 말을 바꿨다.“아니요, 아주머니. 전 싱글이 아니에요. 아내도 있고 결혼한 지 5년이나 돼서 아이도 있어요!”“하하, 진우 군. 거짓말할 필요 없어. 이렇게 젊은데 결혼도 하고 아이까지 있다고?”집주인 아주머니는 전혀 믿지 않는 눈치로 여전히 나를 보며 웃었다.분명 친절한 미소였지만 지금 보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진우 군은 거짓말을 못 하네. 봐, 혼자서 짐 하나만 들고 왔잖아. 아내랑 아이는 고향에 있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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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이어서 영상을 클릭하자 바의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화면 중앙에는 한 남자와 여자가 다정하게 기대어 있었는데 마치 열애 중인 커플 같았다.여자는 검은 스타킹에 하이힐, 풍성한 웨이브 머리에 초미니스커트 차림을 하고 있어 자연스레 시선이 집중되었다.나는 한눈에 알아봤다. 그 여자가 바로 반아영이라는걸.하지만 이런 차림새는 본 적이 없었다.‘뭐지? 나와 이혼한 뒤엔 더 이상 종교 수행을 핑계로 삼지 않고 임우혁과 함께 즐길 생각인 건가?’이 순간, 내 마음속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슬프진 않았다.나를 사랑하지 않는 여자가 이렇게 변했다고 해서 슬플 이유가 없으니까.하지만 기쁘지도 않았다.이렇게 망가진 반아영의 모습을 보니 내가 눈이 멀어 사람을 잘못 봤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이혼한 게 다행이었다.‘빨리 도망치길 잘했지.’그때, 옛 동창이 나에게 음성 통화를 걸어왔고 나는 바로 수신 버튼을 눌렀다.이윽고 그의 조급하게 묻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진우, 어떻게 된 거야? 내 기억이 맞을 텐데. 네 결혼식 때 신부가 돈 많고 예쁜 반아영 아니었어? 내가 잘못 본 건가, 언젠가 네 입으로 아내가 종교를 믿는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어쩌다 이런...”말하던 옛 친구가 다소 주저하다가 설명을 이어갔다.“오해는 하지 마. 다른 뜻은 없어. 그냥 네게 알려주고 싶어서.”“괜찮아, 오해하지 않아.”망설이며 건네는 동창의 말에 나는 살짝 미소 지으며 가벼운 어투로 말했다.“응, 네 기억이 맞고 잘못 본 것도 아니야. 영상 속 여자가 반아영 맞아.”“어? 그럼...”내 확답을 듣자 동창은 순간 충격에 휩싸인 목소리로 전화 너머에서 탄성을 질렀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동창은 친절하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우연히 인터넷에서 발견한 거야. 게시된 지 얼마 안 됐어. 내가 바 주소를 알고 있으니까 지금 가면 아마...”상대는 차마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세상에 자기 아내가 야심한 시각에 야릇한 옷차림으로 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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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영상은 더 보지도 않고 웃어넘겼다.반아영은 내 눈에 그저 별 상관없는, 곧 전처가 될 사람에 불과했다.전처를 훔쳐보는 취미 따위 없었다.이후 나는 인터넷으로 이혼 절차에 대해 검색해 본 뒤 이만 쉴 생각이었다.그런데 막 상의를 벗고 휴대폰을 내려놓은 채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 현관문을 쿵쿵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노크 소리를 듣자마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나는 얼굴이 굳어졌다.집주인 아주머니가 떠나기 전 보였던 이상한 미소가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큰일 났다!‘설마 한밤중에 돌아온 건가? 문을 열어줘야 하나?’노크 소리는 계속되었고 두드릴 때마다 꼭 내 가슴을 세게 치는 것 같아 심장이 차갑게 식어가는 느낌이었다.한밤중에 집주인 아주머니를 집에 들이면 순결을 잃을지도!이리저리 생각해 본 끝에 결국 나는 노크 소리를 무시하고 잠든 척 외면하기로 결심했다.‘내일 아침 일찍 짐을 챙겨 도망가자. 월세 몇십만 원은 천천히 받아내야지...’아주머니가 한밤중에 돌아올 줄 알았더라면 저녁에 그 돈을 아까워하지 말고 바로 도망쳐야 했다.지금은 길이 막혀서 방 안에 갇혀 도망칠 수도 없게 됐다.침실로 들어가기 전에 이중 잠금을 해놓아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고 집주인 아주머니가 열쇠를 들고 들어오면 나는 끝장이었다.노크 소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멈췄다.“갔나?”귀를 쫑긋 세우고 몇 초 동안 듣다가 이대로 지나가는 줄 알았다.그런데 바로 다음 순간 또다시 노크 소리가 울려 퍼졌다.이번에는 나를 부르는 목소리까지 섞여 있었다.“문 좀 열어줘, 여보. 나 열쇠 안 가져왔어.”“세상에, 이젠 여보라고 부르네? 문은 죽어도 못 열어줘. 내가 왜 열어줘, 순결을 잃을지도 모르는데.”문밖에서 들리는 요청에 나는 코웃음을 치며 계속 잠든 척하기로 했다.그런데 문 앞에서 반복되는 여자 목소리가 들리자 문득 정신이 들었다. 그건 집주인 아주머니가 아니라 아주 젊고 맑은 여자 목소리였다.“집주인 아주머니가 아닌가?”나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침대에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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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위험한 기운이 가득 풍겼다.남자를 처음 본 순간 나는 바로 늦은 밤 예쁜 여성들을 미행해 집으로 쫓아가 저질스러운 범행을 저지르는 변태들이 있다는 뉴스가 떠올랐다.어쩌면 지금, 내가 바로 그런 일이 터지기 직전의 상황에 직면한 것일 수도 있었다.만약 정말 이 추측이 맞다면 내가 계속 문을 열어주지 않을시, 남자는 여자를 끌고 다른 곳으로 가버릴지도 모른다.즉, 여자는 지금 문을 잘못 두드린 것이 아닌 도와달라고 구조 요청하는 중이라는 뜻이었다.그때 문밖에서 또다시 여자의 다급하고도 무력함이 깃든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화면에는 인내심이 다 한 듯한 남자가 여자 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문을 열어 잔뜩 겁에 질린 여자의 팔을 잡아 집안으로 들였다.수상한 남자는 여자가 안으로 들어오자 헐레벌떡 이쪽으로 뛰어왔다. 하지만 문 앞까지 다가온 남자가 마주한 건 여자가 아닌 건장한 체격의 나였다.“당신 뭐야?”나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위압적인 자세로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남자는 움찔하더니 이내 뒷걸음질 쳤다.나는 185cm라는 큰 키의 소유자이고 하루도 빠짐없이 훈련에 임한 덕에 몸이 거의 헬스 트레이너 못지않았다.그러니 남자에게 나는 위압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사, 사람을 착각했어요!”남자는 바로 꼬리를 내리고는 꽁무니 빠지게 도망쳤다.나는 상체를 탈의한 상태였기에 뒤쫓아가지 않고 안으로 들어와 문을 잠갔다.나보다 먼저 안으로 들어온 여자는 소파에 얌전하게 앉은 채 내 쪽을 힐끗힐끗 바라보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고마워요. 덕분에 살았어요. 오는 길 내내 뒤 따라와서 정말 너무 무서웠어요. 문이 열릴 기미가 안 보이길래 처음에는 아무도 없는 줄 알았어요.”“이제 괜찮아요. 그 남자는 도망갔어요.”나는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상의를 갖춰 입고 그녀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넸다.“고마워요. 젠틀하시네요.”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컵을 잡았다.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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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내 이름을 알아요?”나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네, 엄마가 고진우 씨한테 집을 빌려줬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알죠. 고진우 씨가 잘생긴 건 지금 알았고요.”“아까 나 구해줘서 고마워요. 다시 한번 감사 인사드릴게요. 등본도 봤으니 이제는 내가 이 집 주인이라는 말 믿겠어요?”유한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내 손을 잡은 채로 있었다.“하하, 네.”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조금 힘을 줘 손을 뺐다.“유한나 씨가 집주인인 거 아주 잘 알겠어요. 그런데 나는 이미 유한나 씨 어머님과 계약을 마친 상태예요. 유한나 씨한테 명의가 이전한 뒤에 내가 계약한 건 맞지만 계약서도 있고... 아까 내가 그 변태한테서 구해주기도 했으니까...”“응? 잠깐만요.”유한나는 이상한 얘기라고 들은 듯 갑자기 내 말을 자르며 물었다.“혹시 내가 고진우 씨를 이 집에서 내쫓으려 한다고 생각해요?”“아니면요? 유한나 씨는 지금 이 집에서 나갈 생각이 없잖아요.”유한나가 들고 있는 거라고는 달랑 가방 하나가 다였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 잘 생각이었다면 아마 진작 택시를 잡고 나갔을 것이다.그러니 이건 쫓아내려고 하는 게 틀림없었다.“내가 고진우 씨를 왜 쫓아내요. 그냥 오늘부터 이 집에 사람이 한 명 더 늘게 된 것뿐이에요.”“나를 집주인이라고 불러도 좋고 룸메이트라고 불러도 좋아요. 물론, 미모의 집주인이나 미모의 룸메이트라고 부르면 더 좋고요.”유한나는 ‘미모의’라는 말을 강조하며 더 활짝 웃었다.“잠깐만요. 지금 여기서 나랑 같이 살겠다는 말입니까?”내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네. 대신 월세,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 관리비 등 모두 절반만 내요. 어때요?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조건 같은데.”유한나는 한 걸음 한 걸음 내 쪽으로 다가오며 묘한 웃음을 건넸다.“아...”장난으로 하는 말 같지는 않지만 이 집은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었다.“여기는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잖아요. 미혼 남녀가 부대끼면서 살기에는 좀 불편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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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그렇게 나는 뜻하지 않게 미모의 집주인과 룸메이트가 되어버렸다....나는 굳게 닫힌 유한나의 방문을 바라보며 눈을 감은 채 피식 웃었다.어쩐지 반아영의 곁을 떠나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여자 운도 좋아진 듯한 느낌이다.예전의 나는 반아영에게 충분한 안정감을 주기 위해 반아영을 꼬실 때부터 주변의 이성들과 거리를 두었다.꽤 많은 대시와 은근한 눈빛을 받았음에도 여자들을 전부 다 돌보듯 했다.하지만 반아영은 이런 나의 노력을 한 번도 알아봐 주려 하지 않았다. 그러니 나도 이제는 반아영에게 공들일 필요가 없었다.앞으로 반아영만 없으면 나머지 일은 다 잘될 것이다.“이제 나도 자볼까.”나는 하품을 한번 한 후 방으로 들어갔다.그 시각, 유한나는 문을 걸어 잠근 채 그녀의 엄마와 통화하고 있었다.“엄마, 나 고진우랑 만났어. 엄마 말대로 진짜 엄청 잘생겼던데? 심지어 몸도 좋아. 근육이 진짜 끝내줬어.”유한나는 문이 열렸을 때의 광경을 떠올리며 볼을 핑크빛으로 물들였다.“엄마가 언제 너한테 거짓말한 적 있어? 진우 걔도 참 앙큼해. 뭐?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어? 그런 거짓말에 넘어갈 내가 아니지.”이수영은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그래서 이번에는 마음에 든 거야?”“응, 완전 마음에 들어. 날 구하는데 일 초의 망설임도 없었다니까. 그리고 같이 살자고 하니까 그 덩치로 부끄러워하는 거 있지.”유한나는 마치 탐스러운 양을 발견한 늑대처럼 눈을 반짝였다.“그래,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 네가 진우랑 잘 되면 더 이상 선보라는 얘기 안 할게. 그러니까 잘해봐. 엄마도 우리 미래 사위가 상당히 마음에 드니까.”유한나는 미래 사위라는 말에 또다시 볼을 붉혔다.“알겠어. 앞으로는 엄마 말만 들을게.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할게.”“허?”이수영은 기가 찬다는 얼굴로 코웃음을 쳤다.“내가 전에 너한테 선보라고 했을 때 네가 뭐라고 했는지 그새 잊었어? 자유연애 시대에 내가 왜 엄마 말을 들어야 하냐면서요? 알아서 하게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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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그런데 눈을 감은지 10초도 안 돼 갑자기 벨 소리가 울렸다. 휴대폰을 들어 확인해 보니 낯선 번호였다.다 늦은 시간에 대체 누구지?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라는 말을 내뱉자마자 전화기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야, 너 왜 내 번호 차단했어? 응? 고진우, 대답해!”술에 잔뜩 취한 이 목소리는 반아영의 목소리였다. 말투가 꼭 추궁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딘가 서러운 것 같기도 했다.“반아영? 그럼 이혼까지 한 마당에 내가 네 번호를 왜 가지고 있겠어? 그래서 차단했어.”목소리를 들으니 미간이 더 세게 찌푸려졌다. 그리고 머릿속으로는 아까 친구가 보낸 영상이 떠올랐다.역시 술 마시러 간 게 맞았다. 심지어 상당히 취했고 말이다.그런데 임우혁이 곁에 있을 텐데 왜 나한테 전화를 한 거지? 임우혁과 동호가 오해라도 할까 봐 두렵지도 않은 건가?“뭐? 안 돼! 네가 뭔데 나를 차단해. 차단해도 내가 해야지. 그러니까 지금 당장 차단 풀어. 당장!”반아영의 불만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네 개도 아니고 네 말을 왜 들어야 하는데? 다시는 이런 쓸데없는 일로 나한테 전화하지 마. 끊는다.”나는 반아영의 체면 같은 건 조금도 봐주는 법 없이 바로 전화를 끊으려 했다.그러자 이제야 내가 자기 말이라면 뭐든 해주려 했던 예전의 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한껏 누그러진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잠깐! 끊지 마! 나... 지금 취했어. 나 좀 집까지 데려다주면 안 돼?”“응, 안 돼.”뚝.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부탁을 거절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통쾌하기는 하지만 동시에 씁쓸한 감정도 살짝 치밀었다.예전의 나는 반아영을 그 누구보다 사랑했고 그래서 그녀가 일 때문에 술을 많이 마시게 되는 날이면 늘 그녀를 데리러 갔다.밤새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기다려도 늘 제일 먼저 술에 취한 그녀부터 챙겼다.이런 수고를 반아영이 알아주지 않아도 좋았다. 그때는 찬바람 때문에 오한이 드는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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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그야 예전의 반아영은 내 전화를 멋대로 끊는 건 물론이고 어쩌다 내가 먼저 끊게 되면 몇 달 내내 나에게 먼저 전화를 걸지 않았으니까.내가 잘못했다고 몇 번이나 사과하고서야 다시 기분을 풀고는 평소처럼 굴었다.하지만 반아영, 아무리 내가 널 사랑했다고 해도 네가 없으면 폐인이 될 정도는 아니야.나는 계속해서 쌓여가는 부재중을 차가운 눈으로 한번 바라보고는 무음으로 돌린 후 침대에 누웠다.반아영의 연락 같은 건 더 이상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10분 후, 나는 아주 순조롭게 꿈나라에 진입해 어르신과 바둑을 뒀다. 그러다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다는 신호가 와 몽롱한 상태로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일어났다.습관적으로 휴대폰을 들고 화장실로 가려다 문득 시간이 궁금해진 나는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았다.그러자 예상치도 못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반아영이 아직도 나에게 연락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벌써 새벽 2시가 넘었는데도 반아영은 여전히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고 부재중은 이백 통이 넘어가고 있었다. 내가 전화를 안 받을 거라는 걸 눈치챘는지 어느 순간부터는 문자도 보내왔다.[고진우, 나 데리러 와.][나 지금 바 앞이야. 빨리 와. 나 혼자야. 너무 추워.][야, 너 진짜 이럴 거야? 나 아직도 네 와이프야. 그런데 나를 정말 이곳에 혼자 둘 거야?!]띠링.[지금 당장 나타나지 않으면 나 아무 남자 손이나 잡고 가버릴 거야. 나한테 무슨 짓 하던지 내버려둘 거라고. 나 오늘 엄청 예쁘게 입었어.]예쁘게 입었다는 말과 함께 반아영은 사진 한 장을 보냈다.사진 속에는 영상에서 봤던 차림 그대로인 반아영이 있었다. 잔뜩 취한 탓에 볼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꼭 주인님이 와주길 기다리는 가여운 아기 고양이 같았다.일부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얼굴 너머로 호시탐탐 그녀를 노리고 있는 남성들의 얼굴도 함께 보였다.나는 그녀가 방금 보낸 문자와 사진을 보고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쳤다.한빛 그룹의 대표라는 사람이 이런 유치한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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